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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감기로 내원하다

10월 중순에 40대 초반의 남자 환자가 몸살감기를 호소하면서 내원하였다.

키는 1m80이 넘는 큰 키였으며 얼굴이 작고 약간 마른 체구였다.

6일 전부터 감기가 시작되었는데,

지금은 온몸이 아프고 두통이 심하며 오한발열(惡寒發熱)이 있다는 것이다.

고막체온계로 체온을 재보니 37.2도였는데,

집에서 체온을 재보면 37도와 38도 사이를 오르내린다고 하였다.

편도는 많이 발적(發赤)되어 있었으나 목이 조금 불편할 뿐 인후통은 없었으며,

비점막은 발적되어 있고 약간의 비루도 보였으나 코 증상 역시 호소하지 않았다.

요컨대 이비인후과 증상보다는 몸살 위주의 감기환자였다.

맥(脈)은 현삭(弦數)하고 혀는 빨가며 설태는 얇아,

육경변증(六經辨證)상 소양병(少陽病)으로 진단하여

침 치료와 함께 소시호탕 보험한약을 3일분 처방하였다.

4일 후에 내원하였는데,

신통(身痛), 두통(頭痛), 오한발열(惡寒發熱)은 더 이상 없다고 하였으며

목소리가 조금 가라앉는다고 하여 인후부의 염증을 가라앉힐 목적으로

형개연교탕 보험한약을 4일분 처방하고 마무리 지었다.

침 맞으면서 이야기하기를

태어나서 그렇게 심하게 몸살을 앓은 적이 없었다고 하였으며,

특히 소시호탕 보험한약을 먹고 열이 떨어지면서 몸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고 하였다.

<그림> 기준온도의 상향 조정

 

발열

감염시 나타나는 발열 현상은

체온조절 기전이 파괴되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체온조절의 목표가 되는 기준온도(set point)의 상승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발열 환자는 상향 조정된 기준온도에 따라 더위나 추위에 반응하게 된다.

체온조절의 기준온도가 갑자기 상향 조정되면<그림 참조>

체온은 미처 상승하지 못하였으므로 조절시스템은

기준온도까지 체온을 상승시키기 위해 운동을 증가시키고

피부혈관을 축소시키며 발한을 억제한다.

그 결과 환자는 오한(chill)을 느끼고 떨며 손발은 차가워지면서 피부는 마르게 된다.

이렇게 하여 체온이 상승하여 기준온도에 도달하면

환자는 더 이상 오한을 느끼지 않고 떨기도 멈추고 피부는 뜨거우면서 건조해진다.

(「인체생리학」, 김기환ㆍ김전 저, 의학문화사, 2008)

발열은 단순한 체온의 상승이 아니라

감염에 대한 생체의 적극적인 방어반응으로,

발열이 인체에 유리한 현상들이 관찰되었는데 다음과 같다.

첫째 항균제가 나오기 전 말라리아 발열요법으로 매독을 치료했다.

둘째 임질균성 심내막염에 고온요법이 이용되었다.

셋째 세균성 복막염 환자에서 체온이 높았을 때 사망률이 적었다.

넷째 그람음성 균혈증 환자에서 체온 상승의 정도와 생존율이 비례하였다.

다섯째 수두에 걸린 환자에게 해열제(acetaminophen)를 사용했을 때 발진의 딱지가 앉는 것이 늦어졌다.

여섯째 Rhinovirus의 감염을 받은 성인에서 해열제를 씀으로써 균의 번식이 더 오래 계속되었다.

(「소아과 진료」, 홍창의 저, 고려의학, 2003)

 

소양병(少陽病)

감염으로 인해 기준온도 즉 set point가 바뀌고

기준온도에 도달할 때까지 오한발열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을 태양병(太陽病)이라고 한다면,

소양병(少陽病)은 기준온도에 도달하고 나서 열이 오르내리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상기 환자와 같이 감기가 걸리고 나서 6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열이 오르내릴 경우를 소양병이라고 변증할 수 있으며,

그럴 경우 소시호탕이나

시평탕(소시호탕+평위산, 소아발열에 다용할 수 있다)ㆍ

시호계지탕과 같은 보험한약으로 효과적으로 다스릴 수 있겠다.

그래서 날씨가 추워지고 감기환자가 많아질 때,

발열을 동반한 감기환자들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시호지제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준우 / 경기 탑마을경희한의원 원장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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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초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