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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키가 작은 만큼 뱃구레도 작아서

식당에 가면 언제나 밥을 너덧 숟갈 덜어놓고 먹곤 한다.

같은 돈을 내고 덜 먹는 것도 억울한데

친구들에게 ‘고양이 밥’ 먹는다고 놀림까지 받는다.

나는 속으로 ‘밥 많이 먹으면 일찍 죽는다더라.’며 위안한다.

 

실제로 의학자들은 위를 8할 정도 채우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한다.

또 그게 국제적으로 공인된 사실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내 위장은 두 그릇은커녕 한 그릇도 많다.

흙에도 뱃구레, 즉 양분을 저장하는 창고가 있다.

창고가 크면 비료를 많이 저장할 수 있고 작으면 조금만 저장할 수 있다.

나머지는 지하로 흘러 들어가거나 빗물에 씻겨 내려간다.

흙에서 비료를 저장하는 창고의 크기를 가리켜

‘양이온교환용량(Cation Exchange Capacity, CEC)'이라고 한다.

양이온, 말하자면 수놈(+) 성분인 칼륨(K+),

칼슘(Ca2+), 마그네슘(Mg2+) 등을

얼마나 많이 저장하는가 하는 크기다.

이것은 흙의 암놈(-) 크기에 달려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곡창지대에는

30~100가마를 저장할 수 있는 흙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에 비해 우리나라 흙은

10가마(정확히 말하자면 cmolckg-1 이라는 단위를 쓴다)를 저장할 수 있다.

암놈의 크기가 그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흙도 100가마쯤 저장할 수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잘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더 불리한 것은 흙이 산성이라 10가마를 넣을 자리 중에

2~3가마 심하면 5가마까지 수소(H+)란 놈이 차지하고 있어서

양분을 저장하는 공간이 줄어들어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흙은 먼저 수소를 내쫓아 비료가 들어갈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

 

수소를 내쫓을 수 있는 것은 석회다.

석회에 들어 있는 칼슘(Ca)은 수소를 내쫓고

그 자리에 있다가 비료가 들어오면 순순히 자리를 넘겨준다.

나아가 큰 창고를 지어주면 더 좋다.

 

흙에서 큰 창고란 유기물이다.

유기물이란 창고는 흙의 25배나 크다.

말하자면 250가마를 저장할 수 있다.

농한기에 석회와 유기물로 흙의 창고를

더 크게 만들어주면 내년 농사가 훨씬 풍요로워 질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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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초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