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도 본드가 필요하다 약용작물 관련자료/이완주 박사님의 흙이야기2020. 1. 27. 09:01
쌀이 풍족한 시대에 사는
요즘 세대는 ‘안남미(安南米)’를 모를 것 같다.
50대 이상의 세대들은 ‘안남미’하면
입 안이 버석버석한 느낌이 들며 고개가 절로 가로저어질 것이다.
‘안남’은 베트남을 가리키고
안남미는 베트남 산 쌀을 뜻한다.
통일벼가 나오기 전에는 모자란 쌀을
베트남에서 수입해서 먹었던 시절이 있었다.
찰기가 없는 인디카종이라 식은 밥은 불면
날아갈 정도로 끈기가 없어서 먹고 일어서면 배가 허전했다.
찰기 있는 밥이 좋듯이 식물에게도 찰기 있는 흙이 좋다.
흙덩이를 물에 담가본다.
모래흙은 알알이 모두 풀려 바닥에 가라앉지만
어떤 흙은 흙탕물이 조금 일 뿐 고스란히 덩이째로 바닥에 가라앉는다.
앞서도 말했지만, 흙 1g에는 모래알갱이와 점토 6백만~9천억 개나 있다.
알갱이들은 원래 알알이 놀았지만, 본드가 알갱이들을 서로 붙여놓아 덩이를 만들었다.
알갱이가 워낙 작은 점토는 한번 서로 붙으면
엄청난 힘을 가해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지만,
모래 알갱이는 쉽게 흩어진다.
본드로 알갱이들이 서로 붙어 있는 상태를 ‘떼알조직’이라 하고
모래처럼 흩어져 있는 상태를 ‘홑알조직’이라고 한다.
그럼 어떤 쪽이 작물에게 좋을까?
물론 떼알조직이다.
흙덩이의 구성을 보면 50%는 알갱(고상)이지만 나머지 50%는 공간이다.
이 공간은 물(액상)과 공기(기상)로 채워져 있어서 뿌리가 요구할 때 공급한다.
홑알조직은 알갱이들이 이 공간을 메우고 있어서 물과 공기가 있을 곳이 없다.
뿌리는 숨이 막히고 목이 마른다. 물론 뿌리가 자유롭게 뻗을 수도 없어 자람도 나쁘다.
그래서 알갱이들을 붙여주는 본드가 절대로 필요하다.
흙의 본드는 유기물과 석회다.
유기물을 먹은 곰팡이가 진을 내서 흙 알갱이를 서로 붙여주고,
남성(+)성질이 있는 석회는 여성(-)인 흙 알갱이들을 양팔로 붙잡아서 붙여준다.
유기물과 석회는 이렇게 홑알조직을 떼알조직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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