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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화]

 

먼 옛날 바닷가 마을에

어린 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추금이라는 한 과부가 있었다.

그 집 앞뜰에는 봄이면 붉은 색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꽃들을 가득 심어 놓았는데 그 꽃의 향기가 언제나 집안 가득하였다.

추금은 많은 정성을 들여 그꽃을 가꾸었다.

“이 꽃은 죽은 내 남편이 해마다 정성들여 가꾸어 오던 꽃이니

꽃송이가 필 때마다 마치 남편을 본 듯 반갑구나.

그러면서도 슬픈 이 심사는 알 수 없어라.

나를 두고 먼저 떠난 남편이 그립고 야속해라.”

이 무렵, 마을의 매파(중매쟁이)가

추금에게 재혼할 것을 졸라대기 시작하였다.

“내 말 들어 보시오! 떠난 사람을 한평생 안고 어찌 살려고 하시오?

새댁은 아직 젊고 예쁘니 팔자를 고쳐 보시오.

젊으나 젊은 사람이 왜 허구헌날 죽은 사람을 못잊어

우거지상을 해가지고 살아야 한단 말이오.

우리가 살아봐야 몇 백 년을 사는 것도 아니고

마음을 한번 고쳐먹어 보시오.”

“그 무슨 해괴한 말씀을 다 하시오.

옛부터 일부종사(一夫從事)라 하였거늘 내 안 들은 것으로 하리다.”

첫 마디에 단호하게 거절하였지만

매파가 여러번 반복해서 재혼할 것을 권하자

젊은 과부의 마음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봄날,

뜰에 핀 붉은 해당화가 갑자기 흰색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생각한 추금은 꽃을 살펴보기 위해 꽃밭으로 나갔다.

뜻밖에 밭에는 죽은 남편이 나타나서 미소를 짓고 서 있었다.

“부인! 내가 다시 돌아왔소.”

부인은 생각지도 못했던 기쁨에 눈물을 흘리며 남편의 따뜻한 품에 안겼다.

이후, 이들 부부는 아들과 함께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어느 해 그심한 가뭄이 들었다. 모든 풀과 나무가 말라 죽어 갔다.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 사람들은 저마다 살길을 찾아 고향을 떠났다.

“여보, 넓은 만주땅으로 갑시다.

그곳은 가뭄이 들지 않았다고 하니 농사를 지을 수 있을게요.

그곳으로 가서 농사를 지으며 삽시다.”

“예. 그리하겠습니다. 당신이 결정하셨으니 저는 따를 밖에요.”

부인은 남편의 드세 따라 이삿짐을 쌌다.

가재 도구를 챙기며 부인은 아끼고 보살폈던

해당화 꽃 한 그루를 캐어 소중히 싸들고 길을 나섰다.

이들 부부가 만주땅으로 가서 정착한지도 어언 10년이 지났다.

고왔던 부인의 얼굴에는 주름살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고,

어린 아들도 이제는 어엿한 장정이 되어 곧 결혼도 시켜야 할 처지였다.

그러던 어느 날, 뒷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던

아들이 독사에게 물려 갑자기 죽고 말았다.

이들 부부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여보, 여기서 살면 죽은 아들 생각이

더욱 간절할테니까 다시 고향으로 돌아갑시다.”

부인도 남편의 뜻에 따라 아들의 시신을

뜰의 꽃밭에 묻어 주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옛 집으로 돌아온 부부는 열심히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그들은 이젠 자식을 낳을 수는 없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금슬이 더욱 좋아졌다.

어느 날, 부인은 나무를 하러 가는 남편을 따라 길을 나섰다.

이들 부부가 산에 으르러 나무를 하고 있을 때였다.

절벽 위에 아름답게 피어 있는 꽃 한 송이가 부인의 눈에 띄었다.

부인이 그 꽃을 몹시 갖고 싶어하자 남편이 아내를 위해 절벽을 기어 올라갔다.

그러나 남편은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그만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앗!”

부인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정신을 잃고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엄마! 엄마!”

부인은 자신을 부르는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 소스라치게 놀라 깨어났다.

그런데 산속에 있어야 할 자신이 뜻밖에도 자신의 방안에 앉아 있었다.

부인은 그제야 자신이 꿈을 꾸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부인은 더욱 허전했다.

부인은 곧 뜰로 나가 꽃을 살펴 보았다.

밤 사이에 붉은 꽃이 흰색으로 많이 변해 있었다.

“흔들리는 내 마음을 바로잡아 주기 위해

죽은 남편이 꿈에서나마 일생을 같이 하여 주었구나.”

부인은 그동안 매파로 인해 흔들렸던 자신을 반성하고 마음을 더욱 굳게 하였다.

그 후 훌륭하게 장성한 아들은 무과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으로 떠났다.

그런데 이때 만주 지방의 오랑캐들이 쳐들어와

추금 부인을 납치해 가 버리고 말았다.

부인은 비록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웠기 때문에 오랑캐 두목은

그녀를 아내로 삼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부인은 끝내 거절하였다.

그런데 기이한 것은 두목의 집이

그 옛날 부인이 꿈속에서 남편과 함게 살던 만주의 바로 그 집이었던 것이다.

두목은 완강히 거절하는 추금 부인을 방에 가두어 놓고

매일 찾아와 열쇠를 주며 아내가 되어 달라고 졸라댔다.

그러나 추금은 끝가지 열쇠 뭉치를 밖으로 내던져 버리고 말았다.

이 때 무과에 급제한 아들이 한양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어머니가 오랑캐에게 끌려 갔다는 사실을 안 아들은

병사들을 이끌고 어머니를 구출하기 위해 만주 당으로 숨어 들었다.

아들은 마침내 어머니가 갇혀 있는 곳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 곳을 밤에 급습하여 무사히 어머니를 구출해 냈다.

이 때 부인이 아들에게 말했다.

“이 집은 너희 아버지께서 끝까지 나를 지켜주신 집이다.”

부인은 그 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아들에게 소상히 들려 주었다.

그러고 뜰로 나간 부인은 또 한번 깜짝 놀랐다.

지난날 꿈속에서, 죽은 아들을 묻었던 곳과

열쇠를 내던졌던 곳에 노란색의 해당화가 피어 있었던 것이다.

부인은 그 꽃들을 캐어 품에 안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아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았다 한다.

해당화는 정원에 관상용으로 흔히 심으며

꿀이 많아 양봉 농가의 밀원(蜜源)으로 가치가 높다.

한방 및 민간에서 매괴화라 하여

뿌리를 다른 약재와 함께 처방하여 치통·관절염 등에 쓴다.

출처: 문화원형백과 한의학 및 한국고유의 한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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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초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