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횟수와 침 개수에 대한 흔한 오해 한의학관련 질문들2021. 10. 22. 09:02
Q. 한의원에 가면 같은 증상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한의원에서는 침을 많이 꽂기도 하고,
어떤 곳에서는 한 두 개로 끝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듯 한의사 선생님마다 침을 놓는 개수가 다르고
치료를 권유하는 횟수도 다른 경우가 있는데요.
솔직히 환자 입장에서는,
침을 많이 꽂을수록 신경을 더 많이 써주는 것 같고,
치료 횟수가 많아질수록 실력이 없는 선생님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말 궁금합니다.
침 치료 횟수에 대해 연구가 얼마나 되어 있나요?
A. 이 질문은 생각보다 정말 많은 환자분들이 하는데요.
침으로 근골격계 질환부터 안면신경마비, 뇌졸중 후유증,
내과 질환과 부인과 질환 등 워낙 많은 질환들을 치료하기 때문에
단순하게 일반화해서 답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딱 두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일도쾌차가 모든 질병마다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침 치료가 다다익선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선 ①일도쾌차라는 것은 언제 일어나는 것일까요?
일반적으로 침 치료는 환자의 나이, 체력, 체격 등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침 개수와 횟수를 다르게 적용하게 됩니다.
침 치료는 기혈을 순환시키고
막힌 것을 뚫어 주는 치료법에 해당하기 때문에
기운이 너무 없고 약한 사람에게 과도한 자극을 가할 경우
‘침 몸살’이나 ‘훈침’ 등과 같은 반응이 나타날 수 있고,
반대로 너무 약하게 자극할 경우에는
효과가 미미하고 원하는 신체적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환자 질과 환자가 앓고 있는 질환에 따라
치료를 다르게 하고 취사선택할 줄 알아야 하는데요.
일도쾌차라고 하는 것은 해당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법과
치료 용량을 정확히 예측하여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 빨리 치유를 이끌어낸 경우라고
설명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질환은
치료가 되기 위해서 걸리는 평균 시간이 있기 때문에
일도쾌차가 항상 가능하기는 쉽지 않고,
일도쾌차를 경험했다면 운 좋게도
한 번의 치료 용량으로도 치유에 필요한 자극량에 도달하여
효과를 볼 수 있는 경우였다고 해석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침 치료 용량’
(acupuncture treatment dosage)이라는
단어를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침의 치료 용량을 구성하는 요인에는
침 자극 변수(강도, 속도, 빈도), 자극 방법(수기, 전기),
자극 시간, 자극 혈위와 개수, 그리고 자극 기간이 있는데요[1].
다 중요한 요인들이지만,
요즘에는 침 자극 기간과 총 횟수의 중요성이 많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발표된 침 리뷰 논문에서는 심지어
한국이나 중국과 같은 나라에서 진행된 침 연구 결과가
대부분 긍정적인 이유도 이 침 용량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한국이나 중국처럼 한의학 치료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나라에서는
침 치료 용량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가 좋다는 해석입니다.[2]
침 횟수는 질환별로 다르지만,
침 치료가 가장 많이 쓰이는 통증 연구들을 분석한 결과
최소한 6주간 일주일에 1회씩 치료를 했을 때
어느 정도 신체적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을
평균으로 보고 있습니다.[3]
편두통의 경우에는 16회 이상 치료받은 환자군이
12회 이하로 치료받은 환자군보다 진통 효과가 두배나 컸고,[4]
비염 연구에서도 최소한
12주간 일주일에 2회씩 침 치료를 받은 군이
12회 이하로 침 치료받은 환자들보다
모든 방면에서 효과가 더욱 유의하게 나타났습니다.[5]
치료 횟수가 많아질수록
증상이 좋아지는 현상은 퇴행성 슬관절염 환자,[6]
그리고 우울증 환자들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7]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습니다.
한 두 번만 치료 받고 효과가 없다고
치료를 종료할 필요는 없다는 결론입니다.
마지막으로,
침 개수는 ②다다익선, 즉 많을수록 좋을까요?
비록 침 횟수는 적은 것보다는 많아질수록
치료 효과가 증가했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지만
침 개수는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치료 혈위, 자침 방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침 진통 기전들을 살펴보면
침은 신경자극을 통해 수용체를 활성 혹은 비활성화 시켜서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유발하고 다양한 신체 변화를 일으킵니다.
그러나 ➋생리학적으로
한 번에 활성화시킬 수 있는 수용체에는 한계가 있어서
원하는 수용체를 침 4~10개로 자극하여 활성 시켰다면,
침 100개를 놓는다고 비례해서 계속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고
이는 실제로 연구를 통해서 확인한 바 있습니다.
석사학위 논문으로 진행했던 동물실험에서는
허혈-재관류 손상 쥐 모델에서 실제로 심장보호 효과가 있는
내관혈과 족삼리혈에 침을 놓은 쥐 한 그룹과,
여기에 추가로 배수혈의 심수혈 및 격수혈에
침을 놓은 쥐 한 그룹을 비교한 적이 있었습니다.
치료 효과를 더욱 강하게 하기 위해
혈자리 개수를 늘린 것이었으나
오히려 연구 결과는 기존 치료혈과 유의하지 않을 정도로
미약하게 효과가 상승하는 정도였습니다.
여기에 내관혈 뜸 치료를 추가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8]
기존 전침 연구에서도
전침 시간을 20~40분에서 60분으로 늘렸을 때
치료 효과가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던 것을 보면
침 개수 그리고 자입 시간은 신경생리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
다다익선은 아닌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참고문헌
1. Sheng-Xing M,
Establishing an adequate dose of acupuncture is essential for clinical trial studies.
Clin Res Trials 2020;6.
2. Bauer M, McDonald JL, Saunders N.
Is acupuncture dose dependent?
Ramifications of acupuncture treatment dose within clinical practice and trials.
Integr Med Res. 2020;9(1):21-27.
3. White A., Foster N.E., Cummings M., Barlas P.
Acupuncture treatment for chronic knee pain: A systematic review.
Rheumatology. 2007;46(3):384–390.
4. Linde K., Allais G., Brinkhaus B.
Acupuncture for the prevention of episodic migraine.
Cochrane Database Syst Rev. 2016;6.
5. McDonald J.L. 2014.
The effects of acupuncture on mucosal immunity
in the upper respiratory tract [PhD thesis].
Gold Coast, Queensland, Australia: Griffith University.
6. Sun N., Tu J.F., Lin L.L.
Correlation between acupuncture dose and
effectiveness in the treatment of knee osteoarthritis:
A systematic review. Acupunct Med. 2019;37(5):261–267.
7. Armour M., Smith C.A., Wang L.Q.
Acupuncture for depression: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J Clin Med. 2019;8(8):1140.
8. Kathy Lee SM, Yoon KH, Park J, Kim HS,
Woo JS, Lee SR, Lee KH, Jang HH, Kim JB, Kim WS, Lee S, Kim W.
Additional Effects of Back-Shu Electroacupuncture and Moxibustion
in Cardioprotection of Rat Ischemia-Reperfusion Injury.
Evid Based Complement Alternat Med. 2015;2015:625645.
이승민
자생한방병원
자생메디컬아카데미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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