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하는 약초 - 숙지황과 구증구폭(九烝九暴) 약초야 놀자/다시 생각하는 약초2020. 3. 18. 09:00
표음리양(表陰裏陽)의 효능을 갖게 하는 제법(製法)
숙지황(熟地黃)은 왜 구증구폭(九蒸九暴)을 하여 사용했는가?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한 정확한 기록은 아직 찾아 볼 수 없다.
지황(地黃)은 생지황(生地黃), 건지황(乾地黃), 숙지황(熟地黃)으로
구분하여 각각 효능을 달리 사용하고 있다.
초창기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 : 漢前後)시대는
생지황, 건지황만을 이용하였던 것으로 이해된다.
唐 이후에 丸藥을 만들어 쓰게 되면서
숙지황을 법제하여 이용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숙지황에 대한 법제는
본초학자들보다 민간에서 더욱 활발하게 사용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동의보감에 숙지황 만드는 俗方에 기록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즉 생지황을 물에 담아 가라앉은 것을 지황(地黃)이라고 하고,
반쯤 뜨는 것을 인황(人黃)이라고 하고, 물 위에 뜨는 것을 천황(天黃)이라고 한다.
인황(人黃)과 천황(天黃)을 잔뿌리와 같이 절구에 짓찧어 즙을 내고
여기에 지황(地黃)을 담가 두었다가 꺼내 시루에 쪄서 말렸다가
다시 지황즙에 담가 하룻밤을 재우고 다시 햇빛에 말린다.
이러한 작업을 九次에 걸쳐 반복한다.
매회 증숙(蒸熟)할 때마다 찹쌀로 만든 청주를 뿌려 충분히 무르익게 찌고
햇빛에 말려 숙지황 빛이 검은 금빛으로 변할 때까지 만들어 약으로 쓴다고 하였다.
이와같이 찌고 말리는 작업을 九次 반복한다는 것은
곧 구증구폭(九蒸九暴)을 의미하고 있다.
이러한 구증구폭(九蒸九暴)과 같은 구증구쇄(九蒸九쇄)와 구증구랑(九蒸九랑)이란 용어는
醫學入門과 本草綱目에 처음 기록된 文句라고 한다.
九次란 즉 구증구폭(九蒸九暴)하는 것으로 포(포)란 불에 쬐어 말린다는 뜻이다.
포(포)는 쇄(쇄, 쇄), 랑(랑), 폭(曝)으로 대신 쓰기도 한다.
그 뜻은 ‘햇빛에 쬐어 말린다’ ‘햇빛그늘에 말린다’ ‘바람이 부는 햇빛에 쪼여 말린다’는 뜻이다.
즉 비가 올 때는 햇빛이 없으므로 불을 피워놓고 쪼여 말린다는 것이 포(포)의 뜻이요,
날이 맑아 햇볕이 들면 햇볕에 쪼여 말린다는 뜻이다.
그런데 왜 선철(先哲)들은 구증구폭(九蒸九暴)을 하였을까?
구구(九九)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또한 왜 찌고 또 꺼내서 말렸을까?
한의학적 의미와 생약학적 성분, 약리 작용은
어떻게 달라지고 효능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참으로 재미있는 사실이 내포되어 있지만
그 이유와 사실에 대해서 아직까지 밝힌 문헌이나 내용은 없다고 이해된다.
실제 임상에 있어서 생지황을 찜통에 물을 넣고 찌면
생지황은 물을 머금고 퉁퉁 살이 부풀어 올라 만지면
뭉그러져서 그대로 약으로 사용할 수가 없다.
결국 다시 불에 쪼이거나 햇볕에 말려 수분이 제거되면
약의 질이 변하여 쪼들쪼들 말라 탈력을 얻으면서
씁쓸하고 냉하던 성질이 단맛과 따뜻한 약성으로 변해 간다.
이것을 다시 찜통에 넣고 찌고 햇볕에 말리기를 2~3회 반복하여
속살을 쪼개보면 아직 노란색을 띠다가 다시 4~5회 반복하면
속살은 검은색으로 변하게 된다.
생약학적으로 지황은 ‘Mannit, Mannitol’이란
서당, 과당 성분이 전화당으로 변하면서 검은색을 띄는데
전화당의 함량이 많을 때는 소화장애가 생기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그러나 구증구폭(九蒸九暴)을 진행하는 동안
전화당이 증숙되면서 부분적으로 찜통 밑에 수분에 흘러내려가
양이 줄어들고 질적으로 변화하면서 양질의 전화당은 소화흡수가 좋아진다.
이 전화당은 혈액에 기초조성성분이 될 뿐아니라
특히 지황 속에 들어있는 철분(Fe²+)이 더하여
한약재 중 가장 좋은 보혈약이 되는 것이다.
한의학적으로 생지황을 찌고 햇볕에 말림으로써
생지황은 본성이 냉한 陰性的인 성질이 따뜻한 온성(溫性)의 성질로 바뀌고
쓴맛(苦)도 감미(甘味)로 변한다. 또한 지황의 황색은 검은색으로 바뀌게 된다.
즉 이러한 현상은 생지황은 본성이 냉(冷)하고 청열(淸熱)하는
지혈성의 음성약(陰性藥)이지만 찌고 햇볕에 말리는 작업을 반복함으로써
양성(陽性)의 성질을 갖는 약으로 변하여 숙지황이 된다.
숙지황은 겉으로 음성(陰性)의 성질을 갖고 있지만
속에는 양성(陽性)의 성질을 갖추게 된다.
그러므로 숙지황은 補血, 滋陰, 補腎하는 약으로 효능을 갖게 된다.
한의학 사상 숙지황을 애용하였던 장경악(明 : 張景岳)도
그의 저서에서 氣를 補하는 데는 인삼을 주약(主藥)으로 하고
황기(黃기), 백출(白朮)을 좌약(佐藥)으로 한다.
보혈(補血)에는 숙지황을 주약으로 하고 천궁(川芎), 당귀(當歸)를 좌약으로 한다.
인삼과 숙지황은 氣와 血에 필요불가결의 약이라고 하였다.
일음일양(一陰一陽)은 서로 생성의 표리(表裏)가 되고
일형(一形)과 일기(一氣)는 서로 생성의 주(主)가 되니,
인간의 보혈약에 숙지황이 제일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구증구폭(九蒸九暴)과 그 내용에 대해서
지금까지 한의사나 생약학자들이 많은 의문과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고 이해된다.
현재 약재시장에서 거래되는 숙지황의 대부분의 제품은 4~5회 찌고 말리는
사증사포(四蒸四포) 정도로 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고전에 왜 구증구폭(九蒸九暴)을 하는지 그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p.s: 글이 옛글이라 이런 내용이 실려있지만
지금은 모든 제약회사들이 숙지황은 구증구폭(九蒸九暴)을 시행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성분의 변화와 과학적 데이터를 통해 차이점이 밝혀졌습니다.
구구(九九)란 음양술수가(陰陽術數家)의 논리로 볼 때
陽의 최대수가 81을 의미하므로 숙지황을 구증구폭(九蒸九暴)한다는 것은
숙지황의 본래의 성질은 陰性을 갖고 있지만 구증구폭(九蒸九暴)을 함으로써
陽의 성질을 최대로 내포하여 補血, 滋陰과 특히 補腎하는 陽의 효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숙지황의 구증구포의 내용을 본초서 기록에는
저자의 식견으로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예를 들어 그 의미를 이해 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
옛날 우리 선조들이 관습에
81송이의 매화가 그려진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란 그림이 있다.
즉 冬至로부터 81일째 되는 날 추위가 완전히 살아지고
立春을 맞이한다는 의미에서 각 가정은 동지 때 81송이의 매화가 그려진
소한도(消寒圖)를 걸어놓고 동지 첫날부터 매일 한 송이씩 칠을 하여
지워가면서 봄이 찾아오는 것을 반기는 풍습이 있었다.
이 그림의 내용을 살펴보면
밤이 제일 길고 낮이 제일 짧은 추운 동지 겨울날은
즉 음기(陰氣)가 가장 왕성한 날로부터
점점 날짜가 지나감에 따라 밤길이가 점점 짧아지고 낮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는
즉 양기(陽氣)가 점점 커지면서 결국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봄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구증구폭(九蒸九暴)이란
생지황의 본성은 음성의 성질이지만 구증구폭(九蒸九暴)을 하여
양의 최대의 성질로 바꾸어 결국 겉으로는 자음보혈의 약이지만
속으로는 신양(腎陽)의 성질을 갖는 음(陰)과 양(陽)의
양면성의 효능을 갖는 약으로 변화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숙지황은 肝과 腎을 補하는 약으로서
表에는 滋陰과 補血하는 陰의 성질을 갖지만
裏에는 腎의 陽氣를 돕는 陽의 성질을 내포하고 있는 약이라고 볼 수 있다. <계속>
강 병 수(동국대 한의대 교수)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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