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동네 노인분께 여쭤보세요. 약용작물 관련자료/이완주 박사님의 흙이야기2020. 12. 25. 09:00
“스승님, 오곡 가꾸기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나는 늙은 농부보다 모른다.”
제자 번지와 공자가 나눈 대화이다.
농사를 지으려는 제자는
스승에게 어떻게 하면 잘 지을 수 있는지를 물었다.
스승은 자신은 농사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으니
동네에서 제일 잘 짓는 노인에게 엎드려 배우라고 충고한다.
지난 9월 초순. 태풍 곤파스가 한반도 허리를 관통하기 이틀 전,
농협대학 강사 대기실에서 우연히 충주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윤경환씨(65)을 만났다.
그 분은 “올해는 물 때문에 흉년 들거유.”라고 말했다.
“그걸 어떻게 아시나요? 당국에서는 올해도 평년작은 될 거라던데…….”
그 분을 만나고 나서 며칠이 안 되어 태풍 곤파스가 오고,
이어서 추석까지 거의 한 달 가깝게 날이 궂고 비가 왔다.
하도 신기해서 전화를 걸어서 언제 그걸 알았냐니까
“연초가 되면 ‘무얼 아는 노인들’과 함께 따져서 안다.
2월에 이미 NGO단체에서 발간하는 한 잡지에 기고를 했다”고 말한다.
나는 당장 그 단체에 전화를 걸어서 기사를 입수했다.
지난 2월 1일자로 발간된 자료에는
‘유기자연농법의 원조를 찾아서’라는 제목 하에
‘천기누설농법’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내용을 압축하면 ‘60년 전 경인년에도 흉년이었고 올해도 흉년의 해운이다.
평년보다 비가 많고 지난해보다 더 많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썼다.
따라서 비료를 나눠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체로 7년 주기로 오는 흉년에는
아무리 농사를 잘 짓는 사람도 어쩔 수 없다며,
“올 같은 경우 팥 농사보다는 콩 농사가 유리할 거유.”라고 말했다.
어째서 그러냐고 물었다.
“으른들이 그렇게 말씀하셨슈.”
나는 콩 전문가에게 물어보았다.
“팥꽃은 늦장마 때 피는 시기라 흉년이 들고,
콩은 체내의 수분 이동이 다른 작물보다 워낙 느려서
꼬투리에 맺히는 물이 콩알을 살찌워 풍년이 든다.”
노인은 오래 쌓은 농사 경험과 전래해 오는 역학을 통해
현대 과학으로도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를 점쳐 왔다.
우리 농촌에는 어디나 그런 노인들이 있다.
때문에 젊은 농부는 노인에게 여쭈어 보면서 농사짓는 것이 지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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