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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증례>

68세 남성.

5년 전, 발생한 파킨슨병으로

본원 외래에서 침구치료를 받고 있던 환자이다.

진행성 폐선암으로 진단받고 화학요법을 시작했는데,

화학요법 첫 번째 사이클 적용 후, 3일째부터

물 같은 설사가 하루 3~5회, 4일간 지속되었다고 한다.

이후, 시행한 검사에서 암의 축소가 확인되어

담당의로부터 동일한 투여량으로 화학요법 두 번째

사이클 진행을 추천받았다.

파킨슨병으로 평소 보행이 안 좋았는데,

설사를 자주하다 보니 화장실에 가던 중 넘어질 뻔했다며

걱정하며 상담을 요청했다.

이에 설사 발생 예방을 목적으로

두 번째 사이클 진행 1주 전부터 A 엑스제를

아침 저녁 식후 2시간째에 복용하도록 처방했다.

이후, 진행된 두 번째 사이클에서는

설사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후 네 번째 사이클까지 동일한 방식으로

A를 복용했으며, 설사 발생 없이 화학요법을 완수하였다.

 

오늘의 주인공 A는

바로 반하사심탕(半夏瀉心湯)이다.

반하사심탕은 중국 한대(漢代) 처방서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에 처음 등장한다.

당시, 잘못된 치료법 적용으로 인해 발생한

상부위장관 염증을 치료하는 처방으로 제안되었으며,

이후 그 적응증이 오랜 세월 유지되어 왔다.

이후 과학적 기전에 기반하여

최근에는 암 화학요법 시 발생하는 설사나 구내염 같은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는 처방으로

그 활용의 폭이 넓어졌다.

 

반하사심탕 개요

구성약물: 반하, 황금, 건강, 인삼, 감초, 황련, 대조

효능효과: 체력중등도이면서 명치가 갑갑한 느낌이 있고,

때때로 오심, 구토가 있으며 식욕부진하고 배에서 소리가

울리며 연변 또는 설사 경향인 다음 증상:

급만성위장염, 설사 및 연변, 소화불량, 위하수,

신경성위염, 위장허약, 숙취, 트림, 가슴쓰림,

구내염, 신경증 (일본 내 허가사항)

 

반하사심탕 활용의 발전사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반하사심탕은

중국 한대 『상한잡병론』에 처음 등장한다.

『상한잡병론』은 감염질환에 대한 처방을 서술한

『상한론(傷寒論)』과 그 외 다양한 질환에 대한 처방을

서술한 『금궤요략(金匱要略)』으로 구성되는데,

반하사심탕은 이 두 서적에 모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먼저, 『상한론』의 내용을 살펴보자.

『상한론』 태양병편(太陽病篇)에서는

“상한(傷寒) 5~6일째 소시호탕(小柴胡湯) 같은

화해제(和解劑)를 사용해야 할 시기에

사하(瀉下) 시키는 치료법을 잘못 적용한 상황”에 대한

대처법 중 하나로 반하사심탕 처방을 제안했다.

이 때, 함께 등장한 처방이 대함흉탕(大陷胸湯)이다.

『상한론』에서는 명치부 증상에 따라 대함흉탕과

반하사심탕을 구분하여 사용할 것을 주문했는데,

‘명치부가 그득하며 단단하고 아픈 상황’을

결흉(結胸)이라 부르며 대함흉탕을,

‘명치가 단지 그득할 뿐 아프지는 않은 상황”이라면

이것은 비(痞)에 해당하며 반하사심탕을 사용할 것을

추천했다.

여기서 ‘명치부의 그득함’은

위장관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적절하지 못한 치료법

적용으로 유발된 상부위장관 염증상태를 반영한

증상으로 볼 수 있으며, 그 강도와 경중에 따라

통증 동반 여부가 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곧, 『상한론』의 반하사심탕 적응증은

잘못된 치료법 적용에 따라 발생한

상부위장관 염증이었던 것이다.

『금궤요략』에는 반하사심탕 적응증의

보다 구체적인 동반증상이 함께 제시되었다.

『금궤요략』 구토홰하리병명증치제십칠

(嘔吐噦下利病脈證治第十七)에서는

‘구토하며 장명(腸鳴)이 있고, 명치부가 그득한 경우’에

반하사심탕을 적용하라고 제안했다.

『상한론』에서도 제시했던 ‘명치부 그득함’ 외에

구토와 장잡음항진 증상이 있을 수 있음을 언급한 것이다.

명치부 그득함과 구토는 상부위장관의 염증에 의한 증상

으로 생각되며, 장잡음항진은 상부위장관 염증이

하부위장관에 영향을 주어 발생한 위장관운동

항진 상태로 볼 수 있다.

『금궤요략』에는 『상한론』과 달리 부적절한 치료적용과

같은 전제조건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반하사심탕은 애초에 이유를 막론하고

상부위장관 염증이 발생하여 나타나는 명치부 불편감,

구토, 장잡음항진 등의 증상에 적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고안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거의 대부분의 고전 의서에서

‘위장관증상’을 논할 때, 반하사심탕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하지만 장잡음항진 외 연변이나 설사와 같은 증상에까지

사용하게 된 것 외에는 적응증 측면에서 큰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첫 등장이었던 『상한잡병론』의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며 사용되어 왔다.

그러던 중 반하사심탕은 1990년대 후반에 들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된다.

바로 암 화학요법 후 발생하는 지연성 설사의 예방 및

치료목적으로 활용되게 된 것이다.

이 적응증의 확대는 전통적인 적응증에 기반하면서

과학적으로 규명된 반하사심탕의 작용기전이 결부되며

진행되었다.

1998년 모리 그룹은

『암과 화학요법(癌と化学療法)』에

‘반하사심탕이 진행성 비소세포암에 있어

암 화학요법에 동반된 설사의 예방 및 경감에 유효하다’는

결론의 임상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이 연구결과 발표 이후,

반하사심탕의 항암제 이리노테칸 유발성 지연성 설사에

대한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임상시험이 최근까지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그 결과 역시 긍정적이다.

이리노테칸 투약에 따른 설사는

크게 투여 조기에 나타나는 급성 설사와

투여 8시간 이후 나타나는 지연성 설사가 있다.

급성 설사는 일과성인 경우가 많고,

항콜린제를 통해 대처가 가능하나,

지연성 설사는 때로 중증이 되고,

조절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보니 암 치료를 위한

화학요법 자체를 지속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바로 이 지연성 설사의 예방과 치료에

반하사심탕이 유의한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연성 설사는 장관 점막에 손상을 일으키는

원인에 해당하는 β-glucuronidase를 억제함으로써

치료 및 예방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반하사심탕에는 이 β-glucuronidase 억제작용을 지닌

글루크론산 포합체 역할을 하는 바이칼린(baicalin) 성분

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뿐 아니다.

최근에는 암 화학요법 유발성 구내염에도

반하사심탕이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2014년 아오야마 그룹이

『Cancer chemotherapy and pharmacology』에

‘반하사심탕이 위암 화학요법에 따른 구내염의

지속기간을 단축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결론의 논문을

발표한 뒤, 최근까지도 추가 임상시험이 진행되어

발표되고 있다. 이 결과 역시 긍정적이다.

마지막으로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 저항성을 보이는

위식도역류질환에 대한 근거도 확충되고 있다.

2019년 다케우치 그룹이

『Journal of Gastroenterology』에 관련 임상시험 결과

를 발표했다. 주목할 점은 이 효과가 비만하지 않은 환자,

비고령자에서 더욱 유의하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렇게 한약처방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처방 중

하나인 반하사심탕은 1990년대 후반부터

과학적 기전 규명을 토대로 그 적응증의 확대가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소개해 왔던 대부분의 처방이

개별 의사의 임상경험에 기초하여 처방 적응증의

확대를 이루어 온 것과는 차이가 있는데,

추후 우리가 한약처방의 적응증을 확대해 갈 때,

추구해야 할 방향성을 보여주는 한 표본이라고도

생각된다.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중풍순환신경내과 부교수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
Posted by 약초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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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G 속 황련해독탕의 모습은? (표 1 참조)

CPG 속 황련해독탕은 어떤 모습일까?

총 7가지 CPG에 황련해독탕이 등장한다.

모두 전통적인 의서에 등장했던 분야에서의

활용은 아니며, 현대에 이르러 확장된

적응증에서의 활용이다.

7건 모두 국소염증에 대한 적용이었다.

우선, 피부과 영역에서의 활용이 눈에 띈다.

총 3건의 CPG에서 아토피피부염에

대한 활용을 제안했다.

“아토피피부염 진료가이드라인 2015”에서는

임상근거를 갖춘 소풍산, 시호청간탕, 보중익기탕 외에도

사용을 고려할 수 있는 처방 중 하나로 황련해독탕이

제안되었다.

황련해독탕과 함께 사용 고려가 가능한 것으로

이름을 올린 처방은 억간산(억간산가진피반하),

계지복령환, 백호가인삼탕이었다.

알레르기질환 전반에 대한 임상권고사항을 담은

“알레르기 종합 진료가이드라인 2013”의

아토피피부염 항에도 위와 동일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다.

“알레르기성 질환 치료가이드라인 95개정판”에는

보다 구체적으로 성인형 아토피피부염에 황련해독탕을

사용할 수 있음을 권고하였는데, 특히 스테로이드 외용제

장기사용 증례에 한방치료를 고려할 수 있음을

제안하면서 황련해독탕의 소염, 해독작용을

활용해 볼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피부가려움에 대해서도 총 2건의 CPG가

황련해독탕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만성가려움 진료가이드라인”에서는

아직 근거가 충분치 않지만 아급성 단순성 양진(痒疹),

다형 만성 양진에 황련해독탕 사용을 고려해도 좋다고

언급했다.

“범발성 피부가려움 진료가이드라인” 역시

지금까지 발표된 피부가려움에 대한 문헌을 나열하며

그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가려움을 호소하는 고령환자에 대한

임상연구 결과를 소개했는데, 중간~실증일 경우

황련해독탕, 허증일 경우 우차신기환을 투약한 결과

항히스타민제와 동등한 수준의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고령자가 겪는 항히스타민제 부작용을 고려하면

중간~실증에 해당하는 노인에게는 황련해독탕을

적극 활용해 볼만하다.

부정 권고이지만 여드름에 대한 내용도 있다.

“여드름 치료 가이드라인 2017”에서는

염증성 피진, 면포에 대해 황련해독탕의

기존 임상근거를 검토한 결과,

아직 충분한 근거가 갖춰지지 않아

현 시점에서는 사용을 추천할 수 없다는

아쉬운 권고를 남겨 두었다.

아무래도 임상현장에서는 여드름에

황련해독탕이 필요할 시, 단독 처방 보다는

황련해독탕이 포함된 처방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점이 반영된 것 아닐까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이비인후과 영역에서

꽃가루 알레르기와 관련된 내용이 한 건 존재한다.

바로 “코 알레르기 진료가이드라인-통년성 비염과

꽃가루 알레르기”이다.

이 CPG에서는 황련해독탕의 꽃가루 알레르기에 대한

구체적 활용방안에 대해 서술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다양한 한방약 중 소청룡탕 만이

RCT를 통한 임상근거를 갖추고 있지만,

실제 임상현장 활용 시에는 증(證)에 따른 치료가

중요함을 강조하며, 사용을 고려할 수 있는 처방 중

하나로 제안이 되어 있다.

이 분야 역시도 황련해독탕 보다는 비슷한 상황에

형개연교탕 같은 처방이 보다 빈번히 활용되기 때문에

보다 확정적 임상근거를 갖추기는 어렵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임상의의 눈

필자는 현재 한방병원에서 한방내과,

그 중에서도 순환신경내과 분야의 진료를 맡고 있다.

그렇다보니 지금까지 소개한 상황 보다는

뇌신경질환 환자의 섬망이나 이상행동증상에

황련해독탕을 보다 많이 활용하고 있다.

최근, 치매 환자의 행동심리증상(BPSD)에 대한

억간산의 임상효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억간산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항정신병약과는 달리

‘과진정’ 없이 양적 행동심리증상을 억누를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 역시도 임상현장에서

그러한 효과를 누차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병동에서 뇌신경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케어하다 보면, 억간산은 즉각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야간 섬망이 심한 경우나 주간이라도 타 환자나

보호자, 간병인에게 공격적 성향을 보이는 환자의 경우,

투약을 통해 즉각적 효과를 낼 필요가 있는데

이 때 주로 활용할 수 있는 처방이 황련해독탕이다.

환자가 흥분상태에 있을 때,

즉각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용량의 2배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비보험제제의 경우, 한 번에 2포,

보험제제의 경우 한 번에 4포의 복용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황련해독탕 제제약이 정제로도 출시되고 있어

복약순응도도 높은 편이므로 병동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한의사라면 한 번쯤 기억해두길 바란다.

또한, 황련해독탕 사용 시

주의할 점에 대해 한 가지 짚고 넘어가려 한다.

최근 일본에서 주목하고 있는 한방약 관련 부작용이 있다.

바로 산치자로 인한 장간막정맥경화증 발생이다.

단순히 한두번 복용했다고 해서

발생하는 부작용은 아니며 일종의

“약재 축적성 부작용”으로 분류된다.

산치자를 함유한 처방을 3~5년 이상 장기복용한 뒤,

장간막정맥경화증이 발생한 사례들이 보고되면서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해지고 있다.

특히 일본 후생노동성에서는

이에 근거하여 2018년 산치자를 포함한 처방 중

다빈도 처방인 가미소요산, 황련해독탕, 신이청폐탕,

인진호탕은 ‘막연히 장기투여하지 말 것’이라는

약재사용안전발표를 하기도 했다.

따라서, 만약 산치자를 함유한 처방을

3~5년 정도 연복하도록 하고 있는 환자가 있는데,

복통, 설사, 변비, 복부팽만 등이 반복되거나

건강검진에서 대변잠혈반응이 양성으로 나온다면

일단 산치자 함유 처방을 중단하고 CT, 대장내시경을

시행하도록 권고하는 것이 좋겠다.

일본의 기타사토 동양의학연구소에서는

산치자를 3년 이상 지속복용하고 있는 환자에게

대장내시경검사 또는 CT 검사를 추천하고 있다고도

한다.

다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 부작용은

장기 복용 시에만 발생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한방약이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일본에서는

3~5년 장기복용이 흔한 일일 수 있어도,

대부분이 비급여 처방으로 한약복용을 이어가는

국내에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하지만, 사용할 약재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꼭 숙지해두어야만 하므로 주의를 기울여 둘

필요는 있겠다.

 

참고문헌

1. 일본동양의학회 EBM 위원회

진료가이드라인 태스크포스(CPG-TF).

한방제제 관련 기록이 포함된 진료가이드라인(KCPG)

리포트 2019.

2. 조기호. 증례와 함께하는 한약처방.

우리의학서적. 서울. 2015. p.416-420.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중풍순환신경내과 부교수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
Posted by 약초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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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증례>

76세 남성. 172cm, 81kg,

근육과 골격이 튼튼한 타입

3개월 전 발생한 뇌경색으로 좌반신소력이 지속되어

지팡이를 이용하여 보행하는 환자로 현재 좌반신소력에

대한 침구치료를 위해 정기적으로 외래에 내원하는

환자이다.

봄이 되면서 따뜻해지니 운동하기 편해져 좋은데,

최근 피부가려움이 야간이면 심하여

잠을 자기 어렵다고 한다.

피부를 살펴보니 특별한 발진은 확인되지 않으며,

수면시간에 긁어 발생한 소파자국이

양쪽 팔 여기저기에서 확인된다.

대소변 이상이 없고, 식사와 소화에도 큰 이상이 없으며,

평소 근육과 골격이 튼튼한 타입이었다는 점,

가려움이 심하면 잠시 방문을 열어두는데,

그래도 선선한 밤 공기가 방 안으로 들어오면

가려움이 조금은 진정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A 엑스제를 저녁 식후 2시간에 2포씩 복용하도록

처방했다.

그 다음 주 정규 침구치료를 위해 내원했다.

A 엑스제를 복용한 뒤, 이틀 째부터

가려움이 경감되기 시작했고,

3일 전부터는 전혀 가렵지 않아 잠을 잘 이룬다고 했다.

환자는 혹시 모르니 7일분만 처방을 해줄 것을 원하여,

가려울 때만 복용하라는 지시를 한 뒤 7일분을

추가 처방했다.

 

오늘의 주인공 A는 바로 황련해독탕(黃連解毒湯)이다.

황련해독탕은 중국 남북조시대에 출간된 처방서

『주후백일방(肘後百一方)』에 처음 등장한 처방으로

당시에는 감염상태가 지속되다가 발생한 정신착란 증상

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제안되었다.

이후 감염상태를 기본으로 한

적응증의 확대를 이어오다가,

현대에 이르러서는 흥분과 충혈을 동반한 정신신경증상,

신체증상 모두에 활용될 수 있는 처방으로

그 활용의 폭이 넓어졌다.

황련해독탕 개요

구성약물:

황련, 황금, 황백, 산치자

효능효과:

체력중등도 이상이면서 상열경향이며 안색이 붉고,

초조해하며 안정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경우의

다음 증상: 코피, 불면, 신경증, 위염, 숙취,

혈도증(血道症), 어지럼, 두근거림, 갱년기장애,

습진 및 피부염, 피부가려움, 구내염 (일본 내 허가사항)

 

황련해독탕 활용의 발전사

황련해독탕의 첫 등장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주후백일방』에 기록되어 있다.

『주후백일방』은 3세기경 중국 진(晉)의 갈홍(葛洪)이

편찬한 방서(方書) 『주후비급방(肘後備急方)』에

중국 남북조시대에 활약한 도홍경(陶弘景, 456 ~ 536)

이 101처방을 보완하여 출간한 처방서이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감염질환 후 발생한 정신착란 상태에

활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제시되었는데,

‘치상한시기온병방(治傷寒時氣溫病方)’ 항목에

“감염질환이 발생한지 6~7일이 지나 열이 극에 달하고

심하번민(心下煩悶)하며 미친소리를 하면서

귀신을 본 듯하고, 일어나 달려가려는” 증상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황련, 황백, 황금, 치자’로

구성된 조합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시 이 서적에서는 ‘황련해독탕’이라는 처방명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그 구성내역을 살펴보면

현재 우리가 이야기하는 황련해독탕이 분명하다.

황련해독탕이라는 처방명은 752년 중국 당(唐)의

왕도(王燾)가 출간한 『외대비요(外臺秘要)』에

처음 등장한다.

그래서 많은 서적에서는 『외대비요』를

황련해독탕의 출전으로 삼는다.

여기서도 역시 감염질환 후 발생한 정신착란 상태를

위주로 한 증상에 활용될 수 있는 처방으로 제시되었다.

당시 ‘최지제(崔知悌)’라는 의사가 경험한 내용을

수록하며 최씨의 처방, 곧 최씨방(崔氏方)에 해당하는

처방으로 분류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최지제는 당시 한 감염질환을 앓게 된 사람을 치료했는데

처음에는 치료 3일만에 발한(發汗)에 성공하여

치료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음주 후 증상이 다시

심해졌고, 이후 번민, 헛구역질, 입이 마르고 신음소리를

내며, 헛소리를 하고 편하게 누워있지 못하는 양상을

보이게 되었다.

이 증상에 황련해독탕을 활용하여 치료했다는 것이

당시의 경험이었다. 방후주(方後注)에는 이 증례 외에도

비슷한 사례에 황련해독탕을 처방한 결과,

좋은 치료성적을 거두었다며 이 기록이

일회성 경험은 아니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동시에 황련해독탕의 작용기전을

“해열독(解熱毒), 제혹열(除酷熱)”로 설명하여,

황련해독탕이 감염질환 진행에 따른

급작스런 전신의 실열(實熱) 축적의 결과 발생한

정신착란(흥분)에 사용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후 약 400년 간 특별한 추가 적응증은 없었다.

그러던 중 중국 금대(金代)의 유완소(劉完素)가

황련해독탕과 관련된 기록을 여럿 남기게 된다.

잘 알려진대로 유완소는 금원사대가 중

한량약(寒涼藥)을 주로 임상현장에서 많이 활용했던

의사이다. 그래서 였을까?

황련해독탕과 관련된 많은 기록을 남겼다.

그의 황련해독탕 사용법은 이전의 의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보다 확장된 활용범위를 제시했다.

감염질환의 정신착란 상태 외에도

일종의 감염질환의 신체합병증이라 할 수 있는

각종 출혈증상(혈뇨, 객혈, 코피 등)에까지

사용할 수 있음을 제시한 것이다.

그 내용은 『황제소문선명론방(黃帝素問宣明論方,

1172년)』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사열론(四熱論)’ 항목에서 위와 같은 상황에

대금화환(大金花丸)이라는 처방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처방은 황련, 황백, 황금, 대황으로 구성되고,

만약 변비가 없을 경우, 대황 대신 치자를 추가하여

사용한다고 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치자금화환

(梔子金花丸) = 황련해독탕이었다.

또한, 소화기능이 약한 환자에게

황련해독탕이 필요할 때의 사용법도 제시했다.

‘상한방(傷寒方)’ 항목에서는 직접 황련해독탕을

소개하면서 만약 복만(腹滿), 구토(嘔吐),

하리(下利)하는 경우라면 황련해독탕에

반하, 후박, 복령, 생강을 추가하여 사용하면 된다는

임상팁을 제시한 것이다(반하황련해독탕).

임상에서 황련해독탕을 사용하다 보면,

간혹 소화기능 이상이 있는 환자에게도 사용을 고려해야

할 일이 있는데, 이 때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가

아닐까 한다.

 

이렇게 활용범위를 넓혀 온 황련해독탕은

한 번 더 그 활용의 폭을 확장하게 된다.

바로 국소염증에도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의 조선 세종대(世宗代)에 출간된

『의방유취(醫方類聚, 1445년)』에는

황련탕이라는 이름으로 이 처방이 등장하는데,

“일체의 적독복열(積毒伏熱), 적목구창(赤目口瘡),

인후미란(咽喉糜爛)하며…”라 기록되어 이전과는 달리

안이비인후부의 염증 상태에도 활용될 수 있음이

제안되었다.

중국 명(明)의 설기(薛己)는 피부로

그 활용범위를 확장시켰다.

그가 출간한 『외과발휘(外科發揮, 1528년)』에서는

“적열창양(積熱瘡瘍), 흔종통(焮腫痛) …

구설생창(口舌生瘡)”이라고 적응증을 제시하며,

피부의 화농성 피부질환, 그리고 그에 동반된

정신착란 증상에 황련해독탕을 활용할 수 있음을

제안했다.

 

여기까지 소개한 전통적인 의서(醫書) 속

황련해독탕 활용의 발전사를 정리하면,

우선 전신 감염상태에 동반된

정신착란에 사용되던 처방이,

감염상태에 동반된 출혈 합병증에도

사용될 수 있는 처방으로 발전했고,

이후에는 안이비인후나 피부와 같은

국소부위의 염증에 활용될 수 있는 처방으로까지

발전하여 주로 감염상태에서 발생하는

임상상황에 활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그 활용의 방향이 매우 많이 변했다.

감염질환 보다는 오히려 만성적 내과질환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먼저, 흥분을 동반한 정신착란 상태에

활용되던 약효를 활용하여 정신적 안정이 필요한

각종 신경증(불면증, 치매 환자의 흥분성

이상행동증상, 두통, 분노조절장애 등)에

활용하게 되었다.

또한, 명확한 열증(熱證)을 동반한

국소의 염증을 억제하던 약효를 활용하여

여드름과 같은 피부의 화농성 염증질환,

꼭 염증이 동반된 것이 아니더라도

그 억제성 약효를 활용하여 환자의 가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처방으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임상활용 현황이 반영되어

현재 일본과 한국의 황련해독탕 엑스제 적응증에는

체력은 중등도 이상인 환자의 흥분성 정신심리증상과

충혈성 또는 염증성 신체증상(코피, 위염, 숙취, 어지럼,

두근거림, 갱년기장애, 습진 및 피부염, 피부가려움,

구내염 등)이 수록되어 있게 되었다.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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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G 속 계지가작약탕,

계지가작약대황탕, 소건중탕의 모습은?

(표 1, 2 참조)

CPG 속 계지가작약탕,

계지가작약대황탕,

소건중탕은 어떤 모습일까?

총 8가지 CPG에 이 처방들이 등장한다.

앞서 소개했던 각 처방의 발전사를 그대로 반영하여

계지가작약탕과 계지가작약대황탕은

주로 복부팽만감, 복통, 그리고 설사

또는 변비를 동반한 소화기계 이상과 관련된

권고에 주로 등장한다.

소건중탕 역시 역사적으로 이어져 내려온

“허로(虛勞)”라는 키워드가 그대로 반영되어

주로 허약성 병태와 관계된 권고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가장 주목할 질환은 바로

“과민성대장증후군(IBS)”이다.

“기능성 소화관질환 진료가이드라인

2014 과민성대장증후군(IBS)”에서는

기존의 근거를 토대로 판단했을 때,

IBS 치료에 한방약을 활용해볼 것을 제안하면서,

근거가 있는 처방으로 계지가작약탕을 언급했다.

보다 자세한 권고사항은

“만성변비 진료가이드라인 2017”에 등장하는데,

여기에는 만성변비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한방처방을 수록하고

임상활용 시 도움이 될 만한 처방관련 정보

(사용목표, 하제로서의 타입, 해당처방의 특징)가

제공되어 있다.

이 중 오늘의 주인공인

계지가작약탕과 계지가작약대황탕도 등장하는데,

계지가작약탕은 교대형 IBS,

계지가작약대황탕은 변비형 IBS에

활용하도록 권고되어 있다.

두 처방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표 2에 정리해 둔다.

각종 상황 별 변비에 대한 내용도 주목해 볼만 한다.

먼저, 소아의 만성변비 관련 내용을 보자.

“소아 만성기능성 변비 진료가이드라인”에는

오늘의 주인공인 세 처방이 모두 등장한다.

소아변비를 경련성 변비와 이완성 변비로 나누어

처방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

다들 예상하겠지만, 작약을 함유한 이 세 처방이

경련성 변비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제시되어 있다.

참고로 이완성 변비에는

대건중탕과 대황을 함유한 한방처방을

적용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소아에 이어 임산부 변비와 관련된 내용도 보인다.

“임신, 수유와 약 대응 기본 매뉴얼 (개정판)”에서는

계지가작약탕과 소건중탕을 임산부 변비에

응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덧붙여 대황, 망초, 견우자 같은 약재를 함유한

한방처방은 유산을 유발할 위험성이 있어

사용하기 어려움도 덧붙였다.

반복적으로 호소하는 복통을 호소하는

소아에 대한 대처 관련 내용도 보인다.

“반복되는 소아 통증의 이해와 대응 가이드라인

-소아심신의학회 가이드라인집 개정2판”에서는

반복적으로 복통, 상복통을 호소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한방처방으로

3 처방이 모두 이름을 올렸다.

특히 허약체질 경향의 소아가 보이는 복통에

이 3 처방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 점을 참고하면 좋겠다.

의외일 수도 있으나

신경계질환에서도 이 처방들이 보인다.

“일본신경치료학회 표준적신경치료: 삼차신경통”에는

삼차신경통에 긍정적 효과를 보인 것으로

보고된 적 있는 한방처방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중 소시호탕과 함께

계지가작약탕을 사용했던 증례가 함께 소개되어 있다.

또한, 소아의 기립성 조절장애에는

소건중탕이 추천되어 있다.

“소아 기립성 조절장애 진단, 치료 가이드라인

-소아심신의학회 가이드라인집 개정2판”에서는

기존의 치료법이 효과를 내지 못하는 중증례에

소아 본인이나 가족이 희망할 경우

각종 보완대체요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반하백출천마탕, 보중익기탕, 진무탕과 함께

소건중탕을 소개했다.

중증 기립성 조절장애를

심각한 허로(虛勞)의 병태로 판단하여

제안한 내용인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야뇨증에 소건중탕이 추천되어 있다.

“야뇨증 진료가이드라인 2016”에는

야뇨의 병태

(다뇨, 과민성방광, 수면장애, 스트레스)에 따른

한방처방 사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 소건중탕은 과민성방광 병태의

중간증(中間證)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제안되어 있다.

작약을 사용해야 할 정도로 긴장을 잘하면서도

실증으로는 볼 수 없는 경우

소건중탕을 활용하면 될 것이다.

임상의의 눈

지금까지 살펴 본 내용을 요약하면,

이들 계지가작약탕 유방(類方)은

중간~허증 경향, 경련성, 긴장성 병태를 보이는

소화관 이상에 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소건중탕은 교이를 함유함으로써

소화관 뿐 아니라 전신계통에도 응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

계지가작약탕 유방을 활용하려 하면,

이 세 처방을 감별할 명확한 포인트가 없어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때 도움이 될 만한

타츠노 카즈오가 제시한 팁(tip)을 전달한다.

그는 『일본동양의학회기요』 제1집

“상한론 금궤요략 요방해설”에서

계지가작약탕을 기준으로

나머지 두 처방과의 감별점을 제시했는데,

참고할만 한다.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계지가작약탕증의 주소는

복부팽만, 복통, 설사 등이며,

정적인 경향을 보이고, 상충(上衝) 등은 없다.

… 복부에 저항이 있더라도 대개는 얕은 부위에만 있다.

… 복통에 사용할 때는 소건중탕과 감별이 필요하다.

리허(裏虛)의 정도는 소건중탕이 더 심하며,

전체적으로 허로 경향을 보인다.

또한, 계지가작약탕증은

복벽 전체가 얇고 긴장되어 있으나,

소건중탕증은 주로 복직근이 긴장되어 있다.

하지만 두 처방증 모두 복벽이 연약한 경우도 있다.

계지가대황탕증은 더욱 실증 경향이다.

복부 저항도 심부에서 나타난다.

하지만, 압통은 계지가작약탕증과 계지가대황탕증

모두 나타나므로 그것 만으로는 구별이 어렵다.”

또한, 최근에는

계지가작약탕이 IBS에 많이 사용되는데,

IBS 치료 시 가미소요산과 사용법을

구분을 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주로 가미소요산증은

소화기 증상 외 호소증상의 폭이 넓은 편이나,

계지가작약탕은 소화기 증상에 국한된다.

또한, 가미소요산증은 변비형,

계지가작약탕은 교대형일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마지막으로 계지가작약탕증의 경우가

가미소요산증에 비해 평소 위장기능이

약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참조해 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막상 임상에서

계지가작약탕 유방을 사용하고자 할 때,

하나 아쉬운 점이 바로 온보진통(溫補鎭痛)의 효과가

비교적 약하다는 것이다.

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부자를 가미하면 된다는 의견이

『유취방광의(類聚方廣義)』에 있으며,

이 처방을 ‘계지가작약부자탕’이라 명명했다.

임상현장에서 계지가작약탕 유방을 활용할 때

참조가 되길 바란다.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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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증례>

35세 남성. 마른체형.

변비와 설사를 교대로 반복하는

소화기증상이 있어 한의원에 내원했다.

평소 소화기가 약하다고 느끼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험기간만 되면 비슷한 증상이 있었는데,

최근 직장을 옮겨 적응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다시 증상이 심해졌다고 한다.

요 며칠 간은 회의 도중에도 복부불편감을 느껴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는 등 업무에도 지장이 생겼다고 한다.

복부 진찰을 해보니 복부가 전반적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보이고 있다.

상기 호소를 교대형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진단하고,

평소 위장이 약하고 스트레스가 유발요인이라는 점,

복부진찰 소견을 참고하여 A 엑스제를 1일 3회 투약했다.

2주 뒤, 경과관찰을 위해 내원했다.

복약 5일차부터 증상이 경감되었고,

2일 전부터는 직장을 옮기기 전과 같이 복부상태가 편해졌다고 한다.

지금은 편하지만, 추후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시 증상이 생길까 두렵다고 하여,

A 엑스제를 증상 재발 시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미리 처방해두기로 하였다.

 

오늘의 주인공 A는 바로 계지가작약탕(桂枝加芍藥湯)이다.

계지가작약탕은 중국 한대(漢代)

『상한론(傷寒論)』에 처음 등장한 처방으로

당시에는 급성 발열성 질환에 대한

오치(誤治)의 결과 발생한 소화기증상에 활용하는 처방이었다.

이후 각종 소화기증상에 대한 적용이 시도되었고,

최근에는 위 증례와 마찬가지로 교대형 과민성대장증후군에

가장 먼저 활용을 생각해볼 수 있는 처방으로 발전하였다.

이번 편에서는 이러한 계지가작약탕과 함께,

통상 계지가작약탕 유방(類方)으로 불리는

계지가작약대황탕, 소건중탕의 활용 발전사와

CPG 속 모습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다.

 

계지가작약탕,

계지가작약대황탕, 소건중탕 개요

(계지가작약탕)

구성약물:

계피, 작약, 생강, 대조, 감초

효능효과:

복부팽만감이 있는 다음 증상:

무지근한배, 복통 (일본 내 허가사항)

 

(계지가작약대황탕)

구성약물:

계피, 작약, 생강, 대조, 감초, 대황

효능효과:

체력 중등도 이하, 복부팽만감, 복통이 있고,

변비가 있는 다음 증상: 변비, 무지근한배 (일본 내 허가사항)

 

(소건중탕)

구성약물:

계피, 작약, 생강, 대조, 감초, 교이

효능효과: 체력 허약, 쉽게 피로하고 복통이 있으며,

혈색이 좋지 않고 때때로 두근거림, 손발 번열감,

냉증, 도한, 빈뇨 및 다뇨 등을 동반한 다음 증상:

소아허약체질, 피로권태, 만성위장염, 복통,

신경질, 소아야뇨증 (일본 내 허가사항)

 

계지가작약탕, 계지가작약대황탕,

소건중탕 활용의 발전사

이 세 처방은 그 구성의 유사성 때문에

계지가작약탕 유방으로 불리며,

모두 중국 한대의 『상한론』과 『금궤요략(金匱要略)』,

곧 『상한잡병론(傷寒雜病論)』을 원전으로 한다.

먼저, 계지가작약탕에 대해 살펴보면,

『상한론』 태음병편에 “태양병에 하법(下法)을 사용한 뒤,

복부팽만감이 있고, 때때로 배가 아픈 경우를 치료한다”고 하여,

오치(誤治)에 따라 발생한 복부증상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제안되었다.

곧, 사하법(瀉下法)이 필요한 상황이 아닌데(태양병),

사하법을 사용하여 오히려 소화관 연동운동이 항진되었고,

그 결과 과긴장에 따른 경련의 결과로 복부팽만 또는

복통이 일어난 경우에 사용하도록 권고된 것이다.

오치가 일어난 상황이 태양병 상태였기 때문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태양병도 함께 고려하여

계지가작약탕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계지가작약대황탕의 첫 등장도 동일한 조문이다.

다만,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이

원전인 『상한론』에서의 명칭은 ‘계지가대황탕’이라는 점이다.

이 명칭 때문에 본 처방이

계지탕 + 대황일지 계지가작약탕 + 대황일지에 대한 논쟁은 있으나,

일단 현대에는 대부분 계지가작약탕 + 대황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관련 제제약 역시 이 조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상한론』으로 돌아오면,

위에서 언급한 조문에 바로 이어

“(계지가작약탕을 사용해야 할 상황에서) 대실통(大實痛)”할 때,

계지가작약대황탕을 사용하는 것으로 권고했는데,

이는 오치 이후 발생한 소화관 이상에 계지가작약탕의 효능 외에

대황의 사하작용, 소염작용이 함께 필요한 상황을 상정한 것으로 보인다.

『상한론』 이후, 대부분의 서적에서는

위의 사용법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관련 병리기전에 대한 다각적 해설을 수록했다.

그러던 중,

일본의 후루야 치하쿠가 저술한 『고방괄요(古方括要)』에는

계지가작약탕과 계지가작약대황탕의

매우 다양한 증상과 질환에 대한 활용법이 처음 수록된다.

먼저, 이질(痢疾) 문에서는

“적리(赤利), 소복통(少腹痛)하며 발열, 두통이 있고,

소화되지 않은 음식을 그대로 배설하는 설사”에

계지가작약탕을 사용할 수 언급했는데,

이 외 다음 각 문에서는

계지가작약탕과 계지가작약대황탕을 비교하며 제시하고 있다.

복통문에서는 “때때로 복통하며 대변이 무른 경우, 계지가작약탕”,

“때때로 복통하며 대변을 보지 못하는 경우, 계지가작약대황탕” 이라고 했으며,

소아과 경풍(驚風)문에서는

“소아가 야제하며, 대변이 무르고 대변이 늘어난 경우, 계지가작약탕”,

“소아가 야제하며, 대변이 단단하고 줄어든 경우, 계지가작약대황탕”,

두(痘)문에서는

“계지탕증이면서 복통, 자리하는 경우 계지가작약탕”,

“계지탕증이면서 대변이 나오지 않는 경우 계지가작약대황탕”,

마지막으로 외과 둔옹(臋癰)문에서는

“둔부 화농성질환에 복부가 팽만하고

대변은 무르면서, 간혹 토하는 자, 계지가작약탕”,

“둔부 화농성질환 초기, 발적종창 및 통증이 있으며,

마치 돌같이 굳어진 듯 하고, 대변이 나오지 않는 경우,

계지가작약대황탕”이라 언급하며 대변상태에 따라

두 처방을 감별하여 사용할 수 있음을 제안했다.

이후 아라키 쇼지는 『고방약낭(古方藥囊)』에서

계지가작약탕의 적응증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감기 등으로 배가 부르고 아픈 경우,

혹은 단지 배만 부른 경우, 냉증이 있으면서 배가 부르고 아픈 경우,

치핵통증이 심한 경우, 평소 변비가 있어 사하제를 남용한 경우”에

계지가작약탕을 사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내용 중 특히,

사하제를 사용하여 배변해도 깨끗한 느낌이 들지 않아

불쾌감이 있을 때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은

‘평상 시 변비약을 많이 복용했지만 불쾌감이 남는 사람’에게

적용해 볼만한 내용이 아닌가 싶다.

이후, 근현대 일본의 한방의학자인

야마모토 이와오는 『동의잡록(東醫雜錄)』에서

계지가작약탕과 계지가작약대황탕의

『상한론』 조문에 대한 해설을 하면서

최초로 “경련성 복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그 처방 적응증의 병태를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작약의 효능을 진통, 진경작용으로 규정했으며,

계지가작약탕을 그 작약의 효과가 강화된 처방인 것으로 해설했다.

그는 이러한 맥락에서 계지가작약탕을 일종의 진경제로 규정했고,

계지탕 보다는 작약감초탕의 변방에 가깝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또한, 이러한 병태인식을 바탕으로 적응증의 확대도 시도하여,

원래 한증(寒證)인 사람이 요관결석에 의한 산통발작을 보일 때

약간 한성(寒性)을 보이는 작약감초탕 보다

계지가작약탕을 활용할 수 있음을 제안하기도 했다.

최근에 일본에서 나오는 각종 한방의학서적에는

이들 계지가작약탕 유방에 대해

“경련성 복통, 경련성 변비”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병태인식은 모두 이 야마모토 이와오의 의견에서

나온 것이라 봐도 무방하겠다.

 

마지막으로 소건중탕 사용의 발전사를 살펴본다.

소건중탕은 그 구성이 ‘계지가작약탕 + 교이’인 관계로

계지가작약탕 유방 중 하나로 불린다.

하지만, 비교적 근대 이전까지

소화관 이상에만 국한되어 활용되어 온 계지가작약탕과는 달리,

첫 등장부터 전신의 다양한 이상에 활용되어 왔는데,

그 키워드는 바로 “허로(虛勞)와 급박(急迫)”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건중탕의 원전 역시 『상한잡병론』이다.

『상한론』 태양병편에서는

“상한(傷寒)에 걸려 양맥색(陽脈嗇), 음맥현(陰脈弦)하며,

복중급통(腹中急痛)할 때” 사용하도록 권고하여,

복통에 사용했던 계지가작약탕과

그 활용범위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금궤요략』에서는 다른 면모를 보인다.

먼저 혈비허로병맥증병치제육(血痺虛勞病脈證幷治第六)에서

“허로하며 리급(裏急), 두근거림, 코피, 복통, 몽정, 사지통증,

수족번열, 인후 및 구강건조한 경우”에 사용할 것 권고했으며,

황달병맥증병치제십오(黃疸病脈證幷治第十五)에서도

“남성의 황달이 소변자리(小便自利)하면 허로로 보아

소건중탕을 쓸 수 있다”고 했으며,

마지막으로

부인잡병맥증병치제이십이(婦人雜病脈證幷治第二十二)에서는

“부인 복중통(腹中痛)”에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종합하면,

계지가작약탕의 급박(경련성)에 허로가 겸해진 경우,

그에 따른 각종 증상(두근거림, 출혈, 몽정, 통증, 번열감,

건조감, 황달, 여성의 생리통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제안되었던 것이다.

소건중탕은 그 시작부터 광범위한 적응증을 가져서였을까?

이후 후대에도 “허로+급박”라는 키워드를 유지하며,

그 명맥을 이어왔다.

이러한 처방 활용의 발전사와

현대에 들어 이루어진 증례보고의 집적,

실험연구의 결과가 종합되어

일본에서 2010년대 초반 출간된

각종 “영역별 EBM 한방처방 사용법 시리즈”에도

계지가작약탕 유방이 등장한다.

“EBM에 근거한 소화기내과 영역 한방 사용법”에서는

계지가작약탕을 변비와 설사가 교대로 나타나는

교대형 과민성대장증후군(IBS)의 제1선택으로 제안했으며,

“소아과 한방기본처방 제2판”에서는

소아 허약상태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소건중탕을 수록하기에 이르렀다.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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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G 속 소시호탕의 모습은? (표 1 참조)

CPG 속 소시호탕은 어떤 모습일까?

총 10가지 CPG에 소시호탕이 등장한다.

앞서 소개했던 소시호탕 관련 간질성폐렴 발생의 경험 때문일까?

소시호탕에 대해서는 유효성 관련 컨텐츠도 분명 존재하나

부작용 관련 유의사항을 담고 있는 CPG 역시 적지 않다.

우선, 원 처방의 목적대로

호흡기계질환 관련 권고가 가장 많다.

기관지천식 관련 권고가 있는데,

“알레르기질환 치료가이드라인 95개정판”에서는

기관지천식에 대한 한방약 사용법을

발작기인 급성기와 관해기인 만성기로 나누어 제시했다.

이중 중등도의 체력을 지닌 만성기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소시호탕과 시박탕을 제안했다.

감기치료에 대한 권고도 있다.

“호흡기질환 치료용 의약품의 적정사용을 목적으로 한 가이드라인”에서는

『상한론』 조문의 내용 그대로 5일 이상 경과한 감기환자

(기침, 구강내 불쾌감, 식욕부진, 권태감을 동반한 경우)를

대상으로 시행한 위약대조 임상시험의 결과를 토대로

아급성기 감기환자에 대한 소시호탕 활용이 가능함을 언급했다.

“임신 수유와 약-대응 기본 매뉴얼(개정판)”에서는

임산부 감기에 활용할 수 있는 처방약 중 하나로

소시호탕을 제안하기도 했다.

여기에 함께 이름을 올린 한방약으로는

향소산, 삼소음, 맥문동탕, 시호계지탕,

시호계지건강탕, 소청룡탕, 갈근탕이 있다.

신경계질환 중에는 삼차신경통과 관련된 권고가 있다.

“일본신경치료학회 표준적신경치료-삼차신경통”에서는

근거수준이 비록 증례보고 수준이기는 하지만

소시호탕을 활용해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소시호탕 외 오령산, 시호계지탕, 시호가용골모려탕,

계지가작약탕, 작약감초탕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구강건조감을 해결하기 위한 처방으로 제안되기도 했다.

아마도 『상한론』 조문 속 ‘혹갈(或渴)’과 관련

방후주(方後註)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과민성방광 진료가이드라인 제2판”에서는

항콜린제 사용에 따른 구강내 건조감을 개선할 수 있는

한방약 리스트를 제안했는데, 여기에 소시호탕이 등장한다.

소시호탕 외에 백호가인삼탕, 자음강화탕, 오령산, 맥문동탕,

십전대보탕, 시호계지건강탕, 팔미지황환, 당귀작약산,

시박탕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쇼그렌증후군 치료지침 매뉴얼”에서도

쇼그렌증후군의 건조증상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소시호탕과 함께 맥문동탕, 인삼양영탕을 수록해두었다.

마지막으로

소시호탕의 부작용을 언급하고 있는 내용을 살펴보겠다.

이미 널리 알려진 간질성폐렴 관련 내용을 일단 찾아볼 수 있다.

약인성 호흡기장애에 대한 가이드라인인

“약인성 폐장애 진단, 치료 매뉴얼 2018 [제2판]”에서는

소시호탕 관련 간질성폐렴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다루고 있다.

주요내용을 요약하자면,

우선 앞서도 언급했듯 소시호탕 관련

간질성폐렴은 C형 만성간염에서 주로 발생한다.

특히, C형 간염바이러스 감염 자체가

간질성폐렴의 발생과 악화에 관여할 가능성도 있다.

C형 간염 자체도 면역학적 반응이 일어나기 쉬운 병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C형 간염 환자에게 소시호탕을 투여할 때 특히 주의가 필요하며,

간질성폐렴으로 의심할 수 있는 마른기침과 같은 증상이

복약 2개월 이내에 발생했다면 조기 투약중지와 함께

검사진행이 필요함이 제안되었다.

“산부인과진료 가이드라인-부인과외래편”,

“고령자 안전한 약물요법 가이드라인 2015”에서도

동일한 간질성폐렴 관련 부작용을 설명했다.

이 외, 출혈성방광염 관련 주의가 필요함을 언급한 CPG도 있다.

“남성하부요로증상 전립선비대증 진료가이드라인”에서는

소시호탕이 알레르기성 방광염을 일으켜

출혈성 방광염의 원인이 된다고 언급했다.

소시호탕이 함유된 소시호탕의 변방

(시박탕, 시령탕, 시호계지탕)도 함께

출혈성 방광염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이 언급되었다.

본 부작용은 알레르기 반응에 의한 증상인만큼

투약을 중단하면 소실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상의의 눈

필자는 지금까지

소시호탕의 항염증효과에만 초점을 맞춰 서술했는데,

현재 동양의학을 하는 전세계 의료인들

(한국 한의사, 일본 의사, 중국 중의사)에게

소시호탕은 단순히 감염증을 치료하는 약이 아니다.

왠지 모르게 날카로우면서도 식사는 잘 하지 않는 소아나

아토피나 습진과 같은 각종 피부질환 등을 대상으로

일종의 체질개선약으로도 활용되고 있으며,

그와 관련된 보고도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사실 현대 임상현장에서 소시호탕은

이러한 방면에서 더욱 빈번히 활용되고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된 최초의 언급을

일본의 일관당의학(一貫堂醫學) 관련 서적인

『모리 도하쿠 선생전』 (1933년, 야가즈 카쿠 저) 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관당의학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본 연재의 ‘온청음편’을 참조해주길 바란다.)

독자분들의 임상진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당 내용을 요약하여 소개한다.

우선 체질개선을 위해 소시호탕을 사용해야 할 사람은

일관당의학에서 제시한 시호청간산이나

형개연교탕을 사용해야 할 체질과 유사하다고 언급했으며,

이 체질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소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감염성 질환에 자주 이환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특히 연약하지는 않은 몸을 가졌지만,

왠지 모르게 신경질적인 소아에서 효과적이라는 언급을 하였다.

곧, 감염상황에 자주 빠지는 사람 중 그다지 허약하지는 않은 경우

활용할 수 있는 처방이라는 취지의 내용인데,

앞서 계속 살펴본 것처럼 항염증효과를 지닌 약이다 보니

별로 특별한 내용이 아니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무엇보다 스스로의 감염방어능을 키워야 할 현재로선

매우 중요한 내용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울러 비록 드물게 발생하는 부작용이라고는 하나

간질성폐렴이나 출혈성방광염 발생 가능성에 대해

항상 숙지하는 것이 좋겠다.

의료인이라면 수 백 명의 환자를 호전시키더라도

단 한명에서 발생한 부작용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1. 일본동양의학회 EBM 위원회 진료가이드라인 태스크포스(CPG-TF).

한방제제 관련 기록이 포함된 진료가이드라인(KCPG) 리포트 2019.

http://www.jsom.or.jp/medical/ebm/cpg/index.html

2. 조기호. 증례와 함께하는 한약처방. 우리의학서적. 서울. 2015. p.188-196.

3. 薬剤師のための漢方薬の副作用―正しい服薬指導のためにー第2版. 協和企劃. 2014.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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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증례>

24세 남성.

감기증상으로 한의원에 내원했다.

평소 건강한 편이다.

5일전부터 증상은 시작된 것 같은데,

소염진통제를 복용했지만 아직도 열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입맛은 없고, 때때로 구역감이 있다고 호소했다.

소화기증상을 동반한 아급성기 감기로 판단하고,

호소증상을 고려하여 A 엑스제를 1일 3회 투약했다.

이후로 약 6개월 뒤,

해당환자가 다시 내원했다.

이번 호소증상은 최근 1개월간

매우 자주 감기에 잘 걸린다는 것,

그리고 그 때마다 약은 복용해도

완벽히 감기가 떨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전에 처방받은 A가 바로 효과가 났었다며

이번에도 한방약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고 했다.

현재 약 3주간 식욕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평소 체력은 중간정도이며 살집 역시 탄탄한 편이다.

약간은 예민하여 별 것 아닌 일에도 신경 쓰는 일이 잦다.

이번에도 상기 진찰소견을 고려하여

A 엑스제를 1일 3회 투약했다.

약 2주 뒤, 남아있던 감기로 인한 식욕부진과

컨디션 저하가 해결되었다고 한다.

이번 처방이 매우 좋다며 추가복용을 원했다.

따라서 1개월간 추가 복용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오늘의 주인공 A는 바로 소시호탕(小柴胡湯)이다.

소시호탕은 중국 한대(漢代)

『상한론(傷寒論)』, 『금궤요략(金匱要略)』에

처음 등장한 처방으로 두 서적을 합쳐 총 20회나 언급된

당대의 최고 베스트셀러 처방이다.

당시 호흡기계, 간담도계, 위장관계에 발생한

아급성 염증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치료처방으로 제안되었고,

이후 비교적 근현대에 이르러서는 폐결핵, 만성간염에 적용되었으며,

최근에는 감염이 잦은 환자의 체질개선용 처방으로까지

그 활용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소시호탕 개요

구성약물:

시호, 황금, 인삼, 반하, 감초, 생강, 대조

효능효과:

1. 체력중등도이면서 상복부 팽만감이 있어 괴로우며,

설태가 있고, 입속불쾌감, 식욕부진, 때때로 미열,

오심 등이 있는 다음 상황:

모든 급성열성질환, 폐렴, 기관지염, 기관지천식,

감기, 림프염, 만성위장장애, 산후회복부전

2. 만성간염의 간기능장애 개선 (일본 내 허가사항)

소시호탕 활용의 발전사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시호탕은

한대 『상한론』 『금궤요략』에서 첫 모습을 보였다.

무려 20회나 다양한 상황에 적용되었는데,

모두 소화기이상을 동반한 감염상태에 적용되었다.

대표적인 적응증은

급성 열성질환을 다룬 『상한론』 속

‘태양병맥증병치(太陽病脈證倂治)’에 등장한 내용으로,

한열왕래(寒熱往來), 흉협고만(胸脇苦滿), 식욕부진과

구토 같은 소화기 증상이 동반된 아급성기 감염질환이었다.

『상한론』과 달리 감염질환을 제외한

기타 내과질환을 아우르는 잡병(雜病) 관련 내용으로 구성된

『금궤요략』에서도 소시호탕은 활용되었다.

주목해서 볼만한 내용은 크게 2가지이다.

우선, ‘황달병맥증병치(黃疸病脈證倂治)’에서

복통, 구토를 동반한 황달에 사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고,

‘구토홰하리병맥증명치(嘔吐噦下利病脈證倂治)’에서는

구토하며 발열할 때 소시호탕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내용은 『상한론』 조문에도 동일하게 등장했었다.

『상한론』과 『금궤요략』의 내용을 종합하자면,

소시호탕은 애초부터 인체 호흡기계, 위장관계,

간담도계의 염증에 두루두루 적용되었다.

첫 등장부터 인체의 다양한 계통에 적용된 탓일까?

이후 출간된 다양한 의학서적에서는

『상한론』과 『금궤요략』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답습하면서

추가된 증후에 따른 가감법(加減法) 정도를 제시하는 수준에서

소시호탕의 활용법을 언급했다.

급기야는 그 사용법이 그대로 이어져 내려와

전 항목에서 소개한 소시호탕 엑스제의

‘일본 내 허가사항’ 역시도 『상한론』 『금궤요략』의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사실, 소시호탕은 일본에서

근대~최근까지도 가장 널리 활용되어 온 처방이다.

1941년 『한방과 한약(漢方と漢薬)』라는 잡지에 소개된

‘일본한방의사현황 조사통계’ 중

‘한방의 일상 최대 빈용처방 통계’에 따르면

전체 154개 처방 중 1위가 소시호탕이었다.

당시 효과적인 치료약이 없어

만성 염증상태에 놓여있던 폐결핵 환자들에게

‘소시호탕’이 매우 널리 사용되었다고 한다.

소시호탕은 ‘시호-황금’의 항염증 조합에

‘인삼-반하’라는 소화기 보호조합이 배합된

각종 염증상태에 사용되어 왔던 처방이기 때문에

당시 일본 한방의들의 선택은 매우 탁월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1996년 중대한 사건이 터지고

소시호탕의 활용빈도는 격감하게 된다.

바로 ‘간질성폐렴’ 부작용 보고이다.

1990년대 초반 일본에서는

만성간염 환자의 간기능장애에 대한

소시호탕의 유효성 관련 보고가 줄이어 발표되었다.

『상한론』에 등장한 ‘흉협고만(胸脇苦滿)’과

『금궤요략』에서 제시한 ‘황달’에 대한 사용에

모티브를 얻어 진행한 임상연구의 결과였다.

그 결과, 많은 의사들이

만성간염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변증(辨證) 없이

병명투여로서 소시호탕을 활용하게 되었고,

소시호탕을 복용하는 환자가 약 100만명에 이르게 되었다.

그야말로 임상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소시호탕 전성기가 열렸던 것이다.

1996년 소시호탕 간질성폐렴 부작용 관련 보도를 한

국내 중앙일보의 기사제목이

“일제 간염약 과립 ‘소시호탕’ 위험”이었고,

당시 연간 소시호탕 매출이 약 3천억원이었다고 하니

소시호탕이 얼마나 간염에 널리 쓰였는지 알 수 있다.

어쨌든1996년 일본 후생성은 1994년 1월 이후

소시호탕을 처방 받은 만성간염 환자 중 88명이

간질성폐렴으로 진단되었고, 이 중 10명이 사망했음을 공표한다.

당시 다음과 같은 금기사항이 추가되었는데,

이 내용은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으며,

대한민국 식약처 역시 동일한 내용을 인정하고 있다.

첫째, 고령자에게 30일 이상 투여

둘째, 인터페론 제제 투여 중인 환자

셋째, 간경변, 간암 환자

넷째, 만성 간염에서 혈소판수가 100,000/㎣ 이하인 경우

이후 한동안 소시호탕의 활용빈도는 격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시호탕이

만성간염 치료에서 완벽히 퇴출된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소시호탕 복용 중인 만성간염 환자에서의

간질성 폐렴 발병빈도는 1만명당 1명 정도로 매우 드물다

(인터페론의 경우 500명 중 1명 정도로 보고됨).

다음으로 대부분의 간질성폐렴은

인터페론과의 병용 상황에서 발생했다.

셋째, B형 만성간염이나 간경변 환자에서는

간질성 폐렴이 거의 보이지 않고,

특유의 면역항진상태에 놓인 C형 만성간염이나

간견병 환자에서 나타났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상기 ‘금기사항’을 최대한 참조하면서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현재까지도

만성간염 환자의 간기능장애 개선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소시호탕의 활약은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감염증학회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코로나19에 대한 한방치료”라는 주제의 문서를

특별기고 형태로 홈페이지에 업로드하여

학회회원들에게 공유했는데,

여기 실린 통치방의 구성처방 중 하나가

바로 ‘소시호탕’이었다.

해당 기고문에서는 중국에서 제안한

‘청폐배독탕’을 통치방으로 제안하면서,

일본의 한방약 엑스제 현황을 고려하여

“소시호탕가길경석고” + “마행감석탕 + 위령탕”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언급하였다.

중국 한대에 아급성기 감염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창방되었던 처방이

현대의 신종 감염질환에도 응용되기에 이른 것이다.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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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G 속 온경탕의 모습은? (표 1 참조)

CPG 속 온경탕은 어떤 모습일까?

총 6가지 CPG에 온경탕이 등장하는데,

지금까지 살펴 본 부인과질환에서

신경증, 피부질환으로의 적응증 확대의 역사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우선, 가장 전통적인 적응증인 부인과질환에 대한 기재가 있다.

“산부인과 진료가이드라인-부인과외래편 2017”에서는

‘갱년기장애’에 사용할 수 있는 한 처방으로 온경탕을 제안했다.

근거수준은 III등급

(다수의 관찰기록, 임상적의견, 권위자의견)이었지만,

권고수준은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였다.

여기서 온경탕과 함께

동일한 등급의 권고를 받은 처방으로는

시호계지건겅탕, 당귀작약산, 가미소요산,

계지복령환, 온청음, 오적산, 통도산, 삼황사심탕이 있었다.

“섭식장애의 진단과 치료 가이드라인 2005”에서도 온경탕이 등장한다.

그런데 섭식장애 자체가 아닌 ‘무월경’ 상태에

활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온경탕을 제안했으며,

그 작용기전으로 “LH-RH 방출촉진”을 언급했다.

의외로 가장 많이 언급된 분야는 ‘신경정신계통’ 질환이다.

우선 섬유근통에 대해 사용이 제안되었다.

“섬유근통 진료가이드라인 2017”은

온경탕 가 현호색을 사용하여 증상이 호전되었던 증례를 인용하여

섬유근통 진료 시 활용할 수 있는 한방약 중 하나로

온경탕 가 현호색을 추천했다.

“일본신경치료학회 표준적신경치료: 만성통증”에서도

섬유근통에 사용할 수 있는 한방약 중 하나로 온경탕을 추천했다.

특히, 여성의 월경주기나 냉증에 동반하여

섬유근통의 악화가 있을 경우, 계지복령환, 가미소요산,

작약감초탕, 온경탕 등을 활용할 수 있음을 언급하였는데,

이는 전통적으로 온경탕이 월경이상에 활용되었던 점을

반영한 것으로 판단된다.

‘수면장애’에 활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제안한 지침도 있다.

“수면장애의 대응과 치료 가이드라인 제2판(2012년)”에서는

“민간요법, 한방, 건강보조식품으로 수면제를 대신할 수 있을까?”라는

임상질문에 대해 다양한 한방약 중 온경탕을

수면장애에 활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함께 제안이 된 처방은 대시호탕, 시호계지건강탕,

반하후박탕, 억간산, 귀비탕, 산조인탕이었다.

이 지침에서는 위와 같은 한방약들이 자율신경계 활동과

기분의 안정화를 통해 수면촉진효과를 발휘한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피부질환 관련 기록도 확인이 된다.

앞서, 오츠카 케이세츠나 호소노 시로 등이

피부질환에 온경탕 활용이 가능함을 제안한 사실을 소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월경주기에 따라

악화와 완화를 반복하는 피부질환,

특히 여드름에는 온경탕이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드름 진료가이드라인 2017”에서는

온경탕과 관련된 보고가 대부분 기술연구

(증례보고나 증례집적연구)임을 들어 충분한 근거가 없어

아직은 추천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수록했다.

하지만, 추후 보다 높은 수준의 근거가 축적된다면

본 권고는 변경될 수 있으므로 앞으로의 근거축적을

기대해 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상의의 눈

지금까지 살펴 본 것과 같이

온경탕은 갱년기 여성의 부정성기출혈이나

가임기 여성의 난임, 월경이상에 활용되던 처방에서

각종 신경정신계통의 질환(섬유근통, 수면장애),

피부질환에 활용할 수 있는 처방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 활용하기 위해서는

온경탕 사용이 적합한 보다 구체적인

핵심 증후를 파악해둘 필요가 있다.

여기서는 필자가 평소 임상에서

온경탕 사용에 참고로 하고 있는

2가지 자료를 소개하며 본고를 마무리하려 한다.

먼저, 피부질환에 대한 온경탕 활용을 강조했던

호시노 시로의 전문가 의견이다.

호시노 시로는 『한방치료 방증음미』에서

온경탕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월경이상에 대한 언급이나,

하복부가 냉하다는 언급을 전혀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환자 본인이

그 증후에 대해 인식을 하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이 때 주목해서 봐야할 증후를 “입술건조”로 꼽았다.

특히, 수장각화증이나 습진 같은 피부증상을 보이면서

구내염이 있다거나 입술건조감이 있다면

최우선적으로 온경탕 사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음은 도쿄여자의대 한방의학과

기무라 요코 선생의 임상연구결과를 소개한다.

총 70명의 냉증 호소 환자를 대상으로

온경탕을 투약한 뒤 그 효과를 분석한 결과,

온경탕이 주효했던 환자에서는 전신의 냉증이 아닌

족부 냉증과 함께 “입술건조”가 존재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필자는 주로

병동에서 족부 냉증과 입술건조가 병존하고 있는

수면장애 환자나 족부냉증을 주로 호소하며 내원한 환자인데

“입술건조”가 확인될 때, 주로 ‘온경탕 엑스제’를 활용하고 있다.

독자들께서도 임상에서 활용해 보시길 추천한다.

참고문헌

1. 일본동양의학회 EBM 위원회 진료가이드라인 태스크포스(CPG-TF).

한방제제 관련 기록이 포함된 진료가이드라인(KCPG) 리포트 2019.

http://www.jsom.or.jp/medical/ebm/cpg/index.html

2. 조기호. 증례와 함께하는 한약처방. 우리의학서적. 서울. 2015. p.285-288.

3. 은석민 옮김. 후시수 지음. 호희서 금궤요략강의. 물고기숲. 경기. 2017. p.410-412.

4. Kimura Y. Identification of indicators of efficacy

of the kampo formulation unkeito for cold syndrome,

using a patient-based questionnaire database.

Traditional & Kampo Medicine. 2016;3(2):123-128.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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