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할 때 알아야 할 것들 - 세이노 칼럼 장사관련 글모음2019. 10. 24. 09:03
사업을 할 때 가져야 할 자세는
상당부분 장사를 할 때의 자세와 공통되지만
무엇보다도 기억하여야 할 중요한 것들이 있다.
첫째, 폼 잡으려고 하지 말라.
수많은 사람들이 사업을 하고자 한다고 하면서
마음속에 그럴 듯한 사무실을 꿈꾸면서
사장실이라고 써 붙인 별도의 공간도 갖기 원한다.
나의 강력한 조언:
절대로 폼 잡는 짓 하지 말라.
사무실은 일하는 곳이다.
쾌적하고 여유로운 공간에서 일하면 좋겠지만
사업 초기에 그럴 돈이 어디 있단 말인가.
손님도 올 텐데 그래도 좀 꾸며 놓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런 짓은 사기꾼들이 사용하는 사업 방식일 뿐이다.
수십억 수백억 자본이 있어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나는 안다. 벤처 바람이 불면서 테헤란에 몰려들었던 수많은 업체들 중
상당수가 월 임대료로만 수천만 원씩 납부하다가
결국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말았다는 것을.
어느 신문에서 본 내용:
1년에 3백 개 이상의 기업을 방문,
그 전망을 판단하고 투자한다는
일본 최고의 펀드 매니저 후지노는
2000년 2월 週刊文春에서 이렇게 말하였다고 한다.
“높이 1m 이상의 관상식물, 니스 칠한 나무 그루터기,
동물 박제, 고급 술, 유명화가의 그림, 골프채, 우승 트로피,
저명인과 찍은 스냅 사진 같은 것들 중 4가지 이상이 사장실에 있으면
볼 장 다 본 회사이므로 투자를 삼가라.
또 사장이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금빛 찬란한 호화시계를 차고 있어도 주의가 필요하다.
사장이 저명인과 친하다고 은근히 내비치거나 자랑하는 회사,
업적부진을 경기나 정부 탓으로 돌리는 회사,
화장실이 더러운 회사, 지나치게 예쁜 안내원이 있는 회사,
요정에서 손님 접대하려는 회사 등은
투자해봐야 별 볼일 없거나 망하기 십상이다.”
나 역시 후지노가 갖고 있는 판단 기준과
비슷한 기준을 갖고 있는데 예를 들면,
중소기업 사장이 골프에 미쳐 있거나
제조업체 사장의 사무실이 호사스럽다거나 한다면
일단은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게 된다.
나의 경험담:
임대료가 싼 곳을 찾다 보니
옆 건물과의 거리가 1미터도 안되기 때문에
햇빛이 전혀 안 들어 지하실이나 다름없는 곳을
빌려 사용하였던 적이 있다.
책상 구입할 돈을 아끼려고 조립식 철제 앵글을
직접 사다가 책상 모양으로 조립하고,
그 위에 베니아 판을 잘라 책상처럼 만들고
다시 그 위에 흰 비닐을 깔아 놓았다.
내가 만들기 힘든 사무용 가구들은 모두 중고로 구입했는데
나중에 우연히 책상 밑을 보니 부적이 붙어 있는 것들도 있었다.
사무실에서 쓸 스템플러들은 청계천 벼룩시장
(내가 아내와 첫 데이트를 하면서 양은냄비 동태찌게를 사 준 곳이다)에서
미제 중고를 한 개 1천 원씩에 샀었다.
아, 물론 내가 발표하는 모든 글들이 쓰라린 경험에서 나온 것임을,
즉 내가 한번은 넘어져 보고 난 뒤 알게 된 사실들임을,
내가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들은 아니었음을,
독자가 짐작하고 있다면 나 역시 한때는 화려하고
폼 나는 사무실에 눈이 멀었던 적이 있었음을 눈치 챌 것이다.
30대초에 시청 옆 서소문 한복판에 있는
폼 나는 빌딩에서 거들먹거렸던 적도 있었으니까.
그러다가 돈 벌어서 모두, 그 멋진 빌딩을 소유한 회사에게
갖다 바치고 있음을 깨닫고는 즉시 사무실을 옮겼는데
그 규모를 5분의 1 정도로 줄였으니 내가 얼마나 공간을 줄였는지 짐작 할 것이다.
어쨌든 내 방의 벽을 투명 유리로 만들고
직원들이 나를 볼 수 있게 한 시절도 10년 이상 된다.
화려한 소파? 그런 거 나는 모른다.
외국계 회사의 경영을 맡기 시작했을 때 구입한 소파조차 중고품이었다.
나는 소파 보다는 회의용 탁자를 더 선호한다.
당신도 사업을 구상한다면 그런 자세로 해라.
둘째, 내가 수없이 강조하는 것이지만,
준비가 철저하여야 한다.
30년 이상 만남이 없었던 고교 동창 한명이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전화를 걸어 왔다.
그런 경우 대부분은 뭔가 물건을 팔고자 하는 목적이었지만
그는 내게 동창으로서 조언을 듣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다.
점심을 함께 하면서 그는,
대기업을 서너 곳 다니다가 2년 전 쯤 퇴직하였고,
곧 캐나다 이민을 가서 오퍼상을 하고자 한다고 하면서,
자신이 캐나다에서 좋은 물건들을 찾아 내
한국에 보내면 유통을 맡아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 대화 내용:
“회사 다닐 때는 뭐 했었니?”
“XX회사에서 XX 담당이었지.”
“그런데 오파상을 하려고 한다고?”
“그래. 오파상이나 해보려고.”
“영어는 얼마나 하니? 토익이나 토플 본 적 있니?”
“토익은 대학교 다닐 때 본 게 마지막이었는데 형편없지 뭐.”
“회사 다니면서 영어 공부한 적 없니?”
“없지 뭐.”
“회사 다니면서 학원 같은 곳에 다닌 적 있니?”
“아니.”“회사 다니면서 책은 주로 뭘 읽었니?”
“역사 소설을 좀 읽었지.”
“최근에 오파상에 대해 공부한 적 있니?
무역업무 관련 서적을 읽었거나 학원에 다닌 적 있니?”
“아니, 이제 해야겠지, 뭐.”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고 나서 나는 식사를 중단하고
수저를 팽개치다시피 내려놓았다.
“야, 이 10새끼야. 내 이야기 똑 바로 들어라.
나는 너 같은 새끼가 제일 싫다. 얼마나 싫어하냐 하면
이렇게 밥을 같이 먹다가도 지금껏 먹은 것 모두를
네 면상에 토해내고 싶을 정도로 싫다.
이 18놈아, 현재까지 노력이라고는 개뿔도 안하고
살다가 이제 와서 ‘오파상이나’ 해보려고 한다고?
야 이 10새꺄. 오파상이나?
오파상이 누구네 집 강아지 이름인 줄 아냐?
하다못해 구멍가게를 하더라도 공부할 게 많은 데
무역에 관한 책 한 권 안 본 새끼가 ‘오파상이나?’
너, 미친 새끼 아냐?
영어도 좃도 못하는 게 이민을 가서 오파상이나 하려고 한다고?
캐나다 사람들이 영어도 좃도 못하는
네가 뭐 이쁘다고 너를 파트너로 삼는다는 말이냐?
너를 호구로 알고 그냥 재고품 처리하는데 이용할 테고
그런 쓰레기 더미들을 나보고 팔아달라고?
이 쌍놈의 새꺄. 내가 네 똥꼬나 닦아 줄 사람으로 보이냐?
너 같은 새끼는 이민 가서 10년 정도 칠면조 도살장이나 다니면서
칠면조 똥집이나 만지고 살아야 정신을 차릴 놈이다, 이 쌍놈아.
그런 개떡 같은 정신 자세로 얼마 전 까지
회사를 다녔다는 게 정말 신통방통하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지만 나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자, 독자들은 내가 뭘 말하는지 이미 너무나 잘 알 것이다.
언젠가 어느 독자(고시 출신의 공무원)가 미국에 가서
세탁소를 하려고 한다고 했을 때 내가 준 조언은
지금 당장 우리나라 세탁소에 가서 인부로 일하라는 것이었다.
그게 사업이건 장사건 처음에 가져야 할 자세이기 때문이다.
셋째, 공부는 하되,
경영 관련 서적들의 내용을 섣불리 받아들이지는 말아라.
사업을 꿈꾸는 사람들의 많은 수는
“사업 = 경영”이라는 등식에 사로잡혀
수많은 유명 경영자들이 저자로 표기된 책들을 읽는다.
실제로 대학이나 대학원의 경영학과에서 배우고 있는
많은 사례들 역시 유명 기업들과 그 경영자들에 대한 스터디이다.
당신이 사업을 꿈꾸고 있거나 사업을 이미 진행 중이라면
먼저, 유명 경영자들이 저술한 것으로 알려진 책들의 대다수는
그 경영자들이 직접 쓴 것이 아니라 대필 작가들이
쓴 것이라는 사실을 뼈 속 깊이 명심하여라.
이것은 국내 경영자이건 해외 경영자이건 마찬가지이다.
그런 책들은 거의 모두 유명 경영자가 몇 시간 말한 것들
혹은 간략히 기록한 것들을 어떤 전문적인 대필 작가가,
그 경영자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보충 설명을 취한 뒤 그럴듯하게
조합, 각색, 창작하여 포장한 뒤 출판한 것들이다.
때문에 듣기 좋은 말들은 물론 예쁜 꿈과 이상들이
“아주 잘”(때로는 “대단히 감동적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그 책들이 실제 상황을 그대로 여과 없이 기록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여라.
즉 그 책들은 사업과 경영에서 어느 한 면 만을
단편적으로 보여줄 뿐이지 전체를 보여주지는 않으며
특히나 실전에서 부딪히는 여러 종류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 내가 이 삼 십대에 누군가가 내게 그 사실을 귀뜸이라도 해 주었었다면
나는 상당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가정법과거완료).
또 하나 기억하여야 할 사실은,
각종 경영학 관련 서적들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훌륭한 사례들을 있는 그대로
당신이 적용하려고 하면 절대 안 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MS, GE, HP, SONY, TOYOTA 등등의 사례들을
사업을 이제 시작하려는 당신이 신주 단지처럼 신봉하였다가는 큰 코 다친다.
왜냐하면, A 라는 업종에서 a 라는 회사가 이룩한
성공적 경영 사례라고 하여, 같은 업종이기는 하지만
a 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회사에서도 그것을 따라 한다거나,
또는 B 라는 업종에 종사하는 회사에서 적용하고자 한다면
상당한 위험을 감수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대중들(특히 청년기의 사람들이나 직장인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른다.
그래서 툭하면 어떤 회사는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성공했다는 것에 사로잡힌다.
기억해라. 그 방법과 정 반대되는 방법으로 성공한 경우도 분명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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