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항, 아무나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걸까요? 유주부항부터 발포부항까지 한의학관련 질문들2021. 9. 17. 09:02
Q. 피 뽑는 부항과 피를 뽑지 않는 부항,
부항을 붙이고 몸 이리저리 문지르는 부항,
불 부항 등 여러 가지 부항 방법들이 있지만,
어떤 차이가 있는 건가요?
실제 효과가 있는 건지,
부항은 얼마만큼 연구가 되어 있는 건지,
그리고 최신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언론매체에 외국 스포츠 선수 및 연예인들이
부항을 뜨고 허리에 부항 자국이 생긴 채로
다니는 모습이 포착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부항에 대한
관심 및 인지도가 높아졌습니다.
우선 부항은 붙일 ‘附부’에 항아리 ‘缸항’자를 써서
말 그대로 ‘작은 항아리를 몸에 붙이는’ 시술인데요.
옛날에는 항아리뿐 만 아니라 물소 뿔, 대나무통 등
다양한 자연제품을 이용했지만,
요즘에는 다양한 기기의 개발로 플라스틱뿐 만 아니라
실리콘, 혹은 유리로 된 부항컵도 사용하고 있고,
한국에서는 위생을 생각해서 일회용 플라스틱 부항컵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부항은 적용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나눌 수 있습니다.
건부항(유관법)은 마를 ‘乾건’을 써서 피를 뽑지 않는 요법,
습부항(자락관법)은 젖을 ‘濕습’을 써서 피를 뽑는 요법,
그리고 몸에 오일류의 윤활액을 바르고
이리저리 부항을 움직이는 유주부항 요법이 있습니다.
더욱 드물게는 수포를 일부러 유발하는
발포부항 요법도 있지만 이는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아닙니다.
한의학에서는 부항에 대해서 설명할 때
①음압을 형성해서
②기혈 순환을 촉진하고
③어혈을 제거한다고 설명을 많이 하는데요.[1]
음압이란 어느 정도의 압력을 말하는 것이고,
어혈이라는 것은 정말 죽은 피를 말하는 걸까요?
그리고 기혈 순환은 도대체 무슨 말일까요?
이를 조금 더 이해하기 쉽도록
부항에 대해 진행되었던
현대적 연구들을 바탕으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우선
➊음압이라고 하는 것은 부항컵 안에 있는 공기를 빼내거나
불로 내부를 달군 부항컵의 열기가 식으면서
컵 내의 압력이 높아진 상태로,
부항컵의 재질 및 치료 부위와 목적에 따라
보통 60mmHg~600mmHg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1]
아무래도 신체의 굴곡진 부위나
부항컵이 쉽게 떨어질 수 있는 부위 (손목, 발목)는
압력을 더욱 강하게 걸어야 하고,
등처럼 넓은 부위에서는 조금 더 약하게 걸어도 되기 때문에
모두 똑같은 압력으로 적용하지 않는 것인데요.
한의사 선생님들은 이외에도 환자분의 피부 상태 및
나이도 고려하여 피부가 약하고 기저 질환이 있으신 분일수록
상처 혹은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조금 더 약하게 압력을 걸게 됩니다.
그렇다면 부항을 적용하는 최적의 시간과,
기혈순환 증가에 대해서는 연구가 얼마나 된 걸까요?
기는 물리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없지만,
혈액은 측정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합니다.
피부 혈류속도와 양을 측정할 수 있는 도플러부터
최근에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근적외선 분광 센서를 이용해서
혈류역학적 실험까지 진행하였습니다.
최신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➋부항을 적용한 국소 부위 및 주변부의 혈류량과
산화헤모글로빈 농도는 실제로 증가하였고,
그 증가된 정도는 부항을 제거한 이후에도 일정 시간 지속되었으며,
[2] 약한 압력 (225mmHg)으로 긴 시간 (10분) 적용하는 것보다는
조금 강한 압력 (300mmHg)으로 짧은 시간 (5분) 적용하는 것이
부항 부위의 혈류 속도를 더욱 빨리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00mmHg 5분 적용: 16.7 ± 2.6 times vs. 225mmHg 5분 적용:
11.1 ± 2.2 times, p < 0.05).[3]
그럼 부항은 실제로 어혈을 제거하는 걸까요?
현대 의학에서
➌어혈, 즉 죽은 피라고 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없습니다.
그러나 습부항을 통해 제거된 혈액의 성분과
일반 정맥에서 뽑은 혈액이 똑같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아직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습부항을 통해 제거된 피에서는
요산, HDL, LDL, sGOT
(혈청글루타민산옥살로초산트란스아미네이스) 수치도 높고 점성도 더 높았으며,
습부항 후에 적혈구 용적률이 늘어났다는 연구도 있어서
분명히 습부항 전후에 혈액학적으로
유익한 변화를 유도하는 것은 맞아 보입니다. [4,5]
향후 더욱 더 많은 연구가 기대되는 분야입니다.
아직 유주 부항 및 발포 부항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으며,
부항의 안전성 문제를 고려하였을 때,
발포 부항은 조금 더 많은 근거가 마련되고 나면
시행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부항이 간단해 보여도 부작용 사례가 꽤 있는 편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한의사의 지도하에 적용하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참고문헌
1. Qureshi NA , Ali GI , Abushanab TS , et al . History of cupping (Hijama):
a narrative review of literature. J Integr Med 2017;15:172–81.
2. Kim KW, Lee TW, Lee HL, et al. Pressure levels in cupping therapy:
a systematic review. J Acupunct Res 2020;37(1):28-34.
3. Kim S, Kim E, Jung G, Lee S, Kim JG.
The hemodynamic changes during cupping therapy monitored
by using an optical sensor embedded cup.
J Biophotonics. 2019 May;12(5):e201800286.
4. Aeeni Z, Afsahi A, Rezvan H.
An investigation of the effect of wet cupping on
hematology parameters in mice (BALB/C).
Research in Medicine. 2013; 37 (3) :145-150
5. Al-Bedah AMN, Elsubai IS, Qureshi NA, Aboushanab TS,
Ali GIM, El-Olemy AT, Khalil AAH, Khalil MKM, Alqaed MS.
The medical perspective of cupping therapy:
Effects and mechanisms of action.
J Tradit Complement Med. 2018 Apr 30;9(2):90-97.
이승민
자생한방병원
자생메디컬아카데미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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