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11

« 2024/11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728x90

“스승님, 오곡 가꾸기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나는 늙은 농부보다 모른다.”

제자 번지와 공자가 나눈 대화이다.

농사를 지으려는 제자는

스승에게 어떻게 하면 잘 지을 수 있는지를 물었다.

스승은 자신은 농사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으니

동네에서 제일 잘 짓는 노인에게 엎드려 배우라고 충고한다.

지난 9월 초순. 태풍 곤파스가 한반도 허리를 관통하기 이틀 전,

농협대학 강사 대기실에서 우연히 충주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윤경환씨(65)을 만났다.

그 분은 “올해는 물 때문에 흉년 들거유.”라고 말했다.

“그걸 어떻게 아시나요? 당국에서는 올해도 평년작은 될 거라던데…….”

 

그 분을 만나고 나서 며칠이 안 되어 태풍 곤파스가 오고,

이어서 추석까지 거의 한 달 가깝게 날이 궂고 비가 왔다.

하도 신기해서 전화를 걸어서 언제 그걸 알았냐니까

“연초가 되면 ‘무얼 아는 노인들’과 함께 따져서 안다.

2월에 이미 NGO단체에서 발간하는 한 잡지에 기고를 했다”고 말한다.

나는 당장 그 단체에 전화를 걸어서 기사를 입수했다.

지난 2월 1일자로 발간된 자료에는

‘유기자연농법의 원조를 찾아서’라는 제목 하에

‘천기누설농법’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내용을 압축하면 ‘60년 전 경인년에도 흉년이었고 올해도 흉년의 해운이다.

평년보다 비가 많고 지난해보다 더 많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썼다.

따라서 비료를 나눠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체로 7년 주기로 오는 흉년에는

아무리 농사를 잘 짓는 사람도 어쩔 수 없다며,

“올 같은 경우 팥 농사보다는 콩 농사가 유리할 거유.”라고 말했다.

어째서 그러냐고 물었다.

“으른들이 그렇게 말씀하셨슈.”

나는 콩 전문가에게 물어보았다.

“팥꽃은 늦장마 때 피는 시기라 흉년이 들고,

콩은 체내의 수분 이동이 다른 작물보다 워낙 느려서

꼬투리에 맺히는 물이 콩알을 살찌워 풍년이 든다.”

 

노인은 오래 쌓은 농사 경험과 전래해 오는 역학을 통해

현대 과학으로도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를 점쳐 왔다.

우리 농촌에는 어디나 그런 노인들이 있다.

때문에 젊은 농부는 노인에게 여쭈어 보면서 농사짓는 것이 지혜이기도 하다.

 

:
Posted by 약초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