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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시간에

“흙 속의 염소가 말썽이다.”라고 말하니까

“구제역 때 염소를 얼마나 땅에 묻었기에 말썽을 부리나?”며

의아해 한다.

내가 말하려는 염소는

가축의 염소가 아니라

화학성분인 염소(cl)를 말하는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전국 시설재배지 3백여 군데 흙을 떠다

어떤 성분이 가장 말썽을 부리는가를 분석해 보았더니

바로 염소였다.

그 다음으로는

질산태 질소(NO3--N)>마그네슘(Mg)>칼륨(K)>황산(SO4)의

순서였다.

 

지난 늦가을, 우리 마을의 실개천에서

한 사내가 배터리로 고기를 잡고 있었다.

양쪽 손에 잡고 있는 막대기는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에 각각 연결되어 있었다.

전기를 흘리자 새우며 송사리가

물 위로 튀어 오르거나 기절해서 하얀 배를 드러냈다.

자신의 입맛을 만족시키려고 죄 없는 생명을 죽이는 사내가 미웠다.

전기를 통해서 송사리를 죽이는 것은

물속에 녹아 있는 염소와 질산태 질소,

마그네슘 등 이온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개천물이 증류수처럼 이온이 전혀 없다면

전기가 거의 안 통해 불쌍한 생명들은 죽지 않을 것이다.

 

흙도 물에서와 같이 이온이 많을수록,

즉 염류가 많이 녹아 있을수록 전기가 잘 통한다.

전기전도도가 높기 때문이다.

염류가 높다는 것은

흙 알갱이가 지닐 수 있는 능력 이상으로 이온이 많다는 것.

흙은 10개의 염류만 지닐 수 있는데,

비료로 15개를 주면 잉여의 염류 5개는

물에 녹아서 전기를 통해주는 역할을 한다.

나는 이 잉여의 5개 이온을 ‘노숙자’라고 말한다.

흙에 붙어 있지 못하고 떠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염류장해, 흙에는 노숙자가 많다.

 

흙 속에 있는 수많은 이온 중에 염소만큼 약한 것은 없다.

물에 잘 녹고 여자(-)이기 때문에 흙 알갱이에 붙지 못하고

지하로 가거나 강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시설재배지에서는 지하로, 강으로 갈 수가 없다.

염류를 씻어버리려고 물을 대주면

어느 정도 지하까지 내려갔다 다시 물과 함께 올라온다.

그럼 어디에서 그 많은 염소가 오는 걸까?

그동안 다량으로 시비한 염화칼륨에서 온다.

칼륨도 4번째로 전기전도도를 높이는 이온이라

시설재배지에서는 염화칼륨 대신 황산칼륨을 써야한다.

또 질소도 넉넉히 주는 것보다는 알맞게 주는 것이 좋다.

딸기, 상추, 프리지아는 염류에 약해서(1.2dS/m 이하)

전기전도도가 높으면 문제이고, 시금치는 다소 높아도 견딘다.

가축의 염소나 화학물질의 염소 모두

흙 속에서 말썽을 부리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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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초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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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에서는 세상만물을

음(-)과 양(+)으로 나누고 있다.

해와 달, 남과 여, 홀수(-)와 짝수(+),

하늘과 땅 등이 그것이다.

서양의 과학도 그렇다.

오히려 더욱 분명하게 나누는 것은

물론 음과 양이 결합하면 중성이 된다고 한다.

농업도 과학이라 흙과 비료를

음양의 개념으로 잘 이해한다면

훨씬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다.

 

비료가 흙 속에 들어가면 어떤 것이든지

남성(+), 여성(-), 중성 3가지 꼴로 나뉜다.

염화칼륨을 주었다고 하자.

염화칼륨은 물에 잘 녹아서 남성인 칼륨(K+),

여성인 염소(cl-) 딱 두 가지로 갈라선다.

그러나 용성인비는 다르다.

남성인 칼슘과 여성인 인산으로 갈라서는 한편,

물에는 잘 안 녹는 인산칼슘이 중성으로 남아 있다.

용성인비에서 녹아나온 여성인 인산의 상당 부분은

흙에 많은 철이나 알루미늄과 같은 남성에게 붙잡혀서

중성이 된다.

이렇게 되면서 인산비료의

80% 정도가 흡수가 안 된다

(인산고정이라 한다).

물도 남성(H+)과 여성(OH-)으로 분해된다.

남성과 여성의 수가 같으면 중성이고,

남성의 수가 여성보다 많으면 산성,

반대면 알칼리성이다.

중성인 물은 산도(pH) 7,

이보다 낮으면 산성이고, 이보다 높으면 알칼리성이다.

순수한 물은 남성과 여성의 수가 꼭 같다.

 

자연조건에서는 끊임없이 남성이 더 많이 공급된다.

식물의 배설물, 빗물,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주범이다.

pH6은 pH7에 비해 남성 즉 H+가 10배가 많고,

pH5는 pH7에 비해 남성 즉 H+가 100배나 많다

(수소의 개수를 역의 대수(pH=-log〔H+〕)로 표시하기 때문이다).

만일 내 흙의 pH가 5라고 치면

남성(H+)의 수가 중성보다 100배나 많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흙의 평균 pH는 논은 5.8, 밭은 6.1, 과수원은 5.9이다.

그러니까 중성에 비해 남성의 수가 10배나 많다.

남성이 많은 게 작물에 좋을까? 아니다.

벼, 감자와 감귤에게는 남성이 50배 많은 흙이 좋다(적정 pH 5.5~6.0).

그러나 쑥갓, 고추, 토마토, 피망, 수박, 무, 사과, 배 등

대부분의 작물은 10배 이상 많으면, 즉 pH 6 이하로 떨어지면

자람에 지장을 받기 시작한다.

비효가 떨어지고,

알루미늄과 망간 같은 독성물질이 많이 녹아나온다.

유기산이 많아져서 이로운 미생물은 적어지고 토양병원균은 많아진다.

남성이 강한 우리 흙에는 여성(OH-)이 강한 석회를 주면

둘이 결합해서 중성으로 중화돼 물이 된다.

그래서 흙은 중성으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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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초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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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의 고민 중의 하나가 비만이다.

칼로리는 많이 섭취하고 섭취한 만큼 움직이지 못해서 오는 현상이다.

비만은 당뇨와 고혈압, 동맥경화와 심장병 등

각종 성인병을 불러온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최근에는 사람같이 흙도 비만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 흙은 양분을 지니는 능력,

즉 양이온교환용량이 세계 곡창지대의 1/5∼1/10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비료를 많이 주기 때문에

지하로 새고 농사에도 큰 문제가 된다.

농촌진흥청은 매년 전국의 논→시설재배지→밭→과수원을 돌아가면서

흙을 떠다 분석하고 있는데 20년 전부터 비만에 걸린 흙이 많아지고 있다.

 

3요소가 밭, 하우스, 과수원의

최고 8할까지 과잉으로 축적되어 있다.

논의 3할도 비만이다.

질소는 OECD국가 중에서

우리나라가 단연 최고로 축적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10아르에 24kg이나 축적되어 있는데,

이는 가장 적은 호주보다 14배(1.7kg)나 높다.

이게 바로 우리 흙이 중증 비만에 시달리고 있다는 증거다.

사람에게 비만이 여러 가지 문제를 가져 오는 것처럼,

흙의 비만도 염류장해와 가스장해,

여러 가지 병해충의 발생 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과잉의 질소는 지하로 흘러들어가,

지하수를 마시는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 발암의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

질소가 많은 농산물은 질과 저장성이 떨어진다.

 

흙 비만의 직접적인 원인은

다량으로 화학비료와 가축분뇨를 매년 주기 때문이다.

화학비료를 복합비료로 주면 비만을 더 부추긴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단비가 전체 시비량의 3할은 되었으나

매년 줄어들어 2009년에는 2할 이하로 떨어졌다.

섞기 귀찮다고 복합비료로 주다보니 더 주어서는 안 되는

인산과 칼리가 계속 더해져 중증 비만이 안 될 수가 없다.

 

전국의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무료로 토양을 분석하고 시비처방을 해주고 있는데

처방도 무시한 채 복합비료와 거름기가 높은 가축분뇨를 준다.

농약이나 비료를 표준량의 2, 3배 더 주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농업인이 여전히 많다.

그러다 보니 생산비는 더 들고

예상치도 않은 문제가 튀어 나와 농사를 그르치고 만다.

흙을 잘 다스리고 비료를 조금만 덜 써도

병이 훨씬 줄어드는데 자살골만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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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초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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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키가 작아서 바지를 사오면 언제나 단을 잘라야 입을 수 있다.

한번은 아내가 잘못 잘라서 짝짝이가 되었다.

짧은 쪽에 맞춰서 긴 쪽을 자르자 짧아서 입을 수가 없게 되었다.

톱밥이나 왕겨로 퇴비를 만들려면 잘 안 썩어서 애를 먹는다.

왜 잘 안 썩을까?

이것들은 바짓가랑이의 길이가 달라서 그렇다.

썩는다는 것은 미생물(주로 세균과 곰팡이)이 덤벼들어

유기물을 먹어서 치우는 과정이다.

미생물에게 톱밥이나 왕겨는

바짓가랑이가 짝짝이인 옷이라 할 수 있다.

긴 가랑이는 탄소(C), 짧은 가랑이는 질소(N)이다.

긴 가랑이 즉 탄소가 짧은 가랑이 즉 질소에 비해 50배,

심한 경우에는 200배까지나 기니 어떻게 입을 수가 있겠는가?

이 비율이 잘 맞아야 잘 썩는다.

이 비율을 탄질비(C/N ratio)라고 한다.

미생물은 두 가지 성분이 있어야 유기물을 썩힐 수 있다.

탄소는 활동하는 에너지로 쓰고, 질소는 제 몸과 자식들을 만드는 원료로 쓴다.

말하자면 탄소는 밥이고, 질소는 반찬이라고 할 수 있다.

밥은 너무 많고 반찬은 너무 조금이라 밥을 먹을 수 없다.

그래서 좀처럼 썩지 않는다.

그러니까 반찬(질소)을 보태주면 밥을 잘 먹을 수 있다.

 

미생물에게 가장 좋은 먹이는 탄소 20에 질소 1의 비율이다.

미생물 자신의 탄질비는 10 이하이지만 20으로 맞춰주면 잘 썩는다.

토끼풀이나 알팔파 같은 콩과 녹비가 잘 썩는 것은 탄질비가 20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볏짚과 왕겨는 70, 톱밥은 무려 225로 아주 높다.

즉 왕겨의 경우에는 탄소가 질소에 비해 70배나 많고,

톱밥의 경우에는 225배나 많기 때문에 좀처럼 안 썩는다.

따라서 톱밥과 왕겨로 퇴비를 만들려면

질소비료를 주어서 탄질비가 20이 되도록 맞춰 주면 빨리 썩는다.

질소를 주는 만큼 탄소가 퇴비로 더 많이 남기 때문에

저절로 썩는 것보다 퇴비도 더 많다.

질소를 얼마나 주는가를

계산하는 공식이 있기는 하지만 좀 복잡하다.

대체로 톱밥이나 왕겨 1톤에

각각 요소 두 포(40kg)와 한 포 반(30kg)을 섞어주면

탄질비가 20정도가 되어 잘 썩는다.

잘 썩히려면 물이 충분하고 꼭꼭 밟아서 틈이 없어야 한다.

미생물은 물은 충분하고 공기는 적은 환경에서 잘 번식하기 때문이다.

[탄질비 계산공식]

X; 첨가하는 질소의 비율, C: 재료의 탄소함량,

N: 재료의 질소함량, A: 교정하려는 탄질비

이 사이에는 다음의 관계식이 성립된다.

X=C/A-N

볏짚의 사례로서는,

C=42.2, N=0.63, A=20으로 할 때

X=42.2/20-0.63=1.48로 된다.

즉, 1.48%의 질소를 주면 탄질비를 20으로 맞출 수 있다.

따라서 볏짚 1,000㎏에 14.8㎏(1000*1.48/100)에 상당하며,

요소로 줄 경우 32kg(14.8*100/46)을 1t에 첨가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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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초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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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과 강원 영월은 바로 이웃한 군이다.

제천에서 농사짓듯이 영월에서 하면 망한다는 데 이게 무슨 뜻인가?

필자는 지난주에 영월 농업기술센터에서

‘영월희망농업대학’ 수강생을 대상으로 토양비료 강의를 했는데,

그 자리에서 어떤 농업인 한 분이 한 말이다.

‘제천은 바위가 주로 화강암이라 흙이 거친 마사토인데 반해,

영월은 석회암 지대라 흙이 매우 곱고 차지다.

제천에서는 비료를 많이 주어야 농사가 되는 반면에,

영월에서는 많이 주면 문제가 생긴다.

반대로 영월에서 비료를 적게 주던 사람이

제천에 가서도 적게 주면 농사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말을 곰곰이 씹어보니

토양과 비료에 대한 아주 깊은 진리가 숨어 있음을 알았다.

우선 제천의 마사토부터 이야기를 해보자.

마사토는 화강암이 그 자리에서 풍화되어 만들어진 흙인데,

우리가 아는 것처럼 거칠고 양분이 별로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분재를 할 때 주로 이 흙(모래라고 표현하는 편이 옳음)을 쓰는 이유는

원래 양분도 거의 없는데다 물과 양분을 많이 지니지 않아서

나무를 크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영월의 석회암은 풍화되면 아주 고운 찰흙이 된다.

석회암에는 원래부터 칼슘과 마그네슘 같은 좋은 양분이 많이 들어 있어 비옥하다.

양분을 지닐 수 있는 능력 즉, 양이온교환용량(CEC)도

마사토는 5(cmolc/kg)인데 비해 영월의 흙은 4배나 높은 20(cmolc/kg)이나 된다.

따라서 제천에서는 흙이 양분을 지니는 능력이 작아 비료가 빗물에 많이 씻겨 내려가고,

영월에서는 비료를 흙이 많이 지닐 수 있어 손실이 적기 때문에 적게 주어도 농사가 잘 된다.

그럼 마사토에서는 어떤 농법이 좋을까?

유기물을 많이 주고 녹비를 재배해서 계속 넣어주어

양분을 지닐 수 있는 능력을 키워 흙을 개량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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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초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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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장마가 닥친다.

장마는 우리에게 쌀밥을 내려주기도 하지만 달갑지 않은 피해도 준다.

쏟아지는 장마 빗방울은 흙으로 보아서는 자애로운 엄마의 손길이 아니라,

성난 적수의 채찍 같아서 엄청난 상처를 준다.

사람에게 피부가 있는 것처럼 흙에도 피부, 즉 표토가 있다.

표토는 그 밑의 어떤 부분보다도 유기물과 양분이 많아서 조직이 잘 발달되어 있다.

표토 10cm까지는 공간이 많아서 뿌리가 뻗기에 좋지만

밑으로 갈수록 공간이 적고 치밀해서 공기나 물이 머무를 곳이 적다.

그러나 실제로 겉흙을 파보면 뿌리가 별로 없다.

겉흙일수록 쉽게 자주 마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닐이나 짚으로 멀칭을 해주면 아주 많은 뿌리가

양분이 가장 많은 겉흙으로 몰려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채찍 같은 빗방울이 겉흙을 때리면 두 가지 문제가 일어난다.

빗방울침식(우적침식)이라 해서 흙 알갱이가 깨지면서 사방으로 튄다.

알갱이들은 높이는 0.7m까지 수평으로는 무려 사방 2m까지 퍼져나간다.

깨어진 흙 알갱이는 표토의 작은 구멍-이 구멍들을 통해 빗물과 신선한 공기가

땅 속으로 들어가고 탁한 가스가 밖으로 나온다-들을 모두 메워버린다.

흙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빗물은 표면으로 흐르면서 표토를 깎는다.

 

이런 침식을 유거침식이라고 한다.

겉에 있는 고운 흙 1mm가 만들어지기까지 100년 이상 걸리는데

한 해 장마가 지나가면 1cm 이상이 깎여 나간다.

1천 년 동안 만들어진 흙이 단 1년 동안에 없어지는 셈이다.

이와 함께 상당한 양분이 씻겨 내려간다(비옥도침식).

인산과 칼슘의 경우에는 작물이 먹는 양보다 더 많은 손실이 일어난다.

 

우리나라에서 장마철에 밭에서 자라는 작물 중 고추가 가장 많이 차지하는데,

대부분 비닐멀칭을 하기 때문에 침식을 상당히 경감하고 있다.

그밖에 콩이나 옥수수, 고구마는 잎으로 빗방울침식은 어느 정도 막지만

경사지에서는 고랑에서 일어나는 침식을 막을 수가 없다.

따라서 경사지에서 물의 속도를 줄여주고 깎이는 흙이 걸리도록

다년생목초를 중간 중간에 띠로 심어서 관리하는 것도 좋다.

어쨌거나 흙 도둑과 양분 도둑인 장마를 앞두고 서

둘러 해야 할 일 중에 겉흙이 도둑맞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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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초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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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랜드 화산폭발이 처음 일어난 지난 4월 중순,

필자는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서 발이 묶였다.

양잠 기술을 이전하고 귀국하는 길이었는데

마침 화산재 때문에 비행기가 파리로 가지 못했다.

5일이나 기다리다 두바이 공항을 거쳐 돌아왔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파리 공항에서 발이 묶였더라면 거지꼴이 될 뻔했다.

 

돌아와서 우리 동네 농사를 짓는 노인을 만나 화산재 때문에 늦게 왔다고 하니

그 분은 “화산재가 떨어진 곳은 농사가 잘 될 거요.”라고 한다.

왜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말한다.

“옛날 우리 어려서는 나뭇재로 농사를 지었다오.

호박구덩이나 콩을 심을 때 넣으면

아주 농사가 잘 되었으니 화산재도 재니 그럴 것 아니겠소?”

나뭇재는 거름으로 좋지만, 화산재는 거름은커녕 오히려 농사를 망친다.

재 속에는 그 식물이 살아생전에 빨아먹었던 온갖 양분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그래서 식물영양학의 비조인 리비히는 어떤 식물이든지 재를 분석하면

그 식물이 필요한 양분의 종류며 양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두 가지 잘못이 있다.

타는 동안 질소와 황은 공기 중으로 날아가 재 속에는 남아 있지 않는다.

칼륨 같은 성분은 흙 속에 있기만 하면 필요 이상을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칼륨, 인, 칼슘, 마그네슘, 각종 미량원소 등 많은 양분이 들어 있어서

비료가 귀하던 시절에는 물론, 지금도 좋은 비료임에는 틀림없다.

 

화산재는 이와 반대로 폭발할 때

구멍 주변 수십 킬로미터까지의 깊은 곳 바위가 열에 타고

가루로 되어 날리기 때문에 그을린 돌가루로 되어 있다.

이 재가 잎에 떨어지면 숨구멍이 막히고 빛을 가려 광합성을 할 수 없다.

식물이 자라는데 꼭 필요한 유기물도 전혀 없고

철과 알루미늄은 많이 들어 있어서 땅 위에 덮이면 문제다.

말하자면 비옥도는 낮은데다 인산을 쓸모없이 만드는 인산흡수계수가 높아

보통 흙의 7배나 많은 인산비료를 주어야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또 가벼워서 바람에 잘 날린다.

제주도 밭에 돌로 둑을 높이 쌓아 놓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지금의 제주도와 같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흙이 되기까지 수백 년은 걸려야 한다.

제주도 화산회토 유기물이 10% 이상이지만

화산회토에 고정되어 유기물로써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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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초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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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흙도 젊은 흙이 좋다.

그럼 무엇으로 젊은 흙과 늙은 흙을 구분할 수 있나?

우리 흙은 젊었을까? 늙었을까?

농촌진흥청 작물시험장(현 국립식량과학원)장을 역임한

김석동 박사로부터 미국의 곡창지대에 있는

일리노이대학을 방문하고 느낀 점을 얼마 전에 들었다.

그는 1876년 설립한 이 대학 실험 농장의 옥수수 밭을

꼭 1백 년 되던 해인 1976년 견학했다.

안내판 옆에 설치되어 있는 버튼을 누르자 이런 설명이 나왔다.

“100년간 비료를 주지 않고 옥수수만 따고 수수깡은 모두 땅에 되돌려 주었다.

그래도 10a에 옥수수가 매년 300kg(보통 1000kg 나온다)이나 나왔다.”

그의 옆에 같이 있던 우리나라 옥수수 전문가인

박근룡 박사와 최봉호 박사(대학 찰옥수수의 육성자)는

"우리나라에서라면 비료 안 주고 3년이면 한 자루도 못 딴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흙은 너무 늙었다.

우리나라의 땅은 2억 5천만 년 이전에 만들어져

풍화를 많이 받아서 세계적으로도 늙은 편에 속한다.

이에 비해 히말라야 산맥은 대륙판과 대륙판이 충돌하면서

솟아나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주변의 땅은 우리 땅보다 훨씬 젊었다.

 

세계의 곡창지대는 모두 젊은 흙이다.

젊은 흙이란 바람에 운반된 운적토나 물에 운반된 충적토,

빙하가 날라다 준 빙퇴토 등을 말한다.

옛 문명의 발상지가 인더스 강과 같이

모두 강의 하구인 것은 강물이 비옥한 새 흙을 옮겨 놓기 때문인데,

그 예로 독일의 곡창지대는

라인 강가의 흙을 매년 바람이 날라다 쌓아놓은 곳이다.

미국의 곡창지대인 일리노이 주와 아이와 주는

높은 유기물을 품은 북극의 빙하가 수만 년 전에

남쪽으로 밀려 내려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녹은 곳이다.

곡창지대 흙의 공통점은 토심이 깊으면서 유기물이 많고,

미사질(가는 모래)에다 석회 함량이 높다.

 

우리나라도 하천 주변에 쌓여 있는 흙은 젊다.

늙은 흙을 잘 다스려 높은 수량을 올리는

우리 농업인들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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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초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