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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의 내 옆자리에 60대 초반의 신사가 앉는다.

그의 손에는 뜯겨진 영어 사전 몇 장이 쥐여져 있다.

단어를 모조리 외워 유창하게 영어로 말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용기가 놀라웠다. 말을 트자 그는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고 묻는다.

농업을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대답하자 그가 말했다.

“우리나라는 화학비료를 너무 써서 흙이 산성화되었어요.

피에이치(pH)가 7.1쯤 되는 약알칼리라 작물이 잘 자라는데 참 문제가 많아요.

그렇지 않아요?”라며 자신 있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동의를 구한다.

“그렇지 않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화학비료 때문이라고 믿지만 그건 오해예요.”

“아니에요. 우리나라 바위는 석회암이라 당연히 흙이 알칼리여야 하는데

화학비료를 너무 퍼주어서 산성이 된 거지요.”

 

나는 확신에 찬 그의 결론에 어이가 없었다.

우리나라 모암의 55%는 산성암인 화강암이고 석회암은 강원도에 약간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가 온통 석회암으로 덮여 있다 해도 흙이 산성으로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연 1천2백mm나 되는 강수량 때문이다.

이렇게 강수량이 많으면 흙 속의 칼륨(K)과 나트륨(Na)은 물론

칼슘(Ca)과 마그네슘(Mg)까지 씻겨 내려간다.

칼슘과 마그네슘이 씻겨 내려가면 산성이 안 될 수가 없다.

세계의 곡창지대를 보면 강수량이 600mm 내외이며

흙 속에 칼슘과 마그네슘이 많이 들어 있다.

자신 때문에 흙이 산성화되었다는 말을

화학비료가 알아듣는다면 당장 펄펄 뛸 것이다.

비료는 말할 것이다.

농사를 전혀 짓지 않은 산 흙과 오래 농사를 지은 밭의 피에이치를 재보라고.

산 흙은 4.4~5.0인데 비해 밭은 5.1~6.1로 밭이 0.7~1.1 더 높다고.

비료가 피에이치를 높였다고?

흔히 우리가 산성비료라고 알고 있는 요소와 염화가리도 중성비료이다.

과석이나 중과석은 산성비료이지만, 요즘 흔히 쓰는 용인은 알칼리비료이다.

흔히 썼던 비료 중에 산성비료는 유안밖에 없다.

물론 석회와 규산질비료를 썼기 때문이다.

그러니 비료가 흙을 산성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전적으로 틀린 말이다.

 

그 노신사는 사람 피의 피에이치가

약알카리(7.3~7.4)라는 점 때문에 흙도 약알칼리가 좋을 것이라고

확대 해석하는 모양인데 천만의 말씀이다.

거의 모든 작물은 대체로 6.5~7.0에서

가장 잘 자라고 양분의 유효도도 극대에 이른다.

빗물과 작물에 의해 손실되는 칼슘과 마그네슘을

매년 석회고토로 보충해주어야 농사가 잘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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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초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