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세상] 한의학 순환구조론에 대하여(1) 한의학 따라잡기2019. 12. 2. 09:01
p.s: 제가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느꼈던 한의학의 단점은
1. 용어의 개념이 너무 광범위하다는 것과
2. 현대의학의 용어와의 매칭이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렇기에 한의학의 용어를 현대의학의 용어로 쉽게 풀어낼 수 있다면
한의학이라는 학문을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때 접한게 한의학 순환구조론입니다.
한의학 순환구조론은 기존 한의학의 생리와 병리를
현대의 해부학과 생리학 그리고 병리학으로 풀어보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이점을 감안하시고 읽어보시면 한의학을 공부하시는데 도움이 되실 듯 합니다.
1. 무엇이 문제인가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질병을 앓게 됩니다.
이렇게 질병을 앓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통을 덜기 위하여 병원을 찾아갑니다.
그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의사에게 전달하기 위하여
자신의 증상을 마치 자신의 몸속에 숨어있는 질병을 하나씩 몰아내려는 듯이 호소합니다.
의사는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를 보면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생각하고,
그런 일이 어떻게 환자의 몸속에서 벌어지고 있는지를 살피며,
자신은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결심하며,
그리고 자신의 결정이 환자에게 미칠 영향에 대하여 심사숙고하게 됩니다.
환자의 호소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은 많습니다.
그렇지만 환자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사람은 의사입니다.
의사는 환자의 증상을 통하여 환자에게 발생한 문제를 찾아냅니다.
이미 의학은 문제를 찾는 기술을 발전시켰고,
의사는 문제를 찾는 기술을 대학에서 배우고,
그 기술을 임상에서 적용하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전통의학인 한의학 역시 이런 기술을 발전시켜왔습니다.
한의학에서는 그런 기술을 환자를 보고, 환자의 호소를 듣고,
환자에게 물어보고, 환자의 몸을 만지는 행위 등 네 가지 범주로 크게 나누어 놓았습니다.
이들 각각의 범주에는 보다 세분된 기술들을 포함시켜
좀더 세밀하게 질병에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환자를 보는 데에 있어서는 관형찰색(觀形察色)으로 나누어 놓았습니다.
*관형찰색(觀形察色)-환자의 모습에서 비치는 형태와 색을 관찰하는 진단방법
그 중에서 색은 다시 다섯 가지의 색으로 나누고
그 각각에 인체의 장기를 연관시킴으로써
얼굴 등 밖으로 드러난 색에서
인체내부의 상황을 추론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다섯 가지의 색과 인체의 장기는 실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섯 가지의 색과 인체의 장기 사이의 관계를
다루기 위해서는 이론이 필요하며,
그 이론의 체계가 한의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의 색과
인체의 장기 사이의 관계를 이해해야 합니다.
또한 이들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
다섯 가지의 색과 인체의 장기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들 관계를 매개하고 있는
한의학 이론인 오행론(五行論)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들 이론과 실재하는 것들을 한의학에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임으로써 의학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한의학을 임상에 적용하는 한의사 역시 이들을
당위적인 문제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듯 당위적인 문제로 받아들이는
한의학의 근본적인 체계들을 실증적으로
이해하는 방법론 중 하나가 한의학 순환구조론입니다.
다섯 가지의 색과 인체의 장기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하여
한의학 순환구조론은 과학의 인식론인 인지과학과
철학의 인식론과 체득의 과정인 수행을
의학의 방법과 비교하고 분석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한의학은 인식과 체득이라는
영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2.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나
환자는 고통을 덜기 위해 수많은 이야기를 의사에게 들려줍니다.
그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문제점을 찾아내고
문제를 일으킨 원인을 찾아내는 것은 의사의 역할입니다.
즉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은 환자의 몸속 어디에서
어떤 일이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나서 일어났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환자의 몸속에서 어떤 일을 일으킨 원인을 찾아
그 원인을 제거하면 환자의 고통을 잠재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의사는 이들 원인이 환자의 몸속에서 어떻게 그런 일을 일으켰는지
추론함으로써 환자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박테리아나 세균과 같은 미생물과 심장판막증과 같은
구조적인 이상을 질병의 원인으로 보는 존재론적인 시각이며,
하나는 날씨의 변화와 음식물의 섭취와 종류,
그리고 감정의 변화 등을 질병의 원인으로 보는 생태론적인 시각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존재론적인 질병의 원인보다는
내인(內因), 외인(外因), 불내외인(不內外因)으로 분류하는
생태론적인 질병의 원인을 더욱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즉 이와 같은 생태론적인 질병의 원인이
환자를 통하여 증상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따라서 생태론적인 질병의 원인이
사람의 몸(인체)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정상에서 벗어난 증상을 일으킨 것입니다.
질병의 증상은 다양합니다.
이제 의사는 생태론적인 질병의 원인이
어떻게 인체에 영향을 미쳐 증상으로
표출되는지의 과정을 읽어내야 합니다.
한의학은 이를 위하여
음양변증(陰陽辨證), 기혈변증(氣血辨證), 장부변증(臟腑辨證),
삼초변증(三焦辨證), 위기영혈변증(衛氣營血辨證),
사상의학(四象醫學)으로 대표되는 체질변증(體質辨證) 등의
많은 이론체계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들 각각의 진단기술은 서로 겹쳐진 영역을 공유하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인체내부의 구조에 대한 설명이 너무나 희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의학 순환구조론은 이런 기술들을 인체내부의 구조,
즉 해부학적인 사실들과 연결시키는 방법을 보여줍니다.
또한 한의학 순환구조론은 증상을 분류하는 기술들을
해부학적인 사실들 속으로 밀어 넣고자 합니다.
이때 한의학 순환구조론은 해부학적인 사실을
정지된 평면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움직이는 입체로 이해할 것을 강조합니다.
환자의 고통은 시간에 따라 변하기 때문입니다.
즉 질병은 정지된 단면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앓는 과정임을 표현하기 위함입니다.
해부학적인 사실을 간직한 인체내부는
깊은 바다 속처럼 알 수 없는 신비한 세계입니다.
한의학 순환구조론은 그 신비한 세계를
한의학과 해부학을 통하여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출처: 민족의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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