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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 효능 달라 구분해 써야

필자는 아직도 어린 시절 초여름이 되면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왜 그렇게 피로를 느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요즘 와서 생각해보면 넉넉한 집안이라도

농촌생활은 고루 먹지 못하여

비타민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어머니는 가끔 따뜻한 봄날에 딸린 식구들과 같이

들이나 산에 올라가 이름모를 산나물을 캐고 돌아와서는

저녁에는 국도 끓이고 나물도 무쳐 맛있게 먹었던

쌉쌀하고 독특한 맛과 향기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때는 어떤 나물이었는지 이름을 몰랐으나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특히 본초학을 전공하다보니

어릴 적 먹었던 그 나물 하나는 창백출의 어린잎이었고

다른 하나는 마타리(敗醬) 잎이었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한방계에서는

창백출만은 수입하지 않고 80년대까지 자급자족하였으나

땔감의 연료가 유류나 가스로 전환되면서 나무숲이 우거져

햇볕이 들지 않아 산에 창백출(蒼白朮)의 서식이 줄어들고

캐는 사람도 많지 않아 자연히 물량이 적게 출하되기 시작하면서

값싼 중국산과 북한산이 대신 수입되어 사용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산야에는 흰 꽃이 피는 창백출(蒼白朮)만이 있었는데

어릴 때에는 잎이 한 개인 백출(白朮)과 2~3년이 지나면

잎이 3개가 거치상으로 분리되어 창출(蒼朮)이 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학자에 따라서는 분류학적으로 여러 가지 설이 있고

국내에도 유사종이 1~2종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지만

대개 뿌리의 괴근은 1년일 때에는 둥근 형태로 되어있고

쪼개면 흰 전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염주처럼 일년마다 마디줄기를 갖고 옆으로 뻗어나가고

쪼개면 속에는 전분이 적고 섬유질과 기름기가 있는 황백색을 띤다.

특히 영남지방에서 산출되는 백출은 속이 희고 여물다고 하여

영백출(嶺白朮)이라고 하였으며 그 품질을 최상품으로 인정하였다.

옛날부터 백출을 쓸 때에는 겉껍질을 벗기고 말린 것을 구입하여

다시 쪄서 얇게 협도로 썰어서 건비(健脾)에는

황토흙을 같이 초하여 황토를 버리고 백출을 쓰고,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장내에 가스가 생산되어 발생하는

복창(腹脹)에는 밀기울과 같이 초하여 백출만을 쓴다.

그러나 창출은

껍질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말린 것을 구입하여

다시 쌀을 씻은 쌀뜨물에 하룻동안 담아 제독하여

초해서 발한, 제습 목적으로 쓴다.

그런데 시중에 창백출 말린 것을 썰어 쓰기 위해서는

한번 찜통에 쪄서 썰어 쓰는 것이 대부분인데

찜통에 넣고 찌면 그 향기(정류성분 5~8% 주 atractylon)냄새가

매우 구리고 고약한 냄새가 난다.

특히 창출인 경우에 더욱 심하다.

이 창출에 들어있는 주성분이 除濕, 發汗, 健脾에

중요한 약리작용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정유성분이 많으면 독성 작용을 나타낸다.

어항속의 물고기에 투여하면

고기가 마비되어 활동이 저하되고 결국 사망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런 이유 때문에 옛 사람들은 제독하기 위해

백출은 황토나 밀기울 껍질과 같이 초하고

창출은 쌀뜨물에 제독하여 쓰는 슬기를 발휘했다고 생각된다.

이와 같이 한국 한방계에서는 괴근의 형태와 품질 차이를 구분하여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백출과 창출을 구분하여 사용하여 왔을 뿐

식물 분류학적으로 구분하여 쓰지는 않았다.

한방본초 기록 중 본초경에는 출(朮)이라고 하여

창백출(蒼白朮)의 구분없이 사용하여 썼으나

후대에 내려오면서 명의별록에 적출(蒼朮)과 백출(白朮)을 구분하여 썼고

송대부터 창출이란 명칭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백출이란 출(朮)의 뜻은 빛이 희고 형상이 혼탁하다는 뜻이고

창출(蒼朮)의 창(蒼)은 빛이 흑색을 띄고 있다는 뜻이다.

그 효능에 있어서

백출은 달고 온(溫)한 성미를 갖는 약으로 건비, 제습의 효과가 있고

창출은 맛이 신(辛), 고(苦), 감(甘)하고 성미가 溫한 거습발한(去濕發汗)시키는 약이다.

즉 백출은 보성(補性)을 갖고 있지만 창출은 補性이 없다.

이와 같이 품질과 효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구분하여 쓰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산출되는 창출(蒼朮)과

중국에서 산출되는 창백출은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중국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식물학자들에 따르면 삽주속에는 아시아에 4종이 있고

그 중 우리나라에는 1종만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북한 식물학자의 기록에 의하면 큰삽주(Atractylodes chinensis DC)와

조선삽주(A Koreana Kitam)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꽃이 붉은 Atractylodes macyocephala Koidz를 백출이라고 하고

꽃이 흰 Atractylodes lancea (Thunb) DC.를 모창출(茅蒼朮),

Atractylodes Chinensis(DC) Koidz (흰꽃)를 북창출(北蒼朮)이라고 하여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품종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일개 식물의 신구(新舊)에 따라 품질을 달리하여 백출과 창출을 구분하여 썼고

중국은 식물 분류학적으로 구분하여 썼다고 볼 수 있다.

강병수(동국대 한의대 교수)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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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초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