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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증례>

56세 여성.

뇌경색으로 인한 우측 반신소력,

구음장애로 입원하여 치료 중이다.

뇌경색 발병 이전에도

항상 숙면을 취하기 어려웠는데,

입원 이후에는 보다 잠을 이루기 어렵다며

입면장애를 호소하였다.

야간에 잠을 잘 못 자니

결국 낮에 치료받는 도중에 졸게 된다고 한다.

진찰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복부진찰 소견 상 복부 긴장도는 중간 이상,

항상 발이 약간 시리다는 느낌을 받고 있으며,

항상 입이 마르다고 한다.

입이 마를 때는 가슴이 갑갑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상기 진찰소견을 고려하여A 엑스제를 1일 3회 추가 투약했다.

복약 3일차부터 수면 도입까지의 시간이 확연히 감소하였고,

복약 7일차가 되자 1일 6시간 정도의 수면을 취하게 되었다.

항상 느꼈던 발 시림 증상도 편해지는 것 같다며 기뻐했다.

 

오늘의 주인공 A는 바로 온경탕(溫經湯)이다.

온경탕은 중국 한대(漢代) 『금궤요략(金匱要略)』

부인잡병맥증병치(婦人雜病脈證倂治)에 처음 등장한 처방으로

당시에는 갱년기 여성에서 나타난 부정성기출혈과 번열감

그리고 가임기 여성의 난임, 월경이상 같은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처방으로 제안되었다.

이후 비교적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종 부인과질환과 신경증,

그리고 피부질환에까지 활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그 활용범위를 넓혀 갔다.

 

온경탕 개요

구성약물

오수유, 당귀, 천궁, 작약, 인삼,

계피, 아교, 생강, 목단피, 감초, 반하, 맥문동

효능효과

수족번열감, 입술건조감이 있는 다음 모든 증상:

월경불순, 월경곤란, 대하, 갱년기장애, 불면,

신경증, 습진, 요하지부 냉증, 동상(일본 내 허가사항)

 

온경탕 활용의 발전사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온경탕은

한대 『금궤요략』에서 그 첫 모습을 보였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문왈(問曰),

부인이 나이가 오십쯤 되었는데

하리(下痢)가 수십일 동안 그치지 않고

밤이 되면 열이 나며 아랫배가 당기고 배가 그득하고

손바닥에 후끈하게 열이 나며 입술이 마르는 것은 왜일까요?

사왈(師曰),

이 병은 대하(帶下)에 속한다.

일찍이 유산을 한 뒤 어혈이 아랫배에 남아 있는 것이다.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을까?

입술이 말라 있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때 마땅히 온경탕으로 치료해야 한다.”

꽤 긴 조문인데 정리하자면,

갱년기 여성이 겪는 부정성기출혈, 번열감,

입술의 건조감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온경탕을 제시하고 있다.

통상 ‘하리(下利)’는

설사 같은 소화기증상을 가리키는 용어이지만,

여기서는 ‘하혈(下血)’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며,

이 의견이 반영되어 중국 청대(淸代)에 발간된 『의종금감(醫宗金鑑)』에는

‘하리’가 ‘하혈’로 기재되어 있다.

하지만, 『금궤요략』 속 온경탕 조문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방후주(方後註)의 형태로 추가적인 적응증을 제안해 두었으므로

이 내용도 꼭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부인이 아랫배가 차갑고

오랫동안 수태하지 못한 것을 다스린다.

아울러 붕루(崩漏)나 경수(經水)의 과다,

경기(經期)가 되어도 월경이 없는 것을 치료할 수 있다.”

갱년기 여성의 문제를 다루었던 원 조문과는 달리

방후주에서는 가임기 여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가임기 여성의 난임, 그리고 제반 월경이상에

활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제안해 두었다.

『상한론(傷寒論)』, 『금궤요략』의 타 조문과는 달리

조문 상 구체적인 병태생리가 제안되어 있는데,

핵심 병태생리는 “어혈(瘀血)”과 “하복냉(下腹冷)”이다.

물론, 이러한 구체적인 병태생리 제안 때문에

온경탕 자체가 『금궤요략』 성립 당시가 아닌,

후대의 가필로 추정되고 있기도 하다.

온경탕의 활용범위는 이후 큰 변화없이 그대로 이어져 내려왔다.

대부분의 의학서적에서 『금궤요략』에서 제시한

‘부정성기출혈’, ‘월경이상’에 초점을 맞추어 적응증을 제안했으며,

보다 구체적인 적응증의 병태생리 기전을 제시했을 뿐이다.

그러던 중, 첫 번째 적응증의 확대가 이루어진다.

일본 에도시대(1603~1868년)에 활약한 의사인

와다 토카쿠의 저술 『백진일관(百疢一貫)』에서

임신 중 조리제(調理劑)로서 그 첫 모습을 보인 것이다.

『백진일관』에서는 ‘당귀건중탕 가 아교 지황’을

기본적인 임신 중 조리제로 제안하면서,

만약 어혈이 응체(凝滯)된 경우라면 당귀건중탕 보다는

계지복령환으로 처방하는 것이 나음을 언급하였고,

계지복령환도 당귀건중탕도 적합해 보이지 않는 경우,

바로 온경탕을 활용하여 임신 상태를 보조할 수 있음을 언급하였다.

이후 현대에 들어와 온경탕의 적응증은

피부질환과 신경질환으로도 확대되었다.

주로 일본의 한방의들을 통해 이러한 적응증 확대가 이루어졌다.

오츠카 케이세츠는 『한방의 임상(漢方の臨床)』 제11권 제3호에서

‘진행성 수장각화증’ 환자에게 온경탕을 활용했던 사례를 소개하였으며,

호소노 시로는 그의 저서 『한방치료 방증음미』에서

안면흑피증항에 온경탕 관련 언급을 했다.

그는 온경탕이

사물탕 + 계지복령환(-복령, 도인)

+ 맥문동탕(-갱미, 대조)의 방의를 가진다고 언급하면서,

온경탕을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처방들

(계지복령환(상열), 맥문동탕(상기), 오수유탕(상열하한))이

상열, 상기에 좋은 효과를 보임을 언급하면서

얼굴이 붉거나 검게 보이는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온경탕 중에는

계지감초탕 조합이 포함됨을 언급하며

이 처방이 신경정신계에 진정효과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음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습진항에서도 온경탕을 언급하였는데,

여기서는 온경탕의 가장 전통적인 적응증인

월경이상, 부정성기출혈 같은 증후가 없더라도

피부질환을 목표로 온경탕을 활용할 수 있음을 제안했다.

이러한 현대의 온경탕 활용경험이 그대로 전해져

현재 일본의 온경탕 엑스제 적응증에는

“월경불순, 월경곤란, 대하, 갱년기장애, 불면,

신경증, 습진, 요하지부 냉증, 동상”과 같이

부인과 질환 뿐 아니라 신경증, 습진과 같은

각종 피부질환이 함께 수록되었고,

이 적응증을 대상으로 활용했을 때

건강보험적용의 혜택도 볼 수 있게 되었다.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
Posted by 약초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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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G 속 십미패독탕의 모습은? (표 1 참조)

CPG 속 십미패독탕은 어떤 모습일까?

총 4가지 CPG에 십미패독탕이 등장하는데,

모두 피부질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야가즈 도메이가 십미패독탕을

만성 피부질환 환자의 체질개선용 처방으로 제안한 이후,

그 사용이 누적되어 온 결과가 고스란히

이 4개의 CPG에 수록되었다.

가장 주목할 CPG는 “여드름 치료 가이드라인 2017”이다.

십미패독탕은 염증성피진(좌창(痤瘡))에

“치료 선택지 중 하나로 추천한다”며 사용이 제안되어 있다.

특히, 염증성피진이 있는데

다른 치료를 사용해도 효과를 보지 못할 경우,

십미패독탕, 형개연교탕, 청상방풍탕과 같은 한방약 중

하나를 선택하여 사용할 것을 추천했다.

다만, 면포나 주사와 같은 증후에는

“충분한 근거가 없어 추천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십미패독탕의 원 방의가 급성 화농성 염증질환에서의

소염, 배농효과였던 것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추천문이 아닐까 싶다.

가장 많이 등장한 분야는 바로 “아토피피부염”이다.

본격적으로 아토피피부염에 대해 다룬

“아토피피부염 진료가이드라인 2015”에

십미패독탕이 이름을 올렸는데,

여기에서는 체력이 중등도인 피부질환이면서,

환부가 발적 또는 미만성 발진으로 덮여 있으며,

삼출액이 적은 경우 십미패독탕을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알레르기 종합 가이드라인 2013”에서도

아토피피부염에 사용할 수 있는 한방약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십미패독탕 외에 소풍산, 시호청간탕, 보중익기탕,

억간산 (억간산가진피반하), 계지복령환, 황련해독탕,

백호가인삼탕을 각 환자의 증(證)에 따라

사용할 수 있음도 함께 언급되었다.

십미패독탕의 적응증은

“아토피피부염 진료가이드라인 2015”의 내용과 동일했다.

마지막으로

“알레르기질환 치료가이드라인 95 개정판”에서도

아토피피부염 관련 내용이 등장한다.

여기에서는 십미패독탕을 실증(實證) 보다는

허실중간증(虛實中間證)이면서

만성기 아토피피부염에 사용하도록 추천했다.

이 외, 습진, 피부염군 증상에

소풍산, 시호청간탕, 월비가출탕, 당귀음자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처방 중 하나로 제안하기도 했으며,

동시에 화농성 피부질환에 유효할 수 있는 약효와

사용경험에 근거하여 지루피부염에도 그 사용이 추천되었다.

임상의의 눈

마지막으로

십미패독탕의 역사와 CPG 속 활용현황을 소개하면서

그 토대를 제공한 『만병회춘』의 형방패독산을

언급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국내에서 대부분의 한의사들이

풍한습(風寒濕) 표증(表證) 감기에 주로 사용하는

“형방패독산”이라 통칭하는 처방은

『만병회춘』의 형방패독산과 다른 처방이라는 점이다.

통상 “형방패독산”이라 부르는 처방은

바로 『섭생중초방(攝生衆抄方)』에 등장한 처방으로

강활, 독활, 시호, 전호, 복령, 인삼, 지각, 길경,

천궁, 형개, 방풍, 감초로 구성된다.

이는 『의학정전(醫學正傳)』두진문(痘疹門)에 등장한

형방패독산의 구성에서 인삼만 뺀 형태로

『화제국방(和劑局方)』에서 인삼을 함유한

인삼패독산(人蔘敗毒散)을 처음 소개한 이후,

『소아약증직결(小兒藥證直訣)』의 패독산을 거쳐

변용에 변용을 이뤄 만들어진 구성이다.

십미패독탕의 근간이 된 『만병회춘』의 형방패독산은

금은화, 연교, 형개, 방풍, 박하, 생강, 지각, 시호,

길경, 독활, 강활, 전호, 복령, 감초로 구성되며

옹저문(癰疽門)에 수록되었고 그 적응증은

“옹저, 정종(疔腫), 발배(發背), 유옹(乳癰) 등을 치료한다.

증한장열(憎寒壯熱)이 심할 때는 두통구급(頭痛拘急)이 심하여,

상한(傷寒)과 유사하다…”라고 제시되어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지금까지 언급한 패독산의 계보(표 2 참조)에서

『만병회춘』 형방패독산에 이르러 그 이전에는 한 번도 포함되지 않았던

“금은화, 연교”가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하나오카 세이슈가 십미패독탕을 창안하면서 제시했던 적응증은

『만병회춘』의 형방패독산 적응증과 매우 유사한데,

이 구성을 참고한 것일까?

아사다 소하쿠는 십미패독탕 사용 시

화농성 염증에 대한 작용을 보다 강화해야 할 때,

소염효과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금은화, 연교 중

‘연교’를 추가해서 사용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탕전약 사용 시에는 이러한 아사다 소하쿠의

연교 가감법을 적극 참고하여 임상에 활용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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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초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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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증례>

38세 남성.

모야모야병으로 발생한 뇌출혈 후

재활치료를 위해 입원하여 치료 중이다.

비교적 젊은 연령에 뇌질환이 발생한 것에 대한

스트레스, 신체기능 회복이 기대만큼 빠르지 못한 것으로

항상 신경질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루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고 하여 호소를 듣게 되었다.

3일전쯤부터 이마를 비롯하여 두피 전반에

여드름과 같은 피부문제가 발생했다.

자세히 관찰해보니,

이미와 두피에 전반적으로 염증성피진이 확인되었으며,

상의를 탈의한 채 관찰해보니 등부위에도 전반적으로

유사소견이 있었다.

한 달 전쯤부터는

아침에 머리를 감아도 오후시간이면

기름기가 흐른다며 그것 역시 고민이라고 하였다.

체형은 퉁퉁한 편이며,

피부문제가 발생한 부위는 대체로 윤택했고,

습윤한 양상을 보였다.

피부증상과 체형, 최근 신경을 많이 쓴 점 등을 고려하여

A 엑스제를 1일 3회 추가 투약하기로 했다.

복약 5일차부터 염증성피진이 확연히 감소했으며,

약 21일을 경과하자 염증성피진은 모두 소실되었다.

하지만,

오후시간이면 머리카락에 기름기가 흐르는 양상은 유지되었다.

이후 2개월간 체질개선용 처방의 목적으로 A 복용을 유지한 뒤,

복약을 중단했다.

 

오늘의 주인공 A는 바로 십미패독탕(十味敗毒湯)이다.

십미패독탕은 일본 에도시대 외과의였던

하나오카 세이슈(華岡青洲, 1760~1835)가 창방한 처방으로

당시에는 각종 화농성 염증질환 급성 초기에 사용할 수 있는

치료처방으로 제안되었다.

이후 비교적 현대에 이르러

각종 피부질환과 반복적으로 염증성 질환이 발생하는

환자의 체질개선용 처방으로 그 활용범위를 넓혀 갔으며,

최근에는 주로 여드름, 만성 가려움, 아토피피부염 위주로

임상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십미패독탕 개요

구성약물

시호, 길경, 방풍, 천궁, 복령, 독활, 형개, 감초, 생강, 앵피(박속)

효능효과

체력이 중간 정도인 사람의 피부질환이며 발적이 있고,

때때로 화농되는 다음 상황:

화농성 피부질환, 급성피부질환 초기,

두드러기, 습진 및 피부염, 무좀 (일본 내 허가사항)

 

십미패독탕 활용의 발전사

십미패독탕은 중국 명대(明代)

공정현(龔廷賢)의『만병회춘(萬病回春, 1587년)』에 수록된

형방패독산(荊防敗毒散)을 토대로 일본 에도시대 외과의였던

하나오카 세이슈가 창방한 처방으로 관련 기록은 모두

일본의학서적에서 찾을 수 있다.

하나오카 세이슈는

흰독말풀, 투구꽃, 백지, 당귀, 천궁으로 구성되는 통선산(通仙散)이라는

전신마취처방을 활용하여 전신마취수술(유방암 수술)을 성공시킨 학자로 유명한데,

이 수술은 세계 최초의 전신마취 수술로 알려져 있다.

외과의이자 한방의였던 그는

『양과방전(瘍科方筌)』이라는 저술을 남겼는데,

십미패독탕의 첫 기록은 바로 이 서적에서 찾을 수 있다.

옹저문(癰疽門)의 한 처방으로

“옹저 및 제반 창종(瘡腫) 초기에 증한장열(憎寒壯熱)하며,

흔통(焮痛)하는 것을 치료한다”라고 소개했다.

처방구성은 시호, 길경, 강활, 천궁, 형개, 방풍,

복령, 감초, 앵피(앵여), 생강 총 10가지 약물이었다.

이 외, 정창문(疔瘡門)에도 “모든 정(疔)에 발열오한(發熱惡寒)하며,

두통이 있고, 흔종(焮腫) 동통(疼痛)하는 것을 치료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 일본에서 통용되는

십미패독탕의 구성은 원전인 『양과방전』의 기록과 조금 다르다.

강활 대신 독활을 주로 사용하며,

앵피(櫻皮)는 엑스제 제조회사에 따라

박속(樸樕)으로 대체되어 있기도 하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 메이지 시대 한방의

아사다 소하쿠(淺田宗伯, 1815∼1894)의 임상경험에 근거한다.

그의 저서 『물오약실방함(勿誤藥室方函)』에는

『양과방전』과 동일한 적응증의 십미패독탕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구성약물이 강활에서 독활, 앵피에서 박속으로 변경되어 있다.

이러한 구성약물 변경의 배경이

아사다 소하쿠의 임상경험일 것이라 추측하는 이유는

『물오약실방함』 보다 이른 시기에 출간된

또다른 그의 저서 『잡병익방(雜病翼方)』에는

구성약물이 『양과방전』과 완벽히 동일한 형태로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에 근거하여

처음에는 하나오카 세이슈의 저서 내용대로 받아들여 사용하던 중,

아사다 소하쿠의 임상경험이 축적되며

구성약물을 변경하여 사용하지 않았을까 추정하는 것이다.

앵피가 박속으로 대체된 것은

두 약재가 모두 유사한 배농작용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강활이 독활로 대체된 것에는

당시 일본의 특수한 약재사용 현황이 배경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본래 중국에서는

강활과 독활의 기원식물을 철저히 구분하여 사용해왔지만,

당시 일본에서는

오가피과 땅두릅의 근(根)과 근경(根莖) 중

큰 것을 독활(和獨活), 얇은 것을 강활(和羌活)로

구분하여 사용했다고 한다. 따라서,

당시 일본에서는 강활과 독활의 구분이

큰 의미가 없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교적 역사가 짧은 십미패독탕은 이후

각종 서적의 화농성 염증질환 항목에 주로 등장하였는데,

옹저(癰疽), 정양(疔瘍)은 물론이며

림프염으로 볼 수 있는 나력(瘰癧)의 병증 초기

(오한발열 같은 감염에 따른 전신증상을 동반하며

화농되기 직전 또는 화농되었더라도 초기 화농상태)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꾸준히 그 기록을 남겼다.

그러던 중 현대에 들어

야가즈 도메이(矢數道明, 1905~2002)가

『한방의 임상(漢方の臨床)』에 기고한

“십미패독탕의 운용에 대하여”라는 글을 통해

그 사용방법에 큰 변화가 생긴다.

야가즈 도메이는 여기에서

십미패독탕을 초기 화농성 염증질환 외에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사람의 평소 체질개선용 처방’으로도 활용할 수 있음을 제창했다.

특히, 옹저(癰疽) 같은 화농성 염증질환 외에도

알레르기 과민증이 있어 피부에 이상이 잘 발생하는 사람이나

장기간 두드러기를 앓고 있는 경우에 체질 개선을 위해

장기 투약할 수 있음을 언급했는데,

이와 동시에 이러한 체질개선용 처방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도 함께 제시해 두었다.

그가 제시한 조건은 복진 상 흉협고만(胸脇苦滿)이 있고,

신경질적이며 소시호탕이 적합해 보이는 체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 기고문 이후,

십미패독탕은 원 처방 의도였던

급성 화농성 염증질환 치료 보다

알레르기성 피부질환, 두드러기, 아토피피부염 등의

질환에 주로 활용되게 되었으며, 관련 보고가 축적되었다.

현재는 이러한 경험이 누적되며,

다소 습윤경향을 보이며 가려움을 동반한

피부질환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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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초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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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G 속 온청음의 모습은? (표 참조)

CPG 속 온청음은 어떤 모습일까?

총 5가지 CPG에 온청음이 등장하는데,

모두 일관당의학 이후 확장된 활용범위를 담아내고 있다.

가장 많이 활용된 분야는 “피부과 영역”이다.

그 중에서도 만성 난치성 가려움을 호소할 때,

온청음을 활용하도록 총 2건의 가이드라인에 제시되어 있다.

“만성 가려움 진료 가이드라인”에서는

‘한방약이 만성 가려움에 유효한가?’라는

임상질문을 설정하고 추천문을 수록했는데,

추천문에는 ‘이 증상이 매우 난치임을 고려하면

사용을 고려해도 좋다고 본다’로 기록되어 있다.

비록 근거자료가 대부분 증례보고,

증례집적보고인 관계로 근거의 수준은 부족하나,

임상적으로 난치에 해당하는 가려움 치료에

한방약을 활용할 수 있음을 언급한 것이다.

이 때, 사용할 수 있는 처방 중 하나로 제시된 것이 온청음이었다.

참고로 온청음 외에 대시호탕가감, 황련해독탕, 사물탕,

보중익기탕, 시령탕, 월비가출탕 등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범발성 피부가려움 진료가이드라인”에서는

‘신부전이나 투석환자의 피부가려움에 사용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는 한방약으로 온청음, 황련해독탕, 당귀음자를 제시했으며,

피부가려움에 쓸 수 있는 주요 한방약에도 온청음을 제안했다.

온청음 외에 황련해독탕, 우차신기환, 당귀음자, 팔미지황환,

육미환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여드름 치료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에서도

온청음과 관련된 기록을 찾을 수 있다.

“여드름 치료 가이드라인 2017”에서는

‘염증성 피진에 한방약이 유효한가?’라는

임상질문을 설정하고 추천문을 수록했다.

추천문에는 ‘타 치료가 무효 또는 타 치료를 실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형개연교탕, 청상방풍탕, 십미패독탕을 선택지 중 하나로 추천한다’고 하면서,

온청음, 황련해독탕, 온경탕, 계지복령환은 사용해도 좋지만

우선적으로 추천하지는 않는다고 명시했다.

온청음의 염증성 피진에 대한 증례보고는 지속되고 있지만,

아무래도 보다 높은 수준의 근거를 확보한

형개연교탕, 청상방풍탕, 십미패독탕 보다

우선적으로 사용을 권고 받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갱년기장애와 관련된 기록이 있다.

“산부인과진료 가이드라인-부인과외래편 2017”에서는

갱년기장애에 활용해 볼 수 있는 한방약으로

3대 주요 갱년기 한방처방인 당귀작약산, 가미소요산,

계지복령환을 언급하면서, 다양한 갱년기장애의 증상에 맞춰

사용할 수 있는 처방 중 하나로 온청음을 언급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았지만,

온청음은 부인조열(婦人潮熱)에 사용되던 처방이므로

상열감과 같은 신체증상이나 불면, 짜증 등의

정신증상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온청음의 부작용을 다룬 가이드라인이 있다.

“남성하부요로증상 전립선비대증 진료가이드라인”에서는

온청음이 알레르기성 방광염에 의해 나타나는

출혈성 방광염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언급했다.

온청음과 함께 알레르기성 방광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한방약으로 지목된 처방은

시박탕, 시령탕, 소시호탕, 시호계지탕으므로

임상현장에서 해당 처방을 활용할 때 참고하면 좋겠다.

 

임상의의 눈

필자는 임상에서 주로 온청음을

“만성염증”에 대한 기본처방으로 인식하여 활용하고 있다.

동의잡록(東醫雜錄)의 저자이자 한방을 서양의학의 언어로

이해하는 독자적인 길을 걸었던 야마모토 이와오(山本巖),

그리고 그의 직전제자인 후쿠토미 토시아키의 의견에 따르면,

만성염증에는 염증에 의한

상음(傷陰)과 실열(實熱)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한다.

이 때, 상음에는 사물탕을,

염증에는 황련해독탕을 사용하면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바로 온청음이 만성염증의

기본처방이 된다고 서술하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온청음의 효능효과를 토대로

일관당의학을 제창했던 모리 도하쿠 역시

평생 다양한 부위에 만성염증 경향을 보이며 살아가는

해독증 체질에 온청음을 기본방으로 한 세 처방

(시호청간산, 형개연교탕, 용담사간탕)을 제안한 것으로 생각한다.

임상에서 온청음을 이러한 만성염증에 활용할 때는

위와 같은 야마모토 이와오의 병태인식의 틀 안에서

모리 도하쿠가 제시한 3대 처방을 고려하여 활용하면 보다 적용이 쉽다.

모리 도하쿠는

해독증 체질환자의 연령과 증상에 따라 처방을 제안했는데,

각 처방 별 간략한 적응증은 아래와 같으므로 참조하면 좋겠다.

-시호청간산:

안색이 청백색 혹은 미흑색. 감기, 기관지염,

편도염에 잘 걸리는 소아.

-형개연교탕:

시호청간산증 보다 더 짙은 흑색. 결핵, 흉막염,

부비동염, 중이염, 유양돌기염 등에 잘 이환.

-용담사간탕:

안색이 약간 흑색. 결핵, 치질, 치루, 안구질환,

생식기 염증(임질, 방광염, 고환염 등)에 잘 이환.

또한, 야가즈 도메이(矢數道明)는

“온청음의 임상적 연구(일본동양의학회지 제12권, 제1호)”에서

온청음의 각 부위별 염증소견에 따른 구체적인 임상양상을 제시했는데

이 내용 역시 임상에서 참조할 만하다.

-피부:

대부분 구진성 습진, 적은 분비물, 고조(枯燥)경향,

가려움이 심하며, 소파행위에 따른 출혈흔이 남은 경우가 많음.

-점막:

궤양 출몰이 반복됨.

마지막으로 온청음은

만성염증과 같은 신체증상 외에, 상열감과 짜증,

분노를 동반한 만성 정신증상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필자는 주로 입면장애를 위주로 한 수면장애를 보이며,

상열감을 동반했다면 황련해독탕과 함께

온청음을 제1선택 처방으로 고려하고 있다.

이 때, 엑스제를 활용한다면

1포 정도로는 약력이 모자란 경우가 많으므로

2포 이상을 한 번에 복용하도록 하고 있다.

 

참고문헌

1. 일본동양의학회 EBM 위원회 진료가이드라인 태스크포스(CPG-TF).

한방제제 관련 기록이 포함된 진료가이드라인(KCPG) 리포트 2019.

http://www.jsom.or.jp/medical/ebm/cpg/index.html

2. 조기호. 증례와 함께하는 한약처방. 우리의학서적. 서울. 2015. p.290-292.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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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증례>

57세 남성.

뇌출혈 후 재활치료를 위해 입원했다.

만성신부전으로 5년째 주3회 투석 중이며,

투석 시행 이래 지속적인 전신 가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피부과에서 관련 약 처방을 받아보았지만,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해 현재는 복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뇌출혈 재활도 재활이지만,

이 가려움도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라고 했다.

체형은 매우 마른 편이며,

피부색은 짙은 흑색이다.

피부는 매우 거칠하고,

각질이 일어난 부분도 상당히 많이 보인다.

동반 증상과 질환, 체형, 피부색을 고려하여

A 엑스제를 통상 용량(1포)의 2배로 사용하여

1일 3회 투약하기로 했다.

복약 7일차부터

전신가려움의 강도가 감소하기 시작하였으며,

14일차가 경과하자 주간시간의 증상은 모두 소실되었다.

이후에도 야간에는 증상은 지속되었으나,

강도가 매우 경미하게 호전되었다.

이후, 야간 취침 전 2포 복용으로 복약법을 변경하였으며,

이후에도 3개월간 증상의 악화 없이 경미한 정도의 가려움을

야간에만 느끼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오늘의 주인공 A는 바로 온청음(溫淸飮)이다.

온청음은 황련해독탕(黃連解毒湯)과 사물탕(四物湯)의 합방으로,

중국 명대(明代) 『만병회춘(萬病回春)』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에는 여성의 부정성기출혈에 대한 치료처방으로 제안되었다.

이후 비교적 현대에 이르러

만성염증에 활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그 활용범위를 넓혀 갔으며, 최근에는 주로

만성가려움과 같은 난치성 피부질환을 위주로

임상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온청음 개요

구성약물:

당귀, 작약, 지황, 천궁, 황련, 황금, 황백, 산치자 (황련해독탕 합 사물탕)

효능효과:

체력이 중간 정도,

부는 거칠하며 색이 좋지 않고,

상열감이 있는 다음 증상:

월경불순, 월경곤란, 혈도증(血道症),

갱년기장애, 신경증, 습진 및 피부염 (일본 내 허가사항)

 

온청음 활용의 발전사

온청음은 앞서 언급하였듯

황련해독탕 합 사물탕 (1:1의 비율)에 해당하는 처방이며,

공정현(龔廷賢)의『만병회춘(1587년)』권지육(卷之六)

혈붕문(血崩門)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붕루(崩漏)라 불렸던

여성의 부정성기출혈 치료처방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공정현은 부정성기출혈 치료 시 신구(新舊, 병기)와

허실(虛實)에 따라 치료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약간 오래되어 허열(虛熱)에 속한 경우,

마땅히 양혈(養血)하며 청화(淸火)해야만 한다”고 하였는데,

바로 여기에 쓸 수 있는 처방으로 제시한 것이 온청음이다.

구체적인 적응증은

“하혈이 멈추지 않으며, 혹은 두즙(豆汁) 같은 색을 보이고,

안색은 위황(痿黃)하며 복부가 찌르듯 아프고,

한열왕래(寒熱往來)하며 붕루가 멈추지 않는 경우”로 되어 있다.

참고로 온청음의 대조처방으로

“오래되어 허한(虛寒)에 속한 경우,

마땅히 온보(溫補)해야만 한다”면서 제시한 처방은

익모탕(益母湯)이었고, 익모탕은

사물탕 가 황금, 진피, 향부자, 아교, 익모초,

백출, 현삼, 포황, 감초로 구성된 처방이었다.

온청음이라는 처방명 세 글자가

처음 등장한 것은『만병회춘』임에 틀림없으나,

사물탕과 황련해독탕을 합방하여 사용하는 방법의 흔적은

그 이전의 서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조선시대 세종대(世宗代)에

당시 각종 의방(醫方)을 총망라하여 출간한

『의방유취(醫方類聚, 1445년)』이다.

『의방유취』권지일백오십칠(卷之一百五十七)

적열문(積熱門) 어약원방(御藥院方) 중

황련해독탕의 소자주문(小字註文) 에는

원대(元代)의 의가인

왕호고(王好古)의 처방방법임을 밝히면서

(해장(海藏)이라는 왕호고의 호가 등장)

사물탕과 각각 1:1로 합방하여 사용하면

부인조열(婦人潮熱)을 치료할 수 있다고

언급한 구절이 등장한다.

바로 황련해독탕과 사물탕을 1:1로 합방하여

사용하는 온청음의 형태이다.

그런데, 정작 왕호고의 저서인

『의루원융(醫壘元戎)』에는 판본에 따라

이러한 내용이 실려 있지 않기도 한데,

보다 후대인 1593년 중간(重刊)된 판본에는

유사한 내용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당시 내용이 유실되지 않고 온전한 형태였던

왕호고의 저서에 수록되어 있던 내용을

조선시대 학자들이『의방유취』에 기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만병회춘』이전의 기록에서는

온청음을 ‘부인조열’이라는 별개의 적응증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 적응증이 현대에는 갱년기여성의 상열감 등에

온청음을 활용하는 근거가 되고 있는 것 같다.

기원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마무리하고

이제 활용의 역사로 넘어가겠다.

『만병회춘』이후,

몇몇 서적에서 온청음을 다루기는 했는데,

모두 첫 적응증이었던 여성 부정성기출혈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일본의 몇몇 의학자를 통해

그 활용범위가 확대되어 간다.

『오죽루방함구결(梧竹樓方函口訣)』에서

처음으로 소화관출혈에도 온청음을 응용할 수 있음이

제안되었는데, 음주를 과도하게 하여

장위(腸胃)에 축열(蓄熱)하여 하혈하는 사람에게

쓸 수 있다고 하였으며, 꼭 음주를 과도하게 하지 않았더라도

장위의 열로 인한 증상이 있을 경우 사용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소화기출혈에 사용할 경우,

대부분 대황을 추가하여 사용할 것을 권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시점까지도 온청음은 출혈에 대한 처방

그 이상의 의미를 충분히 가지고 있지 못했다.

온청음의 활용범위가 확장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학자는 일본의 대표적인 체질의학

일관당의학(一貫堂醫學)의 창시자 모리 도하쿠

(森道伯, 1967-1931)이다.

안타깝게도 그는 생전 저술을 남긴 적이 없는데,

그의 제자 야가즈 카쿠(矢數格)가 1933년

『모리 도하쿠 선생전』을 출간함으로써

그 내용이 후대에 전해지게 되었다.

일관당의학에서는 체질을 크게

어혈증(瘀血證), 장독증(臟毒證),

해독증(解毒證)으로 나누어

3대 체질분류를 제시했다.

이중 해독증 체질은 당시

결핵성 체질이라고 불릴 정도로

결핵에 대한 이환율이 높고,

면역능 저하 양상을 보여 어려서 부터

편도염, 중이염, 비염, 기관지염 등에 잘 이환되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비뇨생식기 질환에도

잘 걸리는 것으로 해설했다.

주로 외형적으로 피부색이 검은 편이며,

야윈 경향을 보인다고도 했다.

바로 이 해독증 체질에 제시된 3대 처방이

시호청간산(柴胡淸肝散), 형개연교탕(荊芥連翹湯),

용담사간탕(龍膽瀉肝湯)이었는데,

모두 온청음을 기본처방으로 하면서

상황에 따라 몇몇 약재를 가감한

온청음 가감방에 해당하는 처방들이었다.

세 처방 모두 동일한 처방명을 가진 유사처방이 있으나,

그 구성은 꽤 차이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와 같은 면역력에 초점을 둔 의견이 제시된 이래

온청음의 활용범위는 한층 넓어지게 되었다.

일관당의학 이후,

온청음은 출혈성 질환에서 벗어나

여성질환 중에는 월경과 관련된 제반문제,

갱년기 장애 신경증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되게 되었으며,

피부과질환 중에서도 면역력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는

특발성 색소자반, 피부가려움, 손발바닥 농포증,

아토피피부염, 베체트병, 재발성 아프타, 피지결핍증 등과 같은

다수의 난치성 피부질환에 널리 활용되게 되었다.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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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G 속 십전대보탕의 모습은? (표 참조)

CPG 속 십전대보탕은 어떤 모습일까?

총 6가지 CPG에 십전대보탕이 등장하는데,

크게 면역력 증강효과를 목적으로 한 내용과

구강건조 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한 내용을 담은 지침으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먼저 면역력 증강효과에 주목한 내용을 살펴보자.

가장 주목해볼만한 CPG는

“소아 급성 중이염 진료가이드라인 2013년판”이다.

이 CPG에서는 십전대보탕을 반복성 중이염을 보이는

소아에게 활용해 볼 수 있는 도구로 추천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보제 중 하나인 십전대보탕을 활용하여

면역능을 상승시키면 반복성 중이염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수록하였다.

이 CPG는 십전대보탕의 숙주 면역부활작용,

생체방어기능향상, 감염증에 대한 유효성에 주목하여

이와 같은 추천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십전대보탕의 효능과 효과가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갖추고 있다는 판단 하에

추천강도(Strength of Recommendation)는

“충분한 근거가 있고, 이익이 손해 보다 크다”로 부여하고 있다.

또한, 구체적인 십전대보탕 추천 상황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여러차례 급성 중이염이 반복되는 중증례,

(2) 2세 미만

(3) 집단 보육을 받고 있는 아이

(4) 가정 내 간접흡연 노출이 있는 경우

중이염과 비슷하게 면역능 향상을 목적으로

암 보완대체요법 중 하나로서 십전대보탕을 추천한 CPG도 있다.

바로 “암 보완대체요법 임상근거 2016년판”이다.

이 CPG에서는 한방약을 활용할 경우,

암 환자에서 항암제 부작용 경감, 삶의 질 향상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구체적으로

십전대보탕은 이전의 임상연구 결과를 보았을 때,

진행 유방암 환자의 화학요법 + 호르몬 요법 병용 시

생존율을 개선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을 수록해 두었다.

“구강편평태선 전국조사에 기초한 병태분석 및 진단기준,

치료지침 제안”이라는 CPG에서도 한방약을 활용하게 되면

면역능 조정을 통해 체력저하를 개선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 때 활용할 수 있는 처방 중 하나로 십전대보탕을 제시했다.

이 외, 황련탕, 반하사심탕, 인진호탕, 보중익기탕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다음은 구강건조에 대한 효과에 주목한 CPG이다.

앞서, 살펴 본『화제국방』의 내용 중

십전음(十全飮)의 주치를 살펴보면,

구고설건(口苦舌乾)이라 하여

구강건조증상을 묘사한 증상이 딱! 실려있다.

이 내용이 그대로 전승되어

구강건조와 관련된 임상활용이 이어졌고,

그 내용이 CPG에 실리게 된 것이다.

“구취에 대한 대응과 구취증 치료지침 2014”에서는

타액분비저하가 기저에 있는 구취증에

타액분비개선효과를 가진 십전대보탕을 활용해 볼 수 있다는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십전대보탕 외에도

백호가인삼탕, 팔미지황환, 맥문동탕, 오령산 등이

타액분비개선을 할 수 있는 처방으로 이름을 올렸다.

약인성 구강건조에 대한 내용도 있는데,

바로 “과민성방광진료가이드라인 [제2판]”이다.

이 CPG에는 과민성방광 치료제인 항콜린제 사용에 따른

구강건조에 사용해 볼 수 있는 처방 중 하나로

십전대보탕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십전대보탕 외에

백호가인삼탕, 자음강화탕, 오령산, 맥문동탕,

시호계지건강탕, 소시호탕, 팔미지황환, 당귀작약산,

시박탕 등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는 점은 참고해 볼만 하다.

마지막으로 십전대보탕 사용 시

유의해야 할 부작용을 지적한 CPG가 있다.

바로 “접촉피부염 진료가이드라인”이다.

이 CPG에서는 습진형 약진을 일으킬 수 있는

한방약 중 하나로 십전대보탕을 제시했다.

비록 효과에 대한 제안은 아니지만, 임

상현장에서 십전대보탕 활용 시 주의해서 관찰해야 할

부작용 중 하나로 기억해두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임상의의 눈

“십전대보탕은 소위 후세방파 의학을 대표하는 약방으로,

소위 고방가들에게 무시를 당해왔지만,

나는 이 약방으로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진단받은

자궁암 환자, 고관절결핵으로 한성농양이 있는 경우,

소아마비로 보행불능이었던 상태,

신장결핵으로 부고환결핵과 한성농양이 있었던 상황 등,

불치 또는 난치라고 여겨졌던 것을

보통의 일상생활이 가능할만큼 호전시키는데 성공하여…”

필자의 말은 아니고,

일본의 오츠카 케이세츠가『한방의 임상(漢方の臨床)』에 기고한

“십전대보탕의 위효에 대하여”라는 글의 일부이다.

십전대보탕을 둘러싼 현대의 상황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어 한 번 인용해보았다.

평보(平補)하는 처방이라 알려져 있으며,

환자들마저도 너무 익숙하다보니 처방한 약 이름을

“십전대보탕”이라 알려주면, “그걸로 낫나요?”라고 할 정도로

우리 임상에서 조금은 등한시되기도 하는 것이

바로 이 십전대보탕이 처한 현실이다.

하지만 오츠카 케이세츠의 말처럼

난치로 판단되는 많은 상황을 구해내는 처방이기도 하다.

필자는 주로

고령 뇌혈관질환 환자의 재활을 병동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합병증 치료와 예방이다.

장기간 뇌혈관질환으로 투병해 온 환자들은

욕창이나 만성질환에 따른 빈혈,

심한 경우에는 범혈구감소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아무런 가미없이 십전대보탕을 만을 활용해도

욕창의 회복속도가 이전에 비해 빨라진다든가,

신부전에 따른 빈혈로 신성빈혈을 가지고 있던

환자의 빈혈이 개선되기도 한다.

오랜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불특정 다양한 합병증의 예방과 치료에

매우 특화가 되어 있는 처방이라 기억하면 좋겠다.

또한, 몇 년 전 일본에서는

독감 예방접종 시 십전대보탕을 함께 사용하면

예방접종의 유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는데,

이는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며

우리 자신의 면역력을 수시로 챙겨야 하는 현 상황에도

도움이 될만한 정보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쨌든 임상현장활용 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바로 “제허백손(諸虛百損)”이다.

원인이 고령이든, 오래된 질환이든,

육체나 감정피로이든 명확한 허증,

기혈양허를 보이는 상황에 활용해 볼 수 있다.

너무도 잘 알려진 이름 탓에 경시되기도 하지만,

우리 한의임상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본처방이라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참고문헌

1. 일본동양의학회 EBM 위원회 진료가이드라인 태스크포스(CPG-TF).

한방제제 관련 기록이 포함된 진료가이드라인(KCPG) 리포트 2019.

http://www.jsom.or.jp/medical/ebm/cpg/index.html

2. 조기호. 증례와 함께하는 한약처방. 우리의학서적. 서울. 2015. p.248-254.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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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증례>

4세 여아.

반복되는 중이염을 예방하고 싶다며 어머니와 함께 내원했다.

체형은 매우 마른 편이며, 항상 콧물을 흘리는 경향이 있다.

연 3회 이상의 중이염을 경험하고 있고,

이 때 마다 이비인후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점차 증상 발생 시마다 치료기간이 길어진다며 걱정을 하고 있다.

연령과 체중, 신장을 고려하여 A엑스제를

통상 용량의 1/3로 하여 1일 2회 투약해보기로 했다.

4주 복용 후 내원했는데, 한 달 간 중이염 발생은 없었다고 한다.

복약하며 특별한 불편감은 없다고 했다.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여 3개월분을 처방했다.

이후 3개월 간 복용을 유지하자,

식사량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체력도 개선된 것 같다고 한다.

또한, 총 4개월간 한 차례도 중이염 재발이 없었다.

이후, 2개월간 복용을 유지한 뒤, 중이염 재발이 없어

추가 복용은 하지 않았다.

2년 뒤, 친구들과 뛰어놀던 중 발목염좌가 생겨 내원했는데,

A엑스제 복용 후 현재까지 한 번도 중이염 재발이 없었다고 한다.

 

오늘의 주인공 A는

바로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이다.

십전대보탕의 출전은

몇몇 설이 있으나 중국 송대(宋代)의

『태평혜민화제국방(太平惠民和劑局方), 이하 화제국방』이며,

당시에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

허손(虛損)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제안되었다.

이후 단순한 허손 외에,

화농성 염증질환인 옹저(癰疽)에도 활용되었으며,

점차 그 활용범위를 넓혀 ‘면역능저하’가 기저에 있는

다양한 신체이상상황에 활용되는 자리매김했다.

 

십전대보탕 개요

구성약물

인삼, 백출, 복령, 감초, 당귀, 작약,

숙지황, 천궁, 황기, 육계, 생강, 대조

효능효과

병후 체력저하, 피로권태, 식욕부진,

도한(盜汗), 수족냉증, 빈혈 (일본 내 허가사항)

주요 약리작용

면역증강작용, 면역억제상태 개선작용, 감염예방효과,

발암억제작용, 암 증식 및 전이 억제효과, 항암제 부작용 경감,

빈혈에 대한 작용, 간절제 후 혈중 암모니아 농도 상승 억제.

 

십전대보탕 활용의 발전사

십전대보탕은 지난 연재에서 살펴 보았던

육군자탕만큼이나 그 형성과정이 복잡한 처방이다.

십전대보탕은 송대(宋代)에 출간된『화제국방』의

[권지오(卷之五)-제허부족(諸虛不足)]에서 그 첫 모습을 보였는데,

이미 익숙한 십전대보탕이라는 이름으로 한 번,

구성약물은 동일하나 처방명은 다른 십전음(十全飮)이라는

이름으로 또 한 번, 이렇게 총 2번 등장하고 있다.

먼저, 십전대보탕은

“治男子ㆍ婦人諸虛不足, 五勞七傷, 不進飮食, 久病虛損,

時發潮熱, 氣攻骨脊, 拘急疼痛, 夜夢遺精, 面色萎黃, 脚膝無力,

一切病後氣不如舊, 憂愁思慮傷動血氣, 喘嗽中滿, 脾腎氣弱,

五心煩悶, 幷皆治之. 此藥性溫不熱, 平補有效, 養氣育神,

醒脾止渴, 順正辟邪, 溫暖脾腎, 其效不可具述.”

이라 하여 남녀 구분없이,

오로칠상(五勞七傷)이나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병을 오래 앓아 발생한 발열, 통증, 몽정, 안색불량,

하지위약, 기침이나 호흡불편, 번열감 등의

다양한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으로 소개되었다.

이어서 십전음은

“治諸虛百損, 榮衛不和, 形體羸瘦, 面色痿黃, 脚膝酸疼,

腰背倦痛, 頭眩耳重, 口苦舌乾, 骨熱內煩, 心忪多汗,

飮食進退, 寒熱往來, 喘嗽吐衂, 遺精失血. 婦人崩漏,

經候不調. 凡病後未復舊, 及憂慮傷動血氣,

此藥平補有效, 最宜服之.”

이라 하여 모든 허손(虛損)에 의한 체중감소 및 신체위약,

안색불량, 통증, 어지럼, 구강건조, 번열감, 흉부불편감,

다한, 식욕부진, 한열왕래(寒熱往來), 기침, 객혈, 유정,

출혈, 여성생식기 출혈, 월경이상 등을 보이는 경우

활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소개했다.

이렇게 십전대보탕과 십전음의 주치증은 대동소이(大同小異)한데,

주목할 점은 십전대보탕과 십전음 모두 지나치게 온열하지 않은

평보(平補)하는 처방이라 소개한 점이다.

그런 이유일까?

그동안 십전대보탕은 많은 의가들을 통해

다양한 한약처방 중 대표적인 보제(補劑)로 여겨져 왔고,

다양한 허증(虛證)에 폭넓게 사용되어 왔다.

지금도 십전대보탕이라고 하면 큰 부작용 없어

손쉽게 복용할 수 있는 처방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며,

그 때문인지 의료 목적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첫 출전인『화제국방』에서 이미

워낙 자세하고 넓은 활용 스펙트럼을 제시해서인지

후대 의가들의 활용 폭 역시 대개 이 범위를

크게 벗어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화제국방』이전에도

십전대보탕 방의는 지속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 대표격이 당대(唐代) 손사막(孫思邈)이 저술한

『비급천금요방(備急千金要方)』이다.

비록 십전대보탕이라는 처방명은 등장하지 않지만,

다양한 십전대보탕의 방의를 포함한 처방이 등장한다.

[권제십(卷第十)-상한하(傷寒下)-온학제육(溫瘧第六)]에는

학질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십전대보탕에

원지, 길경, 죽엽, 지골피, 반하, 맥문동을 추가한 방의의

대오보탕(大五補湯)이 등장한다.

[권제삼(卷第三)-부인방중(婦人方中)-허손제일(虛損第一)]에는

부인의 칠정상에 따른 허증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십전대보탕에서 천궁을 빼고 반하, 원지, 맥문동, 오미자,

택사, 건강을 추가한 방의의 내보황기탕(內補黃耆湯),

같은 [부인방중(婦人方中)-오로제오(惡露第五)]에는

산후 오로가 그치지 않는 상황에 사용할 처방으로

십전대보탕에서 백출을 빼고, 방풍과 세신을 추가한

지황탕(乾地黃湯)이 실려있다.

마지막으로

[권제십칠(卷第十七)-폐장(肺臟)-적기제오(積氣第五)]에도

허로가 극에 달한 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십전대보탕에서 백출을 빼고, 지골피를 추가한 구성의

처방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렇듯 송대(宋代)에 십전대보탕이라는 명칭이 등장하기 전인

당대(唐代)에도 이미 십전대보탕의 방의는 존재했던 것이다.

대개 십전대보탕을

보기(補氣)하는 사군자탕(四君子湯),

보혈(補血)하는 사물탕(四物湯)에

황기와 육계를 추가한 처방으로 방해를 하는데,

조금은 다른 해설을 하는 학자도 있다.

청대(淸代) 유창(喩昌)은

1658년 자신이 출간한『의문법률(醫門法律)』에서

십전대보산(十全大補散)에 대해 “이 처방은

황기건중탕, 사군자탕, 사물탕을 합방한 처방이다”라고 해설했다.

황기와 육계라는 조합을 단순한 약재 가감이 아닌

작약과의 조합까지 고려하여 황기건중탕으로 해설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십전대보탕은 한대(漢代)에 출간된

『금궤요략(金匱要略)』의 황기건중탕에서 그 방의가 시작되었고,

『비급천금요방』을 통해 그 점차 구체적인 방의를 갖추어 갔고,

결국 송대『화제국방』에 이르러 그 명칭과 방의가

확정되었다 할 수 있겠다.

이후, 대부분의 의서에서는

앞서 살펴 본『화제국방』의 내용에 맞춰

십전대보탕을 활용했다.

그 과정에서 몇몇 적응증이 추가되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화농성염증질환,

곧 옹저(癰疽)에 대한 활용이다.

『설씨의안(薛氏醫案)』,

『섭생중묘방(攝生衆妙方)』,

『외과정종(外科正宗)』등의 서적에서

궤양이 잘 아물지 않는 경향의 허증(虛證)에

십전대보탕 또는 십전대보탕가미방을 활용하도록 제시했다.

조선의『방약합편(方藥合編)』에도

십전대보탕의 가미방인 가미십전탕(加味十全湯)이 실려있는데,

십전대보탕에 오약, 진피, 오미자를 추가하여

옹저에 사용하도록 만들어진 처방이었다.

이러한 활용방식은 현대로도 이어져

최근에도 각종 한의학 관련 학술지에

난치 경향의 피부궤양이나 욕창에 대한 처방으로

십전대보탕을 활용하여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증례보고가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조교수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
Posted by 약초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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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G 속 육군자탕의 모습은? (표 참조)

CPG 속 육군자탕은 어떤 모습일까?

육군자탕은 첫 출전 이래 줄곧

식욕저하를 동반한 상부 소화관 이상에 활용되어 왔는데,

그 모습이 그대로 CPG에 반영되어 있다.

총 14가지 CPG에 육군자탕이 등장하며,

기능성 소화불량(FD), 역류식도질환(GERD) 같은

상부 소화관 질환 뿐 아니라 각종 질환에 동반되는

상부 소화관 이상에 그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가장 빈번히 활용되고 있는 분야는 바로 “상부 소화관 질환”이었다.

그 중 ‘기능성 소화불량’에 대한 언급이 가장 많은데,

이는 관련 임상시험 결과가 축적되어 온 결과이다.

“심신증 진단, 치료가이드라인 2006”에는

구역, 가슴쓰림을 동반한 기능성 소화불량 처방 중

하나로 제시되었다.

제대로 기능성 소화불량에 대해 다룬 가이드라인

“기능성 소화관 질환 진료가이드라인 2015 기능성 소화불량(FD)”에서는

제일 먼저, 한방약 활용 시, 한방 고유의 개념인

증(證) 개념을 중시하여 처방해야 함을 설명하면서,

육군자탕 활용도 고려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그 근거로 육군자탕이 기능성 소화불량의 명치 팽만감,

트림, 구역 등의 증상을 개선했다는 임상 근거를 인용했고,

그 기전으로 소화관 운동기능 개선작용, 위 저류능 개선,

그렐린 혈장농도 상승작용을 언급했다.

‘역류식도질환’에 대한 내용도 찾을 수 있는데,

“역류식도질환(GERD) 진료가이드라인 2015(개정2판)”에서는

소화관운동개선약, 한방약(육군자탕)을 PPI와 병용하면

추가적인 증상개선효과를 볼 수 있다고 추천했다.

특히 육군자탕과 PPI 병용 시 PPI를

상용량의 2배로 투약했을 때와 유사한 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임상 근거를 들어 PPI 단독요법으로 역류식도질환 증상을

만족스럽게 조절하지 못했을 때, 육군자탕 병용요법을

사용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더 나아가 PPI 상용량으로 효과가 불충분한 경우,

선택해 볼 수 있는 치료옵션으로 i) PPI 종류 변경,

ii) 모사프라이드 추가, ii) 취침 전 H2RA 추가와 함께

iv) 육군자탕 병용을 들어 놓기도 했다.

동일 가이드라인에는 이와 함께,

‘수술 후 식도염’에 사용을 고려해볼 수 있는 것 중 하나로

육군자탕을 언급하기도 했다.

“중환자의학” 분야의 활용도 두드러진다.

“급성호흡부전에 따른 인공호흡환자의

영양관리 가이드라인 2011년판”과

“일본판 중증환자 영양요법 가이드라인”에서는

중환자 경장영양 중 흔히 발생하는 흡인(aspiration)을 막기 위해

소화관운동개선 효과를 가진 약제 또는 대장연동 및

배변촉진목적의 약제를 사용할 수 있음을 언급하면서,

소화관운동개선 효과를 가진 약제 중 하나로

모사프라이드와 함께 육군자탕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대장연동 및 배변촉진목적으로는

대건중탕을 사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 외, “고령자 안전한 약물요법 가이드라인 2015”에서는

고령자의 흡인을 예방할 수 있는 한방약 중 하나로

육군자탕을 언급했다.

“종양내과” 분야에서는 주로

암 환자의 소화기증상에 활약할 수 있는 것으로 언급되고 있다.

“암환자의 소화기증상 완화에 관한 가이드라인 2017년판”에는

‘암 환자 진료 시 배경지식으로 알아둬야 할 약제 해설’ 항목에

육군자탕과 관련된 해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암 환자의 식욕부진에 세로토닌 수용체 길항작용에 따른

그렐린 분비 촉진과 그렐린 분해 억제 작용이 있는

육군자탕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화학요법, 방사선치료가 원인이 아닌

암 환자의 식욕부진 자체에 대해서는 아직 관련

임상시험이 진행되지 않아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이것은 지금까지 진행된 대부분의 임상시험이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로 인해 발생한

식욕부진에만 맞춰져 시행된 결과로 보인다.

암 환자의 식욕부진 외에,

“암 보완대체요법 임상근거 2016년판”에서는

‘암 치료 시 사용할 수 있는 한방약’ 리스트 중,

위암 수술 후 발생한 역류식도질환에

육군자탕을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신건강의학 분야인

“섭식장애”의 소화기 증상에도 육군자탕이 추천되어 있다.

“섭식장애 치료 가이드라인”에는 섭식장애 환자의

소화기증상 개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약물로

모사프라이드, 돔페리돈, 테프레논과 함께

육군자탕이 이름을 올렸다.

소아 섭식장애를 다룬

“소아과의를 위한 섭식장애 진료 가이드라인

-소아심신의학회 가이드라인집 개정2판”에서도

소아 섭식장애에 동반된 위염, 위통에 대한 처방으로

육군자탕을 제시해 두었다.

소아의 반복적인 소화기증상에도 추천되어 있는데,

“반복되는 소아통증의 이해와 대응 가이드라인-

소아심신의학회 가이드라인집 개정2판”에서는

소아가 경험하는 흉부불쾌감을 동반한 상복부통과 복통에

사용할 수 있는 약물 중 하나로 다양한 한방약과 함께

육군자탕이 제시되었다.

이 외 몇몇 질환의 소화기증상에도

응용이 가능한 것으로 추천되어 있는데,

“전신성강피증 진단기준, 중증도분류, 진료가이드라인”에서는

강피증 환자의 상부소화관연동운동이상

(가슴쓰림, 팽만감, 오심 등을 보일 경우)에

활용할 수 있는 처방 중 하나로,

“뇌성마비재활가이드라인 제2판”에서는

뇌성마비의 합병증 항목 중 ‘장폐색 등,

소화기증상에 대한 대처법’ 관련 장에서

역류식도질환 발생 시 육군자탕을 처방해 볼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내용이 하나 있다.

치료적 진단을 위한 시험투여 약물로 육군자탕을 활용한 사례이다.

“난치성 천식 진단과 치료 매뉴얼 2019”에서는

난치성 천식과 감별진단이 필요한 질환으로 역류식도질환을 들면서,

이 때 시험투여를 해볼 수 있는 약으로 모사프라이드,

알긴산나트륨과 함께 육군자탕을 언급했다.

대부분, 해당질환에 뚜렷한 효과를 보이는 약물을

치료적 진단 차원에서 시험투여하게 되는데,

육군자탕의 역류식도질환에 있어 치료효과의 수준이

어느 정도에 해당하는 것인지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닌가 싶다.

임상의의 눈

육군자탕의 응용범위(야가즈 도메이)

1) 만성위질환

(식욕부진, 명치부 불쾌감, 탄산조잡 등, 빈혈경향, 맥복허연(脈腹虛軟))

2) 만성장질환

(식욕부진, 체력허약, 냉증, 쉽게 설사)

3) 병후 식욕부진

4) 허약자의 두통, 어지럼

5) 구토

(비위허약, 위내정수)

6) 설사

7) 허증 복막염

8) 허약자 감기, 기침, 허약 소아의 감기기침

9) 입덧

10) 식후기면

11) 신경쇠약

12) 중풍

13) 위암, 위궤양

(식욕부진, 명치통, 쇠약)

사실 지금까지 다뤄온 처방 중

역사적으로 가장 그 활용 범위에

큰 변화가 없는 처방이 바로 이 “육군자탕”이다.

첫 출전부터 지금까지 줄곧,

평소 소화기허약이나 급만성질환의 결과로

상부 소화관 운동 이상을 보이는 경우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역대 의가들과 현대 의학자들의 손을 거치면서

활용되는 질환 (병태가 아닌 질환)은 세분화되고 명확해졌다.

일본의 야가즈 도메이는 육군자탕의 활용범위를 위와 같이 정리했는데,

현재의 임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인용해본다.

여기까지만 하고 마치려 했으나,

노파심에 몇 글자를 더 적어본다.

일본의 여러 자료를 소개해 온 필자에게

“육군자탕이 정말 그렇게 소화기증상에 잘 듣나요?

제 경험에는 아니던데…”라는 말씀을 주시는 분들이 많다.

대부분 일본서적에는

“상부소화관 증상의 제1선택약 육군자탕”이라는

문구가 많이 등장하는데, 아마도 이 문구를 보고

하시는 말씀 같다.

한국 한의사들의 임상에

“상부소화관 증상의 제1선택약 육군자탕”이라는 문구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일본에서는 서양의학을 하는 의사들이

양약을 활용한 치료를 해보다가

한방치료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일단 양약이 잘 듣지 않았던 증례에

한방약을 활용할 기회가 많다.

그렇다 보니 나온 바로 이와 같은 문구가 나오게 된다.

실제로 일본에서 육군자탕이 처음 활용되었던 상황은

PPI가 잘 듣지 않는 역류식도질환이었다.

PPI는 8주 이상 연속사용하게 되면

골다공증 위험 증가 같은 위험한 부작용이 발생하기 쉬운데,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육군자탕이다.

갑자기 발생한 속쓰림이나 소화관 운동이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한의원에 방문했다면 오히려 “반하사심탕” 같은 처방이

제1선택약으로 쉽게 사용하기 더 좋다.

실제로, 이런 환자들은 복진을 해보아도

심하부 팽만감, 복부압통이 명확히 나타난다.

이런 경우, 육군자탕 보다는 반하사심탕이 더 적합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 간의 한방의료 상황에 차이가 있음을,

자료를 볼 때는 그러한 점을 고려해야 함을 기억해보면 좋을 것 같다.

 

참고문헌

1. 일본동양의학회 EBM 위원회 진료가이드라인 태스크포스(CPG-TF).

한방제제 관련 기록이 포함된 진료가이드라인(KCPG) 리포트 2019.

http://www.jsom.or.jp/medical/ebm/cpg/index.html

2. 조기호. 증례와 함께하는 한약처방. 우리의학서적. 서울. 2015. p.307-314.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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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초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