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 맞으면 얼굴 돌아간다”거나 “침 맞고 얼굴 돌아갔다”는 얘기는 도대체 왜 나온 걸까요?? 한의학관련 질문들2021. 10. 12. 09:01
Q. 주변 사람들에게 침 맞으러 다닌다고 얘기하면
‘침 맞고 얼굴 돌아가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얘기하거나,
찬 땅바닥에 누워 있거나 찬바람 쐬고 있으면
어르신들이 ‘그러다가 얼굴 돌아간다’는 얘기를 하십니다.
그런 얘기를 자꾸 들으니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도대체 왜 그런 말이 생긴 걸까요?
근거가 있는 얘기인가요?
A. 예전에 구안와사 口眼喎斜라고 부르던 병은
현대 의학에서는 ‘특발성 말초성 안면신경마비’
혹은 ‘벨마비 (Bell’s Palsy)’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한의학 교재를 보면
‘①正氣가 不足하여 絡脈이 空虛하고 腠理가 견고하지 못하여
②風(寒)邪氣가 그 虛한 틈을 타 侵入하여
氣血 운행이 不暢하게 되고 經氣가 阻滯되고,
해당 神經의 ③虛血과 浮腫을 일으켜 발생하는 것’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1,2]
이러한 한의학적 정의에 대해서는
벌써 많은 해석이 제공되어 있습니다.
정기 正氣가 부족하여 낙맥 絡脈이 공허하고
주리 腠理가 견고하지 못한 것은 현대적 표현으로
➊면역력이 약하거나 약해진 사람을 얘기하는 것으로
해석하게 됩니다.
실제로 안면마비 발생은 면역력이 약화된 환자나
자간전증이 있는 임산부에게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고[3],
더욱 최신 논문에서도 임신 3분기의 임산부에게는
발생률이 3.3배 증가하고 65세 이상의 고령자에게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습니다.[4]
하지만 청장년층에서도 발병률이 적은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 번째 문구인 風(寒)邪氣의 침입이
추가적인 발병 요인으로 언급이 되는 것입니다.
풍사의 침입은 두 가지로 해석하는데,
우리 몸은 ➋찬 바람을 지속적으로 쐬게 되면
체표면의 땀이 계속 증발하면서 체온이 떨어지게 되고,
떨어진 체온을 계속 올리기 위해 신체에서는 에너지를 소모하며
상대적으로 면역체계 기능이 떨어지게 됩니다.[5]
결국 면역력이 약한 상태가 악화된다는 것이고,
추가적으로 옛 한의학 관련 병리학 서적을 보면
風邪와 寒邪로 인해 발생하는 증상들은
➋바이러스의 침입과 비슷한 양상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연구에서도 특발성 말초성 안면신경 마비의
유력한 원인으로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언급하고 있으며,
급성기 치료에 있어서 고용량의 스테로이드 제제와
항바이러스약이 같이 처방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6]
➌실제로 마비가 발생한 부위의
안면부 혈액순환이 저하되는지는
연구가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안면마비 발생 후 안정기에 환부에 적용하는 침 치료는
마비되어 있는 국소 부위의 신경 및 근육을 자극하여
신경 흥분도를 높이고 혈액순환을 촉진하여 기능 회복을 도와주고,[7-8]
제반 한약 치료를 통해 떨어져 있는 면역력을 높여주면서
재발을 방지해 줄 수 있습니다.
상기한 내용에 보면 어르신들이
‘찬 바람 쐬거나 찬 곳에서 자면 얼굴 돌아간다’는 얘기는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얘기입니다.
특히 수면 중에는 체온이 더욱 떨어지게 되는데,
그 때 찬바람까지 지속적으로 쐰다면
특발성 말초성 안면신경 마비 발생 확률은
더욱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침 맞고 얼굴 돌아갔다’는 소문은
도대체 어떻게 나온 얘기일까요?
전문가에게 침 치료 받을 경우 근거가 없는 얘기입니다.
2007년에 매우 드물게 발생한 부작용 사례로
침의 협거 및 하관혈의 심자 치료 후
안면 심부에 발생한 혈종으로 인해
신경이 일시적으로 눌리면서 잠깐 동안
안면마비가 발생한 사례가 보고 된 적이 있습니다.[9]
그러나 이는 추정되는 사례일 뿐이고,
논문에서는 자세하게 나와 있지 않지만
제대로 숙련된 한의사에 의해 시술되었는지
꼭 확인해 볼 필요가 있는 논문입니다.
임상 침 치료 수 만 케이스를 바탕으로 진행된 연구에 의하면
침 치료와 관련된 이상 반응 발생률은 매우 적어서
1:10,000 혹은 1:100,000 정도로 보고되고 있습니다.[10]
또한, 2011년도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소아에서의 침 치료 이상 반응은 매우 적은 편이었고,
침은 제대로 숙련된 전문가에게 치료 받을 경우
안전하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이 논문들의 핵심은
숙련된 전문가에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의과대학교의 경혈학 및 침구의학 시간에는
각 혈자리의 안전한 자입 깊이를 익히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한의사에게 치료 받을 시 우려할 바는 전혀 아닙니다.
참고문헌
1. 이도생 편저 : 신편침구치료학, 북경 : 인민위생출판사, 1998, pp 155–156.
2. 최용태 외 : 침구학, 서울, 집문당, 1988, pp 1296–1297.
3. Adour KK, Byl FM, Hilsinger RL Jr, Kahn ZM, Sheldon MI.
The true nature of Bell’s palsy: analysis of 1,000 consecutive patients.
Laryngoscope. 1978;88(5):787-801.
4. Gordon SC. Bell’s palsy in children:
role of the school nurse in early recognition and referral.
J Sch Nurs. 2008;24(6):398-406.
5. Coiffard B, Diallo AB, Mezouar S, Leone M, Mege JL. A Tangled Threesome:
Circadian Rhythm, Body Temperature Variations,
and the Immune System. Biology (Basel). 2021;10(1):65.
6. Mutsch M, Zhou W, Rhodes P, Bopp M, Chen RT, Linder T, et al.
Use of the inactivated intranasal influenza vaccine and the risk
of Bell’s palsy in Switzerland. N Engl J Med. 2004;350(9):896-903.
7. He SH, Zhang HL, Liu Rong.
Review on acupuncture treatment of
peripheral facial paralysis during the past decade.
J Trad Chin Med 1995;15(1):63-67.
8. Ren XQ. A survey of acupuncture treatment for peripheral facial paralysis.
Journal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1994;14(2):139-146.
9. Rosted P, Woolley DR. Bell's Palsy following acupuncture treatment-a case report.
Acupunct Med. 2007;25(1-2):47-48.
10. White A. A cumulative review of the range and incidence
of significant adverse events associated with acupuncture.
Acupunct Med. 2004;22:122-123.
11. Adams D, Cheng F, Jou H, Aung S, Yasui Y, Vohra S.
The safety of pediatric acupuncture: a systematic review.
Pediatrics 2011;128(6):e1575-1587.
이승민
자생한방병원
자생메디컬아카데미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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