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이야기5-먼저 달이는 방법 선전(先煎) 칼럼 모음/김호철 교수님의 한약이야기(완결)2019. 6. 28. 09:03
짧은 전탕으로는 유효물질이 완전히
추출되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이나
오래 전탕하면 물질이 많이 추출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필요 이상
오래 끓이는 한의사들이 꽤 있다.
실제로 일부 한약재들은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추출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하여 처방에 들어있는 모든 한약재를 한꺼번에
오래 끓이는 것은 권할 만한 전탕법은 아니다.
오래 끓일 때 유효물질의 추출이 줄어드는
한약재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이때는 이 약재들만 따로 모아 ‘선전(先煎)’한 후에
다른 약재들을 넣고 전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선전’이란 일부 한약재들을 다른 한약재보다
30분~1시간 먼저 물에 넣고 끓임으로서
전탕시간을 오래 하고자 하는 전통 한약 전탕 방법이다.
한약을 잘 달이기 위해서는 지난 시간에 이야기한 ‘후하’뿐
아니라 ‘선전’ 역시 잘 지켜야 한다.
유효물질이 쉽게 추출되지 않는 한약재들로는
주로 재질이 딱딱한 石膏, 赤石脂, 磁石, 代 石, 自然銅 등의 광석류,
牡蠣, 石決明, 珍珠母, 蛤粉 등의 패각류,
그리고 龜板, 鼈甲, 穿山甲, 龍骨, 虎骨 등이 있다.
또 厚味 滋補藥 들도 센 불로 오랫동안 전탕하여야 한다.
선전을 해야 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약재의 독성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온리약에 속하는 ‘부자(附子)’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생부자(生附子)는 aconitine, hypac onitine, mesaconitine 등
진통효과를 나타내는 알칼로이드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들은 또한 심장독성을 가지고 있다.
심근세포의 나트륨이온통로를 열어서
나트륨이온이 세포 내로 들어오게 하여
세포막을 탈분극시킴으로써 심근세포의 반응성이
빠르게 하여 심장박동 이상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부자를 과량 사용하면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오심, 구토, 복통, 설사 등이 나타나고 현기증과 함께
입이나 혀 또는 사지와 전신의 마비, 오한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심하면 동공산대, 시각모호, 호흡곤란, 떨림, 대소변실금,
혈압 및 체온하강 등이 나타나고 기외수축과 빈맥에 이은
심실세동 등이 나타난다.
그런데 aconitine은 열에 약하여 물에 넣고 끓이면 진통효과는
그대로지만 독성은 훨씬 작은 benzoylaconine으로 바뀌게 된다.
이 성분은 aconitine에 비하여 급성 독성이
1/10~1/100정도이기 때문에 상용량에서는 중독되지 않는다.
또 계속하여 물에 끓이면 aconine으로 바뀌는데
그 독성은 aconitine의 1/2000 정도이다.
전통적으로 부자를 포제할 때 자법(煮法)을 하는 이유도
바로 이렇게 독성을 줄이고자 한 것이다.
독성을 줄이기 위해서 선전하는 한약재로는
부자 외에도 상륙(商陸) 등이 있다.
그리고 천축황(天竺黃)이나 마자인(麻子仁) 등은
선전하면 효능이 더 높아진다.
석곡(石斛)도 lactone류의 alkaloids를 함유하고 있어서
선전하면 가수분해산물이 더욱 더 많아져 효능이 높아진다.
선전은 매우 중요한 전탕 방법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번거롭다면 포제법을 잘 지키는 것도
독성을 줄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부자나 대황을 포제하여 만든 ‘숙부자’나 ‘주증대황’은
독성이나 부작용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또 포제 외에도 선전으로 만든 고형추출물을
처방 전탕액에 녹여 사용하는 것도
선전의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한 대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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