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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담근 김치마다

맛이 무덤덤하고 지리기까지 한 것도 있다.

언제나 여름철 떠난 입맛을 찾아주던

양배추 김치조차도 영 제 맛이 아니다.

 

아내는 나름대로 분석하고 나서 말한다.

“동네에서 얻어다 담근 김치는 감칠맛도 있고

몇 달을 먹어도 싱싱한 채로 맛이 변하지 않았어요.

맛없는 김치는 시장에서 사온 김칫거리예요.

화학비료만 주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아내의 말이 맞다.

 

오산으로 이사 온 후에

농사짓는 이웃과 친한 덕으로 자주 채소를 얻어다 먹는데,

지난 해 가을 맹 선생 댁에서 얻어다 담은 무청김치는

가을 내내 밥상을 즐겁게 해 주었고,

올 유월에 얻어온 포기 배추도 정말 감칠맛이 있었다.

맹 선생은 일 년에 한 번씩 돈분을 차로 사다 밭에 듬뿍 뿌려 줄 뿐,

화학비료는 전혀 주지 않는데도

콩, 토마토, 옥수수, 상추 등 어떤 작물이든지 잘 자란다.

 

질소-인산-칼리 3요소만으로도 얼마든지 농사가 된다.

그러나 유기질비료 없이 화학비료만 주면 맛이 없는 것은 물론,

시고 떫고 저장성도 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영양가도 떨어진다.

화학비료만 주면 왜 맛이 떨어지고 유기물을 주면 좋을까?

특히 질소비료는 채소에 들어가 단백질이 되면서 시고 떫은 유기산을 만든다.

반면, 유기물에는 수많은 종류의 양분이 들어 있다.

아미노산을 비롯한 유기성분과 맛을 좌우하는

황과 여러 가지 무기물이 골고루 들어 있어 유기산의 맛을 누른다.

맛은 한두 가지 성분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오미자에는 신맛, 단맛, 쓴맛, 매운맛, 짠맛 등 다섯 가지 맛이 있다.

여름철 오미자를 우려 마시면 시금털털하지만 또 마시고 싶은 묘한 맛이 있다.

여러 가지 성분이 함께 있을 때 이렇게 오묘하고 깊은 맛이 난다.

유기물을 주면 다양한 성분이 흡수되어 맛이 좋다.

 

유기농산물이 몸에 좋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기물의 또 다른 장점은 흙의 수분과 양분 저장능력을 키워

작물이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편안하게 자랄 수 있게 만든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화학비료에 치우쳐서 양분균형을 깨왔다.

유기물은 소비자가 좋아하는 농산물을 안전하게 생산하도록 하는 가장 좋은 농자재이다.

화학비료만으로 생산한 농산물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메마르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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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초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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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비도 도망친다.

걸어서 도망치는 것이 아니고 날아서 도망친다.

밭에 퇴비를 뿌려주고 한참 있다 가보면 푸석푸석한 것만 남아 있다.

그에 비해 흙에 닿아 있는 부분은 여전히 퇴비 덩이로 남아 있다.

퇴비 그대로 공기 중에 노출되어 있으면

그중에 어떤 성분은 빗물에 녹아 땅 속으로 들어가지만

대부분 햇빛과 바람에 삭아버린다.

물론 미생물이 먹어치우기도 한다.

 

우리는 ‘유기물’과 ‘부식’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유기물은 무기물의 반대되는 말로 썩는 것은 무엇이든 유기물이다.

볏짚도 유기물이고 가축 분뇨도 유기물이다.

유기물을 밭에 넣으면 끊임없이 변한다.

미생물의 밥이라 온갖 미생물이 다 덤벼 뜯어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후에 남는 것이 검은색의 물질인데 이것이 ‘부식’이다.

갈색인 낙엽을 파 내려가면

낙엽의 모양도 없어지고 검은색의 흙을 발견한다.

바로 부식이 흙 알갱이와 결합한 것이다.

 

유기물이 부식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흙 알갱이와 함께 있어야 결합해서 안전한 꼴로 된다.

이렇게 흙과 결합한 부식은 몇십 년 또는 몇백 년 동안

안정된 상태로 남아서 흙을 풍요롭게 해 준다.

이와 반대로 공기 중에 노출되어 있으면

유기물의 주성분인 탄수화물이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어 공중으로 흩어진다.

화학비료 중 특히 질소질 비료도 뿌리고

그대로 놓아두면 날아서 도망간다.

그러므로 유기물이나 비료를 주고 나서는

반드시 경운을 해 흙과 섞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 농업인은

유기물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농사의 승패는 유기물의 다소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사토만으로는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것은 유기물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유기물은 그 자체가 양분의 덩어리이자,

미생물의 밥이고 양분의 저장고이고,

토양 개량제로서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유기물 넣기가 어려우면 땅이 놀 때

녹비를 가꿔서 환원시켜주는 방법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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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초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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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이 풍족한 시대에 사는

요즘 세대는 ‘안남미(安南米)’를 모를 것 같다.

50대 이상의 세대들은 ‘안남미’하면

입 안이 버석버석한 느낌이 들며 고개가 절로 가로저어질 것이다.

‘안남’은 베트남을 가리키고

안남미는 베트남 산 쌀을 뜻한다.

통일벼가 나오기 전에는 모자란 쌀을

베트남에서 수입해서 먹었던 시절이 있었다.

찰기가 없는 인디카종이라 식은 밥은 불면

날아갈 정도로 끈기가 없어서 먹고 일어서면 배가 허전했다.

찰기 있는 밥이 좋듯이 식물에게도 찰기 있는 흙이 좋다.

흙덩이를 물에 담가본다.

모래흙은 알알이 모두 풀려 바닥에 가라앉지만

어떤 흙은 흙탕물이 조금 일 뿐 고스란히 덩이째로 바닥에 가라앉는다.

앞서도 말했지만, 흙 1g에는 모래알갱이와 점토 6백만~9천억 개나 있다.

알갱이들은 원래 알알이 놀았지만, 본드가 알갱이들을 서로 붙여놓아 덩이를 만들었다.

알갱이가 워낙 작은 점토는 한번 서로 붙으면

엄청난 힘을 가해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지만,

모래 알갱이는 쉽게 흩어진다.

본드로 알갱이들이 서로 붙어 있는 상태를 ‘떼알조직’이라 하고

모래처럼 흩어져 있는 상태를 ‘홑알조직’이라고 한다.

그럼 어떤 쪽이 작물에게 좋을까?

물론 떼알조직이다.

흙덩이의 구성을 보면 50%는 알갱(고상)이지만 나머지 50%는 공간이다.

이 공간은 물(액상)과 공기(기상)로 채워져 있어서 뿌리가 요구할 때 공급한다.

홑알조직은 알갱이들이 이 공간을 메우고 있어서 물과 공기가 있을 곳이 없다.

뿌리는 숨이 막히고 목이 마른다. 물론 뿌리가 자유롭게 뻗을 수도 없어 자람도 나쁘다.

그래서 알갱이들을 붙여주는 본드가 절대로 필요하다.

흙의 본드는 유기물과 석회다.

유기물을 먹은 곰팡이가 진을 내서 흙 알갱이를 서로 붙여주고,

남성(+)성질이 있는 석회는 여성(-)인 흙 알갱이들을 양팔로 붙잡아서 붙여준다.

유기물과 석회는 이렇게 홑알조직을 떼알조직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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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초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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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키가 작은 만큼 뱃구레도 작아서

식당에 가면 언제나 밥을 너덧 숟갈 덜어놓고 먹곤 한다.

같은 돈을 내고 덜 먹는 것도 억울한데

친구들에게 ‘고양이 밥’ 먹는다고 놀림까지 받는다.

나는 속으로 ‘밥 많이 먹으면 일찍 죽는다더라.’며 위안한다.

 

실제로 의학자들은 위를 8할 정도 채우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한다.

또 그게 국제적으로 공인된 사실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내 위장은 두 그릇은커녕 한 그릇도 많다.

흙에도 뱃구레, 즉 양분을 저장하는 창고가 있다.

창고가 크면 비료를 많이 저장할 수 있고 작으면 조금만 저장할 수 있다.

나머지는 지하로 흘러 들어가거나 빗물에 씻겨 내려간다.

흙에서 비료를 저장하는 창고의 크기를 가리켜

‘양이온교환용량(Cation Exchange Capacity, CEC)'이라고 한다.

양이온, 말하자면 수놈(+) 성분인 칼륨(K+),

칼슘(Ca2+), 마그네슘(Mg2+) 등을

얼마나 많이 저장하는가 하는 크기다.

이것은 흙의 암놈(-) 크기에 달려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곡창지대에는

30~100가마를 저장할 수 있는 흙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에 비해 우리나라 흙은

10가마(정확히 말하자면 cmolckg-1 이라는 단위를 쓴다)를 저장할 수 있다.

암놈의 크기가 그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흙도 100가마쯤 저장할 수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더 불리한 것은 흙이 산성이라 10가마를 넣을 자리 중에

2~3가마 심하면 5가마까지 수소(H+)란 놈이 차지하고 있어서

양분을 저장하는 공간이 줄어들어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흙은 먼저 수소를 내쫓아 비료가 들어갈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

 

수소를 내쫓을 수 있는 것은 석회다.

석회에 들어 있는 칼슘(Ca)은 수소를 내쫓고

그 자리에 있다가 비료가 들어오면 순순히 자리를 넘겨준다.

나아가 큰 창고를 지어주면 더 좋다.

 

흙에서 큰 창고란 유기물이다.

유기물이란 창고는 흙의 25배나 크다.

말하자면 250가마를 저장할 수 있다.

농한기에 석회와 유기물로 흙의 창고를

더 크게 만들어주면 내년 농사가 훨씬 풍요로워 질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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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초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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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속에는 무엇이 살까?"

아무리 흙을 자세히 들여다 보아다도 흙 알갱이밖에는 안 보인다.

흙덩이를 유리컵에 풀어 본다.

흙탕물이 일어나고 모래알갱이가 갈아 앉고, 어떤 것은 물에 둥둥 뜬다.

살아 움직이는 것은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흙 속에 살아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일까? 아니다.

 

흙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엄청난 생명들을 볼 수 있다.

말하자면 흙 알갱이 자체는 생명이 없지만

흙 알갱이에 기대서 사는 생명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마치 흙이 살아 있는 것 같다.

 

1g의 흙에는 모래 알갱이가 6백만 개 또는

점토(모래보다 작은 알갱이)가 9천억 개가 있다.

흙 1g이라면 티스푼으로 2술쯤 되는 분량이다.

흙 알갱이 속에는 수많은 종류의 미생물들이 살고 있다.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것은 세균(박테리아)으로 1천7백만 마리,

비옥한 흙에서는 10억 마리까지 산다.

무게로 따지면 1ha에 2톤에 육박한다.

또 1ha에 사는 곰팡이의 균사를 다 합치면

지구에서 달까지 850번 왕복하는 거리에 맞먹을 정도며

총 생물의 무게는 7톤이 넘는다.

 

중요한 점은 이들이 그냥 있는 게 아니고

끊임없이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게 다 인간에게 유익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곰팡이의 경우 사는 동안

진득진득한 진을 내서 흙 알갱이를 모아준다.

홑알로 있는 흙 알갱이를 떼알로 만들어주는 본드 역할을 하는데,

이렇게 떼알이 되면 뿌리에게 여간 유익한 게 아니다.

공기도 잘 통하고, 물도 많이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박테리아 중에는 흙 속에 살면서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해 주는 것도 있다.

아조터박터(Azotobacter)라고 하는 이 세균은

ha당 연간 최고 60kg의 질소를 만들어 흙 속에 남겨놓는다.

 

그런데 이런 미생물들이 먹는 양식은

흙이 아니라 유기물이라는 점이다.

말하자면 유기물을 많이 넣어주면 이들 미생물들이

잘 먹고 잘 살면서 흙에 유익한 일을 많이 해 준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또한 산도가 중성에서 가장 잘 산다.

그리고 석회를 유기물 다음으로 좋아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유기물과 석회는 미생물에게도 좋고 흙에도 좋아

결과적으로는 농업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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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초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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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의 일이다.

남미의 아이티에서 흙으로 케이크를 만들어 먹는다는 보도가 있자,

사람들은 흙으로 살 수 있느냐고 내게 물어왔다.

아이티뿐만 아니라 북한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흙 속에는 사람에게 필요한 전분이나 단백질 같은

영양분이 없어서 흙만으로는 절대로 살 수가 없다.

 

‘진흙 케이크’를 먹는 것은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참기 힘든 허기를 잊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

아이티의 경우에는 20년 전만 해도 쌀이 남아돌았는데,

값싼 미국 쌀을 사먹다 보니 국내 쌀농사가 다 죽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우리 쌀을 꼭 지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앞서도 말했듯이 흙의 주성분은

용암이 굳어진 바위가 부스러진 알갱이다.

거기에 물과 공기, 그리고 흙에 살았던

식물과 동물들의 시체(99.999%는 식물의 시체)가

함께 버무려져 있는 게 흙이다.

흙을 이루는 물질이

고체냐, 액체냐, 기체냐에 따라 나누는데

흙 알갱이와 유기물을 고상(固相),

공기를 기상(氣相),

물을 액상(液相)이라고 하고

세 가지를 ‘흙의 삼상(三相)’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흙 속의 삼형제’라 할 수 있다.

이 세 가지의 합을 100%라 할 때

작물에게 가장 적합한 삼상의 균형은 50%의

고상과 기상과 액상이 각각 25%인 상태다.

더욱더 이상적인 상태는 고상 50% 중에

유기물이 5% 이상 들어 있는 흙이다.

유기물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흙인데,

우리나라는 평균 3% 미만인데, 일본의 경우는 7%다.

삼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고상 50%는 그대로지만

가물게 되면 기상이 25% 이상,

장마가 지면 액상이 25% 이상 된다.

 

물론 이렇게 되면 균형이 깨져 작물은 잘 자라지 못한다.

생산성이 높은 땅을 만들려면

물빼기(배수)와 물대기(관수)시설을 다 갖춰놓아야 한다.

요즘은 밭에도 물대기 시설을 해놓은 데가 많다.

문제는 땅의 어떤 곳은 배수가 나빠

물이 고여 있어서 작물이 누렇게 뜬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이랑을 다소 높여주면 과습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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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초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