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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론에 들어가기 앞서

알로스테시스 개념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를 해보자.

첫째, 알로스테시스는 확장된 항상성 개념으로,

내외부의 자극1) 으로부터 시스템 전체의 적절한 변화를 모색함으로써

동적 평형을 회복하는 전 과정을 가리킨다.

둘째, 알로스테시스는 시스템 전체가 협응하는 적응과정이므로

신경계 내분비계 심혈관계를 비롯한 여러 체계가

상호 시그널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

셋째, 알로스테시스 과정을 통하여 생명체는 계속해서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간다.

그러나 지속적인 스트레스반응에 의한 부산물은 동적 평형을 회복하는데 부담이 되는데,

이를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라고 한다.

알로스테시스는 자극에 대한 적응과정으로서 생체를 보호하기 위한 생리반응이지만,

이 생리반응이 지나쳐서 생겨난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는 도리어 인체에 손상을 입힌다.2)

넷째, 알로스테시스 과부화는 여러 체계가 상호 협응하고 적응하는

시스템 전반에 걸쳐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으며,

각각의 체계에서의 부적응 상태는 증상과 질병으로 드러난다.

면역계의 특성

면역계는 인체 내에서 경찰 및 사법체계에 비유된다.

경찰 및 사법체계가 너무 허술하면 강력범죄를 예방하지 못하고,

공권력이 너무 남용돼도 곤란한데, 이는 면역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면역기능이 저하되면

세균 바이러스 등에 의해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암세포 등의 성장도 제어하지 못한다.

면역기능이 과항진되면 알레르기 천식 등의 질병

혹은 류머티즘 관절염, 다발성 경화증 등의

자가면역질환의 원인이 된다.

면역력은 적정한 수준에서 유지될 필요가 있는데,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서 한의학의 ‘음양의 조화’나

‘중’이라는 개념과 맞물려 자주 사용된다.3)

면역계는 알로스테시스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까.

면역계도 알로스테시스체계의 일부라면 면역계는 내외부의 자극

즉, 스트레스에 적응하기도 하고 지속적인 스트레스 누적에 의해

망가지기도 할 것이다.

일반적 관점 : 스트레스는 면역기능을 저하시킨다

스트레스반응의 산물인 스테로이드(코티손)의 의학적 사용은

1940년대 메이요 클리닉의 필립 헨치가 류머티즘관절염 환자에게

부신피질호르몬을 투여하면서 시작되었다.4)

스테로이드의 투여는 염증반응을 억제해 증상을 완화시키는데,

이는 당질 코르티코이드가 전반적인 면역기능 저하를 가져온다는 관점을 강화시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스트레스가 천식, 알레르기, 자가면역질환의 악화인자라는 점이 밝혀졌다.

즉 스트레스는 면역기능을 저하시키기도 혹은 과항진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역설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스트레스가 면역기능을 저하시킨다는 관점은 과거 수십 년간 학계의 흔한 관점이었다.

의사들은 임상적 관찰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이 의학적 용량 범위에서

면역기능을 억제한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졌다.

브루스 맥쿠엔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많은 증거들 덕분에 스트레스가

면역계를 억제한다는 기본적 이론은 틀을 갖추게 되었으며,

과학자들은 앞다투어 설명을 내놓았다.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면역계 활동이

신진대사의 관점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사치스러운 과정이라는 것이다.

마치 허리케인이 다가오면 집을 개축하는 일을 연기하는 것처럼

긴급 상황에서는 면역계 활동이 보류될 수 있다.”

새로운 관점 : 스트레스는 면역기능을 증진시킨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면역기능을 저하시킨다는

일반적인 관점에 의문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피르다우스 다바르(Firdaus Dhabhar)는

대부분의 연구가 만성 스트레스에 국한되었다는 점,

의학적 코티졸 투여의 용량이 정상적인 스트레스반응에서 작용하는

코티졸 수준보다 지나치게 많다는 점 등의 이유에 근거해

기존 연구들이 코티졸이 면역체계에 미치는 효과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의문을 가지고 다바르는 급성 스트레스반응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의 연구결과는 기존 연구들과 상반되는 것이었다.

다바르에 의하면,

“급성 스트레스는 면역기능을 저하시키지 않았으며,

오히려 면역체계가 활동하는 것을 예비(immuno-preparatory)시키고,

면역기능을 증진(immunoenhancing)시켰다.

급성 스트레스반응에서 면역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백혈구는 혈액 내에서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혈액 내에서 감소된 백혈구는 어디로 갔는가?

그것들은 코티졸에 의해 파괴된 것일까?

적어도 급성 스트레스 하에서 백혈구는 파괴되지 않았다.

단지 면역반응을 필요로 하는 조직, 세포들 근처로

재배치되기 위해 순환혈액 밖으로 이동했던 것이다.

이러한 재배치는 경찰과 군대를 전선에 배치시켜

방어를 공고히 하는 것과 같이 면역기능을 항진시킬 것이다.

요컨대, 급성 스트레스는 면역체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5)

알로스테시스와 면역계

다바르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다바르와 맥쿠엔은

“스트레스가 장기적으로는 심신을 소모시키지만,

단기적으로는 신체보호 쪽으로 작용한다”는 개념으로 발전시킨다.

예상했겠지만 이것이 바로

알로스테시스와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로 대비되는 개념쌍이다.

다시 한 번 ‘알로스테시스’와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개념을 정리해보자.

첫째, 스트레스는 적당한 수준에서 인체에 유익한 방향으로 작용한다.

둘째,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의한 부산물은 동적 평형을 유지하는 것에 부담을 지워

생명체를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상태로 이끈다.6)

면역계도 다른 체계와 마찬가지로

알로스테시스와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개념에 부합되는 방식으로 돌아가며,

이러한 면역계의 작용방식은 전체 체계 하에서 동일한 매커니즘의 일부를 구성한다.

급성 스트레스는 면역체계에 순기능을 하지만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면역체계를 교란시킨다.

 

면역계의 미묘함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많은 관찰결과에 의하면, 스트레스는 면역기능을 저하시키지만,

역설적으로 알레르기 자가면역질환 등의 면역 과항진도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

이러한 관찰결과는 정말 역설적인가?

알로스테시스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보면 전혀 역설적이지 않다.

면역기능은 지나치게 저하되어도 문제가 발생하고 과항진되어도 문제가 발생한다.

즉 면역계는 적절한 수준(?)에서 미묘하게 유지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정상상태는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에 의해 교란되고 미묘한 균형은 마침내 무너진다.

이때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는 면역 저하나 면역 과항진 어느 방향으로도 진행될 수 있다.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와 면역기능 교란

만성적인 스트레스반응은

대개 만성적인 체내 코티졸 수준을 상승시키며,

이는 면역기능 저하를 야기한다.

코티졸은 면역세포에 직접적으로 작용하거나

아직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은

다른 여러 경로를 통해 면역계를 억제한다.

이러한 면역 억제는 감염과 염증질환에

의학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스테로이드소염제와

동일한 기전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로 인한 면역기능 저하는

인체를 외인성 감염과 암 발병에 취약하게 한다.7)

한편, 알로스테시스 과부하가 면역 과항진을 야기해

자가면역질환으로 발병하는 과정은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확실한 것은 아토피, 알레르기, 천식 및 자가면역질환에서

명백한 HPA기능저하(hypoactivity)가 확인된다는 점이다.8)

즉, 면역계의 과항진은 CRH, ACTH, 코티졸에 의한

HPA 축 활성이 저하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는

단지 태과상태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부족상태로도 나타난다는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의

네 가지 시나리오를 떠올려보라.

1, 2, 3번 시나리오는 그 세부사항에서는 다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코티졸 레벨의 상승(HPA Hyperactivity)과 관련이 있다.

4번 시나리오는 HPA hypoactivity에 의한

지속적인 코티졸 수준 저하와 관련이 있다.

4번 시나리오가 바로 면역 과항진과 연관된 질병에 걸린

환자들이 걸어온 삶-질병 궤적이 아닐까.9)

자가면역질환의 치료에 부신피질 호르몬이 처방되는 것은

4번 시나리오에 의한 HPA 기능저하와 관련이 있다.

 

어떤 비판들

물론, 저하된 HPA활성은 단순히

코티졸을 보강해주는 것만으로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인체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바라보고

일대일로 대입하여 모자란 것을 넣어주고

넘치는 것을 제거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

스테로이드 투여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 존재한다.

이는 한의계 내에 팽배한 스테로이드에 대한 거부감과도 무관하지 않다.

스테로이드 투여에 의한 부작용은 명백하고 즉각적이며 가시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좀 더 복잡 미묘하다.

의학계는 기존의 관행적인 용량 수준의

스테로이드 투여방식이 가진 한계를 인식하고 있으며,

조악하고 거친 개입방식에서 벗어나 다각도에서

HPA축을 되살리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방식이 윽박지르고 다그쳐 무언가를 강제하는 방식이었다면,

현재 진행 중인 연구들은 녹슬어버린 축에 부드럽게 기름칠을 하고

살살 어르고 달래 돌려주는 방식으로 이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걷어내고

알로스테시스를 회복하는 과정을

치료목표로 삼는 새로운 관점은 한의학과 닮아있다.

더 이상 서양의학의 부작용만을 강조하며

제 자리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나가며

면역계에서의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도

몸과 마음을 연결시켜주는 HPA축에 의해 많은 부분이 설명될 수 있다.

HPA축은 인체에서 필수적인 활동이지만,

너무 쉽게 과항진과 기능저하로 이행할 수 있으며,

양자는 모두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면역계에서도 핵심은 HPA축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데 있다.10)

지금까지 서술한 내용은 좀 더 자세한 내용들,

가령 분자생물학적 수준의 기전과

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과정은 모두 제외하였다.

보다 중요한 것은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 판단했고,

아직 큰 그림의 여백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면역학의 분자생물학적 설명 모두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작업은 필자의 능력 바깥의 영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큰 그림은 얼추 모양을 드러내고 있고

시대적 흐름은 통합적 사유를 요구하고 있다.

한의계가 필자들의 어설픈 소개를 통해서나마

심신을 공히 통합해서 다루는 일련의 연구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이 멋진 그림에 여백을 함께 채워나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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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일단은 내외부의 자극을 모두 스트레스라고 부를 것이다.

스트레스는 생체에 이익을 줄 수도 있고 반대로 해를 끼칠 수도 있으며

이 구분에 의해 스트레스는 eustress와 distress로 나뉜다.

흔히 스트레스라는 용어는 distress라는 의미에 한정되어 사용된다.

[2]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는 한의학에서 담음, 어혈 등에 의한 산물이

다시 병인으로 작용하여 질병이 만성화되는 과정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3] 한의학에서 보약의 개념은 주로 면역 증강과 관련된 것으로 이해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의학에서 보사 개념과 알로스테시스에 대해서는 차후에 좀 더 자세히 논하기로 하겠다.

[4] 부신피질 호르몬이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 축(HPA axis)에 의해 조절된다는 것이

밝혀지기 훨씬 이전부터 부신피질 호르몬이 다양한 질환에 의학적 목적으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HPAaxis가 학자들에 의해 밝혀지는 일련의 실험과 사유 과정은 다음을 참조하라.

브루스 맥쿠웬, 스트레스의 종말, 시그마북스

[5] Dhabhar, F. S. (2008). Enhancing versus suppressive effects of stress on immune function:

implications for immunoprotection versus immunopathology.

Allergy, Asthma and Clinical Immunology, 4(1), 2.

[6] 정상적인 알로스테시스 반응에서의 자극은 eustress로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상태를 야기하는 자극은 distress로 지칭된다.

eustress는 어떤 상황에서 distress로 바뀌는가 하는 점은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줄여 병리 상태로부터 생리 상태로 이행하는 개입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eustress와 distress를 명확하게 구분짓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에 대해서는 김진석의 다음 논문을 참조하라.

Kim, J. J., & Diamond, D. M. (2002).

The stressed hippocampus, synaptic plasticity and lost memories Nature Reviews:

Neuroscience, 3(6), 453-462. doi:10.1038/nrn849

[7] 스트레스와 감기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하라.

Cohen, S., Tyrrell, D. A., & Smith, A. P. (1991).

Psychological stress and susceptibility to the common cold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25(9), 606-612.

스트레스와 암의 연관성을 입증한 실험실 동물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쥐들의 특발성 종양 발생률을 증가시킨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하라.

Henry, J. P., Stephens, P. M., & Watson, F. M. (1975).

Force breeding, social disorder and mammary tumor formation in CBA/USC mouse colonies:

a pilot study Psychosomatic Medicine, 37(3), 277-283.

인간에서 암의 발병 및 재발과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에 의한 면역 저하 사이의 관련성은 아직 논란 속에 있다.

자세한 사항은 다음 책의 8장 ‘스트레스와 면역’의 더 읽을거리를 참조하면 좋다.

로버트 새폴스키, Stress, 사이언스북스

[8]Buske-Kirschbaum, A., Geiben, A., Höllig, H., Morschhäuser, E., & Hellhammer, D. (2002).

Altered responsiveness of the hypothalamus-pituitary-adrenal axis and the sympathetic adrenomedullary

system to stress in patients with atopic dermatitis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 87(9), 4245-4251.

[9] 알로스테시스와 한의학(4)-3.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의 4가지 시나리오

http://www.mjmedi.com/news/articleView.html?idxno=22607

[10] 이 설명 방식이 함의하고 있는 한의학 용어를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군화, 상화, 상화망동, 음양, 동정, 태과, 부족, 중앙토, 좌신우명문, 명문상화.

좀 더 사변적으로 치달아보자. 수승화강, 토화작용, 인신상화, 금화교역은

인체 내 HPA 축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일련의 반응들에 대한 압축적이고 비유적인 표현은 아닌가?

최 연 승 / 제주도 서귀포시 동부보건소 표선보건지소 공보의

:
Posted by 약초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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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적, 적응능력의 상실, 지속적, 불충분한 스트레스

서론

“正氣存內 邪不可干”의 명제는

오직 인체의 알로스테시스가 제대로 유지되고 있을 때에만 유효하다.

알로스테시스 상태가 고착화되면 생명체 내외부의 자극에 대한

인체의 동적 평형이 깨지는 순간이 존재한다.

이 시점에서 인체는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것이다.

*정기존재 사불가간(正氣存內 邪不可干):신체 내 정기가 온전하면 나쁜 기운이 범접하지 못한다

몇 가지 의문이 든다.

이 시점에 도달하기까지 과연 어떠한 여정이 있었을까?

질병을 일으키기에 스트레스의 양상(강도와 빈도)은 중요한가?

스트레스를 인지하는데 있어서 개체간의 차이는 고려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개체의 알로스테시스 반응은 전과 같이 유지될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들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알로스테시스와 관련된 더 이상의 논의 진전은 무의미할 것이다.

1988년 피터 스털링(Peter Sterling)과

조지프 아이어(Joseph Eyer)에 의해

알로스테시스에 대한 개념이 정립된 뒤부터,

알로스테시스라는 용어에 집착한 연구자들은

그러한 불안감을 모두 공유하고 있었다.

보다 정치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질병 사유모델을 새로이 제시하지 못한다면

알로스테시스에 쏟아진 혁명적인 찬사조차 빼앗길 판이었다.

실제로 당시의 학계 분위기는

“알로스테시스는 새 병에 담은 오래된 와인”이라는 조롱이 나돌았다.

꽤 오랫동안 브루스 맥쿠엔은 시소 위에 올라탄 아이 두 명이

어떻게 거구의 장사로 변하게 됐는지에 대하여 사적 사유를 심화시켜 나갔다.

‘McEwen BS’으로 검색되는 수백 편의 아티클 중에 1990년대의 것들은 특히 그랬다.

1998년에 비로소 맥쿠엔은

알로스테시스가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로 바뀌는

네 가지 시나리오를 NEJM에 실었다.1)

[ 알로스테시스가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로 바뀌는 네 가지 시나리오]

 

 

본론

<그림> 맨 위의 Normal은 스트레스 자극에 대하여

인체 내 시스템의 스트레스 반응이 활성화됐다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회복되는 양상을 보인 것으로

이것이 정상적인 알로스테시스 반응이다.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시나리오1 : 끊임없는 스트레스(Unremitting Stress)

사람이 반복적이거나 누그러들지 않는,

끊임없는 스트레스에 노출된다면 인체의 알로스테시스 반응은

너무 지나치게 활성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반응이 곧장 기능적인 장애로 유발되지는 않는다.

스트레스 반응의 일차적인 매개물들은

주로 교감신경계의 활성에 따른 대사산물(카테콜라민),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의 활성산물(당질 코르티코이드) 등이다.

이들은 주로 리셉터나 효소같은 세포 수준의 레벨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사라진다.

그러나 이들이 보다 오랜 시간 동안

작용을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당연히 이는 조직과 기관 수준의 손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한스 셀리에가 말했던 일반적 적응 증후군의 양상들의 원인은

호르몬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태과의 문제였다.

스트레스 반응의 일차적인 매개물들이

병리적인 의미의 이차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까지는

무수히 많은 스트레스 반응이 존재해야 한다.

쉽게 이해되는 사례는 심혈관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상적인 스트레스 반응에서

심장의 수축력은 증가하고 전신의 정맥계를 수축하여

보다 많은 혈액들이 돌아올 수 있게 한다.

이는 전적으로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작용이다.

여기에 더 하여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뇌간의 신경세포들을 활성화함으로써 교감신경의 각성을 자극하고,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심혈관계 작용은 더욱 항진된다.

그 결과 심박수와 혈압이 올라간다.

만약 인체가 끊임없는 스트레스에 노출된다면

만성적으로 혈압이 올라가게 된다.

이는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 그리고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악질적인 협업의 당연한 결론이다.2)

만성화된 혈압의 상승은 동맥경화증을 악화시켜

삼차적인 결과물들을 만들어낸다.3)

더하여 인체 내 시스템이

알로스테시스를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느냐는

질환이 이환되기까지의 시간을 추산할 수 있게 한다.

일례로 장기적인 스트레스에 의한

면역의 억제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카네기 멜론 대학의 셸던 코헨(Sheldon Cohen)은

300여명의 지원자들에게 감기 바이러스를 주입하고

누구에게서 증상이 보이는지를 관찰했다.

그 전에 자신의 삶에서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에 관해

설문한 것들과 그 결과를 비교했다.

실직, 가족 혹은 친구와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한 달 이상’ 고민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감기에 걸릴 위험성이 더 높았다.4)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시나리오2 : 적응능력의 상실(Inability to Adjust)

<그림> 중앙의 오른쪽(b)은 정상적인 적응능력의 상실이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로 이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스트레스를 감수하는 데 있어서 개인 간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다.

학교나 직장에 첫 출근을 한 날이나, 새로운 자리로 옮겨간 뒤,

수많은 군중 앞에 연설을 해야 될 때 같이 ‘도전’ 의식을 불태워야 할 날들에

스트레스 반응이 활성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반응은 정상적인 것이다.

그러나 대개는 비슷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횟수가

반복될수록 스트레스 반응은 점점 무뎌져야 한다.

이 또한 정상적인 적응이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비슷한 자극이 충분히 노출되었음에도

부적절하게 신체가 반응하는 경우가 있다.

타인은 스트레스라고 생각하지 않는 일상생활의 많은 환경 속에서도

이들은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감수하는 것이다.

적응능력이 상실된 사람들을

독일 트리어 대학의 크레멘스 커쉬바움(Clemens Kirschbaum)은

높은 반응자들(high responders)이라고 불렀다.

커쉬바움은 이들이 낮은 수준의 자기확신(self-confidence)과

자기존중(self-esteem)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5)

임상적으로 볼 때,

자신감이 결여된 환자를 적응능력이 상실된

높은 반응자들로 짐작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스트레스 반응의 대사산물들에

더 과잉으로 노출되는 환경에 있고,

스트레스 관련 질환에 더 빨리 이환될 수 있음을

유추하려면 한가지의 작업이 더 필요하다.

스트레스를 인지한 순간 실제로 인체에서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나야만 하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피츠버그 대학의 카렌 매튜스(Karen Matthews)는

중년의 직장남녀들을 대상으로 24시간 혈압기록기를

차고 다니게 하면서 두 가지를 주문했다.

30분에 한 번씩 혈압을 측정할 것과 동시에

그들의 느낌을 기록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하도록 했다.

그 결과 연설을 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혈압이 전과 같았고,

하루 종일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하루 내내 비슷한 수준의 혈압 상승이 관찰됐다. 6)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시나리오3 : 오래 계속되는 스트레스 반응(Prolonged Response)

스트레스 반응은 응급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면 모든 것이 즉시 정지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스트레스 반응이 오래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맥쿠엔은 이에 대한 이유로 상황종료 신호를

듣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체에 합성 당질 코르티코이드를 주사하면

시상하부의 부신피질자극호르몬 분비호르몬(CRH),

뇌하수체의 부신피질자극호르몬(ACTH),

부신의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분비가 차례로 정지된다.

이 실험을 통하여 HPA축의 음성 되먹이기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다.

음성 되먹이기는 혈류를 순환하는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높은 농도를

해마에 존재하는 당질 코르티코이드 수용체가 감지하면서 시작된다.

해마는 높아진 당질 코르티코이드를 감지하여

시상하부에 HPA축의 활성을 억제하는 신호를 보낸다.7)

그렇다면 스트레스 반응의 상황종료 신호를 해마에서 왜 듣지 못했던 것일까?

맥쿠엔은 이 문제에 대하여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그의 강도 높은 연구 성과는 ‘당질 코르티코이드 연쇄작용 가설’로 집약된다.

최소 몇 주 동안 스트레스나 과량의 당질 코르티코이드에 노출된

쥐들의 해마는 여러 가지 양상의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보인다.

신경세포의 수지상 돌기는 짧아지고, 시냅스의 소극체(spine) 역시 소실되며,

해마의 신경세포발생이 억제된다.

이는 모두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신경독성 때문이다.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해마와 해마 신경세포,

교세포 내 포도당의 사용과 수송을 억제함으로써

신경손상의 위험성을 높인다.8)

쿠싱증후군이나 심한 우울증과 같이

인체 내에 당질 코르티코이드가 과도하게

상승되어 있는 사람들에게도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즉 해마가 위축된다.

이들이 겪고 있는 인지 기능의 문제 즉 해마가 담당하고 있는

선언적, 명시적, 맥락적 기억의 결함을 설명한다.

이는 노화와도 관련이 있다.9)

그 대신 편도체 의존적인 공포학습 능력은 증강되고,10)

이를 제어하는 전전두피질의 능력은 감소된다.11)

그 결과 HPA 축은 보다 빈번하게 활성화되지만,

해마의 상황종료 기능은 감소되어 있기 때문에

인체는 만성적인 당질 코르티코이드 상승에 시달린다.

만성적인 당질 코르티코이드 상승이

인체 내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인간의 노화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대부분의 증상들을 포괄한다.

그리고 노화의 증상들을 복구하기 위한 의학적인 개입이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도 설명가능하다.

해마 기질의 점진적인 위축 때문이다.12)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시나리오4 :

불충분한 스트레스 반응(Inadequate Response)

전술한 세 가지의 시나리오가

과잉된 알로스테시스 반응이었다면 마지막 네 번째 시나리오는

정반대로 불충분한 스트레스 반응을 이야기한다.

이와 관련된 사례는 면역계에서 주로 볼 수 있다.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면역계를 감시하고 균형을 잡는 장치들 중 하나다.13)

어떠한 이유에서건 당질 코르티코이드가

정상적으로 분비되지 않으면 면역반응은 과도해진다.

먼지나 고양이 비듬 같이 신체에 실제로

위협이 되지 않는 자극에도 과하게 반응하게 된다.

알레르기 질환이다.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흉선에서 자가반응(autoreactive) T세포들을 파괴하는데,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수준이 낮으면 자기신체를 공격하는

자가반응 T세포들이 흉선으로부터 벗어나 혈류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14)

자가면역질환이다.15)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과도한 염증을 억제하여

조직의 회복을 도모하지만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인체는 만성적으로 염증상태에 있게 된다.

만성 피로증후군이나 섬유근육통을 바라보는 근거가 된다.

그러나 개체가 왜 불충분한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지에 대한 병기는 아직 명확하지가 않다.

외인성 스테로이드에 의한 이차적인 부신피질기능저하증의 병기와

유사하지 않을까라고 추측만 하고 있다.

고용량의 합성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HPA 축을 강하게 억제한다.

장기적인 스테로이드 요법을 받은 환자들은

ACTH에 대한 부신의 반응이 결여되어 있고,

뇌하수체에서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의 분비에도

장애가 있음이 관찰된다.

그 결과 이들은 스트레스의 자극에도 스트레스 반응이 충분하지 못하다.

과연 스트레스만으로 이런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합성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약리학적 용량과 기간이 의미가 있을까?

그렇다면 스트레스의 강도와 빈도가 어떠해야

생리적으로 그만한 농도에 도달할 수 있을까?

얼마나 오랜 기간 알로스테시스의 비용을 유지해야만 하는 것일까?

이런 물음을 해소하기 위해 보다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물론 여기에 대한 현대의학적인 개입도

단순히 합성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용량을 조절하는데 그치지 않고

HPA축의 활성을 회복시키기 위한 방법들을 모색 중이다.

결론

한의학에서 증(證)이란 다양한 병소에서 관찰되고 기록된 증상의 조합이다.

이러한 조합은 주로 장부의 카테고리 안에서 일관된 의미를 갖게 된다.

즉 고전적인 문헌에 기록되어 있는 장부의 공능과

그 장부가 주관하는 경락에 의거하여 證을 판단한다면

비교적 납득할 수 있는 증상들이 된다.

그러나 이들이 공적인 영역에서 발화되고 치료의 준거로 생명력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신력 있는 언어로 재해석되어야만 하는 과제가 있다.

즉 그 證과 관련하여 생명체 내외의 자극이 무엇이었으며,

그 자극에 대한 인체 생·병리의 메커니즘이 무엇이었는지를 밝혀내야만 하는 것이다.

언어 자체의 통약불가능함(incommensurability)이

관찰 상호간 혹은 이론 상호간의 통약불가능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관찰은 반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대인의 몸에 대한 관찰은 지금도 발생하며,

보편 언어로 객관화된 신념은 관찰의 재해석을 가능케 한다.16)

우리는 각론을 통하여

한의학이 그간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던 영역들을 고찰해 보려 한다.

한의사로서 환자들에게 흔히 던졌던 질문들의 의미는

알로스테시스의 관점에서 더욱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즉 망문문절을 통해 얻어진 정보들을 바탕으로

징후(sign)와 증상(symptom)의 관련성을 추적하고,

여러 개의 단일 지표들이 나타내는 패턴을 파악하는 작업은

이미 알로스테시스 관점의 사유 방식과 맞닿아 있다.

알로스테시스 관점에서 서술된

한의학적인 사유와 정신은 보편 언어로 표현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관점의 이해를 더욱 정치하면서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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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1)McEwen, BS. 1998. Protective and damaging effects of stress mediators. NEJM, 171-179

2)질 코르티코이드는 뇌간의 신경세포를 활성화함으로써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의 작용을 증강한다. 다음을 참고하라.

Rong W, Wang W, Yuan W, Chen Y. Rapid effects of corticosterone on cardiovascular neurons in the rostral ventrolateral medulla of rats. Brain Res. 1999 Jan 2;815(1):51-9. Robert M. Sapolsky, Lisa J. Share. Rank-related differences in cardiovascular function among wild baboons: Role of sensitivity to glucocorticoids. American Journal of Primatology 32(1994):261

심장혈관 조직에 미치는 교감신경의 영향이 지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질 코르티코이드 역시 반복적인 스트레스 반응에서 만성적으로 혈압을 상승시킬 수 있다.

기전은 다음을 참고하라.

Wallerath T, Witte K, Schäfer SC, Schwarz PM, Prellwitz W, Wohlfart P, Kleinert H, Lehr HA, Lemmer B, Förstermann U. Down-regulation of the expression of endothelial NO synthase is likely to contribute to glucocorticoid-mediated hypertension. Proc Natl Acad Sci U S A. 1999 Nov 9;96(23):13357-62.

3)혈압의 상승은 동맥들의 분지에 손상을 낼 가능성이 높아졌고, 그로 인해 염증 반응이 더 활성화되며, 혈액이 응고되고,

플라크가 쌓일 확률을 높인다. 이번 논의에서는 자세한 과정은 생략한다.

4)Cohen S, Doyle WJ, Turner R, Alper CM, Skoner DP.Sociability and susceptibility to the common cold. Psychol Sci. 2003 Sep;14(5):389-95.

5)대부분의 사람들은 2회차 정도 되면 무대에 올라가 사람들 앞에 연설하는 것에 편안함을 느낀다. 코티졸의 수준도 더 낮다.

Kirschbaum C, Prüssner JC, Stone AA, Federenko I, Gaab J, Lintz D, Schommer N, Hellhammer DH. Persistent high cortisol responses to repeated psychological stress in a subpopulation of healthy men. Psychosom Med. 1995 Sep-Oct;57(5):468-74.

6)Matthews KA, Owens JF, Allen MT, Stoney CM. Do cardiovascular responses to laboratory stress relate to ambulatory blood pressure levels?: Yes, in some of the people, some of the time. Psychosom Med. 1992 Nov-Dec;54(6):686-97.

7)Jacobson L, Sapolsky R. The role of the hippocampus in feedback regulation of the hypothalamic-pituitary-adrenocortical axis. Endocr Rev. 1991 May;12(2):118-34.

8)Kadekaro M, Ito M, Gross PM. Local cerebral glucose utilization is increased in acutely adrenalectomized rats. Neuroendocrinology. 1988 Apr;47(4):329-34. Virgin CE Jr, Ha TP, Packan DR, Tombaugh GC, Yang SH, Horner HC, Sapolsky RM. Glucocorticoids inhibit glucose transport and glutamate uptake in hippocampal astrocytes: implications for glucocorticoid neurotoxicity. J Neurochem. 1991 Oct;57(4):1422-8. Horner HC, Packan DR, Sapolsky RM. Glucocorticoids inhibit glucose transport in cultured hippocampal neurons and glia. Neuroendocrinology. 1990 Jul;52(1):57-64.

9)Sapolsky RM, Krey LC, McEwen BS.The neuroendocrinology of stress and aging: the glucocorticoid cascade hypothesis. Endocr Rev. 1986 Aug;7(3):284-301.

10)Conrad CD, LeDoux JE, Magariños AM, McEwen BS. Repeated restraint stress facilitates fear conditioning independently of causing hippocampal CA3 dendritic atrophy. Behav Neurosci. 1999 Oct;113(5):902-13.

11)전전두피질은 편도체와 양방향으로 시냅스한다.

인류의 진화는 둘 간의 우위에 있어서 편도체의 편을 들어주었지만 전전두피질은 편도체의 활성화에 충분히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때로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가 전전두피질과 편도체의 해부학적인 시냅스를 감소시킨다.

다음을 참고하라. Ganzel BL, Kim P, Glover GH, Temple E. Resilience after 9/11: multimodal neuroimaging evidence for stress-related change in the healthy adult brain. Neuroimage. 2008 Apr 1;40(2):788-95. Epub 2008 Jan 29.

12)해마의 인지기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은행엽 추출물은 이런 맥락에서 개발된 것이다.

해마의 neuroprotection이 현재 알로스테시스 분야에서 핫이슈다.

이는 해마의 위축이 가역적이라는 근거들이 상당부분 축적되어 있고,

해마의 기능을 보존하는 것이 알로스테시스를 회복시킬 궁극의 의학적인 개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3)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작용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고하라.

Besedovsky H, del Rey A, Sorkin E, Dinarello CA. Immunoregulatory feedback between interleukin-1 and glucocorticoid hormones. Science. 1986 Aug 8;233(4764):652-4.

14)Ashwell JD, Lu FW, Vacchio MS. Glucocorticoids in T cell development and function. Annu Rev Immunol. 2000;18:309-45.

15)많은 요인들이 자가면역질환의 발생과 관련이 있다.

유전적 감수성, 약물, 촉발감염 같은 환경적 면역자극, T조절세포의 소실 등. 그러나 스트레스 자극 역시

정신신경면역 분야에서 꽤 많은 근거가 축적되어 있다.

16)Popper, K. The Myth of the Framework: In defence of science and rationality (London: Routledge, 1994). 5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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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에 이어)

새롭게 해석된 스트레스반응이란

신체의 알로스테시스를 되찾으려는 모든 시도가 된다.

스트레스에 대응하여 인체는 변화를 통해 새로운 안정 상태를 찾아간다.

이때 비용이 지출된다.

부적합한 상황에 적응하도록 강요될수록 지출되는 비용이 많아지는데,

맥쿠엔과 스텔라는 이를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라고 불렀다.1)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는

반복적이고,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대하여

새롭게 설정된 알로스테시스를 유지하는 부담이 된다.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의 축적은

신경학적, 내분비적, 면역학적 스트레스 매개물들이

인체의 다양한 기관과 시스템에 과잉 노출되어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일상에서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더 많이 겪고 있는 사람일수록 질병으로의 이행

혹은 악화가 더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흔히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는

시소 위에 올라탄 코끼리(그림에선 500㎏의 장사) 두 마리로 비유된다.

작은 몸집의 아이 두 명이 올라탄 시소는

적은 비용으로도 상당히 쉽게 균형을 유지한다.

그러나 시소의 균형을 위해 거대한

두 마리의 코끼리를 이용할 경우를 생각해보자.

먼저 코끼리에 해당하는 잠재적인 거대한 에너지가

더 유용한 일에 사용되지 않고 시소의 균형을 맞추는 데에만 소모된다.

두 마리의 코끼리가 올라타서 유지되는 균형은

언제라도 시소가 부서져 버릴 위협이 존재한다.

오랫동안 서 있을수록 그런 위험성은 더 높아진다.

이들은 시소에서 내리기조차 힘든데 둘 중 하나가 뛰어내리면

다른 한 마리는 땅에 곤두박질 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각각 서로 다른 문제를 은유하고 있다.

단기적인 위급한 상황2)을 해결하기 위한 스트레스 반응은

종종 더 유익한 일, 이를테면 성장이나 생식에 쓰이는 에너지를 회수한다.

또한 스트레스 때문에 야기된 불균형을 보다 다양한,

혹은 대량의 스트레스 호르몬을 써서 새로운 균형점을 잡는 문제는

알로스테시스를 유지하는 부담의 문제를 내포한다.

결국 전신을 소모(wear and tear on body)시키는 상태로 이끈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 반응의 구성 요소들은 각각 다른 속도로 정지한다.3)

오직 인간만이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경험한다

새폴스키는 내적인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역동적인 변화적 적응과정이

왜 스트레스 관련 질환을 해석해내는 툴로 효과적인지를 설명한다.

인간은 얼룩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막연히 생각해 볼 때, 강한 생존본능만이 삶의 전반을 지배하는

사바나의 개체들이 더 빈번히 스트레스에 노출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착각일 뿐이다.

얼룩말의 스트레스반응은 오직 사자에게 쫓길 때만 작동한다.

이들이 도망에 성공한다면 다음 번 사자의 사냥이 있기까지는 편히 쉴 수 있다.

동물들이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면

오직 셀리에의 실험에서 다양한 종류의 스트레스 상황에 가학적으로 노출시켰을 때뿐이다.

인간이라면 어떨까?

맥쿠엔은 확신에 차서 이야기 한다.

“오직 인간만이 HPA축을 무기한 작동시킬 수 있다.

이것은 인간만이 고등한 지각, 사고, 정서능력을 갖고 있고,

스트레스 반응이 이들과 가깝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4)

맥쿠엔의 이야기대로라면

다음 번 사자가 언제 나타날지를 고민하며

늘 불안에 전전긍긍해 할 것이다.

서양의학에서 최근에 심신증이라는 개념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이는 전통적으로 종종 무시되었던 증상들을 사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즉 이들은 심리상태가 아주 정교한 방식으로 신체에 영향을 미치며

잘 구조화된 경로를 따라 기능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는 것이기도 하다.

다음<표>는 알로스테시스 과부하가

어떤 질병으로 이행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5)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질환들이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로 인해 유발된다.

한의학에서 충분히 관찰되고 기록된 것들로

더 이상 새로운 개념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더 강점이 있다.

여기에 더 나아가 알로스테시스와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의 개념을 인정함으로써

한의학은 보다 정치하고 풍부한 사유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물론 최종적인 목표는 특정한 시기에 의학이 어떠한 방법으로 개입할 것인지

보다 더 적확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미주>

1) McEwen BS, Stellar E. 1993. Stress and the individual. Mechanisms leading to disease.

Arch Intern Med. 153(18):2093-101.

2) 직장 상사에게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 왜 얼룩말이 사자에게 쫓겨 도망갈 때 같은

스트레스 반응이 유발되는지 모르겠지만 단기적인 위급한 상황이란 교감신경과 HPA축의 활성화 반응을 이야기한다.

3)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의 측정과 평가에 난점을 내포하기도 하지만,

충분히 많은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지표(allostatic load marker)가 개발되어 인체의 각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4) Bruce McWen, Elizabeth Norton Lasley, 2010(원판은 2002), 브루스 맥쿠엔의 스트레스의 종

5) Robert Sapolsky, Why Zebras Don't Get Ulcers. 1994, Holt/Owl 3rd Rep. Ed. 2004

출처: 민족의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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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는 신체의 알로스테시스를 깨는 모든 것이다.”

-로버트 새폴스키(Robert M. Sapolsky, 1957~ ).

알로스테시스는 변화를 통하여

안정성을 획득하며 적응해 나간다는 관점을 강조한다.

변화에 반응하는 신체의 다양한 시스템들은

바로 이러한 역동적인 탄력성을 제공하는 근간이다.

그 중에서도 스트레스 반응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몸의 체계적인 반응이다)을 구성하는 시스템은

인체의 변화를 다양한 곳에서 극적으로 일어나게 할 수 있다.

월터 캐넌과 한스 셀리에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라는 용어는 정신적인 측면에 국한되어 사용된다.

이러한 용례의 첫 사례는 월터 브래드포드 캐넌

(Walter Bradford Cannon, 1871~1945)이었다.

그는 1915년 출판한 자신의 저서

「Bodily Changes in Pain, Hunger, Fear and Rage:

An Account of Recent Researches into the Function of Emotional Excitement」에서

외부 위협에 반응하는 동물들의 공통적인 반응을 고찰했다.

그것이 바로 그 유명한 ‘투쟁 혹은 도피 반응(fight or flight)’이다.

캐넌은 신체의 항상성을 깨뜨리는 위협의 범주를

정서적인 영역에까지 확장하여 적용했으나

신체의 항상성을 재정립하기 위해

신체가 하는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다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1932년 그의 저서인 「The Wisdom of the Body」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온갖 종류의 스트레스에 적응하는

인체의 신비로운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이는 그가 ‘투쟁 혹은 도피 반응’을 위급 상황에 대처하는

신체의 ‘긍정적인’ 적응 양상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비슷한 시기에 한스 셀리에

(Hans Hugo Bruno Seyle, 1907~1982)는

다양한 감염질환에 걸린 환자들의 증상이

대부분 일치하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그들의 질환은 모두 달랐으나 그들은 공통적으로

“혀에 설태가 끼고, 몸이 쑤시는 통증을 느꼈으며,

식욕이 없고, 편도선에 염증이 있었다.”

그는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병(sickness),

이를테면 몸이 안 좋다고 느끼거나 객관적으로도

사람을 아파 보이게 만드는 일반적인 반응들을 연구하는 것이

특정 질환을 연구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여러 시행착오 끝에 이러한 일반화된 반응이

동일한 원인에 의한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1930년대 들어 그는 신체의 다양한 상해,

이를테면 춥게 하거나, 덥게 하거나, 강제로 운동을 시키거나,

통증을 주는 등의 자극이 일련의 동일한 반응을 일으키는 것에 주목했다.

실험에 참여한 쥐들은 하나같이 소화성 궤양에 시달리고,

부신이 팽창했으며 면역계 조직들이 위축됐다.

1936년 「Nature」에 실린

‘A Syndrome Produced by Diverse Nocuous Agent’라는 논문에서

그는 일반적 적응 증후군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신체에는 다양한 유해물질에 의해 대응하는

일관되고 잘 조직화된 하나의 메커니즘이 있으며

다양한 유해물질은 후에 스트레스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불렀다.

셀리에는 “광범위한 다수의 스트레스에 대해

놀랍도록 비슷한 양상으로 신체가 반응한다는 것”과

“스트레스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 병이 난다”는 것을 말해줬다.

그는 ‘일반적 적응 증후군(General Adaptation Syndrome)’에서

스트레스가 증상을 유발하는 ‘피로’의 단계에서

호르몬이 고갈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다.

알로스테시스의 관점에서 오히려 더 큰 문제는

스트레스 반응이 충분히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이것은 스트레스 반응이야말로 스트레스 그 자체보다

더 위협적이고 파괴적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스트레스 반응 : 교감신경 시스템과 HPA 축

 

 

캐넌과 셀리에가 고민했던 스트레스 반응은

주로 교감신경 시스템과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

(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과 관련된 것이다.

이 둘의 시스템은 스트레스 반응 때에 시간을 달리 하며 활성화된다.

활성화되는 양상을 살펴보면 인체의 자원이

어떻게 배분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교감신경계는 부교감신경계에 비해 규모가 더 크며,

전신에 걸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교감신경계의 집단 방출 양상은 거의 완전한 하나의 단위로서

교감신경계의 많은 부위들이 동시에 방출되는 것으로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신체의 적응을 보여준다.

심장박동수가 증가하며, 혈액의 재분포가 일어난다.

피부와 소화관의 세동맥은 수축하고, 근육의 세동맥은 확장되며 혈압이 상승한다.

그럼으로써 피부와 소화관의 혈액은 뇌 심장 근육으로 집중될 수 있다.

그밖에도 동공은 확대되고, 기관지 소화관 방광의 민무늬근육 수축이 억제되며,

항문과 방광의 조임근이 수축하고, 털은 쭈뼛쭈뼛 서고, 땀이 밴다.

그 뿐 아니다. 간과 근육에서 해당 작용 역시 증가한다.

혈액 응고율도 상승한다.

스트레스 반응 시에 활성화되는 또 하나의 시스템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축(HPA axis)이라고 불리는 내분비 시스템이다.

시상하부에서

부신 피질 자극 호르몬 (corticotropin releasing hormone, CRH)이 방출되면,

15초 정도 후에 뇌하수체에서 부신피질자극호르몬(corticotropin, ACTH)의 방출이 촉발된다.

ACTH는 전신의 혈관으로 분비되어 수 분 내로 부신에 도달하고,

부신에서는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방출이 촉발된다.

로버트 새폴스키(Robert Sapolsky)는

그 밖에도 몇 가지 호르몬에 더 주목한다.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 췌장에서는 글루카곤이 분비되고,

당질 코르티코이드와 교감신경계의 작용과 더불어 혈당을 높인다.

(이것은 사실 에너지를 동원하기 위한 작전이다.)

시상하부에서는 프로락틴이 분비된다.

스트레스를 받는 동안 분비되는 프로락틴은

남성과 여성의 생식을 얼마나 강하게 억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호르몬이다.

뇌하수체를 비롯한 뇌에서는

엔도르핀이나 엔케팔린 같이

통증 감각을 무디게 만드는 내인성 모르핀을 만들어낸다.

항이뇨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바소프레신도

스트레스 반응 시에 활발히 분비되는 것이다.

반면 억제되는 것들도 있다.

다양한 생식호르몬, 이를테면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테스토스테론이 스트레스 반응 시에 억제되며,

성장호르몬과 인슐린의 분비 역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억제된다.

스트레스 시에 활성화되고 억제되는 일련의 반응들은

5억 년에 걸친 투쟁의 진화과정이 아로새겨져 있다.

스트레스 반응이 초래하는 적응은

생존이 화두였던 시대에 적합한 이득을 제공했다.

미친 듯이 움직이는 근육에 빠르게 혈류를 공급하고, 에너지를 동원하며,

산소와 영양분 역시 더 많이 수송하기 위해 심박수, 혈압, 호흡량이 증가한다.

뇌 역시 비슷한 도움을 얻는데 이는 신체가 경계 태세에 있도록 돕는다.

피부 혈관이 수축되고 입모근이 곤두서는 것,

혈전을 생성하는 섬유소원(fibrinogen)이 증가하는 것은

혹시 모를 출혈에 의한 혈액손실을 방어한다.

천연 진통제를 방출하여 위급상황에서 보다

동물적인 기능을 수행해 낼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스트레스 반응이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로

스트레스 반응이 이치에 맞는 적응이라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어떻게 질병으로 이행한다는 것일까?

먼저 알로스테시스의 관점에서

스트레스는 보다 넓은 의미에서 해석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스트레스란 곧 신체의 알로스테시스를 깨는 모든 것이다.

개인이 경험하는 스트레스의 유형과 종류는 모두 다르다.

인간의 개인적인 차이는 비슷한 종류의 스트레스를 다르게 인지하게도 한다.

개체의 유전적 변이에 따라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의 반응이 다르기도 하다.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개인의 행동 양식도 다르다.

누군가는 음식을 먹고, 담배를 피우고, 술을 먹고, 운동을 한다.

이 모든 것들은 신체의 알로스테시스를 위협하는 요소가

개인마다 일률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McEwen BS. 1998. Protective and damaging effects of stress mediators. N. Engl. J. Med. 3)

새폴스키는 스트레스가 병으로 이행되는 과정 사이에

몇 가지 단계를 더 둠으로써 얻는 이득을 명확히 하려 했다.

그것은 첫째로 왜 몇몇 사람들만

실제로 스트레스 관련 질병에 걸리는지에 대한

개인차를 설명할 근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p.s:한의학에서 체질은 스트레스를 인지하는 방식,

인지된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방식, 심지어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신체의 역동적인 변화까지 은유한 개념이다.

그러나 알로스테시스의 질병 모델을 보고 있자면

체질이라는 용어에 이 모든 단계를 뭉뚱그려

사적 사유를 단순화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둘째로 스트레스에서 질병으로 이행하는 과정을

보다 명확히 함으로써 그 과정에서 보다 정치하게

의학적으로 개입할 방법을 고안해내기 쉬워졌다는 것이다.

셋째로 의심스럽고 모호한 개념으로

인식됐던 스트레스가 실제로 질병을 초래하거나

악화시킨다는 역할을 인정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계속>

출처: 민족의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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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스테시스는 항상성에 대한 개념의 확장

베르나르의 생리학

“내부 환경(milieu interieur)의 항상성(constancy)이야말로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의 조건이다.” - 클로드 베르나르, 1878년

실험생리학자 클로드 베르나르(Claude Bernard, 1813∼1878)는

의학과 생물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실험의학방법서설」에서 그는 의학이 다른 과학과 마찬가지로

실험적 방법에 의해 성립될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시 여기는 실험이라는 방법론을

주장하는 일이 그렇게 대단한 일이었을까? 대답은 아마도 ‘예스’일 것이다.

당시 의학은 해부학과 병리학 위주였고,

생리학은 마땅한 제도적 공간을 가지지 못한 채

해부학에 종속된 부수적인 분야로 여겨지고 있었다.

또한 실험이 의학발전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은 소수에 불과했고

오히려 실험에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의사들이 다수였다고 한다.

하지만 베르나르는 유기체의 생명현상은

죽은 시체를 연구해서는 결코 파악될 수 없고,

살아있는 생물에 대한 생체해부(vivisection)를 통한

생리학이 연구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그는 의학에서 생리학의 확고한 위치를 마련하고자

실험적 방법론을 제창하기에 이른다.

생명과학 분과에서 실험이라는 방법론이

유기체의 생명현상을 생동적으로 다루기 위한 방편으로

제시되었다는 역사적 환기는 한의학계에도 많은 점을 시사한다.

한편, 그는 일반생리학이라는 제목의 강의를 통해

의학으로부터 독립된 순수한 생리학 체계를 구성해 보고자 하였다.

그는 일반생리학 강의에서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현상을 어떻게 분류할 것인가’

따위의 다소 사색적이고 추상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는 생명체의 조건으로서 내부 환경의 항상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내부 환경’의 개념은 고등동물이 외부 환경의 영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다.

베르나르는 생명체를 둘러싼 외부의 무기적 환경으로

물 공기 온도 등 세 가지를 강조했는데, 식물과 미생물,

그리고 동물 중에서도 양서류 등 구조적·기능적으로 하등한 생명체들은

이 세 요소들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못하면 곧 죽거나 한동안 생명 현상이 중지된다.

그러나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고등 포유동물들의 생리적 현상은

이러한 외부환경의 변화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보인다.

베르나르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고등한 포유동물의 체내에는

외부 환경의 변화가 주요 생명현상들이 일어나는 기관들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일단 한번 차단해 주는 또 다른 환경

-즉 내부 환경-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베르나르의 ‘내부 환경’개념은 생명현상의

여러 특성 중 항상성(Homeostasis)이라는 이름으로

그 명맥이 이어졌다.

항상성은 -베르나르의 표현 처럼-

자극에 대한 일정 값(set point)으로의

원상 복구에 의한 안정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일정 값이란 신체에는 어떤 측정치에 관해서도

가장 적합한 단 하나의 수준, 수치, 양이 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이는 사실에 부합되지 않는다.

인체의 평형은 본질적으로 고정된 값을 갖지 않는다.

가령, 인체의 정상 체온은 36.5℃이지만,

그것은 다른 여러 요소들을 고려한 경우에만 그러하다.

병적 상태에서 38℃ 이상은 위험신호일 수 있다.

그러나 격렬한 운동 직후에 신체는

40℃가 넘은 체온상태에서도 병적이라 말할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가 인체에서 측정하려는

어떤 생체 값도 고정적(fixed)이지는 않으며,

그것은 언제나 여타 요인들에 의존하는

맥락의존적 값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분자생물학자 후쿠오카 신이치의

생명에 대한 이해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생명을 가변적이며 지속가능한 즉,

동적인 평형상태(dynamic equilibrium)에 있는 시스템이라 말한다.

생명현상은 구성 성분의 구조적 총합 그 이상이며,

성분들 상호간에 만들어내는 ‘흐름’의 효과라는 것이다.

알로스테시스의 개념

항상성 개념을 지지한 베르나르를 비롯한 생리화학자들은

생명현상이 이러한 ‘동적 평형’을 유지하려는

역동적인 조정과정임을 인식하였으나,

당시로서는 이를 구체적으로 연구할 방법을 갖고 있지 못했다.

클로드 베르나르의 다음 발언은 이를 잘 보여준다.

“오늘날 생물학 전체의 종합을 기도하려 하는 무리들은

자신들이 이러한 과학의 현 상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가지고 있지 못함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겨우 생물학의 문제가 막 제안되었을 뿐이다.

기념비를 세울 것을 생각하기 전에 우선 돌을 모으고

그것을 필요한 크기도 자르지 않으면 안 되듯이,

먼저 생물과학을 구성할 사실들을 수집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역할의 수행은 실험의 임무이다. 방법은 이미 확립되어 있다.

그러나 분석하지 않으면 안 될 현상이 지극히 복잡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과학의 참다운 선구자는 분석 조작에

어떠한 단순한 원리를 부여해줄 수 있는 사람,

혹은 실험 도구를 발명해내는 사람일 것이다.

또 사실이 극히 명료하게 실증되고,

또 충분히 많이 존재하고 있을 때에도

종합은 결코 쉽게 완수되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진보의 도상에 있는 실험과학,

그 중에서도 생물학과 같은 복잡한 과학에 있어서는

새로운 관찰도구나 실험기구의 발명이 많은 체계적 혹은

철학적 논의들보다 훨씬 공헌하는 바가 크다고 나는 확신한다.”

항상성은 비교적 최근에 들어서야

‘알로스테시스’라는 개념으로 재확립되었다.

1988년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피터 스털링(Peter Sterling)과

조지프 아이어(Joseph Eyer)는 그들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항상성 개념을 현대화하였다.

알로스테시스는 생명체 내외부의 자극에 대한

동적 변이를 통한 안정성을 의미한다.

알로스테시스는 자극에 대해 행동의 변화를 포함한

신체 전반의 변화를 조절하는 것이다.

항상성이 국소적인 매커니즘에 따라 특정 피드백 사이클 내에서의

음성 혹은 양성 피드백에 의한 균형 회복만을 의미했다면,

알로스테시스는 자극에 대해 자율신경계, HPA 축, 심혈관계,

신진대사, 면역계 등을 포함한 전신의 모든 체계가 협력하여

자극에 대한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가는 역동적인 조절 과정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건강은 내외부의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서

항상 역동적으로 균형을 만들어가는 상태이며,

반면에 질병은 이러한 동적 평형이 무너진 상태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1>은 항상성과 알로스테시스의 차이를 도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림 2>는 알로스테시스 개념의 구체적 실례로서,

스트레스에 반응하여 신체 전반이 어떤 방식으로 조율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자율신경계, HPA 축, 심혈관계, 레닌-안지오텐신계 등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모습이 흡사 태극문양을 연상시킨다.

한의학과 알로스테시스 개념의 차이는?

아마 누군가는 내부 환경, 항상성, 알로스테시스로 이어지는

일련의 개념들이 한의학에도 얼마든지 있다고 항변할 것이다.

그렇다. 한의학에도 이러한 현상을 설명해내는 개념들,

이를 테면 정기, 사기, 위기(正氣, 邪氣, 衛氣) 등을 비롯해

다양한 개념이 존재한다.

베르나르가 고등동물에서의 내부 환경을 이야기하듯

한의학에도 운(運)이라는 개념을 통해

신기지물과 기립지물을 구별 짓는 사유 모델이 있다.

(신기지물과 기립지물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하라. 우주변화의 원리, 한동석)

추상화 혹은 난해함의 정도 차이는 있을지라도

흡사 동일한 현상을 지칭하는 표현들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한의학에서 나오는 언어와 알로스테시스 사이의 개념들은 완전히 동일한가?

물론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지점에서 결을 달리하는 것일까?

개념이 서로 유사하다는 점은 인정되더라도 더 유용한 개념은 있을 수 있는가?

만약 상호 유사한 개념 사이에서 한 개념이 더 유용하다고 인정될 경우, 개념은 대체 가능한가?

각 개념 간의 유사점만을 뭉뚱그려 모호하게 이해하는 것은

간편한 방식으로 사적 사유를 강화시킬지는 몰라도 학문적으로 성실한 태도는 아니다.

차이를 드러냄으로써 더욱 세밀한 이해가 비로소 가능해진다.

알로스테시스는 항상성에 대한

근본적인 부정이라기보다는 개념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다.

내부 환경, 항상성, 알로스테시스로 이어지는 사유의 흐름은

점점 더 현상에 근접한 설명 방식을 제공하고 있다.

내부 환경, 항상성, 알로스테시스.

각 개념의 역사적 변모과정 중에 발생한 차이를 모두 탈락시키고,

어찌됐든 그와 비슷한 개념이 한의학에 이미 예전부터 있었다고

말하는 것은 지적으로 게으르고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서양의학이 단순히 환원론에 매몰되어있다는 식의 주장은 쉽사리 하지 못할 것이다.

한의학적 사유의 재해석

앞으로 우리는 알로스테시스 개념을

생명체의 동적 평형을 교란시키는

내외부의 여러 자극들(이러한 자극을 스트레스라고 부른다)과

관련지어 보다 자세하게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이 개념을 도구삼아 몇 가지 한의학적 사유를 재해석하고자 한다.

비록 아직 조악한 형태의 접목에 불과할지라도

우리는 알로스테시스 개념을 통한 사유 모형에서 모종의 희망을 발견했다.

혹자는 “기존 한의학 개념을 알로스테시스 개념으로

독해하는 작업이 무슨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단 말인가?”라는

회의적인 질문을 던질 것이다.

그 질문이 바로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이다.

몇 편의 글을 통해 이러한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하고자 한다.

<계속>

출처: 민족의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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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지부(傳導之府)

대장은 전도지부(傳導之府), 대장주진(大腸主津)의 기관으로

소화를 마친 음식물의 최종 통로이다.

소장을 통과한 음식물은 죽상으로

약 1.5~2.0리터의 양이 우측 상행결장으로 들어온다.

대장의 오른쪽절반은 흡수를 담당하고

왼쪽절반은 저장을 담당한다.

수분의 흡수를 마친 분변은

약 150cc 정도만의 양을 남기고 체외로 배설된다.

사실 대장으로 넘어온 음식물이 소화가 모두 완료된 것은 아니다.

음식물 내에 남아있는 소화효소들에 의해

마지막까지 소화과정이 진행될 뿐만 아니라

대장내의 미생물에 의한 발효도 이루어진다.

비타민 K와 같은 영양소는 거의

미생물에 의해서 합성되고 흡수된다고 한다.

대장 내에는 약 100여종, 1조개의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크게 두부류로 나눌 수 있다.

유익균과 유해균이다.

보통 유산균과 같은 유익균이 최우세종을 형성하고 있으며,

유산균들은 젖산을 분비하여 대장 내를 산성환경으로 유지시킨다.

이때 생성된 젖산은 잡균의 증식을 막을 뿐만 아니라

생체 에너지의 약 10%를 담당한다고 한다.

또한 유산균은 대장점막에 견고하게 부착되어

잡균이나 통과균이 체내로 진입하는 것을 막아주는

방어작용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대장점막은 자체적으로 점액을 분비하고,

이와 더불어 다량의 IgA항체도 함께 분비하여

대장내의 화학적 물리적 공격인자에 대한 방어를 한다.

처음에도 언급했듯이 대장은

위장관내에서 수분을 마지막으로 조절하는 곳이다.

2리터 정도의 수분을 흡수하거나 배출함으로서

체내 수분의 평형을 유지한다.

콩팥에서 수분의 재흡수를 촉진하는

알도스테론의 작용에 대장점막이 함께 반응하는 것이다.

‘폐-대장 상통’의 의미와 ‘대장주진’의 의미를 함께 설명해주는 부분이다.

(폐에서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가 분비되어 수분대사에 관여한다.)

이렇듯 대장에 발생하는 질환은

종양을 제외하고는 대개 수분대사와 관련이 있다.

설사는 대장이 수분을 흡수할 수 없는 상황임을 의미한다.

그 원인이 염증인지 궤양인지

칠정에 의한 것인지의 구별과 한열의 구별만 하면 된다.

급성으로 오는 설사의 경우는

음식상에 의한 급체나 세균성 감염일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 증상이 급격하고 진행이 빠르다.

쉽게 낫기도 하고 응급실로 실려가기도 한다.

만성설사인 경우는 대개 열증보다는 한증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설령 복통과 출혈이 있다고 하더라도

복강의 혈류순환을 먼저 생각하고 ‘양화기’를 먼저 살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만성설사에서 대개 빠뜨리기 쉬운 것이 문맥순환이다.

문맥의 순환통로가 막히게 되면 복강내의 혈액이 저류하게 되고

소화관전체의 영양공급이 장애를 일으킨다.

특히, 심장에서 가장 먼 곳인 대장의 혈류에 가장 큰 문제가 발생하고

치질과 같은 혈관의 부종도 초래하며 설사와 같은 흡수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변비는 대개 수분의 과다흡수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 때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 수분이 모자라는가 하는 것이다.

심폐의 경우가 가장 많은 듯하다.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열증의 경우는 대황이나 망초와 같이 점막의 투과성을 조절하는 약제들이 쓰인다.

한증의 경우에는 파두와 같은 열성하제의 사용도 고려해 볼 만하다.

대장의 질환 중 최근 증가추세에 있는 ‘염증성장질환’에 대해 알아보자.

염증성장질환은 크게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으로 대별된다.

사실 두질환 모두 특정한 감별요건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증상의 형태와 부위, 조직학적 일부소견에 의해서 구별한다.

크론병은 궤양이 소장과 대장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고

아프타성궤양의 형태를 띠고 근육층까지 파고든다.

또한 궤양의 형태가 일렬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장결핵과 구별이 안될 때도 있다. 주증상은 복통이다.

체중감소와 함께 설사와 출혈, 치루를 동반하기도 한다.

궤양성대장염은 크론병과 달리 미만성궤양을 특징으로 한다.

주로 대장에만 분포하고 직장과 회맹부에 다발하고

대장전체에 병소를 가지는 경우도 흔하다.

혈변과 설사가 주요 증상이고 복통도 동반한다.

양방에서는 소염제와 스테로이드제제, 면역억제제로 치료한다.

염증과 복통 출혈의 증상으로 미루어 보아

청열의 법을 사용해야 할 것 같으나 잘 되지 않는다.

炎症과 血熱妄行이라는 단어에 눈이 흐려진 탓이다.

물론 가장 강력한 청열지제인 스테로이드제제에

반응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우리도 청열의 법을 쓰면 되지 않나 싶지만

염증성장질환을 일으키기 위해 준비해온 많은 시간을 유추해보면 답은 자명해진다.

‘補脾溫腎’의 치법과 문맥순환을 열어주는 치법을

병행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적절한 지혈요법과 현재 환자가 복용중인 양약의 양을

방제구성에 고려하는 것을 빠뜨려서는 안된다.

이상으로 육부의 출입과 방어작용에 대한 연재를 마칩니다.

필자 생각의 많은 부분은 김용수 선생님의 ‘분석의학을 통한 한의학의 이해’,

김형태 선생님의 ‘진화생물학’,

이학로 선생님의 ‘순환구조론’에서 차용된 것임을 밝힙니다. <끝>

김순열(한의사) 필자약력

▲동국대 한의대 졸업, 동교 대학원 부인과학 석·박사

▲동국대 한의대 외래강사 역임

▲현 경기도 수원시 한의사회 보험이사, 청풍학회 회장

출처: 민족의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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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별청탁(分別淸濁)과 목극토(木克土)

소화기는 거대한 면역기관

급성 위장관질환은 한의원에서는 보기가 힘들다.

저절로 낫거나 응급실로 직행하기 때문이다.

또 질병의 기간이 짧은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로컬 한의원에서 볼 수 있는

위장관 질환의 대부분은 만성병의 형태를 띠고 있고

행기 소도 이담 온열의 방법이 선택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위산(胃酸)

위장의 방어작용은

위산이라는 강력한 도구에 의해 이루어진다.

위산은 pH가 2~3인 강산이다.

이러한 강산이 음식과 혼합되어 십이지장으로 넘어온다.

이 때 적절한 방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십이지장은 견디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위주강’의 조절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즉, 유문의 개폐가 적절치 않을 경우 십이지장 궤양이 다발한다.

십이지장에는 총담관과 췌관의 개구부가 있다.

위장에서 넘어온 강산을 담즙과 소화액

그리고 다량의 중탄산으로 중화하고

나머지 영양분의 분해 및 흡수를 담당한다.

십이지장에서 담즙과 소화액 그리고

중탄산의 분비량을 조절하는 것은 위산의 양이다.

그러므로 무분별한 위장에서의 청열과 제산이

얼마나 소화과정에 장애를 가져올지를 다시 한번 예측할 수 있다.

십이지장에서 공장까지의 음식물의 이동은 속도가 빠르고

위산과 중탄산 담즙 등 화학적 요소들에 의해

방어작용이 이루어짐으로 인해 미생물의 수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또한 콜레라나 식중독 같은

독성에 의한 것을 제외하면 소장의 질병은 그리 많지 않다.

공격인자의 수가 적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회장을 지나 대장연접부까지 내려오면

음식물의 이동속도가 느려지고

장내 미생물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다.

공격인자가 증가함에 따라 방어인자도 늘어나게 된다.

IgA 면역항체의 분비도 증가하고

패이어스패치라고 하는 면역세포의 군집도 생겨난다.

항체생산을 담당하는 B세포의 약 80%가 여기서 분화한다.

소화기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면역기관인 셈이다.

담즙(膽汁)

십이지장궤양을 제외하고 소장에서 발생하는 질병은 그리 흔치않다.

콜레라등과 같은 세균성 질환이나 베체트병, 크론병 등이 전부이다.

심소장 ‘군화’의 장기라 그런 것인가?

육부의 출입을 조절하는 또 하나의 기관이 간이다.

간은 담즙을 생산하고 담즙을 분비함으로써 소화과정에 간여한다.

또한 소화관 전체를 거친 혈액은 모두 문맥으로 모여들고

이들은 간을 거쳐 하대정맥으로 유입된다.

담즙은 하루 약 800cc 정도가 배출되고-상당히 많은 양이다.

거의 대부분 재흡수된다.

담즙은 지방의 유화에 간여하고 지용성 영양물질의 흡수를 돕는다.

체액(體液)과 필터

인체는 하나의 거대한 물주머니다.

체액의 흐름에 의해서 생명이 영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체액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시키는 필터가 두개 있는데 그 하나가 간이다.

간은 유기물의 필터 역할을 한다.

이 필터에 의해 걸러진 유기물 독소는 담즙에 의해 체외로 배설된다.

또 하나는 콩팥이다. 콩팥은 무기물 필터 역할을 한다.

담낭은 간에서 생성된 담즙을 저장하는 저장고이다.

저장된 담즙을 농축하고 지방 소화를 위해 한꺼번에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담즙의 주원료는 콜레스테롤이다.

담즙의 원활한 배설은 지방대사가 잘 이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담즙배설의 통로인 담관에 염증이 생기거나

담석에 의해 폐색되면 담즙은 역류하여 혈관내로 흐르게 되고

소화기능은 장애를 입고 황달을 일으키게 된다.

담관은 십이지장에 개구하고 장관의 사기가

담관을 타고 역류하여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간(肝)의 기능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소화관을 거친 모든 혈액은

문맥을 통해 간으로 흘러들어간다.

간은 체내로 들어온 영양물질에 대해 살균(쿠퍼셀에서 담당한다)

합성 저장하고 호르몬의 양을 조절한다.

간기능의 이상으로 인한 간의 염증이나 기능장애는

간의 혈류의 차단을 일으키고 부종을 발생한다.

또한 지방대사의 장애도 간의 기능이상을 일으키는데

이도 간의 혈류에 문제를 일으킨다.

간은 혈액덩어리이다.

간경화 이상의 비대상성(非代償性)질환이나

전격성 간염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간의 문제는 간의 부종을 동반한다.

간의 부종은 압력을 발생시키고 이 압력은 문맥의 흐름을 차단한다.

문맥혈류의 차단은 즉시 소화관의 혈류에 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소화관은 많은 양화기가 늘 필요한 곳이다.

혈류의 흐름에 문제가 발생하면 소화기능 전체가 기능저하에 빠질 수밖에 없다.

‘목극토’가 이것이다.

간의 부종을 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담’이다.

그래서 대개 소화관을 치료하는 약물에는 ‘이담제’가 함께 처방된다.

‘행기’와 ‘소도’, ‘이담’이 함께 가는 것이다. <계속>

김순열(한의사) 필자약력

▲동국대 한의대 졸업, 동교 대학원 부인과학 석·박사

▲동국대 한의대 외래강사 역임

▲현 경기도 수원시 한의사회 보험이사, 청풍학회 회장

출처: 민족의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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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과 연하 부숙작용

지난 호에 언급한 바와 같이

육부는 인체 방어의 최전선이다.

육부가 무너지면 오장병인 것이다.

육부가 뚫린다는 것은 이미 중병으로의 이환을 말한다.

그래서 육부의 출입을 조절한다는 것은 예방의학적 의미가 있다.

이것이 양생의 기초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우리는 먹음직스런 음식을 보거나 배가 고플 때,

색성향미촉법이라는 인식을 통해 인체의 오감이 자극되고

오감의 자극은 정보전달을 통해 시상하부의 섭식중추를 자극한다.

음식이 구강으로 전달되면 침샘의 분비가 촉진되고

많은 장액과 소화액이 흘러나온다.

여기에는 설리파제와 설아밀라제가 포함된다.

이들은 지방과 탄수화물의 1차 소화를 담당한다.

파로틴이라는 노화방지호르몬도 나온다.

또한 타액은 음식과 섞여 연하를 돕게 된다.

물론 음식과 함께 묻어온 많은 이물질들(유해독소와 미생물)을

제거하기 위한 면역물질(IgA)도 분비된다.

이와 같이 구강의 저작기능은

타액의 분비를 통한 소화작용의 준비와

첫 번째 방어작용을 수행한다.

타액은 하루 약 1리터 정도 분비된다.

구강을 지난 음식물은 식도를 통해 위장으로 전해진다.

식도는 인후부에서 기도와 식도로 나누어지게 되는데,

해부학적 구조상의 불합리로 인하여 여러 가지 문제들을 일으킨다.

사레가 든다든지, 기도폐쇄가 일어난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또한 식도하부는 위의 기능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胃主絳’의 기능에 장애가 발생하면

위는 음식물을 아래로 흘려보내지 못하고 상부로 역류하게 되는데,

위장만큼의 방어력을 갖추지 못한 식도는 위산의 공격을 이기지 못하고 타버린다.

이것이 역류성식도염이다.

그래서 역류성식도염의 치료는 염증의 치료가 아니라

‘胃主絳’의 기능을 살려야 한다.

*위주강(胃主絳); 위는 아래로 내리는 기능을 주관한다는 의미

위장의 기능은 ‘胃主受納’, ‘胃主絳’, ‘胃主腐熟’인데,

먼저 ‘胃主絳’에 대해 알아보자.

사실 소화관 전체의 기능이 ‘上에서 下로의 이동’이다.

그 분수령이 십이지장인데,

십이지장 상부까지의 문제 즉, 음식물의 문제이든 소화장애이든

위가 이것을 간직하기 어려울 때 구토를 통해 독소를 구강으로 배출시킨다.

‘胃主絳’에 의해 문제가 없었던 음식물이

소장이하에서 문제가 다시 발생하면

이때는 ‘설사’라는 작업을 통해 없애버리게 된다.

여기에 ‘胃主絳’의 묘미가 있다.

위장은 부숙이라는 과정을 통해

음식물을 소화흡수의 전단계로 만들어낸다.

펩신과 위산으로 음식물을 죽상으로 만들고

강력한 위산은 살균을 마무리 한다.

위장의 점막은 방어인자와 공격인자사이에서 평형을 유지하고 있는데,

만약 외사가 침입하거나 내부의 평형이 깨지게 되면 질병을 유발한다.

위장의 점막은 점액을 점막세포 표면에 도포하여

위산과 펩신 그리고 음식물로부터의 공격을 방어한다.

그러나 일부분 점막이 씻겨 나가게 되면

염증과 궤양이 발생하고 쓰림과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외부적 공격인자로는 술과 약물(아스피린 등), 자극성 음식물, 고형음식물 등이 있다.

내부적 공격인자로는 칠정과 음양의 불균형을 들 수 있다.

위장병의 치료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한열의 구별이다.

육부는 양의 기관으로 항상 양화기가 충만한 곳이다.

반대로 양화기의 부족은 질병을 야기한다.

구강에서 항문까지 하루 약 10리터의 수액이

장내로 흘러들어오고 또 흡수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양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또한 인체를 유지하는 에너지의 원천을 흡수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육부의 치료에서 있어서는

淸熱의 방법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우리들은 늘 습관적으로 淸熱之劑를 사용해 왔다.

‘胃熱’이라는 미명아래 말이다.

지난호에서도 말했지만 위장점막의 세포교체주기는 대단히 짧다.

약 3일 정도면 모두 교체된다.

그래서 아무리 심하게 급체하더라도 3일 정도 지나면 저절로 낫는다.

치료는 단지 조금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

이러한 상태가 급성의 상태이고 ‘熱症’의 상태이다.

이때 잠시 청열의 방법이 필요할 뿐이다.

대부분의 위장질환은 열의 상태보다는 한의 형상을 나타낸다.

위장으로의 혈류량이 줄어들어 질병이 발생한다.

또한 ‘制’에 빠진 위장이 아니라면

정상적인 ‘혈액’의 흐름만 만들어 준다면 대개 쉽게 회복된다.

이렇게 급성 열증의 상태일 때

평위산, 곽향정기산, 오패산 등의 산제가 사용되고

공격인자를 약화시키는 방법으로 장점막의 재생을 돕는다.

하지만 위장의 질병이 만성으로 접어들면

이러한 방법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위장질환의 속쓰림은 열증과 한증에 모두 나타난다.

공격인자인 위산이 과다해도 쓰리지만

방어인자인 점액이 부족해도 쓰린다.

급증 열증으로 쓰린 위장에는 제산이나 청열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만성 한증으로 방어인자의 부족으로 인한 쓰림에는

청열과 제산이 오히려 해가 된다는 말이다.

양의학의 맹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열증으로 쓰려도 제산제, 만성으로 쓰려도 제산제를 준다.

심지어 위산의 생산을 막는 프로톤-펌프억제제까지 투여한다.

그런데 한의사들도 같은 방법을 쓰는 경우가 많다.

한열(寒熱)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증은 대개 그대로 두어도 낫는다.

왜냐면 육부는 양화기가 넘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반면 만성으로 질병이 이환되면 양화기를 살려주는 치료를 해야 한다.

즉 정상적인 혈류량을 확보해주어야 하는데,

이것이 안중산에서 계지 반하 양강 등 온열제를 선택하는 이유이다. <계속>

김순열(한의사) 필자약력

▲동국대 한의대 졸업, 동교 대학원 부인과학 석·박사

▲동국대 한의대 외래강사 역임

▲현 경기도 수원시 한의사회 보험이사, 청풍학회 회장

출처: 민족의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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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초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