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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의 배합원리는 매우 중요한 한의학 이론 중 하나다.

처방을 구성하는 한약들은 ‘약의 칠정’ 원리에 의해

서로 상승작용도 일으키기도 하고 제어작용을 일으키기도 하면서

치료효과를 높이거나 부작용을 줄인다. 

배합원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탕제를 만들 때에도

처방 구성약재를 한꺼번에 넣고 달여야

효과가 더 높아질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과연 십전대보탕은 인삼, 백출, 복령, 감초, 당귀,

천궁, 작약, 지황, 황기, 감초를 한꺼번에 넣고 달이는 것이

구성약물 하나하나를 달인 다음에 합하는 것보다 효과가 좋을까? 

한약을 함께 달이면 구성 한약재 중 유효물질이 더 많이 추출되기도 한다.

백호탕에서 갱미를 넣으면 석고만 넣고 달일 때보다 유효물질이 더 많이 추출된다.

또 배합약물에 따라 유효물질의 추출량이 달라진다는 일본의 연구도 있다. 

필자도 오래 전에 대황의 유효물질이 처방의 종류에 따라서

추출율이 다르게 나타나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하지만 이런 부류의 연구들은 좀 더 많은 연구결과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 연구들에서 분석한 유효물질의 함량이 미량이어서

배합에 따른 유효물질의 추출율 차이는 의미가 크지 않다.

또 어떤 약물과 함께 전탕하느냐에 따라 효능차이를 나타낸다는 연구들도 있다. 

계지탕(桂枝湯)은 개별약재들을 전탕하여 모은 것보다 한꺼번에 전탕한 것이

유행성 바이러스성 폐염의 억제 작용과 소염, 진통 등의 작용이 크다

 

일본 키타사토연구소의 야마다 박사는 십전대보탕을 함께 전탕한 것이 효과가 더 높은 것을 관찰하였다.

하지만 이 부류의 연구들도 복합전탕이나 개별전탕 그룹간의 유의한 차이는 없다.

사실 개별전탕과 복합전탕에 대한 연구는 우리나라가 가장 많다

경희대 한의대에서는 1980년대 초부터 박사학위 실험을 할 때 동일한 처방이지만

개별한약재를 따로 전탕한 후 합하여 만든 처방과

약물을 함께 전탕하여 만든 처방으로 비교실험을 하도록 하였다. 

 

본초학교실에서 이렇게 10여년간 진행된 약 50여건의 이 연구들을 분석한 결과 

개별한약재 전탕이나 처방을 복합하여 전탕한 것이나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이 연구결과는 우리나라에서 한방의료보험을 시행할 당시

개별 엑스산제를 사용하게 되는 중요한 근거로 쓰였다.

지금도 한의원에서는 개별 엑스산제를 쓰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연구결과가 토대가 된 것이다. 

중국에서는 이 문제로 논쟁이 크게 있다고 하니 이 방면에서는 우리가 앞서 있는 셈이다.

한약을 전탕하는 과정에서는 구성 성분끼리 화학적인 상호작용이 일어나기는 어렵다.

이보다는 물에 의한 가수분해가 가장 큰 변화일 것이다. 

만약 전탕과정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면 환제나 산제는

전탕과정이 없기 때문에 상호작용을 설명할 수 없게 된다.

환산제로 만들 때에는 함께 끓이는 과정이 없어도 상호작용이 나타나지 않는가?

그렇다면 한약의 상호작용은 어떤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일까? 

전탕하는 과정보다는 약물이 인체 내에 흡수된 후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예를 들면 약동학적으로 약물의 대사과정에서 하나의 약물이

다른 약물의 배설을 방해하거나 촉진함으로써 혈중 농도를 높이거나 낮춘다.

또 약력학적으로 수용체에 함께 작용함으로써 상호작용을 나타낸다

결론적으로 복합전탕을 하면 개별전탕보다 약간 나을 수는 있으나 그 차이가 의미 있게 크지는 않다.
 

로컬한의원에서는 굳이 개별전탕을 할 이유는 없겠지만

대량으로 전탕하는 산업화를 할 때는 복합전탕하면 구성약물들을 표준화하기 어렵다.

이때는 개별전탕을 하여도 상호작용에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으리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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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초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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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력 추출기로 전탕하는 것과 무압력 추출기로 전탕하는 것과는 어떤 차이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처방마다 구성 한약재들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한 방법이 좋다고 단정지어 말하기는 어렵다

아직 많은 연구를 기다려야 하지만 지금까지 연구된 결과를 토대로 생각해 보자. 

밥을 짓는 압력솥은 보통 69~88 kPa 정도의 압력이며 온도는 115~118℃ 정도까지 올라간다.

압력식 한약추출기의 경우에는 이보다 더 높아서 압력도 더 올라가고 온도도 130℃ 정도까지 올라간다. 

그래서 압력 전탕을 하면 한약재 내의 세포로 용매의 침투력이 높아져

빠른 시간에 효율적으로 추출될 뿐 아니라 높은 온도 때문에

100℃에 녹지 않는 성분들도 추출된다. 

실제로 압력 전탕은 무압력 전탕에 비해 유효물질 추출량이나 효능은 비슷하거나 약간 더 많이 추출된다. 

노니를 전탕할 때 압력을 가하여 물의 온도를 110~170℃에서 하면 anthraqui nones 성분이

무압력 전탕에 비하여 약간 많이 추출되며 항산화작용도 약간 높다(Biotechnol Prog. 2004).

붉은 양파를 압력 가열 추출하였을 때에도 anthocyanin의 추출량이 종에 따라 21~36% 더 추출된다(Anal Chim Acta. 2010). 

또 황금 중 baicalein, 황련 중 berberin, 그리고 감초 중 glycyrrhizin 등의 성분들도

압력 전탕이 무압력 전탕보다 추출율이 높다. 

그리고 오적산을 압력 전탕기와 무압력 전탕기로 3시간 동안 전탕하면 진통이나 소염효과는

두 방법 모두 비슷한 정도이다(서부일 외, 한약응용학회지, 2002). 

압력 하에서 전탕하는 것이 유효물질의 추출율이나 효능이 무압력 전탕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면

압력 추출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몇 가지 문제점들이 있다. 

압력 전탕의 가장 큰 문제점은 높은 압력으로 인해 온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한약재 중에 있는 많은 유기 화합물들은 열에 민감하기 때문에 열을 가하게 되면 변성되거나 활성을 잃을 수 있으며

다른 화합물로 변성될 수 있다(Bruneton, Pharmacognosy, Phytochemistry of Medicinal Plants, 1999). 

압력 전탕하면 섬유질 추출이 더 많아져서 복용하면 설사를 유발할 수도 있다.
압력 전탕하면 증발해야 하는 자극성 성분들이 휘발되지 않아서 맛이 더 좋지 않을 수 있으며 효능이 낮아지기도 한다.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필자는 오래 전에 십전대보탕을 가지고 압력 추출한 것과 무압력 추출한 것을 가지고 항균효과를 비교하였다.

무압력으로 전탕한 십전대보탕이 압력을 주고 전탕한 것보다 더 효능이 높게 나타났으며 맛도 더 좋았던 결과를 얻었다.

압력 전탕하면 추출과정에서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

전탕할 때마다 압력이 일정하지 않다면 녹아서 추출되는 성분들이 달라진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압력 추출한 탕제는 전통방법대로 전탕한 처방과는 구성물질이 다른 탕제가 된다.

설령 압력이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주요 처방들의 추출방법에 따른 효능들이 연구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압력 전탕이나 무압력 전탕 모두 큰 문제는 없지만,

압력 전탕은 연구를 더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선뜻 추천하지 못한다.

어느 추출 방법을 선택하더라도 위의 고려사항들을 충분히 알고 있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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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초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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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제를 만들 때 얼마 동안 달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 일반적으로 한약을 약 2시간 정도 달여서 탕제를 만든다.

한 제를 한꺼번에 달일 때는 3시간 정도 또는 그 이상 달이는 한의원들도 많다. 

과연 한약은 이렇게 오래 달일수록 효과적인가? 사골로 곰국을 끓일 때는 오래 달이면 좋지만 한약을 달이는 것은

이것과는 다르다. 대부분의 한약 유효 물질들은 저분자 화합물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끓여야 이 유효 물질들이 가장

많이 추출되느냐가 전탕시간을 정하는 관건이 된다. 필자도 당연히 탕제를 만들 때 한약을 오래 끓일수록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약 20여년 전에 시도한 실험으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당시 국내에서 유명한 모 전기약탕기 제조회사로부터 적절한 전탕 시간을 알기 위한 연구 의뢰를 받은 적이 있다.

추출시간은 물론 한약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여러 처방을 실험할 상황이 아니라서 우선 황련해독탕을 실험재료로

선택하였다. 그 이유는 황련해독탕을 구성하는 네 종류의 한약재인 황금, 황련, 황백, 치자 등의 지표성분들이 뚜렷하고 비교적 측정이 쉬웠기 때문이다. 

황련해독탕에 물을 넣고 달이면서 10분 간격으로 2시간까지 샘플들을 채취한 다음 추출된 지표성분들을 HPLC로 측정하였다. 황련 중 berberine은 30분에 가장 많이 추출되었으며, 황금 중 baicalein과 wogonin은 끓기 시작한지 5분 이내에 대부분의 성분들이 가장 많이 추출되었다. 오래 끓일수록 성분이 많이 추출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대부분의 성분들이 10~20분에 가장 많이 추출되었다.

필자가 1996년 중국 산동성부속 중의병원 제제과에 교환교수로 갔을 때 중국에서는 한약 전탕을 약 20~25분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때 오래 전에 했던 이 한약 전탕 실험 결과가 떠올랐으며, 그 결과와 일치하게 이미

중국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 달인다는 사실에 놀랐던 적이 있다. 

왜 오래 끓이는 것보다 짧게 끓이는 것이 추출에 효과적일까? 그 해답은 추출되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식물한약재는 유효 물질들이 대개 세포내 2차 대사산물들로서 세포질 내에 존재한다. 

그런데 세포막은 반투막이기 때문에 세포질 내의 대부분의 유효 물질들은 끓이지 않아도 물에 잠기면 세포막을 사이에 두고 물질 교환이 일어나서 추출된다. 이렇게 추출되는 시간은 그리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굳이 끓이지 않아도 성분들이 상당량 추출된다면 왜 한약을 끓이는 과정이 필요할까? 이는 상온에서 녹지 않는 성분을 추출하기 위해서이다. 100도까지 올리면 더 많은 종류의 성분이 물에 녹기 때문이다. 

즉 한약을 전탕할 때 끓이는 이유는 상온에서 녹지 않는 성분을 녹이기 위한 것이지 성분을 더 많이 추출하기 위하여

끓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해 보면 한약을 달일때 100도까지 온도를 올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얼마나 오래 끓였느냐는 오히려 덜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약은 어떻게 달이는 것이 효과적일까? 효과적인 한약 전탕 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이야기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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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초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