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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인체의 조화·균형이 치료의 목표

12. 경험론과 실재론 그리고 임상의학

의사는 환자가 고통을 느낄 때와

환자가 스스로 질병의 고통을 처리할 수 없을 때

환자와 고통사이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서서 의사는

환자와 분리된 고통의 원인을 찾아보게 됩니다.

이론적으로 질병은 분명히

환자와 독립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환자와 의사와 고통

현대의학에서 밝힌 많은 질병들은

분명히 환자와 독립해서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병원미생물과 기계적인 결함으로 인한

구조의 변화가 그런 예입니다.

즉 병원미생물이 인체에 들어 왔기 때문에

일정한 패턴의 질병현상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정전염병으로 분류된 질병들이 이런 예에 속합니다.

그런데 같은 병원미생물에 노출되더라도

전혀 질병현상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따라서 병원미생물은 질병현상을 일으키는

완벽한 조건일 수 없으며,

질병은 환자와 독립해서 존재한다는

생각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병원미생물을 발견할 수 없거나

구조적인 변이를 찾을 수 없는데도

질병현상을 호소하는 경우는 좀더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환자와 의사를 매개하는 것은 분명히 질병입니다.

그런데 그 질병은 여러 가지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전부 규명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즉 질병이 없으면 환자도 없고 환자가 없으면 의사도 없습니다.

말하자면 의학은 언제나 질병을

뒤쫓아 가는 입장에 놓여있는 셈입니다.

고통이 없을 때 사람들은 그저 그렇게 살아갑니다.

고통이 없을 땐 건강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사람들은 고통과 건강사이에 놓인 어떤 상태를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물고기가 물속에서 헤엄치지만

물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따라서 고통과 건강을 이원론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많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론적인 의학은 분명하게 질병을 분류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과학사상을 받아들인 의학은 그래서

질병을 환자와 독립시키려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과거에 이해하지 못했던

많은 질병현상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의학은 아직도

고통과 건강을 생각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활기찬 생명현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환자 앞에 서있는 임상의학은

여전히 망설이면서 고통을 잠재우기 위한

치료법을 결정해야합니다.

과학사상과 거리가 멀었던 한의학은

병원미생물과 구조의 변이를 의심은 했었지만

드러내지는 못했습니다.

병원미생물은 현미경의 발명에 힘입어

의학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고,

구조의 변이 역시 현미경의 발견에 힘입어

육안해부학의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체에 대한 기계론적인 이해가 부족했던 한의학은

유기체적인 인체에 관심을 기울였을 것입니다.

유기체적인 인체는 주위환경과 잘 어울림으로써

자신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때 한의학은 인체를 기계론적으로 분해해서

이해하지 않고 환경에 대응하는 개체로 인식합니다.

 

상하내외(上下內外)의 균형

그렇게 함으로써

환경과 인체사이의 관계 속에 질병이 자리 잡게 되고,

의사는 환경과 인체사이의 관계를 조절함으로써

질병현상을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따라서 치료의 최고 목표는

환경과 인체사이의 조화와 균형입니다.

이와 같은 생각은 上中下와 內外中을 포함하는

表裏개념을 통하여 인체의 깊숙한 곳까지 이르게 됩니다.

즉 上과 下의 균형이 중요하고,

內와 外의 균형이 중요하며,

上下와 內外가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이처럼 조화와 균형을 맞추기 위하여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구조물을 움직일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도 어쨌든 조화와 균형은 필요합니다.

그렇게 조화와 균형을 찾아 수많은 세월을 보낸 후

마침내 한의학은 환자를 통하여 임상적인 치료법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가정6>은 한의학의 치료법은

부분적인 압력현상을 움직이게 한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부분적이라는 말은

上中下와 內外中으로 구분된 해부학적인 영역을 말하며,

압력현상은 上中下와 內外中의 각 부분에

체액이 정체되면서 생긴 증상을 말합니다.

감기는 上中下로 나누어진 인체에서

특히 上에 증상이 나타납니다.

上은 혈액순환계에서

상대정맥으로 유입되는 정맥순환영역이며,

머리와 상지 그리고 일부의 흉강을 말합니다.

콧물과 가래가 나오는 것은 上(두면상지부)에

체액이 정체되어 압력을 만들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上으로 편중된 체액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할 수 있습니다.

우선 上으로 편중된 체액을 체표를 통하여 제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때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陰陽의 개념에서 보았을 때

上으로 편중된 체액이 있으면

中이나 下에 체액이 부족한 현상이 있어야 합니다.

 

체액의 이동

정말 中이나 下에서

체액이 부족한 현상을 발견했다면

上으로 편중된 체액을 中이나 下 쪽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올바른 방법입니다.

그런데 감기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에는

中이나 下에서 체액이 부족한 현상을 발견하기 힘듭니다.

이때에는 上에 편중된 체액을 체표를 통하여

제거할 수 있는 汗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表裏개념에서 보면 上은 表에 속하고

中과 下는 裏에 속하기 때문에

체표에 체액이 편중되어 있고

내장장기에서 체액이 부족한 현상을 발견할 수 없으면

당연히 汗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表裏개념에는 內外中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처방은 좀더 복잡해집니다.

감기가 오래도록 낫지 않고

체액의 편중이 下에 나타나면 상황은 전혀 다릅니다.

역시 陰陽개념에서 上이나 中에

체액이 부족한 현상을 찾아야 합니다.

만약 上이나 中에서 체액이 부족한 현상을 발견하면

下에 편중된 체액을 上이나 中으로 이동시키는

치료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오로지 下에 체액이 편중된 현상만 있을 때에

下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체액의 편중을 해소하는 방법은

체액이 편중된 부위에 따라 다르다는 말입니다.

조화와 균형을 목표로 하는 체액의 이동 방법은

생리학적인 사실에 보다 가깝고,

상대적으로 해부학적인 사실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체액의 순환은 구조를 타고 움직입니다.

인체의 구조는 진단과 예후를 판단하는 의학의 기준입니다.

<계속>

이 학 로(한의사·충남 천안)

:
Posted by 약초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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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액의 이동·편중으로 질병을 극복한다

9. 한의학의 陰陽寒熱과 체액의 이동

<가정1>과 <가정2>는 인체의 해부학적인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내용이었습니다.

인체는 해부학적인 구조물들이 상호협력 함으로써

생명현상을 일으킨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생각은 기계론적인 사고에 의해서 가능합니다.

이렇게 상호협력 한다는 점에서 인체를 바라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해부학적인 구조물들을 연결하는 구조물들입니다.

육안해부학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각 장기를 연결하는 구조물들은 정교해진

해부학 기술들에 의해서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모습을 드러낸 구조물들 중 하나가 순환계입니다.

순환계는 심장과 대동맥, 소동맥, 모세혈관, 소정맥, 대정맥으로 구성되며,

혈액은 순환계를 구성하는 혈관 속을 끊임없이 순환하는 별도의 기관입니다.

혈관 속을 순환하는 혈액은 체액의 일부이며,

체액은 혈관과 림프관을 따라 필요한 모든 조직과 기관

그리고 세포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가정3>은 체액의 증가, 감소에 의해 발생한 압력현상은

한의학의 음양(陰陽), 한열(寒熱)과 연관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인체의 구석구석까지 순환하는 체액은

항상 균등한 분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령 마라톤선수의 몸에서는 달리기를 시작하면

근육으로 혈액이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다리근육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혈액은 다리 쪽으로 더 많이 이동하게 됩니다.

마라톤 선수의 에너지원

다리 쪽이나 전신의 골격근으로 혈액을 보내기 위해서는

근육이외의 부분에서 순환하는 혈액량을 줄여야만 합니다.

당장 다리와 근육 쪽에서

필요한 혈액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며,

만들어 낼 수 있다 해도 달리기를 마친 뒤에

여분의 혈액을 처리하는 것이 곤란하기 때문에

혈액을 다리와 골격근 쪽으로 편중시킴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마라톤선수가 30분 이상 달리기를 계속하면

골격근 속에 있는 에너지원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선수의 몸에서는 계속 뛸 수 있는 에너지원을

골격근에 공급하기 위한 비상조치를 가동시킵니다.

혈액의 순환을 다리와 골격근에 편중시킨 것과 더불어

에너지원도 다리와 골격근 쪽으로 편중시켜야 합니다.

몸속에 저장해두었던 에너지원을 최대한 이용하고,

달리기에 필요한 조직이외의 조직은

에너지원을 최대한 절약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듭니다.

이와 같은 비상사태는 달리기를 하는 동안 계속 유지됩니다.

마라톤선수가 목표지점을 통과하면

다리와 골격근 쪽으로 편중시켰던 순환은

평상시의 순환으로 돌아가고,

순환이 억제되었던 나머지 조직들은

활동을 회복하게 됩니다.

자료에 의하면 안정시 골격근의 혈류량은 분당 1천200ml인데 반해

마라톤처럼 매우 심한 운동을 할 경우에는 분당 2만 2천ml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때 뱃속 장기의 혈류량은 안정시에 분당 1천400ml 인데 반해

매우 심한 운동을 할 경우에는 분당 300ml로 현저하게 줄어든다고 합니다.

마라톤선수에게 일어났던 비상사태는

체액을 편중시킴으로써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체액의 증가와 감소

질병 역시 체액을 편중시킴으로써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감기에 걸리면 콧물이 나고, 땀이 나고, 기침과 함께

가래가 나오는 등의 현상은 체액이 편중되었다는 뜻입니다.

<가정1>에서 한의학은 상중하(上中下)로 인체를 구분했습니다.

마라톤선수의 몸속에서 체액이 편중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독립된 구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따라서 <가정3>에서 제시한 체액의 증가와 감소는

인체내부 장기의 독립된 구조에 의해서 생길 수 있으며,

이때 체액이 증가한 구조(장기)가 있으면

거의 반드시 체액이 감소한 구조(장기)가 있게 마련입니다.

인체에서 발견되는 병리적인 현상으로서의 음양(陰陽)은

이처럼 체액이 증가하고 감소하는 전체 상황을 표현하는

상호 보완적인 개념입니다.

마라톤선수에게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골격근은 양(陽)에 속하고

뱃속 장기는 음(陰)에 속하는

상황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마라톤선수를 환자로 보면

골격근은 지나치게 과잉된 상태라 할 수 있고,

뱃속 장기는 지나치게 저하된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어느 한쪽을 보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

음양(陰陽)개념에는 숨어 있습니다.

인체를 구성하는 해부학적인 구조물들은

그 크기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체액이 편중되면 구조물은 팽창하게 되고

구조물의 내부에 압력이 발생합니다.

인체는 언제나 구조물에 발생한 압력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을 열려고 노력합니다.

감기 증상에서 콧물은 그런 예입니다.

인체는 항상성(恒常性)을 유지하려는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체액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음(陰)과 양(陽)이라는 현상은

전체적인 상황 속에 항상 공존하고 있으며,

한의학은 상중하(上中下)와 내외중(內外中)을 포함하는

표리(表裏)개념으로 이들의 편중된 부위를 찾아냅니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편중상태를

태과(太過)와 불급(不及)이라는 말로

정량화하고 있습니다.

마라톤선수에서처럼 체액을 편중시키기 위해서는

혈관의 굵기를 조절하고 심장의 박동을 조절해야 합니다.

추위와 더위는

혈관의 굵기와 혈류량을 조절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에는

몸속에서 만들어진 열을 해소하기 위하여

체표 혈관을 확장시키고 땀을 내보냅니다.

추운 겨울에는

몸안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체표 혈관을 수축시켜 열의 손실을 막습니다.

음양한열(陰陽寒熱)과 체액(體液)

한의학이 설정한 한열(寒熱)개념은

이처럼 감각이 느끼는 상황을 말합니다.

즉 어떤 처방의 약을 복용하여 열이 있을 때

그 열이 떨어지거나 몸이 차가워지는 현상이 일어나면

그 처방은 한성(寒性)이라 말합니다.

차가워지는 현상을 일으키는 이면에는

해부학적인 구조물과 생리학적인 현상이 다양하게 관여하겠지만

그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혈관의 수축입니다.

따라서 혈관의 수축과 확장은 체액을 움직이게 합니다.

마라톤선수는 체액이 움직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체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작용을 자각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인간의 감각은 외부환경에 대처하기 위하여

대부분 외부를 향하고 있기 때문에

인체내부에서 느끼는 감각을 표현할 때에도

외부에서 느끼는 감각과 같은 말로 표현하게 됩니다.

한열(寒熱)에는 혈관의 수축과 확장을 포함하여

한열(寒熱)을 느끼게 하는 인체내부의 모든 작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열(寒熱)은 한의학이 바라보고 싶었던 생리학적인 현상이며,

그 이면에는 역시 체액이 있습니다. <계속>

이 학 로(한의사·충남 천안)

:
Posted by 약초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