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속의 염소가 말썽이다. 약용작물 관련자료/이완주 박사님의 흙이야기2021. 9. 28. 09:04
강의시간에
“흙 속의 염소가 말썽이다.”라고 말하니까
“구제역 때 염소를 얼마나 땅에 묻었기에 말썽을 부리나?”며
의아해 한다.
내가 말하려는 염소는
가축의 염소가 아니라
화학성분인 염소(cl)를 말하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전국 시설재배지 3백여 군데 흙을 떠다
어떤 성분이 가장 말썽을 부리는가를 분석해 보았더니
바로 염소였다.
그 다음으로는
질산태 질소(NO3--N)>마그네슘(Mg)>칼륨(K)>황산(SO4)의
순서였다.
지난 늦가을, 우리 마을의 실개천에서
한 사내가 배터리로 고기를 잡고 있었다.
양쪽 손에 잡고 있는 막대기는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에 각각 연결되어 있었다.
전기를 흘리자 새우며 송사리가
물 위로 튀어 오르거나 기절해서 하얀 배를 드러냈다.
자신의 입맛을 만족시키려고 죄 없는 생명을 죽이는 사내가 미웠다.
전기를 통해서 송사리를 죽이는 것은
물속에 녹아 있는 염소와 질산태 질소,
마그네슘 등 이온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개천물이 증류수처럼 이온이 전혀 없다면
전기가 거의 안 통해 불쌍한 생명들은 죽지 않을 것이다.
흙도 물에서와 같이 이온이 많을수록,
즉 염류가 많이 녹아 있을수록 전기가 잘 통한다.
전기전도도가 높기 때문이다.
염류가 높다는 것은
흙 알갱이가 지닐 수 있는 능력 이상으로 이온이 많다는 것.
흙은 10개의 염류만 지닐 수 있는데,
비료로 15개를 주면 잉여의 염류 5개는
물에 녹아서 전기를 통해주는 역할을 한다.
나는 이 잉여의 5개 이온을 ‘노숙자’라고 말한다.
흙에 붙어 있지 못하고 떠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염류장해, 흙에는 노숙자가 많다.
흙 속에 있는 수많은 이온 중에 염소만큼 약한 것은 없다.
물에 잘 녹고 여자(-)이기 때문에 흙 알갱이에 붙지 못하고
지하로 가거나 강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시설재배지에서는 지하로, 강으로 갈 수가 없다.
염류를 씻어버리려고 물을 대주면
어느 정도 지하까지 내려갔다 다시 물과 함께 올라온다.
그럼 어디에서 그 많은 염소가 오는 걸까?
그동안 다량으로 시비한 염화칼륨에서 온다.
칼륨도 4번째로 전기전도도를 높이는 이온이라
시설재배지에서는 염화칼륨 대신 황산칼륨을 써야한다.
또 질소도 넉넉히 주는 것보다는 알맞게 주는 것이 좋다.
딸기, 상추, 프리지아는 염류에 약해서(1.2dS/m 이하)
전기전도도가 높으면 문제이고, 시금치는 다소 높아도 견딘다.
가축의 염소나 화학물질의 염소 모두
흙 속에서 말썽을 부리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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