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한약, 논의하다(2) - 생산과정 신뢰성 확보 필요충분조건 한의학 따라잡기2020. 9. 8. 09:02
진료실에서 환자와 상담을 하다 보면
환자들의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과 지식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종종 느끼게 된다.
얼마 전 임상 한의사들의 모임에 참석했을 때도
한의사들이 웰빙이라는 시대 트렌드에 부흥하고,
의료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라도 발효한약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습을 보았다.
물론 한의학 관련 인터넷 웹사이트나 각종 언론매체에서
‘발효한약’은 더 이상 새로운 주제어는 아닌 듯하다.
이미 발효한약이라 명명된 다양한 한약제제가 소개되고 있고,
심지어 맞춤 발효한약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과연 제대로 된 발효한약을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점을 갖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제대로 된 발효한약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것으로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우선 발효라는 것은
유기물 사이에 자유에너지가 낮은 유기물로 부분적으로 산화되어
특정 화합물이 축적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으로
대표적인 발효물로는 초산, 젖산, 알콜 등을 들 수 있다.
발효한약이라 하면 요즘 흔히 하는 방법으로
한약재에 직접 미생물 균주를 접종 배양하는 방법과
미리 최적의 상태로 배양하여 미생물이 생산한 효소를 활용하는
두 가지 방법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발효한약 하면 한약재에 미생물 균주를 접종 배양하거나
미생물이 생산한 효소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대별할 수 있다
미생물을 직접적으로 이용한 발효를 하기 위해서는
한약재를 멸균한 후, 미생물을 접종하여 발효조에서 발효를 진행시킨다.
이때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는 과정을 보면,
미생물이 대사를 하기 위해 한약재를 먹이원으로 이용하고자 여러 효소를 생산한다.
그러므로 미생물의 생장과 대사가 활발할수록 발효가 더 잘 진행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미생물을 접종하여 발효 시 단점은
미생물이 한약재만으로 구성된 환경에서
그 약재만을 먹이원으로 원활한 생장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에게는 약이 될지 모르지만 미생물 입장에서는
생장에 필요한 영양요구원을 쉽게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관점을 달리하여 미생물 발효의 근본적인 해석을 통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시도 또한 해봐야 한다.
발효한약에 사용될 미생물(ex:유산균) 등을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에서 미리 대량 배양하여,
활발한 생장과 대사과정에서 생성된 유용한 물질과 효소들을
대량 확보한 뒤 이를 이용하여, 한약재와 효소반응을 시킨다.
이는 포괄적 관점에서 발효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직접적인 균주와 한약재의 접촉은 이루어지지 않지만,
오히려 한약재의 분해와 생합성을 담당하는
다양하고 풍부한 효소로 인하여 반응은 더 많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으로는 다양한 효소들을 이용, 추출된
한약재와의 반응물에 대한 연구도 병행되고,
물질적인 변화에 대한 연구 고찰과 아울러
생산과정에서 신뢰성도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즉 일반적으로 말하는 발효는 균주 관리가 되지 않은 자연상태에서의 발효이며,
누룩, 효모와 같은 진균 등에 의한 발효로서
대부분의 연구에서 유의한 결과를 보였던 유산균과는 거리가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혹은 사용하고자 하는 발효한약이
여러 가지 용도로 매우 효과적이라고 하더라도 국민의 호응을 이끌고,
제도적인 인정을 받기 위해선 반드시 선결되어야 하는 조건이 있다.
첫째, 발효에 대한 기술력이다.
이제는 가내 수공업과 같이 저급한 환경에서
비전문적인 인력에 의해 제공되는 발효제품을
국민은 냉정하게 바라볼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발효한약의 안전성 확보다.
발효한약이 비록 효과가 있더라도
발효라는 공정을 통해 기존 한약재의 효능이 어떻게 변화되었을지는
충분한 검토 이전에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발효한약 개발에는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충분한 검토 -이는 실험실적 안전성 검토와 임상에서의
안전성 검토를 모두 포함할 것이다-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발효한약의 질적 수준의 확보다.
현재 유통되는 많은 발효한약은 그 공정을 수행하는
작업장 환경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다.
이렇게 개발된 발효한약의 경우 언제나 효능이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발효 공정이 일정하게 유지되어 그 효능이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는
질적 수준의 유지는 발효한약의 필수조건이 아닐 수 없다.
“발효의 공정이 일정하게 유지돼
그 효능도 안정성을 보일 수 있는 질적 수준의 유지야말로
발효한약의 기본인 셈이다
사실 한약 자체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해도
공인된 어떠한 인증적 제도의 뒷받침이 없는 한
안전성에 예민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
유대인의 식품에 대한 까다로운 기준은 이미 항공업계에서도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유대인 승객에게는 기내식을 제공할 때 조리 전에
미리 완전 포장된 상태에서 제품을 확인시킨 후 승객이 보는 앞에서
포장을 뜯어 가공조리에 사용한다.
위생과 기술력에 대한 제조환경의 인증 외에도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가 있다.
원료인 한약재 자체의 안전성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다.
이를 위해서는 식품에서의 원산지 표시제처럼 한약재 품질을 인정받기 위한
지리적 위치 추적제나 저농약 인증 혹은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s)와
GLP(농약안정성시험연구기관)등을 적극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우수 농산물 인증에 관련된
토양, 수질, 농산물의 잔류농약, 중금속 등 위해요소를 분석하여 관리한다면
소비자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을 신뢰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한의학이 현재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발효한약은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발효한약의 개발부터 임상 적용까지 과정이 중시되고,
보다 객관적인 신뢰성을 확보해 간다면 국민의 지지를 얻지 않을까 싶다.
박재우/ 경희대 한방내과 교수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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