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

« 2024/5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728x90

한약은 원인을 치료하고 양약은 증상을 치료하는가?

오래 전 의과대학 약리학교수와

한약과 양약의 차이에 대하여 이야기한 적이 있다.

한약은 원인요법 없이 대증요법을 주로 쓰지 않느냐는 것이다.

서양약은 대증요법을 주로 하고

한약은 근본치료를 한다고 알고 있었던 내게는 다소 충격이었다.

그 교수의 요지는 서양약에는 인슐린이나 항생요법 같은

원인치료제가 있지만 한약에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대증요법은 질병의 원인을 치료하는 방법인 ‘원인요법’의 반대 개념으로

질병을 치료할 때 어떤 증상을 감소시켜 환자를 편안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환자에게 고통을 주는 통증이나 발열 등이 나타날 경우에 사용되는

해열제나 진통제를 비롯하여 심한 기침에 사용되는 진해제,

알레르기에 사용되는 항히스타민제 등은 모두 대증요법 치료제이다.

반면 항생제나 화학요법제를 비롯하여

제1형 당뇨병에 사용되는 인슐린 등은 원인요법제라고 할 수 있다.

서양의학에서는 원인요법이 없는 질환에 대해서는 대증요법을 쓴다.

인플루엔자와 같은 대부분의 바이러스 질환에서는

비록 원인이 알려졌다고 하더라도 대증요법이 유일한 치료법인 경우가 많다.

이렇게 본다면 대부분의 서양약들은 증상을 없애주는 대증요법제이다.

그래서 서양의학에서는 약물을

‘정상적인 생리 현상을 바꾸어주는 물질’로 정의한다.

한약치료도 역시 상당 부분 대증요법이다.

마황을 지해평천 효능으로 사용할 때는

서양의학에서 사용하는 에페드린의

기관지 확장효과와 마찬가지로 대증요법이다.

거풍습약물들도 풍습비통에 사용될 때는

서양의학에서 퇴행성관절염 등에 사용하는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와 유사한 대증요법이다.

불면에 사용하는 안신약이나 지혈약 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청열해독약이 가지는 항생효과는

원인요법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학부생들에게 한약도 서양약과 마찬가지로

대증요법제가 많다는 강의를 할 때면 이에 반대하는 질문들이 쏟아진다.

이는 한약도 상당수가 대증요법제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하며,

‘원인요법’과 ‘본치’를 같은 개념으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양약과 한약의 차이는 무엇일까?

70년대 말 저명한 미국의 약리학자가

한 달 정도 중국을 방문하여 중의학을 관찰한 뒤 쓴 리뷰논문에서는

서양의학의 약리학자에게 새롭게 비춰진

중의학치료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전체론적(holistic) 관점이다.

눈에 질환이 있어도 발을 치료하며,

질병을 치료할 때 그 부분만 보지 않고

다른 부분과의 관계를 보는 방법은

서양의학에서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한약이 근본질환을 치료한다는 의미는

서양의학에서의 원인요법과는 다르다.

자연과 인간과의 조화,

체내 장기의 조화를 중시하는 한의학에서는

조화가 깨어진 것을 바로잡는 치료를 한다.

예를 들어 서양의학에서 간염 환자에게

원인균에 대해서 감수성이 있는 항생물질을 투여하는 것을

원인요법이라고 한다면,

한의학에서는 원인균이 왜 인체에 침입하게 되었는지를 따져서

내부 장기 및 외부 환경과의 관계를 개선해 주려는 치료를 한다.

또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을 길러서 스스로 치료하게 한다.

이것이 한의학에서 이야기하는 근본치료이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본치를 중시하기 때문에

‘보약’과 함께 ‘표본완급’이나 ‘부정거사’ 등의

치료원칙이 발달되어 있는 것이다.

효과적인 약물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서양의학과 한의학은 질병의 원인을 다르게 보기 때문에

‘원인요법’과 ‘본치’의 개념이 다르다는 사실과 함께

상당수의 한약들이 양약과 마찬가지로 대증요법제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
Posted by 약초세상
728x90

한약 효능은 기미론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굳이 함유 성분으로 설명하자면

한약 중의 함유 성분들이 모두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동일한 한약재라고 하여도 함유 성분 중

어떤 성분들이 추출되느냐에 따라 효능이 달라질 수 있다.

한약추출에는 전통적으로 물이 추출용매로 쓰여 왔지만,

물 이외의 용매를 사용하여 추출하게 되면 함유 성분의

극성과 비극성의 성질에 따라 추출되는 성분들이 달라진다. 

물로 추출하게 되면 극성성분이 주로 추출되지만

물 대신 알코올로 추출한다면 알코올은 물보다는

약간 비극성 용매이므로 물 추출보다는 비극성성분들이 좀 더 추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귀를 물로 추출하였을 때와 알코올로 추출하였을 때는

많은 성분들이 비슷하지만 성분들의 추출율의 차이로 인하여

구성비가 달라져서 효과도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전통적인 탕제는 물로 추출하기 때문에

한약 중 효능 성분들은 대개 물에 녹는 성분이다

이들은 어느 정도 극성이 있는 효능 성분들이다.

그런데 한약 중에는 물에 녹지 않는 비극성성분이 효과를 나타낼 때도 있다. 

이때는 물로 탕전하면 얻을 수 없거나 소량만 얻어진다.

한의학에서는 전통적으로 오랜 경험과 관찰을 통하여

이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여러 방법으로 해결하였다. 

주수상반을 하는 당귀수산(當歸鬚散)이 대표적인 예다.

당귀수산을 전탕할 때 주수상반을 하는 이유는 

활혈지통 효능을 높이기 때문이지만,

비극성성분들에 효능이 많은 것이 주수상반을 하는 이유일 수 있다. 

 

주수상반하면 약 10% 에탄올로 추출하는 셈이 되어

비극성 성분이 더 많이 추출되는 것이다

 

한약재 중에 비극성 성분이 효능 성분일 때 포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초자(醋炙)나 주자(酒炙)를 하면 비극성 성분들의 추출이 더 잘된다.

술이나 식초로 미리 볶을 때 물에는 녹지 않는 비극성 성분들이

녹아서 물로 추출할 때 추출효율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하나의 약물에도 포제법이 여럿이 있을 때는

그 처방에서 제시하는 포제법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비극성 성분에서 효능이 나타날 때 추출하지 않고

아예 한약재를 그대로 복용하는 방법도 많이 쓰인다.

한약재를 갈아서 환이나 산제로 복용하는 것이다. 

 

처방을 하다 보면 어떤 한약재는 유독 환산제로 많이 쓰이는 경우가 있다.

이는 효능성분이 주로 비극성 쪽에 있을 확률이 높다. 

만일 비극성 성분이 효능을 나타내기 때문에 환산제를 사용하는 것이라면

이 처방을 탕제로 바꾼다면 이 처방의 효과를 그대로 얻기는 어렵다. 

최근 환제에 들어가는 한약재 양이 적어서

세칭 ‘고농축환’을 사용하는 한의원이 늘고 있다.

한약재 분말 대신 한약을 추출한 추출액으로 제환한 것이다. 

고농축환은 추출물을 쓰기 때문에

약재를 갈아서 만든 전통 환제보다

고용량이어서 복용에 편리할 뿐더러

유효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추천할 만하다.

 

하지만 환산제의 유효성분이 비극성 쪽에 있다면

고농축환으로 만들기 위해 처방약재들을 추출할 때

효능 성분이 추출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이때는 충분히 검토한 후 사용하여야 한다. 

한약은 하나의 성분이 효능을 나타내는 경우는 드물다.

한약 중에 존재하는 여러 성분들이

서로 상승작용을 하여 함께 효능을 나타낸다.

 

한약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밝히라면 하나의 처방 중에 있는

수십, 수백가지의 성분들의 역할과 상호작용들이

모두 밝혀져야 하므로 아직까지의 과학기술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성분들이 서로 상호작용으로 효능을

나타낸다는 것을 예측하면서 처방한다면

구체적으로 약의 작용을 이해하고 처방을 활용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 제형이나 포제, 약리 등의 분야에서 한약 연구 방향을 올바로 정할 수 있다.

:
Posted by 약초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