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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을 경계 짓고 의학의 개입을 몸에 한정지었던

기존 의학의 관점은 정신이 몸에 큰 파문을 남길 수 있다는

다양한 연구결과에 의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기존 의학에서 ‘스트레스’라는 용어는 상당히 애매하게 사용되었다.

환자는 주관적으로 자각적 증상을 호소하지만,

검사 상에는 별다른 소견이 없는 경우 환자는

대개 스트레스성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새폴스키는 스트레스 및 스트레스 호르몬이

체내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를 밝혀냄으로써

‘스트레스성’ 질환의 실체를 드러냈다.

놀라운 사실은 정신적 작용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훨씬 직접적이라는 점이다.

스트레스에 의해 분비되는 다양한 물질들은 인체 전반을 건드릴 뿐만 아니라,

보다 상위기관인 뇌의 영역들에 작용하여 시냅스회로 양상마저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정신신경면역학(Psychoneuro-immunology)이 다루고 있는

몸과 마음의 상관관계는 한의학도들에게는 그렇게 놀라운 소식이 아닐지도 모른다.

한의학에서는 생명은 정기신의 상호작용에 의해 이루어지며,

마음의 건강은 몸의 건강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인식이 전반적으로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들은 스트레스를 정신적인 영역에서 보다 확장하여

체내 항상성을 방해하는 내외부의 자극 일반들에 적용하여

설명하고자 시도하였다.

병인론에서 다루는 내인, 외인, 불내외인은

서로 유사한 체내 매커니즘을 경유하여 증상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정신적 스트레스에 국한된 논의로부터 조금 더 자유롭고,

한의학의 관점에 보다 부합된다.

그렇다면, 실제로 한의학 임상 과정에서

알로스테시스 및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라는 개념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알로스테시스 로드 마커(Allostatic Load Marker)

이론은 측정량에 의해 제한을 받고, 사유는 실험에 의해 검증되고 수정된다.

정신사회적 인자가 임상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관점을

측정가능한 지표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있다.

알로스테시스 로드 마커를 개발하려는 일군의 연구들이다.1)

알로스테시스는 생존을 위해 항상성을 깨트리는 모든 자극들에 대항하여

인체 전반의 모든 체계가 협응하여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므로,

단일 지표만으로는 그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

연구자들은 다양한 체계의 다양한 지표들을

공히 한 자리에 모아 전체 생명현상의 원활함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현재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지표들의 목록은 다음과 같다. <표 참조>

Allostatic Load Score는 이들 지표들을

알고리즘에 의해 통합된 하나의 점수 체계로 환산한다.

AL-score를 매기는 다양한 알고리즘이 있으며,

통계학자와 수학자들이 연구에 참여하여 현실적으로

더욱 의미 있는 점수체계를 만들어내려고 노력 중이다.

AL score에서 각 지표들은 개별적인 의미를 넘어서

하나의 통합된 점수를 통해 전체 시스템의 건강정도를 반영한다.

가령, 어린시절의 극심한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경험한 아이들은

향후 장기간에 걸쳐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한다.

장년층과 노년층에서도 AL-score의 상승은 질병과 사망의 위험도를 높이며,

AL-score를 낮춤으로써 이러한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

각 개별 지표를 살피는 것도

유사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반론에 대해 대답을 하자면,

AL-score를 살펴보는 것이 건강과 질병을 예측하는 보다 좋은 지표라고 한다.

이는 나무 한 그루를 살피는 것보다 다양한 식물군, 동물군, 토양상태, 기후 등의

각 요소들을 살피는 것이 숲을 조망하는 더 나은 방법인 것과 같다.

임상적으로 적극적 개입을 하기 애매한 sub-clinical 상태에서도

AL-score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서 더 높은 수치를 보이며,

AL-score를 낮추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질병의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즉, 건강-질병의 연속이라는 개념이 이론적인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건강 상태를 측정가능하게 하는 근거가 마련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건강 상태는 진단 상에 별다른 소견이 없으나 증상은 간간히 존재하는,

흔히 ‘스트레스성’으로 진단되는 바로 그 영역이다.

한의학에서 미병이나 아건강으로 명명하던 상태를 진단하고

예방 및 치료 차원으로 개입하여, 향후 개입에 대한 평가를 가능하게 하는 근거로써

AL-score는 아주 강력한 도구이다.

알로스테시스와 한의학을 연계 짓는 이론적 작업과 동시에

AL-score의 임상 현장에서의 활용은

한의학의 근거 마련에 있어서 상당히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기능적 건강(functional health)과 삶의 질을 평가하는

SF-36 등의 설문 도구 대신 인체 매커니즘에 기반하고 있는

지표들의 총합으로서의 AL-score를 활용하면 주관성이 배제된

health outcome에 더욱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라이프 사인(Life sign)

한의학이 논하고자 한 다양한 증상들에 대한

인체 내 매커니즘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한의학의 특성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것은 요원한 일로 보인다.

증상은 너무 주관적이고 맥락의존적이며 휘발성이 강한데,

한의학은 대개 증상(현상)을 매개로 한 개입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필자들의 고민 한 가지를 더 다루고자 한다.

한의학에서는 라이프 사인(life sign)으로서

수면, 식사, 소변, 대변, 땀 등 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즉, 생명 현상의 기본 과정인 소화, 호흡, 순환, 배설 등을 중요하게 여긴다.

초·중·고등학교 생물 시간을 통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배운 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생명의 기본 과정들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자율적으로 작동하여

생리만 존재하고 병리는 존재하지 않는 과정으로 간주되는 것은 아닌가.

생리와 임상적으로 인정되는 병리 사이에 존재하는 틈으로서

불편감(증상)이 놓여있음에도, 이 틈은 빈번히 무시된다는 인상을 받는다.

사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일상적 감각과 경험들에 의해 구성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의학은 의료적 관점에서 충실히 기능을 하고 있으나,

개개인의 삶에서 의학은 여전히 거칠다.

알로스테시스 개념을 동원하여 설명하자면,

내외부의 자극들은 항시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자연스러워 보이는

소화, 호흡, 순환, 배설의 운동을 삐걱거리게 할 수 있다.

기분 나쁜 말 한 마디에 식욕이 싹 사라질 수도 있다.

일상적 생활이 삐걱거릴 때마다 기름칠을 해주는 것,

그럼으로써 완전히 회복불가능의 질병상태로 빠지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우리 선조들이 애써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아닐까.

우리가 한의학도로서 건강과 질병, 사람과 의학에 대해 고민하고자 한다면

일상적 생명 과정이 삐그덕 거리기 시작하는 초기 과정에 대한

매커니즘을 밝히고자 하는 연구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연구들이 뒷받침될 때

한의학은 보다 환자의 경험에 대해 친화적이고

보다 섬세한 의학이라는 주장이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부족한 글에 보여주신 관심과 피드백에 감사를 드립니다.

------------------------------------------------------------------------------

<미주>

1) Juster, R., McEwen, B. S., & Lupien, S. J. (2009).

Allostatic load biomarkers of chronic stress and impact on health and cognition.

Neuroscience and Biobehavioral Reviews, 1-15. Elsevier Ltd.

최연승 / 제주도 서귀포시 동부보건소 표선보건지소 공보의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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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초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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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에 대해

의서에 적힌 다양한 한의학적 표현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는

한의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평생을 따라다니는 난제이다.

한의학의 언어는 때로는 몸이 드러내는 증상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가 하면,

때로는 마치 문자에 의해서는 가르침을 줄 수 없다는 식으로

압축적이고 상징적인 형태로 모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필자가 한의학이 사용하는 언어를 새롭게 번역해야 할 당위성을

어렴풋이 인식하게 된 것은 신홍일 선생님의 「사상의학임상특강」을 통해서였다.

태양인에 있어서 오가피는 강근골을 가능케 하는데,

이때의 오가피의 강근골 효과가 다른 체질에 있어서

강근골로 표현되는 본초들과는 그 기전을 달리한다는 것이다.

그 내용을 인용해보도록 하겠다.

“오가피가 거풍습 강근골한다고 하잖아요.

(중략) 태양인 표병은 자율신경계의 병이에요.

(중략) 해역은 강한 것 같은데 강하지 않고,

쓰러지는 거 보니까 약한 거 같은데 벌떡 또 일어나니까 강한 것도 같고,

그렇다고 어떤 한증이 위주로 띄는 것도 아니고 열증이 위주로 띄는 것도 아니고.

(중략) 근력이 없어서 해역이 온 게 아니에요.

근데 증상의 소이연을 안보고 일단 현상만 쳐다보니까,

잘 넘어지는데 오가피를 먹여보니 잘 안 넘어지고 잘 걸어.

그래서 강근골이라고 써놓은 거죠.

(중략) 그 사람이 어떤 이유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다리에 뼈가 없는 듯이 팍 꺾이면서 넘어지는 걸 잡아주니까,

오가피가 뼈를 잡아주고 근을 잡아준다고 표현한 거죠.

근데 오가피는 근골에 작용하는 게 전혀 아니에요.

자율신경계에서 명령을 너무 급박하게 내리고 있는 것을

그러지 않게 조절해 주는 거에요.”1)

요컨대 강근골의 효과는 다양한 경로,

다양한 개입지점과 다양한 개입시점 즉,

다양한 기전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의학적 표현은

드러난 현상에 대한 관찰에 국한된다는 한계가 있다.

만약 위의 서술내용이 사실에 부합한다면,

태양인 해역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오가피 투여에 의한 강근골의 효과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치료율은 드러난 현상을 가능케 한

‘증상의 소이연’을 탐구하는 데 달려있다.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다음 표현은

약물이 인체에 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가장 세련된 표현이 아닐까 싶다.

“화학물질이 체성 감각지도의 패턴을 변화시키는 방법에는

세 가지 서로 다른 메커니즘이 있는데,

이들은 따로따로 또는 연합해서 효과를 발휘한다.

첫째, 신체로부터의 신호전달에 개입한다.

둘째, 신체지도 내에 특정 활동유형을 만들어 낸다.

셋째, 신체상태 자체를 변화시킨다.

약물의 교묘한 책략은 이 모든 메커니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떤 방법으로든지 약물의 작용단계 중 어느 한 단계에서

서로 다른 분자들이 서로 비슷한 체성 감각영역의 활동을 형성하도록 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서 느낌의 효과는 공유된 신경 부위의 변화에 기인하며,

그러한 변화는 서로 다른 물질이 야기하는 서로 다른 일련의 시스템 변화 때문에 일어난다.

분자와 수용체 수준에서의 이야기만으로는 그 효과를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

모든 느낌이 필수 성분으로서 통증 또는 쾌락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우리가 느낌이라고 부르는 심상은 신체 지도에 나타나는 신경 패턴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따라서 뇌의 신체 지도가 특정 구성을 나타낼 때 통증과 그와 유사한 느낌(통증의 변이체)이

생성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성을 가질 수 있다.”2)

결과로서의 ‘강근골’이라는 표현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획득될 수 있는 결과를

압축적으로 묘사한 언어에 불과하다.

만약 기전의 차이에 대한 고민이 부재할 경우

각 본초들이 만들어내는 강근골의 기전의 차이는 소거될 것이다.

그 차이가 소거될 경우 <약>은 때로는 강근골의 효과를 만들어낼 것이나

대부분의 경우 의도한 효과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기전의 차이를 염두에 두지 않을 경우 치료의 유효율은 현저히 저하된다.

변증은 이러한 차이를 모호하게나마 인식하고자 했던 노력의 산물인 것이다.

따라서 한의학이 구사하고 있는 용어들이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이는 음양오행 등 사변적인 요소가 다분한 언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현상 자체를 그대로 기술한 것으로 평가되는 상한론, 금궤요략 등에도 해당한다.

요컨대 인체 내부의 기전을 언제까지 블랙박스로 방치할 수는 없다는 것이 필자의 입장이다.

언어 사이의 번역과 통약 불가능함에 대해

때로는 한의학적 언어는 다른 언어로

번역 불가능함을 주장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러한 주장들은 다른 언어들 사이의 통약불가능함을 근거로 삼는다.

그러나 다른 언어들은 정말 통약불가능할까.

물론 번역은 필연적으로 오역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번역의 오역 가능성이 번역이

애초에 불가능하다거나 무의미하다는 식의

회의론으로 경도되어야 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언어는 현실의 삶에 뿌리를 두고 있고 삶은 보편적 요소를 품고 있다.

이 보편적 요소들이 언어 간에 통약 가능을 함의하는 것은 아닌가.

의학에 대한 언어는 언제나 몸에 기반한다.

몸에 기반하지 않고서 개입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몸에 기반한 언어들 간에 통약불가능을 주장함은 가당치 않다.

요컨대, 번역은 언제나 의미있는 작업이다.

번역을 통해서만 개별자는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번역, 즉 개념의 자기화를 통하지 않은 발화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체질불변론

체질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다. 즉, 체질은 존재하는가?

체질은 몇 가지 카테고리에 의해 분류될 수 있는가? 체질은 언제 형성되는가?

체질의 존재를 인정하더라도 체질은 선천적으로 타고나 결코 변할 수 없는 것인가?

쉽사리 답을 내리기 곤란한 질문들이다.

체질에 대한 신경과학의 관점은 다음과 같을 것이다.

“비교적 뇌신경망이 유연하게 가소할 수 있는 때까지

선천적 혹은 체질적 특질이 결정된다.

선천을 마무리 짓는 두 가지 주요한 이벤트는

경험자극에 따른 시냅스 가지치기 양상과 수초화 일 것이다.

복내측 전전두 피질이나 전 대상피질에서 편도체로 가는

신경섬유의 수초화는 출생 후 9개월이 되어서도 끝나지 않는다.

허나 복내측 전전두 피질과 전 대상피질의 수초화가

생후 1년이면 어느 정도 완료가 되므로 이 정도 시기에

아기들의 기질이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3)

신경망의 배선에 의한 습관적 행태들은 후천적으로 변화가 가능할까.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체질불변의 관점이다.

이러한 관점은 ‘세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을 반영한다.

선천은 언제까지인가를 논할 때,

단순히 출산 전후로 구분하는 것은 크게 유의하지 않을 것 같다.

신경회로가 배선되고 수초화 되는 전 과정으로 보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그 과정은 짧게는 3세고 길게는 6세까지의 과정을 거치고,

그 이후로는 신경가소성이 크게 제한되므로 길게는 6세를

선후천의 구분점으로 삼아도 될 듯하다.

그 이후로는 뇌 이하 생리적반응의 경향성은

어느 정도 굳어지게 되므로 체질이라는 말이 유효해진다.

사람은 거의 생긴대로 살 수밖에 없다. 구조에 갇힌 인간이다.

그러나 후천적인 삶의 패턴은

언제나 새로운 신경가소성과 관련돼 있으며,

이는 수면 기억 학습 등과 관련된다.

이러한 과정은 유식학에서 말하는 ‘종자생현행 현행훈종자’로 표현될 수도 있고,

유교에서 말하는 일신우일신의 과정으로 표현될 수도 있다.

요컨대 체질은 완전히 변화가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인간은 새로운 구조를 만들기도 한다.

한의학에서 흐름을 중시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흐르지 않는 흐름에 가깝다.

거의, 흐르지 않는다.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서 견해가 달라진다.

무한급수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우나

아주 불가능은 아닌 흐름이 체질에 대한 관점이 아닐까.

체질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

인간은 선천적 소인에 의해 특정 벡터로 향하는

알로스테시스 과부화를 경험하는 것일지 모른다.

소인은 소증을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

애노희락이라는 외부의 스트레스에 적응하는

개개인의 방어기제는 개체에 따른 차이가 있을 개연성이 있다.

알로스테시스 과부화를 체질(somato type)과 관련하여 분석한

S. Mechiel Korte의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4)

진화생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같은 종(species) 내에도

매(Hawks) 타입과 비둘기(Doves) 타입으로 세부구분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매 타입이 보다 공격적이라면 비둘기 타입은 보다 수동적인데,

이는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들에 대해 각기 다른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타입은 모두 일정 환경 하에서 적응적 이득을 취할 수 있으므로

동일 종 내에서 두 가지 타입이 공존할 수 있었다고 학자들은 설명한다.

Korte 연구의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기존 관점을 이어받아

체질을 스트레스에 대한 알로스테시스 과부화의 양상과 연관짓고,

더 나아가 신경생리학적 차이를 설명하고자 시도한 것이다.

더욱이 Korte는 매 타입과 비둘기 타입이 경험하는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의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결국 그들이 겪게 되는 질병의 종류도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고 지적한다.

매 타입과 비둘기 타입의 차이가 음양의 체질적 구분에 대응하며,

나아가 각 체질이 겪게되는 질병의 자연사가 다르다는 Korte의 주장은

한의학에서 말하는 체질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세부사항을 고려하면

두 가지 설명체계가 직대입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한다.

그러나 생병리학적 지식들에 기반하여

체질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체질에 대한 한의학적 사유를 보다

심도 있고 풍성하게 만들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생리적 개체차는 인체의 여러 체계에서 음/양으로 구분될 수 있다.

가령,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은 당질 코르티코이드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쉽게 태과의 상태에 노출될 것이며,

이는 음양 중 양의 특성을 나타낼 것이다.

이와 반대로 오히려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분비량이

부족한 사람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두 사람을 다른 체질의 사람으로 분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나아가,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분해에 관여하는 엔자임 및

간, 신장으로의 혈류의 편차 등은 당질 코르티코이드의 반감기에

영향을 줌으로써 또 다시 음/양의 구분을 가능케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들은 모두 하나의 방향성을 따라 계열화되는지,

다시 말해 음인에서는 모든 지표가 음적으로 드러나고

양인에서는 모든 지표가 양적으로 드러나는가”라는 질문에는 답하기가 힘들다.

따라서 특정 지표의 편차를 파악하는 일이

체질적 판단을 내리는 데 충분한지는

지금으로서는 판단하기가 곤란하다.

-------------------------------------------------------------------------------

<각주>

1) 신홍일 선생님 사상의학 임상특강p75~76,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제56기 졸업준비위원회 , 홍가비전

2) 스피노자의 뇌, 안토니오 다마지오, 사이언스북스

3) “한의치료는 어디에 개입하는가”에서 재인용

http://www.mjmedi.com/news/articleView.html?idxno=23013

4) Korte, S. M., Koolhaas, J. M., Wingfield, J. C., & McEwen, B. S. (2005).

The Darwinian concept of stress: benefits of allostasis and costs of allostatic load and the trade-offs in health

and disease. Neuroscience and Biobehavioral Reviews, 29(1), 3-38.

최연승 / 제주도 서귀포시 동부보건소 표선보건지소 공보의

출처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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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초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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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는 무월경을 유발할 수 있는 확실한 요인이지만,

임상에서 스트레스를 무월경의 원인으로 확정하는 일은 좀처럼 없다.

가능한 모든 원인 이를테면 임신, PCOS, 조기난소부전, 갑상선질환,

고프로락틴혈증 혹은 pituitary adenoma 등을 배제한 이후에야

‘스트레스로 그럴 수도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실제적인 incidence를 고려할 때 스트레스로 인한

2차성 무월경이 훨씬 보편적임에도 그렇다.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몸의 생병리가 완벽히 이해되지 않았던 탓도 있었고,

무월경이라는 특정징후 이외의 complain들이

다소 은밀하고 일상적인 감각들인 탓도 있었다.

지난 20~30년간 이러한 맥락에서 축적된 고민들은

FHA(functional hypo-thalamic amenorrhea)라 이름한

새로운 분류를 만들어냈다.

*pituitary adenoma: 뇌하수체 선종

*PCOS: 다낭성 난소증후군

* incidence: 발생율, 발생빈도

*FHA(functional hypo-thalamic amenorrhea): 기능성 시상하부 무월경

“月事不來者胞脈閉也.

胞脈者屬心而絡於胞中今氣上迫肺心氣不得下通故月事不來也.”<內經>

 

월경이 나오지 않는 것은 포맥(胞脈)이 막혔기 때문인데

심(心)에 속하며 자궁(胞中)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기가 폐(肺)와 심(心)으로

치밀어 오르면서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면 월경이 나오지 못한다(내경)

고전적인 항상성의 관점에서 본다면 신체의 어떤 측정치에도

가장 적합한 단 하나의 수준, 수치, 양이 존재한다.

월경주기 역시 마찬가지라고 본다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수치는 28±3일이다.

이를 생명체의 동적 평형의 관점에서 다시 본다면,

월경주기의 가장 놀라운 특성은 규칙성에 있다.

月事처럼 28±3일을 주기로 규칙적으로 벌어지는

이러한 이상적인 상태의 획득은 HPG(hypothalamic-pituitary-gonadal) axis의

기능적 상호관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총화라 할 것이다.

허나, FHA에서 볼 수 있듯이 규칙적인 주기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한 위협은 HPA axis의 hyperactivity다.

 

 

 

<그림 1>은 HPG axis와 HPA axis간의 관계를 도식적으로 보여준다.

HPA axis 활성의 결과물인 당질코르티코이드는 HPG axis의 전 단계를 억제한다.

즉 뇌하수체의 GnRH에 대한 감수성을 억제하고,

나아가 난소에도 작용하여 LH에 반응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내분비계의 산물이 당질코르티코이드 뿐만은 아니다.

오피오이드와 프로락틴 역시 스트레스에 반응하여 방출되며

유사한 방식으로 HPG axis의 동적 평형을 흔든다.

오피오이드는 시상하부에서 GnRH의 방출을 억제하며,

프로락틴은 당질코르티코이드와 같이

뇌하수체의 GnRH에 대한 감수성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LH, FSH 그리고 에스트로겐의 분비는 감소하며

이와 동시에 배란의 가능성은 줄어든다.1)

“過期不來是血虛”<入門>

날짜가 지나서도 월경이 없는 것은 혈(血)이 허(虛)하기 때문이다.(입문)

스트레스가 장기화될 경우

인체에서 생식기능이 억제되는 것과 마찬가지의 맥락으로 대사 적 소비가 제한된다.

단적으로 BMR이 억제되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이는 HPA axis와 HPT axis간의 긴밀한 관계에서 비롯한다.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주요한 작용점은 3가지 정도다.

첫째 과도한 당질코르티코이드는 티로신이 삼요오드타이로닌으로 전환되는 것을 막는다.

둘째 과도한 당질코르티코이드는 역T3(rT3)의 생성을 높인다.

역T3는 활성형 T3와 경쟁적으로 작용한다.

셋째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부신피질자극호르몬 분비호르몬(CRH)은

뇌하수체의 갑상선자극호르몬(TSH)을 억제한다.

그렇기 때문에 FHA 환자의 대부분은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의 경우와는 다르게

정상적인 수준의 TSH 농도를 보인다.2)

결과적으로 갑상선호르몬의 농도는 점차로 감소한다.

이는 장기화된 스트레스에 대응해 생명체의 에너지소비를

최소한으로 막는 적응시스템으로 여겨진다.

유사시에 대사를 최소한으로 유지하여 생존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현대인에게 이를 두드러지게 확인해 볼 수 있는 이벤트는 금식이다.

지속적으로 열량의 유입을 제한하면 뇌는 이를 중대한 스트레스로 여긴다.

그 결과 시상하부의 PVN(방실핵)에서 갑상선자극호르몬 분비호르몬(TRH)의 유전자발현이 감소한다.

또한 단식 및 지방감소 등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혈청 렙틴의 감소는

단기적으로 T3를 증가시키고 이에 힘입어 HPT axis의 음성 되먹이기를 조장한다.

그로 인해 PVN의 TRH 뉴런 활성도가 감소하기도 한다.

반면, TRH와 렙틴의 변화와 무관하게 뇌하수체의 TSH 발현 역시 감소하는데

이는 금식으로 인해 활성화된 HPA축의 결과물(당질코르티코이드) 때문이다.3)

급격하게 체중을 감량하면서4) 일어나는 몸의 대사적 반응들은 임상에서도 더러 볼 수 있다.

무기력해지거나, 생리가 중단5)되거나, 손발이 차지거나, 얼굴이 푸석해지거나,

머리카락이 잘 빠지는 등의 증상들은 그 자체로 주소증이 되기도 하지만,

비만치료를 받는 환자가 체중을 급히 감량하는 단계에서

임상가들의 케어를 요하는 부분들이기도 하다.

단식을 일상으로 하는 생활양식을 고수하는 이라면

굳이 체중이 감량되지 않더라도 그런 일들이 일어난다.6)

여기서 드는 필자의 의문은

“무월경과 이에 수반하는 대사적 변화들은 과연 한의학의 기술대로 인과의 관계에 있는가?”

“외려 하나의 습관적요인에 의한 동시적인 몸의 반응들은 아닐까?”

“一生不循正道而行者 晩年有僻疾則難治”<得效>

일생동안 월경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여자는 늙으면 벽질(僻疾)이 생기게 되는데 치료하기 어렵다(득효)

벽질(僻疾): 무슨 병인지 진단하기 힘든 병

장기화된 FHA에서는 증가된 HPA axis의 활성과는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

만성적인 hypoestrogenism으로 인해 일어나는 전신적인 문제들이다.

이를테면 골다공증, 정신적인 문제, 신경퇴행적인 증상들, 인지장애, 심혈관계질환 등이다.

전에도 말했듯 최근 맥쿠엔이 집중하고 있는 주제 중의 하나는

에스트로겐효과를 내는 플라보노이드가 해마의 신경세포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해마는 polyvagal system, endocannabinoid system 등과 더불어

보다 근원적인 의미에서 의학적인 개입이 이루어질 수 있는 위치다.

* hypoestrogenism: 에스트로겐 저하증

* polyvagal system:다중미주신경계

*endocannabinoid system: 내분비칸나비노이드 체계

내분비칸나비오니드 체계란?

소화, 정서, 식욕, 움직임, 면역, 생식기능, 수면, 기쁨, 고통, 기억, 체온, 염증 등을 조절하는데 핵심 역할을 한다.

마치며…

FHA에서는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일으키는

습관적 요인을 파악하는 것이 의학적인 개입을 논하는데 있어서

보다 중요한 과제가 된다.

월경의 규칙성이 여성건강의 척도라고 할 때,

이는 HPG axis에 영향하는 다른 여타의 습관적 요인들을

인정하고 있다는 말일 것이다.

운동선수라면 과도한 육체적 활동이 그러한 습관이 될 것이고,

다이어트를 일상으로 하는 여성이라면 지속적인 금식이 그러한 습관이 될 것이며,

정신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여성이라면 그 여성의 환경적 맥락이 그러한 습관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high glycemic index의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경향 역시 습관이 될 수 있다.

*high glycemic index: 높은 당지수

허나 습관적 요인은 본디 행동적, 절차적 기억으로 한 번 회로가 형성되면

쉽게 피드백되지 못하는 구조적인 결함이 있다.7)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방식, 식습관 같은 생활양식 등은

모두 의식을 내지 않고도 이루어지는 몸에 길들여진 기억들이다.

따라서 습관적 요인을 인지하게 하고 교정을 촉구하는 것이

의학적 개입의 의미 있는 한 축으로 생각된다.

 

다음에 소개하는 <그림 3>은 오직 인지행동치료로서

FHA로 진단받은 여성의 88%를 배란시켰다는 결과다.

이들이 받은 치료란

1)건강한 식습관과 운동습관을 교육받고

2)삶에서 스트레스를 높이는 행동양식들을 인지하며

이를 적극적으로 줄이기 위한 전략을 개발하도록 고취 받았으며

3)세션이 모두 끝나도 자신의 습관적 양식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도록

그런 전략과 계획들을 더 강화시킬 것을 지시받은 것뿐이다.

한의학의 강점 중 하나는 습관을 제대로 파악하려고 하는데 있다.

FHA에서 한의학의 강점은 유감없이 발휘되며,

많은 선배 임상가들이 혁혁한 승전보를 알리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

<각주>

1. <그림 1>은 다음에서 인용되었다. Ioannis Kyrou, Constantine Tsigos,

"Chronic stress, visceral obesity and gonadal dysfunction", HORMONES 2008, 7(4):287-293

스트레스와 HPG axis의 관계는 다음을 참고하라.

Suter, D., and Schwartz, N.,"Effects of glucocorticoids on secretion of luteinizing hormone and follicle-stimulating hormone by female rat pituitary cells in vitro", Endocrinology 117(1985):849.

River,C.,"Luteinizing hormone-releasing hormone, gonadotropins, and gonadal steroids in stress",

Annals of the New York Academy of Science 771(1996):187

2. Helmreich DL, Parfitt DB, Lu XY, Akil H, Watson SJ.

Relation between the hypothalamic-pituitary-thyroid (HPT) axis and

the hypothalamic-pituitary-adrenal (HPA) axis during repeated stress. Neuroendocrinology.

2005;81(3):183-92. Epub 2005 Jul 11. 또한 다음을 참고하라.

Maes M, Vandewoude M, Schotte C, Martin M, Blockx P.

Suppressive effects of dexamethasone on hypothalamic-pituitary-thyroid axis function

in depressed patients. J Affect Disord. 1990 Sep;20(1):55-61

3. Boelen A, Wiersinga WM, Fliers E.

Fasting-induced changes in the hypothalamus-pituitary-thyroid axis. Thyroid. 2008 Feb;18(2):123-9.

4. HPG axis의 동적 평형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지방의 양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지방이 단순히 저장소가 아니라 하나의 내분비 기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내장지방의 경우 인슐린 저항성과 이로 인해 증가하는 활성형 안드로겐,

과소한 지방의 경우 에스트로겐으로 전환되는 안드로겐의 양이 적은 문제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활성형 안드로겐의 양이 많아진다), 렙틴 저항성 등과 관계된다.

자세한 논의는 지면상의 한계로 다음으로 기회를 미룬다.

5. 이 경우 체중이 원상으로 회복되더라도 중단된 생리는 쉽게 돌아오지 못한다.

단적으로 HPA axis와 렙틴의 분비 패턴이 정상으로 회복되어야 한다.

다음을 참고하라. Jacoangeli F, Masala S, Staar Mezzasalma F, Fiori R, Martinetti A, Ficoneri C,

Novi B, Pierangeli S, Marchetti G, Simonetti G, Bollea MR.

Amenorrhea after weight recover in anorexia nervosa: role of body composition and

endocrine abnormalities. Eat Weight Disord. 2006 Mar;11(1):e20-6.

6. 불규칙한 식습관, 지속적인 단식이라는 생활양식 자체가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일으키는 습관적 요인이 된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病因의 개념과 유사하다.

7. 습관을 달리 ‘변하지 않는 기억’이라고도 말한다.

습관을 형성하거나 기술을 익히는 일은 일종의 habbit learning으로

피질-선조체-흑질-시상-피질 루프를 통해 일어난다.

습이나 술이 숙련되는 까닭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루프를 가소할 수 있는

흑질로부터의 피드백이 점점 둔감해지기 때문이다.

이훈희 / 경북 김천시 구성보건지소 공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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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 HPA axis를 잠재우는 종결자

맥쿠엔은 알로스테시스의 핵심요소로 해마를 주목한다.

해마에는 코티졸 수용체가 있어서

HPA 활성의 산물인 코티졸의 레벨이 높아지면

음성 피드백을 통해 HPA axis의 과항진을

직접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해마의 위축, 손상은 노화에 의한 치매 등의

제반 증상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HPA axis의 만성적인 과부하를 초래한다.

이는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4번 시나리오와 부합한다.

맥쿠엔은 노화현상을

단순히 나이가 먹어가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해마를 주축으로 하는 체계가 지속적인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로 인하여 소모되어

새롭게 균형을 만들어갈 능력을 상실해가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그러므로 해마를 보호하고 신경가소성을 증대시키는 것이

노화를 방지하고 알로스테시스 시스템을 회복시키는 핵심 사안이 된다.1)

노인성 불면은 지속적·만성적인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에 의한

노화과정의 부수적 증상이다.

점차 나이가 들어가면서 해마는

과잉된 당질 코르티코이드에 의해 손상을 입는데,

위축된 해마는 다시 HPA를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HPA 과부하가 발생한다.

노인성 불면의 예후가 좋지 않은 이유는

해마 등 기질적 문제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한편, 해마는 한의학의 신정(腎精) 개념과

부합하는 영역일 가능성이 높다.

정허(精虛)에 사용하는 처방들에 대한

해마 보호효과에 대한 실험논문도 상당히 많다.

한의학에서의 수면

수면은 땀 소변 대변과 함께

한의학 임상의 중요한 지표로 기능하며,

숙면을 유도하는 치료적 개입은

한의학적 치료에 있어서 핵심 사안이기도 하다.

영추·영위생회 편에 의하면,

수면의 생리는

위기(衛氣)와 영기(營氣)의 일주기적 순환이

밤과 낮을 행하는 기전에 의하며 불면은

기본적으로 양성음허(陽盛陰虛)와 관련된다.

황제내경에서는 양성음허하게 되는 이유로

양기의 항진, 양명경의 실조, 위중불화(胃中不和), 오장 정기부족(五臟 精氣不足),

심리적 장애, 비생리적 수사(非生理的 水邪), 자침의 오치(誤治) 등을 제시하고 있다.2)

이러한 관점은 지금까지 수행된 수면 연구의 결과들과 상반되지 않는다.

불면의 원인으로 제시된 양성음허의 상황에서

‘음허’는 HPA axis를 조절하고

음적 과정을 통솔하는 해마의 점진적 위축으로,

‘양성’은 이로 인한 HPA axis의 과항진으로 해석된다.

세부적인 사항에서도 정서적인 문제,

소화기 등 내장감각으로부터의 스트레스성 신호 등이

앞서 언급했던 수면-각성의 pathway들과 각기 상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내외부의 어떤 자극도 상행성 신호의 전달과

상위 뇌에서 일어나는 해석에 의해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으며,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야기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자극이 되는 경로를

세밀한 변증과정을 통해 선별해낸다.

만일 스트레스가 음식상에 의한 것이라면

내장감각으로부터 상행하는 신호를 통해 관련 증상이 드러날 것이며,

변증은 해당 경로상에서 과부하를 줄일 수 있는 개입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정서적 자극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며

정서적 자극과 관련한 경로상에 개입하여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줄이는 방식의 개입이 유효할 것이다.3)

주단계의 ‘양상유여 음상부족’ 이론은

HPA axis가 쉽사리 항진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기본적으로 수면·각성(음양)은 SCN이 주도하는

일주기 리듬에 의해 원활하게 조율되어야 하지만,

그 실상은 수많은 자극들이 PVN으로 유입되어

HPA axis가 과항진되기 십상이다.

이는 상화(相火)가 쉽사리 망동할 수 있는 조건에

놓여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을까.

한의학에서 중시하는 양생법은

정서를 비롯한 습관적 행태에 개입하여

인간이 인간이기에 감수해야만 했던

HPA axis의 과항진을 다스리려는 시도는 아니었을까.

필자는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서는 차후에 더 상세히 다루고자 한다.

한밤의 연금술, 잠 :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줄이는 연금술사

수면 부족은 내당능장애, 통증의 악화, 기억 및 학습의 장애 등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의 양상이 야기하는 다양한 증상 및 질환을 일으킨다.4) 5)

이는 일차적으로 수면 부족이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아가 충분한 수면은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적극적으로 줄인다.

수면은 적극적으로 알로스테시스 시스템에 걸린

로딩을 줄여주는 작업이라는 인식의 전환은

한의학적 치료가 환자의 수면 여부를 중요시 하는 점과 맞물린다.

한의학에서 환자의 수면 상태를 항상 확인하고

충분한 숙면을 치료의 일차적 목표로 삼는 것은

알로스테시스 관점에서 일리가 있다.

건강과 질병에 대한 관점에서 잠은 명백하게 과소평가된 측면이 있다.

다행히 수면에 관한 일련의 연구들은 잠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다.

학자들은 비로소 잠을 한밤의 연금술(overnight alchemy)로 비유하기 시작했다.6)

무병장수를 꿈꾸던 내단술의 비밀은 잠이라는 신비에 포개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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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McEwen, B. S. (1999). Stress and the aging hippocampus Frontiers in neuroendocrinology,

20(1), 49-70. doi:10.1006/frne.1998.0173

2)불면증에 대한 동서의학의 약물치료 비교 분석, 정송화 외, 동의신경정신과 학회지

J.ofOrientalNeuropsychiatry Vol.20.No.3,2009

3)한의학적 치료는 진단명을 불문하고 변증의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앞서 서술한 내용은 단지 불면증 치료에 국한되지 않으며

제반 한의학적 치료가 개입하는 방식에 모두 적용시켜서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4)Van Cauter, E. (2011). Sleep disturbances and insulin resistance Diabetic medicine :

a journal of the British Diabetic Association, 28(12), 1455-1462.

5)Sleep and the affective response to stress and pain. (2007).

Sleep and the affective response to stress and pain., 26(3), 288-295.

6)Walker, M. P., & Stickgold, R. (2010). Overnight alchemy:

sleep-dependent memory evolution. Nature Reviews: Neuroscience,

11(3), c1-c2. Nature Publishing Group. doi:10.1038/nrn2762-c1

최연승 / 제주도 서귀포시 동부보건소 표선보건지소 공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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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의 중요성

잠은 필수불가결한가?

우리는 잠을 자야하는 까닭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잠을 자지 않는 동물은 아직까지 알려진 바 없고,

수면의 양과 질의 부족은 보상적인 수면 리바운드를 야기하며

나아가 여러 유형의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이

수면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주장을 간접적으로 증명한다.

(Cirelli, C., & Tononi, G. (2008). Is sleep essential PLoS biology, 6(8), e216. Public Library of Science.)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모두 잠을 자고 꿈을 꾸며 때로는 사적인 관심을 가져왔다.

더욱이 수면 도중에 경험하고 기상 이후 기억되는 강렬한 꿈은 비의적이며,

자기예언적인 해석을 기하급수적으로 생산하기도 한다.

잠은 오랫동안 신비의 장막에 가려져있었고,

수면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그 틀을 갖추기 위해서는 상당히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20세기 중반에 선구적인 연구자들에 의해 수면에도

다양한 단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로

우리의 수면에 대한 이해는 점차 깊어지고 있다.

(수면과 꿈에 대한 과학적 연구의 역사적 이해는 다음의 책을 참조하라. 꿈꾸는 뇌의 비밀, 안드레아 록, 지식의 숲 )

수면과 각성

수면과 각성의 일주기적 리듬은

뇌 수준에서 상당히 복잡한 요인들이 관여하나,

시상하부 이하의 몸적 차원에서 살피자면

HPA axis 및 코티졸 수준의 변동으로 설명될 수 있다.

“코티졸의 일주기 패턴은 시상하부의 복측에 있는 SCN에 의해 조절되는데,

SCN으로부터 온 신경신호가 시상하부의 실방핵(paraventricular nucleus, PVN or PVH)으로 하여금

뇌하수체에 시간당 1회 꼴로 CRH pulse를 보내도록 하여

이 pulse에 의해 HPA axis가 활성화되고 cortisol release가 이루어진다.”

(영위생리와 각성수면시스템의 비교를 통한 음양의 함의 분석, 이상만 외, 동의생리병리학회지 제19권 5호)

햇빛은 일주기 동안 동일한 패턴의 반복되는 시각 자극을 만들어내는데,

이러한 자극을 SCN이 통합하여 HPA axis를 통하여

전신기관과 세포가 환경변화에 동조하도록 반응을 유도한다.

이러한 경로를 통한 수면과 각성의 일주기적 리듬은

기본적으로 인체가 유지해야 할 음양의 톤(tone)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정상 생리에서 몸은 음-양-음-양 이라는 리듬을 만들어간다.1)

 

 

그러나 PVN은 SCN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들로부터 시그널이 유입된다.

가장 대표적인 유입 경로는

우리가 이전에 살펴보았던 스트레스와 관련된 경로이다.

스트레스 등에 의한 과도한 PVN으로의 자극 시그널은

결과적으로 HPA axis의 Hyperactivity로 이어진다.

당연히 수면은 HPA 과항진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

여기서 일종의 악순환이 시작된다.

 

 

PVN과 HPA hyperactivity(PVN과 HPA 과부하)

PVN(paraventricular nucleus of hypothalamus, 실방핵)은

시상하부의 일부를 구성하는 nucleus로서 뇌의 다양한 영역들로부터

흥분 혹은 억제 시그널을 받는다.

PVN으로 유입되는 흥분과 억제 시그널의 총합에 의해

HPA axis의 활성이 결정된다.

<그림 2>와 <그림 3>은 PVN 과 관련한 각 경로(pathway)를 보여주고 있다.

내외부의 자극들은 상향성 시그널을 통해 종합되고

몸은 자율적으로 내외부의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반응시그널을 내뿜는다.

이 하향성 신호는 HPA, HPG (Hypothalamic-pituitary-gonadal),

HPT(Hypothalamic-pituitary-thyroid) Axis 등 동원할 수 있는

전 체계를 움직여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몸 상태로 조율하며

적합한 행동을 취할 수 있게끔 한다.

시상하부-뇌하수체로부터 하향성 신호는

호르몬 및 내분비계로 지칭되지만 생체를 조율하는 시그널이라는 개념에서는

내분비계와 신경계가 명확한 경계에 의해 구분되지 않는다.

한의학의 정-기-신, 신-기-정의 운동을 염두에 두고

정신-신경-면역(psycho-neuroimmulology, PNI)이

공히 한 몸 한 마음으로 돌아가는 복잡 미묘한 원운동을 떠올려보면

어떤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 몸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PVN을 흥분시키는 가장 중요한 경로는

편도체에 의해 촉발되는 정서적 자극이다.

공포 및 분노, 불안 등의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정서는 쉽사리 PVN을 흥분시키고 이는 HPA 과항진으로 이어진다.

내장으로부터 올라오는 감각도 PVN을 흥분시키는 주요 경로 중 하나이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모든 내외부의 자극은 모두 불면을 야기할 수 있으며

불면의 상황은 다시 stressor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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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이상만 등은 논문에서 이미 HPA axis의 일주기적 리듬과 관련하여 음양의 생리학적 기반을 논한 바 있다.

일독을 권한다. 필자의 견해를 덧붙이자면 한의학에서 음양의 변화 중 양적 변화는 HPA의 활성에 대응하고,

양적 과정의 극단에서 인신상화작용을 거쳐,

금화교역을 이뤄내 북방 일수로 잠장케되어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일련의 음적 과정은

HPA axis의 산물인 코티졸의 음성 피드백 과정 및 수면에 대응한다고 생각한다.

음양은 포괄적인 개념이라서 자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의봉일지 모른다.

그러나 음양이라는 용어를 특정 분야의 특정 목적을 가지고 사용하려 한다면

더 이상 추상적인 언어에 그쳐서는 안된다.

구체적인 설명을 위한 용어를 동반하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작업이 한의학적 사유를 더 풍요롭게 할 것이라 믿는다.

 

최연승 / 제주도 서귀포시 동부보건소 표선보건지소 공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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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McEwen B with EN Lasley.2002. The End of Stress As We Know It. Joseph Henry Press: Washington, D.C. 85p> ​

 

스트레스의 누적에 따른

인체 내 시스템의 변화를 보여줄 때

멕쿠엔은 역U자형 도식을 즐겨 쓴다.

정상적인 스트레스반응에서

인체는 에너지가 넘치고 식욕이 증가하지만(eustress),

오래 지속될수록 복부지방, 동맥경화, 당뇨, 근육 쇠약,

뼈의 얇아짐 등의 병태(distress)가 나타난다.

한의학이 포착해낸 증상과 징후들은 여기서 어디 즈음 위치하는가?

한의학의 관찰

반복적인 스트레스반응이 대사와 심혈관계에 미치는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의 표현들, 이를테면 허리둘레, 중성지방,

고밀도 콜레스테롤, 혈압, 공복혈당 등의 생화학적 지표들은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평가하는 마커로 사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마커의 존재가 확인된다 해서

그것 자체로 인해 어떤 임상양상들을 나타낼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고혈압은 증상이 없으며, 고지혈증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오직 측정량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알로스테시스는 인체를 보다

긴밀한 관점에서 사유하기 때문에

다른 시스템의 영향을 고려해보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의학이 포착해낸

다소 사적인 증상과 징후들은 해석의 여지를 마련한다.

고대인의 몸에 대한 관찰은 지금도 발생하며 보다 세련된 이론에 의하여

관찰의 반성이 가능해진다는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대사와 심혈관계의 과부하 양상에 대해

한의학이 포착해낸 관찰의 첫째는 피로다.

순환계로부터 영양분을 혈류의 안과 밖으로 수송하고

영양소들을 중합 혹은 분해하는 다른 효소들을 활성화하며

당신생(糖新生)이 일어나는 동안 필요에너지를

간으로 공급하는 일 등은 반복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 너무 빈번하게 일어난다.

다른 곳에 쓰일 잠재적인 에너지들이 불필요한 과정에 쓰여 버리는 것이다.

둘째는 부종이다.

한의학에서 흔히 표현하는 습의 증상들을 말한다.

이는 인슐린이 직접적으로 신장의 세뇨관에 작용하여

나트륨을 저류시키기 때문에 나타난다.1)

물론 레닌의 억제와 ANP의 분비 등 다양한 보상기전이 작용하기 때문에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과도한 조직액의 증가까지 진행되진 않는다.

그러나 은밀하고 일상적인 환자의 경험적인 양태를 포착하기엔 충분하다.2)

비만할수록 부종의 경향성은 심화되는데,

이때에는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의 활성화가 주요인이 된다.

이는 교감신경계 활성의 증가와 지방조직에서 생산되는

안지오텐시노겐의 증가로 기인한다.3)

셋째는 형체의 변화다.

혈류 속에 당질 코르티코이드와 높은 수준의

인슐린이 동시에 존재하면 내장지방의 축적이 진행된다.

이는 다시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의미한다.

또한 만성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

근육의 단백질 분해가 꾸준히 진행되기 때문에

이 역시도 사과형 체형을 만드는 요인이 된다.4)

그 밖에도 비만할수록 교감신경의 긴장이 증가하기 때문에

한출 등의 교감신경성반응이 관찰되기도 한다.

넷째는 담(痰)과 같은 병리적 산물이다.

레닌-안지오텐신시스템의 활성화가

수액대사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신체의 전 영역에서 국소적인 염증성 병변이 생길 수 있는데,

이는 혈관수축, 혈전형성, 염증, 세포사 등을 촉진하는

안지오텐신Ⅱ의 생리병리적인 작용 때문이다.5)

안지오텐신Ⅰ을 안지오텐신Ⅱ로 전환하는 효소인

ACE가 거의 모든 혈관상피세포에서 발견되고 있다.6)

이 모두는 한의학에서 비인(肥人)의

기허습성(氣虛濕盛)이라는 언어에 압착돼 있었는지도 모른다.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지표들의 출현은 오랜 기간 임상 한의사들로 하여금

의학적으로 개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환자들은 이런 증상들을 오랫동안 느껴왔지만,

진정으로 이해받지 못했던 느낌이었을 것이다.7)

측정량의 개념이 없던 시기에 이런 증상과 징후들이

미병의 잠재적인 표지자로 활용되었음은 물론이다.

마치며…

현대의학의 영역에는 clinician-scientist들이 굉장히 많다.

이들의 핵심작업은 임상과 연구의 접점을 꾸준히 탐색하는 일이다.

그들의 힘은 일차적으로 같은 언어를 통해 같은 세계를 인지하는 데서 나온다.

그러나 한의계에는 유독 둘 사이의 공백이 큰 것처럼 느껴진다.

임상가로서 한의학의 언어에 대해 갖고 있는 환상 중의 하나는

당시의 상식을 회복하면, 그 언어에 담긴 함의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인체 생리병리를 궁구할수록 겹겹이 쌓인

커다란 부피의 사유를 강한 압력으로 눌러 만들어낸 것이

한의학을 바탕하는 언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좌절한다.

따라서 당대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대 선인들의 관찰을 반성하는 것이 보다 쉬운 길이며 우선이다.

물론 한의학이 포착해내는 증상과 징후가 보다 사적이기 때문에

이조차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증상이란 본래 자각적인 것이다.

수많은 내부 장기에서 올라오는 휘발성 강한 신경발화들은

시상과 체성감각영역에서 최종적으로 이지러지고,

여기에 더해지는 감정적 해석들과 각성을 통한 의식의 장악력에 따라

한 개인이 호소하는 증상의 색깔이 정해진다.

그에 비해 징후는 타각적이다.

타인이 와도 공히 같은 관찰을 내야 하기 때문에

보다 믿음직할 지도 모른다.

허나 한의학이 포착해낸 징후들은

측정량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이 역시도 주관의 영역에 있다.

질병의 양상이 현성화 되기도 훨씬 이전부터

적절한 시점과 지점마다 적확한 의학적인 개입을 해왔다는

한의계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어떤 작업이 필요할까?

triad, tetralogy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증상과 징후의 조합들(證)을

모두 번역해내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까?

아니면 측정량을 가진 개념으로 이론의 망동을 제어하고

공적인 영역의 언어로 발화하는 편이 더 우선일까?

이 물음은 똑같이 중요한 가치를 가질 것이나

선후의 문제와 더 맞닿아 있을 것이다.

---------------------------------------------------------------------

<각주>

1)Gupta AK, Clark RV, Kirchner KA. Effects of insulin on renal sodium excretion.

Hypertension. 1992 Jan;19(1 Suppl):I78-82.

2)인체가 알로스테시스를 유지하는 과정은 다양한 시스템의 동적인 평형이다.

따라서 증상들은 기본적으로 fluctuation의 경향이 있다.

3)Corry DB, Tuck ML. Obesity, hypertension, and sympathetic nervous system activity.

Curr Hypertens Rep. 1999 Apr-May;1(2):119-26.

4)Rebuffé-Scrive M. Steroid hormones and distribution of adipose tissue.

Acta Med Scand Suppl. 1988;723:143-6.

한의학은 形과 象을 통해 인체가 어떠한 일을 겪었는지 혹은 겪고 있는지(소증)를 유추하는데 능하다.

5)최근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의 활성화와 인슐린 저항성과의 상관성이 많이 논의되고 있다.

ACE inhibitors와 같은 의학적 개입으로 안지오텐신 Ⅱ의 췌장에 대한 해로운 영향

(최종 결과물은 인슐린의 분비가 줄어드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다음을 참고하라.

Jandeleit-Dahm KA, Tikellis C, Reid CM, Johnston CI, Cooper ME.

Why blockade of the renin-angiotensin system reduces the incidence of new-onset diabetes. J Hypertens.

2005 Mar;23(3):463-73.

Kalupahana NS, Massiera F, Quignard-Boulange A, Ailhaud G, Voy BH, Wasserman DH, Moustaid-Moussa N. Overproduction of angiotensinogen from adipose tissue induces adipose inflammation, glucose intolerance, and insulin resistance. Obesity (Silver Spring).

2012 Jan;20(1):48-56. doi: 10.1038/oby.2011.299. Epub 2011 Oct 6.

6)Rogerson FM, Chai SY, Schlawe I, Murray WK, Marley PD, Mendelsohn FA (July 1992).

"Presence of 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in the adventitia of large blood vessels".

J. Hypertens. 10 (7): 615–20

7)앞선 시먼의 연구에서 그 대상은 70세 이상의 분명하게 ‘아픈 곳이 없는’ 1000명 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실로 그러할까? 정말 아무런 증상도 없었을까?

이러한 의문은 현대의학과 한의학이 서로 다른 시점에서 각기 다른 계기로 의학적 개입이 이루어짐을 생각게 한다.

이훈희 / 경북 김천시 구성보건지소 공보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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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에 적응하기 위해 인체 내

다양한 시스템이 협력하며 동적 평형을 유지한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만성화되면 시스템 전반에 걸쳐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의 양상이 나타난다.

이 두 가지가 알로스테시스에서

인체의 생·병리를 바라보는 두 가지 핵심적인 화두다.

제럴드 리븐의 X증후군

그런 면에서 심혈관계와 에너지대사에 걸쳐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양상을 표현한 대사증후군은

알로스테시스 관점의 좋은 예를 보여준다.

대사증후군의 첫 아이디어는

제럴드 리븐(Gerald Reaven, 미국의 내분비학자)이

1988년 공론화시킨 X증후군에서 나왔다.

그해 그가 X증후군을 공표했을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이

각각의 진단 기준이 정확히 제안된 세련된 형태는 아니었다.

그의 초기 생각은 사과형 체형 같은 중심성 비만, 당뇨, 고혈압이

인슐린 저항성과 내당능 장애라는 공통의 원인을 갖는다는 다소 심플한 주장이었다.1)

당시 그에게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개념의 가치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수많은 생물학적 병태들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묶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초기 그의 생각은 다른 병리적 양태를

공히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프레임을 더 중요시 여겼다.

따라서 현재까지 진행된 논의들, 즉 자주 동반되는 병리적인 지표들을 모아

하나의 증후군으로 만들어 버린 것에 대하여 조금은 불편한 시선을 내비친다.

본디 증후군이란 것 자체가 포섭된 증상들의 일부를 가지고 있다면,

나머지 증상들도 곧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의학적 발견은 더 축소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심지어 그는

“대사증후군을 정의하는 다섯 가지 지표들이

임의적인 기준에서 설정된 것이며, 진단으로서의 의미가 없다”며 폄하했다.

더하여 그는 대사증후군을 질병이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는 뼛속까지 생의학자였기 때문에 진단기준이란

어떤 측정량이 X를 넘어설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지며,

이러한 병리적인 지표들이 임상 양상과 맞아 떨어질 때

질병으로서 진단의 의미는 더욱 커지게 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다소 비만할 뿐

아무런 임상양상도 나타내지 않는 것들을 한데 모아

하나의 질병을 만들어버린 것이 못내 불편했던 것이다.2)

대사증후군의 진단 지표

그러나 리븐의 불편한 마음과는 달리

자주 동반되고 관찰되는 병리적인 지표들의 모음이

임상적인 의미에서 아무런 가치도 가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알로스테시스 관점에서

대사증후군의 진단 지표들은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평가하는 마커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인체가 심혈관계와 대사계에 걸쳐

누적된 과부하를 동반할 수 있음을 반증한다.

일생의 대부분을

브루스 맥쿠엔의 이론과 개념을 정량화 하는데 보낸

테레사 시먼은 이를 보다 확장하여 다음과 같은 물음에 이르렀다.

“비정상적인 수치는 하나도 없지만

비정상적으로 많은 수치들이 거의 비정상에 가깝다면,

이것의 위험성은 어느 정도인가?

오직 하나의 지표를 충족하는 단일 질병의 위험성을 상회하는가?”

시먼은 70세 이상의 1천189명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대사증후군의 진단적 지표들은 물론 카테콜라민,

당질 코르티코이드 등 스트레스 반응의 1차적 매개물들도 측정했다.

그리고 이들의 리스크를 평가하여 스코어로 합산한 정보들을

이들의 7년 뒤 사망률,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 인지 및 신체적 기능들과 비교했다.

그러한 관찰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비정상적으로 많은 수치들이 거의 비정상에 근접할수록’

노화 및 죽음에 더 가까워졌다는 것이다.3)

즉 전술한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마커들을 통찰한 정보일수록

일생동안 누적된 인체의 소모(wear and tear) 양상을 더 잘 반영했다.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로 볼 때

인슐린 저항성이 노화의 필수적인 부분은 아닌 듯하다.

노인이더라도 충분히 활동적이고

충분히 날씬하다면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다.4)

그렇다면 대사증후군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패착의 수는 무엇이었을까?

로버트 새폴스키와 브루스 맥쿠엔은 모두 비만을 이야기한다.

비만의 원인은 간단하다.

에너지 소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많은 에너지 섭취가 지속되면 사람은 비만해진다.

즉 지방이 증가한다. 지속적인 지방의 증가는 알로스테시스 관점에서 볼 때

체중의 세트 포인트가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상향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렙틴 저항성이 관여한다.

오랜 진화의 결과물인 인체는 체중의 증가에 상당히 너그럽다.

체중 변동에 대한 렙틴의 수치가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체중이 10% 감소하면 렙틴의 분비는 전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하지만,

체중이 10% 증가하면 기존의 세트 포인트로 돌리기 위하여

렙틴의 분비는 고작 20% 늘 뿐이다.5)

체중이 느는 과정 중에 발생한 렙틴 저항성은

체중의 세트 포인트를 계속 상향시킨다.

서구화된 식이와 감소한 활동량의 조합은 이 과정을 가속화한다.

그 결과 비만이 된다.

상황이 이 정도 되면

지방세포들의 인슐린에 대한 반응성은 상당히 낮아져 있다.6)

더 많은 지방을 저장하려는 인슐린에 대해

꽉 찬 지방세포들이 점점 덜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스트레스는 무슨 역할을 하는가?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의 발생에 모두 기여한다.

즉 스트레스 반응의 산물인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인슐린의 존재 하에 내장지방의 축적을 촉진한다.

더 큰 문제는 당질 코르티코이드가

포도당 및 중성지방 같은 지용성 물질들을 지속적으로 동원하고,

더하여 인슐린 저항성을 촉진시킨다는 것이다.7)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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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인슐린을 발견해 노벨상을 받은 Frederick Grant Banting을 기리는 연례행사에서였다.

Reaven GM. Banting lecture 1988. Role of insulin resistance in human disease. Diabetes 1988;37:1595-607.

2) 대사증후군을 가리켜 “requiescat in pace”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재미있다.

Reaven GM. The metabolic syndrome: requiescat in pace. Clin Chem 2005;51:931-8.

3) Seeman TE, McEwen BS, Rowe JW, Singer BH. Allostatic load as a marker of cumulative biological risk:

MacArthur studies of successful aging. Proc Natl Acad Sci U S A. 2001 Apr 10;98(8):4770-5. Epub 2001 Apr 3.

4) Goldberg AP, Coon PJ. Non-insulin-dependent diabetes mellitus in the elderly.

Influence of obesity and physical inactivity. Endocrinol Metab Clin North Am. 1987 Dec;16(4):843-65.

5) 렙틴을 통해 지방조직의 에너지 저장 수준이 보고된다.

렙틴의 농도가 높아지면 음식섭취가 감소하고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게 된다.

특히 렙틴은 갑상선 호르몬의 분비를 조절하는 HPT축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이는 단일 호르몬으로서의 의미보다 다른 여타의 시스템과 상호 협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결과적으로 에너지 대사의 동적 평형에 관여한다.

6) Hirosumi J, Tuncman G, Chang L, Görgün CZ, Uysal KT, Maeda K, Karin M, Hotamisligil GS.

A central role for JNK in obesity and insulin resistance. Nature. 2002 Nov 21;420(6913):333-6.

7) 스트레스를 받는 것과 스트레스 반응의 산물인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인슐린 저항성을 촉진한다.

다음을 참고하라. Brandi LS, Santoro D, Natali A, Altomonte F, Baldi S, Frascerra S, Ferrannini E.

Insulin resistance of stress: sites and mechanisms. Clin Sci (Lond). 1993 Nov;85(5):525-35.

Rizza RA, Mandarino LJ, Gerich JE. Cortisol-induced insulin resistance in man:

impaired suppression of glucose production and stimulation of glucose utilization due to a postreceptor.

J Clin Endocrinol Metab. 1982 Jan;54(1):131-8.

자세한 분자생물학적인 과정은 이 논의에서 생략한다.

이훈희 / 경북 김천시 구성보건지소 공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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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론에 들어가기 앞서

알로스테시스 개념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를 해보자.

첫째, 알로스테시스는 확장된 항상성 개념으로,

내외부의 자극1) 으로부터 시스템 전체의 적절한 변화를 모색함으로써

동적 평형을 회복하는 전 과정을 가리킨다.

둘째, 알로스테시스는 시스템 전체가 협응하는 적응과정이므로

신경계 내분비계 심혈관계를 비롯한 여러 체계가

상호 시그널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

셋째, 알로스테시스 과정을 통하여 생명체는 계속해서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간다.

그러나 지속적인 스트레스반응에 의한 부산물은 동적 평형을 회복하는데 부담이 되는데,

이를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라고 한다.

알로스테시스는 자극에 대한 적응과정으로서 생체를 보호하기 위한 생리반응이지만,

이 생리반응이 지나쳐서 생겨난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는 도리어 인체에 손상을 입힌다.2)

넷째, 알로스테시스 과부화는 여러 체계가 상호 협응하고 적응하는

시스템 전반에 걸쳐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으며,

각각의 체계에서의 부적응 상태는 증상과 질병으로 드러난다.

면역계의 특성

면역계는 인체 내에서 경찰 및 사법체계에 비유된다.

경찰 및 사법체계가 너무 허술하면 강력범죄를 예방하지 못하고,

공권력이 너무 남용돼도 곤란한데, 이는 면역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면역기능이 저하되면

세균 바이러스 등에 의해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암세포 등의 성장도 제어하지 못한다.

면역기능이 과항진되면 알레르기 천식 등의 질병

혹은 류머티즘 관절염, 다발성 경화증 등의

자가면역질환의 원인이 된다.

면역력은 적정한 수준에서 유지될 필요가 있는데,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서 한의학의 ‘음양의 조화’나

‘중’이라는 개념과 맞물려 자주 사용된다.3)

면역계는 알로스테시스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까.

면역계도 알로스테시스체계의 일부라면 면역계는 내외부의 자극

즉, 스트레스에 적응하기도 하고 지속적인 스트레스 누적에 의해

망가지기도 할 것이다.

일반적 관점 : 스트레스는 면역기능을 저하시킨다

스트레스반응의 산물인 스테로이드(코티손)의 의학적 사용은

1940년대 메이요 클리닉의 필립 헨치가 류머티즘관절염 환자에게

부신피질호르몬을 투여하면서 시작되었다.4)

스테로이드의 투여는 염증반응을 억제해 증상을 완화시키는데,

이는 당질 코르티코이드가 전반적인 면역기능 저하를 가져온다는 관점을 강화시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스트레스가 천식, 알레르기, 자가면역질환의 악화인자라는 점이 밝혀졌다.

즉 스트레스는 면역기능을 저하시키기도 혹은 과항진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역설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스트레스가 면역기능을 저하시킨다는 관점은 과거 수십 년간 학계의 흔한 관점이었다.

의사들은 임상적 관찰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이 의학적 용량 범위에서

면역기능을 억제한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졌다.

브루스 맥쿠엔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많은 증거들 덕분에 스트레스가

면역계를 억제한다는 기본적 이론은 틀을 갖추게 되었으며,

과학자들은 앞다투어 설명을 내놓았다.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면역계 활동이

신진대사의 관점에서 비용이 많이 드는 사치스러운 과정이라는 것이다.

마치 허리케인이 다가오면 집을 개축하는 일을 연기하는 것처럼

긴급 상황에서는 면역계 활동이 보류될 수 있다.”

새로운 관점 : 스트레스는 면역기능을 증진시킨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면역기능을 저하시킨다는

일반적인 관점에 의문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피르다우스 다바르(Firdaus Dhabhar)는

대부분의 연구가 만성 스트레스에 국한되었다는 점,

의학적 코티졸 투여의 용량이 정상적인 스트레스반응에서 작용하는

코티졸 수준보다 지나치게 많다는 점 등의 이유에 근거해

기존 연구들이 코티졸이 면역체계에 미치는 효과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의문을 가지고 다바르는 급성 스트레스반응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의 연구결과는 기존 연구들과 상반되는 것이었다.

다바르에 의하면,

“급성 스트레스는 면역기능을 저하시키지 않았으며,

오히려 면역체계가 활동하는 것을 예비(immuno-preparatory)시키고,

면역기능을 증진(immunoenhancing)시켰다.

급성 스트레스반응에서 면역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백혈구는 혈액 내에서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혈액 내에서 감소된 백혈구는 어디로 갔는가?

그것들은 코티졸에 의해 파괴된 것일까?

적어도 급성 스트레스 하에서 백혈구는 파괴되지 않았다.

단지 면역반응을 필요로 하는 조직, 세포들 근처로

재배치되기 위해 순환혈액 밖으로 이동했던 것이다.

이러한 재배치는 경찰과 군대를 전선에 배치시켜

방어를 공고히 하는 것과 같이 면역기능을 항진시킬 것이다.

요컨대, 급성 스트레스는 면역체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5)

알로스테시스와 면역계

다바르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다바르와 맥쿠엔은

“스트레스가 장기적으로는 심신을 소모시키지만,

단기적으로는 신체보호 쪽으로 작용한다”는 개념으로 발전시킨다.

예상했겠지만 이것이 바로

알로스테시스와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로 대비되는 개념쌍이다.

다시 한 번 ‘알로스테시스’와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개념을 정리해보자.

첫째, 스트레스는 적당한 수준에서 인체에 유익한 방향으로 작용한다.

둘째,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의한 부산물은 동적 평형을 유지하는 것에 부담을 지워

생명체를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상태로 이끈다.6)

면역계도 다른 체계와 마찬가지로

알로스테시스와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개념에 부합되는 방식으로 돌아가며,

이러한 면역계의 작용방식은 전체 체계 하에서 동일한 매커니즘의 일부를 구성한다.

급성 스트레스는 면역체계에 순기능을 하지만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면역체계를 교란시킨다.

 

면역계의 미묘함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많은 관찰결과에 의하면, 스트레스는 면역기능을 저하시키지만,

역설적으로 알레르기 자가면역질환 등의 면역 과항진도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

이러한 관찰결과는 정말 역설적인가?

알로스테시스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보면 전혀 역설적이지 않다.

면역기능은 지나치게 저하되어도 문제가 발생하고 과항진되어도 문제가 발생한다.

즉 면역계는 적절한 수준(?)에서 미묘하게 유지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정상상태는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에 의해 교란되고 미묘한 균형은 마침내 무너진다.

이때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는 면역 저하나 면역 과항진 어느 방향으로도 진행될 수 있다.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와 면역기능 교란

만성적인 스트레스반응은

대개 만성적인 체내 코티졸 수준을 상승시키며,

이는 면역기능 저하를 야기한다.

코티졸은 면역세포에 직접적으로 작용하거나

아직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은

다른 여러 경로를 통해 면역계를 억제한다.

이러한 면역 억제는 감염과 염증질환에

의학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스테로이드소염제와

동일한 기전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로 인한 면역기능 저하는

인체를 외인성 감염과 암 발병에 취약하게 한다.7)

한편, 알로스테시스 과부하가 면역 과항진을 야기해

자가면역질환으로 발병하는 과정은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확실한 것은 아토피, 알레르기, 천식 및 자가면역질환에서

명백한 HPA기능저하(hypoactivity)가 확인된다는 점이다.8)

즉, 면역계의 과항진은 CRH, ACTH, 코티졸에 의한

HPA 축 활성이 저하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는

단지 태과상태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부족상태로도 나타난다는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의

네 가지 시나리오를 떠올려보라.

1, 2, 3번 시나리오는 그 세부사항에서는 다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코티졸 레벨의 상승(HPA Hyperactivity)과 관련이 있다.

4번 시나리오는 HPA hypoactivity에 의한

지속적인 코티졸 수준 저하와 관련이 있다.

4번 시나리오가 바로 면역 과항진과 연관된 질병에 걸린

환자들이 걸어온 삶-질병 궤적이 아닐까.9)

자가면역질환의 치료에 부신피질 호르몬이 처방되는 것은

4번 시나리오에 의한 HPA 기능저하와 관련이 있다.

 

어떤 비판들

물론, 저하된 HPA활성은 단순히

코티졸을 보강해주는 것만으로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인체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바라보고

일대일로 대입하여 모자란 것을 넣어주고

넘치는 것을 제거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

스테로이드 투여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 존재한다.

이는 한의계 내에 팽배한 스테로이드에 대한 거부감과도 무관하지 않다.

스테로이드 투여에 의한 부작용은 명백하고 즉각적이며 가시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좀 더 복잡 미묘하다.

의학계는 기존의 관행적인 용량 수준의

스테로이드 투여방식이 가진 한계를 인식하고 있으며,

조악하고 거친 개입방식에서 벗어나 다각도에서

HPA축을 되살리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방식이 윽박지르고 다그쳐 무언가를 강제하는 방식이었다면,

현재 진행 중인 연구들은 녹슬어버린 축에 부드럽게 기름칠을 하고

살살 어르고 달래 돌려주는 방식으로 이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걷어내고

알로스테시스를 회복하는 과정을

치료목표로 삼는 새로운 관점은 한의학과 닮아있다.

더 이상 서양의학의 부작용만을 강조하며

제 자리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나가며

면역계에서의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도

몸과 마음을 연결시켜주는 HPA축에 의해 많은 부분이 설명될 수 있다.

HPA축은 인체에서 필수적인 활동이지만,

너무 쉽게 과항진과 기능저하로 이행할 수 있으며,

양자는 모두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면역계에서도 핵심은 HPA축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데 있다.10)

지금까지 서술한 내용은 좀 더 자세한 내용들,

가령 분자생물학적 수준의 기전과

세포 수준에서 일어나는 과정은 모두 제외하였다.

보다 중요한 것은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 판단했고,

아직 큰 그림의 여백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면역학의 분자생물학적 설명 모두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작업은 필자의 능력 바깥의 영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큰 그림은 얼추 모양을 드러내고 있고

시대적 흐름은 통합적 사유를 요구하고 있다.

한의계가 필자들의 어설픈 소개를 통해서나마

심신을 공히 통합해서 다루는 일련의 연구들에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이 멋진 그림에 여백을 함께 채워나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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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일단은 내외부의 자극을 모두 스트레스라고 부를 것이다.

스트레스는 생체에 이익을 줄 수도 있고 반대로 해를 끼칠 수도 있으며

이 구분에 의해 스트레스는 eustress와 distress로 나뉜다.

흔히 스트레스라는 용어는 distress라는 의미에 한정되어 사용된다.

[2]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는 한의학에서 담음, 어혈 등에 의한 산물이

다시 병인으로 작용하여 질병이 만성화되는 과정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3] 한의학에서 보약의 개념은 주로 면역 증강과 관련된 것으로 이해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의학에서 보사 개념과 알로스테시스에 대해서는 차후에 좀 더 자세히 논하기로 하겠다.

[4] 부신피질 호르몬이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 축(HPA axis)에 의해 조절된다는 것이

밝혀지기 훨씬 이전부터 부신피질 호르몬이 다양한 질환에 의학적 목적으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HPAaxis가 학자들에 의해 밝혀지는 일련의 실험과 사유 과정은 다음을 참조하라.

브루스 맥쿠웬, 스트레스의 종말, 시그마북스

[5] Dhabhar, F. S. (2008). Enhancing versus suppressive effects of stress on immune function:

implications for immunoprotection versus immunopathology.

Allergy, Asthma and Clinical Immunology, 4(1), 2.

[6] 정상적인 알로스테시스 반응에서의 자극은 eustress로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상태를 야기하는 자극은 distress로 지칭된다.

eustress는 어떤 상황에서 distress로 바뀌는가 하는 점은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줄여 병리 상태로부터 생리 상태로 이행하는 개입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eustress와 distress를 명확하게 구분짓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에 대해서는 김진석의 다음 논문을 참조하라.

Kim, J. J., & Diamond, D. M. (2002).

The stressed hippocampus, synaptic plasticity and lost memories Nature Reviews:

Neuroscience, 3(6), 453-462. doi:10.1038/nrn849

[7] 스트레스와 감기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하라.

Cohen, S., Tyrrell, D. A., & Smith, A. P. (1991).

Psychological stress and susceptibility to the common cold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25(9), 606-612.

스트레스와 암의 연관성을 입증한 실험실 동물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쥐들의 특발성 종양 발생률을 증가시킨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하라.

Henry, J. P., Stephens, P. M., & Watson, F. M. (1975).

Force breeding, social disorder and mammary tumor formation in CBA/USC mouse colonies:

a pilot study Psychosomatic Medicine, 37(3), 277-283.

인간에서 암의 발병 및 재발과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에 의한 면역 저하 사이의 관련성은 아직 논란 속에 있다.

자세한 사항은 다음 책의 8장 ‘스트레스와 면역’의 더 읽을거리를 참조하면 좋다.

로버트 새폴스키, Stress, 사이언스북스

[8]Buske-Kirschbaum, A., Geiben, A., Höllig, H., Morschhäuser, E., & Hellhammer, D. (2002).

Altered responsiveness of the hypothalamus-pituitary-adrenal axis and the sympathetic adrenomedullary

system to stress in patients with atopic dermatitis 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 Metabolism, 87(9), 4245-4251.

[9] 알로스테시스와 한의학(4)-3.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의 4가지 시나리오

http://www.mjmedi.com/news/articleView.html?idxno=22607

[10] 이 설명 방식이 함의하고 있는 한의학 용어를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다.

군화, 상화, 상화망동, 음양, 동정, 태과, 부족, 중앙토, 좌신우명문, 명문상화.

좀 더 사변적으로 치달아보자. 수승화강, 토화작용, 인신상화, 금화교역은

인체 내 HPA 축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일련의 반응들에 대한 압축적이고 비유적인 표현은 아닌가?

최 연 승 / 제주도 서귀포시 동부보건소 표선보건지소 공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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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약초세상